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월드컵이 한창이다. 단일 종목으로 가장 많은 관중을 모을 수 있는 스포츠이다. 더욱 대단한 것은 기독교/천주교/이슬람/불교 등 모든 종교권에서 즐기는 종목이고, 모든 대륙에서 참여하고 있는 유일한 운동경기이다. 더구나 4년에 한번 열리는 월드컵은 본선에 나가기만 해도 영광이 아닐 수 없다. 본선에 들어간 나라는 실력은 기본이며 정신력 또는 투혼(鬪魂)도 있어야 하며 운도 따라야 한다.
대한민국, 축구의 기초체력이 있는가
2002년 대한민국의 축구는 기적을 보여주었다. 그토록 힘든 것을 이뤄내는 기적은 안타깝게도 자주 일어나지 않는다. 매번 기적을 보여주었다면 그것은 이미 실력이다.
우리나라 고교 축구팀은 학원팀과 클럽팀을 합해 184팀이다. 이웃 일본 고교 축구팀은 몇 개일까? 4천팀이 넘는다. 선수층이 차이가 이렇게 있으니 일본축구가 우리를 능가하기 시작한 것이 이상하지 않다. 숫자는 적지만 관심과 응원은 혹시 있을까? 아쉽지만 비교가 안 된다. 일본 고교 축구 결승전에는 관람객이 4만 명이 넘게 들어선다. 우리는 고교축구 결승전에 학교응원단과 선수의 친지들 말고 누가 돈을 내고 보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그렇다면 K리그에는 응원과 관람이 있을까? 미안하지만 별로 없다. 축구의 기초체력은 넓은 선수층과 겉으로 드러내주는 관심과 응원이다. 우리는 기초체력이 있다고 말할 수 없다. 그저 4년에 한 번씩 기적을 바라고 있는 것 일 뿐이다.
그러나 우리는 정신력이 있다. 과연?
우리나라 축구에서 유독 강조되는 것이 정신력 즉, 투혼이다. 정신력이 강하므로 이길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일본과의 경기에서 강조되고 있다.심지어 북한과의 경기에서는 그들은 지면 아오지 탄광을 가야하기 때문에 져서는 안 된다는 긴장감이 있어서 여유 있는 우리가 충분히 이길 수 있다는 모순된 말도 서슴지 않는다.
왜 우리나라 선수는 정신력이 있고, 외국 선수는 정신력이 없다고 생각하는지 알 수가 없다. 오히려 영국의 프리미어리그, 독일의 분데스리가,스페인의 프리메라리가에서 훈련이 된 선수들의 정신력은 K리그보다 더 있으면 있었지 모자라지 않다. 20세기 우리가 선진국보다 먹지 못하고,부족할 때는 내세울 수 있는 것이 정신력뿐이었기 때문에 정신력을 강조한 것이지 우리가 정신력이 강한 것은 아니다. 축구 아나운서든 해설가든지 정신력 운운하는 것은 현대 축구에 대한 이해가 부족함에서 비롯되었거나 실력이 부족하니 바랄 것이 정신력뿐이라고 생각이 속에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장점은 협업을 할 수 있는 조직력에서 나온다.
축구에서의 협업은 각 포지션이 함께 공격하고 수비하는 것을 조직적으로 하는 것을 말한다. 축구의 조직력은 오랜 시간 숨소리를 맞출 때 나온다. 개인기가 뛰어난 남미 선수가 멋진 슛을 쏘기는 하지만 미흡한 협업으로 수비가 뚫리는 경우를 많이 본다. 반면에 독일팀은 개개인의 스타성은 남미와 스페인 선수보다 부족하지만 뛰어난 조직력으로 승리를 이끌어 낸다. 전차군단이라는 닉네임이 여기에서 나왔다. 우리는 저변도 부족하고, 뛰어난 스타도 상대적으로 적다. 오직 기댈 것은 정신력이 아니라 협업에 기반한 조직력이다. 축구선수가 협업하는 인간, 콜라플(Collaboration People)이 되어야 할 이유이다. 조직력에 더해서 필요하는 것은 즐기는 것 자체이다. 인구 30만의 아이슬란드가 지난 경기에서 최상위권 아르헨티나와 1대1로 비겼다. 인구의 1%인 3천명이 러시아로 응원을 왔고, TV 순간시청율이 99%를 넘었다. 감독은 치과의사이기도 하고, 많은 선수들이 축구 외에 본업을 갖고 있다. 이렇게 즐기는 축구는 승패보다는 축구 자체가 좋은 사람들이다. 최근 우리나라도 승패보다는 축구 자체를 즐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실력과 즐거움이 있는 대한민국 축구를 응원한다.
협업하는 인간, 강해지는 조직 콜라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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