지난주, 한국문화정보원에서 운영하는 문화포털의 문화PD님 중 한 분에게 인터뷰 요청을 받았다. 자율적인 원격근무를 시행하고 있는 플링크의 근로문화를 소개하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감사한 기회라 생각하며 원격근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원격근무를 직접 경험하지 않은 분들이 원격근무를 어떻게 생각할지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원격근무? 꿀이네
맞다. 꿀이다. 12시에 출근하기도 하고, 2시에 퇴근하기도 한다. 하지만 원격근무의 핵심은 꿀 빠는것이 아니다. 주변 친구들이나 혹은 원격근무 도입에 관심있는 분들과 얘기를 하면, 워라밸을 꼭 얘기한다. 근데 원격근무가 워라밸을 위한 것일까? 이번 PD님과의 인터뷰 사전 논의에서도 워라밸 이야기가 나왔다. ‘많은 기업에서 원격근무를 도입하면 저녁이 있는 삶을 살 것이라 생각하시나요?’라는 질문을 해주셨다.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만약 원격근무를 해보기 전이었다면 PD님과 같은 답변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생각이 다르다. 원격근무의 핵심은 삶의 주도권을 바탕으로 일의 몰입도를 높이는 것에 있다. 그래서 PD님께 원격근무가 일을 덜하는 라이프스타일이 아니라, 일에 더 집중하는 라이프스타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씀드렸고 정말 감사하게도 공감해주셨다.
당신은 일하지 않는 시간에 무엇을 하나요?
플링크에서 일하기 전, 나는 시간을 참 빡빡하게 썼다. 주중 주말 가릴 것 없이 이것저것 배우러 다녔다. 캘리그라피에 매료되어 대학교 때부터 수년간 캘리 모임을 나갔고, 빅데이터가 트렌드라길래 R 수업도 들었고 내일배움카드를 발급받아 제과기능사 수업도 들었다. 거기다 1년 정도 트레바리 독서모임을 나갔다. 심지어 직전 시즌에는 3개의 모임을 함께 참여하느라 쎄빠지게 책을 읽기도 했다.
회사는 칼퇴하고 남는 시간에 취미나 공부, 여행을 하는 것. 나는 이게 워라밸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게 보통 직장인의 워라밸일 것이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자. 취미나 공부, 여행은 즐겁긴하지만 결국 그걸로 뭔가를 남기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목적의식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워라밸을 다시 고민하기 시작하면서 지금까지 워라밸이라고 쓴 시간들이한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도피라는 생각이 들었다.
중요한 것은 주도권과 목표
직장인에게 도피처는 필요하다. 왜냐하면 일의 주도권을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일반적인 회사는 일의 주도권을 개인에게 주지 않는다. 주도권은 시스템에 있고 개인은 시스템의 일부다. (물론 그 속에서도 주도권을 가져가는 아웃라이어는 있지만) 그래서 우리가 시스템에서 벗어나는 순간을 갈망하는 것은 필연적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바뀌는 것은 없다. 우리는 주도권을 스스로 가져와야하고 그것은 자신의 목표를 스스로 설정할 때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지금 나의 목표는, 나를 매개로 플링크가 더 알려지는 것이다. 목표를 갖고 원격근무를 하는 지금, 취미에 대한 흥미가 떨어졌다. 일 욕심이 더 난다. 이전에는 칼퇴하기 위해 일을 열심히 했다면 이제는 일을 더 잘하고 싶어 열심히 한다. 시간을 소중히 여기고 일을 더 잘하기 위해 집중한다. 자연스레 일이 더 좋아지고 뭔가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주말에 사무실에 나가도 기분이 꽤 좋다. 다행히 우리는 구성원이 자신의 일을 더 잘하는 것을 지지한다. 플링크는 개인이 일을 하는 것에 머물지 않고 나아가 스타가 되기를 원한다. 지난 목요일, 컨셉진 에디터 스쿨 마지막 시간에도 김경희 편집장님으로부터 비슷한 뉘앙스의 얘기를 들었다.
“여러분은 캐릭터를 만들어야 해요. 캐릭터를 만들면 회사가 아니라 어디서든 일할 수 있어요.”
컨셉진에서 인터뷰어로써 자신의 고유한 영역을 구축한 직원이 퇴사 후에도 인터뷰어로서의 삶을 잘 살아가고 있다는 사례와 함께 말이다. 그는 직장인으로서 일했지만 더 잘하고자 노력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 결실로서 자신의 캐릭터가 생겼을 것이다. 나와 내 또래들, 밀레니얼 세대는 더 이상 꼬박꼬박 나오는 월급에 만족하지 않고 자신을 표출하며 일하고 싶어한다. 물론 쉽지않다. 주도적으로 일한다는 것은 자신이 결과까지 책임진다는 것이다. 이것은 꽤 고통스럽다. 누가 결과에 대해서 피드백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자신의 결과물에 만족하지 못해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기검열이 없다면 성장도 없다. 최근에 디지털노마드이자 콘텐츠 제작자로서의 삶을 살고 계신 이은지 님의 글을 인상깊게 읽었다. 그녀는 ‘나’로서 살고자 독자적인 길을 걷고 있지만 너무 힘들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 고통이 밑바탕이 되어 성장했고 다음 발걸음을 내딛을 수 있었다고 이야기한다.
“일과 삶이 분리가 안되는 삶을 산다. (feat. 자아분열)”
주도적으로 일하는 사람은 일과 삶이 분리되지 않는다. 일을 위해 살고, 살기 위해 일한다. 왜냐하면 자신의 삶의 가치가 녹아있는 목표가 있기 때문이다. 김경희 편집장님은 “나로 인해 누군가 행복해지는 것“이 그 목표였고, 위에서 소개한 이은지 님은 “행복한 삶, 그리고 콘텐츠를 읽는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는 것”을 목표하신다. 두 분은 확실한 목표를 갖고 일하기에 삶에서 도피하지 않는다. 지치는 순간은 있지만 목표가 확실하기에 포기하지 않는다. 겉으로 보기엔 워라밸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나는 그 분들이 꿈과 삶을 저울질한다고 생각한다. 꿈에 더 많은 무게추가 얹어져 있기에 어쩔 수 없이 한 쪽으로 기울어져 있을 것이다.
그래서 오늘도 자유롭게 일합니다.
목표가 명확하다면 규칙은 목표에 맞춰져야 한다. 우리(나)는 일을 더 잘하고 싶고, 잘해서 잘되고 싶다. 그래요. 일단 부자가 되고 싶어요. 그래서 규칙을 바꿨다. 더 잘하기 위해 스스로 할 수 있는 자유를 주고, 응원해주는 것. 그것이 우리의 새로운 규칙이다. 결코 규칙이 없어진 것은 아니다. 자율적으로 일하는 것, 서로 보이지 않는 공간에서 함께 일하는 원격 근무나 원격 업무가 규칙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새로운 규칙을 만드는 것이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이 글을 마친다.
최길효님의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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