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포드의 CEO 앨런 멀랠리가 오토모티브 뉴스에서 `올해의 리더`로 선정되었다. 멀랠리가 처음 부임할 때만 해도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이 많았다. 자동차와 상관없어 보이는 보잉사 출신이기 때문이다.

멀랠리는 재임기간 중 포드는 GM, 크라이슬러와 달리 정부의 도움없이 흑자를 기록하는 등 성공적인 경영성과를 보였다. 2006년 포드가 어려워지자 창업자의 증손자인 빌 포드가 CEO직을 멀래리에게 넘긴 결과이다. 멀랠리는 취임 이후 임원회의를 주관하면서 매출과 같은 영업현황과 생산성 등 회사의 모든 상황을 320여가지의 지표를 보고하도록 했다. 마치 비행기 조종사가 보는 조정계기(cockpit)를 보면서 비행을 하듯 회사경영의 지표를 한눈으로 보고자 했다. 비행기 계기가 그렇듯 정상적이면 초록색, 문제가 발생될 수 있는 상황이면 노란색, 그리고 문제가 명백하면 빨간색을 표시하도록 했다.

일어나는 것보다 숨기는 데에 문제가 있으며, 문제를 받아 들이는 리더십이 있어야 문제를 말한다.

문제는 엉뚱한 곳에 있었다. 임원들이 보고하는 모든 지표가 초록색으로 표시된 것이다. 회사차원에서는 적자에 시달리는 데에도 빨간색은 커녕 노란색도 없었다. 멀랠리가 이럴 수 없다고 했지만 이러한 상황이 상당기간 지속되었다.

어느 날 생산라인의 기어에 문제가 생겼고 가동이 멈추었다. 책임 임원인 마크는 어차피 해고될 것이니 타 동료들에게 호의나 베풀자는 심정으로 제품출시 항목을 빨간색으로 표시하여 임원회의에 들어갔다. 마크는 비판받을 줄 알았는데, 멀랠리는 박수를 쳤다. 그리고 다른 임원들에게 “우리가 마크를 도와줄 방법이 없을까요?”라고 물었다. 이후 보고서들은 빨강, 노랑, 초록이 뒤섞여서 제출되면서 드디어 포드의 근본 문제가 다뤄지기 시작했다.

오히려 리더가 문제를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중소기업 H사장은 10여년 전 출시한 솔루션이 시장에 안착하여 안정적으로 운영해 왔다. 5년 전부터 매출이 정체되기 시작하더니 2년 전부터는 드디어 매출이 줄어 들었다. 그 동안 사용자도 변했고, 경쟁자도 변화했지만 H사장은 처음의 모습을 지켜온 결과이다. 대한항공도 지난 2005년 장남이 승용차 운전 중 70대 할머니에게 폭언과 폭행을 한 혐의로 경찰에 입건되었으며, 장녀는 땅콩회항으로 회사에 엄청난 피해를 입혔다. 국민이 변했다. 이제는 이러한 갑질을 그대로 두지 않는다. 경쟁자도 변화했다. 대한항공이 아니어도 비행기를 타고 외국에 가는데 불편함이 없다. 문제를 애써 외면한 결과 차녀까지 합세하여 삼남매의 갑질이 완성되었다.

경광등없이 주행하는 것은 와이퍼없이 빗길을 운전하는 것과 같다

리더와 팔로워와의 협업은 문제를 드러내는 경광등을 켤 때 가능하다.

포드의 앨럴리가 임원과의 협업이 가능했던 것은 문제를 드러낼 수 있도록 임원에게 심리적 안전감을 주었기 때문이다. 문제가 나타났을 때 오히려 격려와 지원이 있었다. 노란색과 빨간색 경광등은 조직을 건강하게 만든다. 마치 정기적인 건강검진으로 암을 초기에 발견하여 치료하는 것과 같다. 대한항공은 문제가 있을 때, 회항을 했고, 물컵을 던졌다. 임직원이 심리적 안전함을 느끼지 못한다면 누구도 솔직하게 경광등을 켤 수 없다. 문제를 드러내어 해결하는 기업문화는 리더에 달려있다. 최고 리더와 팔로워(임직원)가 협업하지 않는 기업은 파산하는 날까지 대한항공과 같이 ‘초록색’에서만 살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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