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대 윤종구 교수가 소개한 뛰어난 컨설턴트의 실패담을 보자.
‘글로벌 컨설팅 회사에서 있었던 일이다. 이 회사에 수퍼스타급 여성 컨설턴트가 채용되었다. 어렸을 때부터 천재소리를 들어왔고, 유명 사립고등학교를 마치고, 프린스턴에서 수학과 금융공학을 공부하고 하버드에서 MBA를 받았다. 본부장은 이 컨설턴트의 천재성을 믿고, 한 굴지의 회사를 살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하는 고객의 컨설팅 프로젝트를 맡겼다. 이 컨설턴트가 내린 보고서의 결론은 사라는 것이었다. 너무 멋지고 완벽하게 자료를 제시해서 본부장도 이 분석자료를 믿고 사자는 결정을 제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본부장 마음 속에는 뭔지 모르지만 개운치 못한 마음이 있어서 보고서를 고객에게 넘겨주기 전에 자신이 그 회사를 몰래 방문해보기로 했다. 이 회사에 들어가는 순간 본부장은 이 회사는 절대로 사서는 안 되는 회사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문에 들어가자 마자 직원들의 표정, 몸짓, 말투 모든 것에서 이 회사는 죽어가는 회사라는 것을 직감했다.
회사에 돌아와 다른 정보를 통해 회사의 실상을 파악해보았다. 예견했던 대로 회사는 죽기 직전의 회사였다. 컨설턴트는 왜 이런 결정을 했을까? 회사를 팔아 치우려는 욕심으로 CEO가 자신에게 유리한 데이터만을 제시했고 컨설턴트는 이 데이터에 기반해서 사자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모토로라는 전략으로 몰락했다.
박군호 삼성SDS 책임연구원은 모토로라가 전략에 중독되어 몰락했다고 진단하고 있다(DBR 101호). 전략은 회사를 살리기도 하지만 몰락시키기도 한다. 만일 윤종구 교수가 짚었던 것처럼 본부장이 현장에 가지 않고 결정했다면 M&A전략은 몰락으로 안내했을 것이다.
전략으로 성공하는 것보다 몰락이 오히려 쉽다. 전략은 데이터와 육감으로 만들어지는데 둘 모두 갖추기 어렵기 때문이다. 오히려 둘 중에 하나가 부족하거나 둘 다 없는 경우가 훨씬 많다.
▶ 이순신장군형 : 데이터와 육감을 모두 이용하여 전략을 수립한다. 이순신 장군은 모을 수 있는 모든 데이터를 모아서 분석하고, 현장에 있는 모든 자원을 활용하는 전략을 수립하여 이행했다.
▶ 컨설턴트형 : 데이터에 기반하여 전략을 수립한다. 현장감이 빠진 전략이 종종 나온다.
▶ 돌쇠형 : 현장에 오래 있었던 경험으로 육감에 의거하여 전략을 수립한다. 세련되지 못했지만 동물적 감각을 발휘한다.
▶ 선무당형 : 데이터도 없고, 현장감도 없다. 선무당의 육감은 근거가 전혀 없다. 고장난 시계도 하루에 두번 맞는다. 소도 뒷걸음으로 쥐를 잡는다. 이렇게 해서 사람을 잡는다.
회사의 사장은 컨설턴트형보다 돌쇠형이 더욱 많다. 창업자의 세가지 속성에서 언급했듯 창업자는 변덕이 있고, 성질이 급하며, 의심을 한다는 점에서 컨설턴트보다 돌쇠형에 가깝다. 현장의 돌쇠는 그렇게 창업해서 회사를 이끌어 왔다.
문제는 상황을 복잡해졌고 규모는 커졌다는 것이다. 예전의 전략을 그대로 쓸 수 없는 상황에서 계속 돌쇠형으로 할 수 없다. 컨설턴트의 도움이 필요한 시점이다. 콜라플은 컨설턴트의 조언을 받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와 육감이 협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돌쇠는 복잡한 것 싫어한다. 문서작업도 혐오한다. 오직 현장이다. 그러나 돌쇠가 컨설턴트의 방법론을 이해하고 본인의 것으로 소화해서 전략을 수립한다면 최상의 전략이 될 것이다. 이순신장군형으로 가는 방법이다.
반면에 컨설턴트가 현장감을 읽혀서 이순신장군이 되기는 쉽지 않다. 이론가가 행동까지 하기는 어렵다. 컨설턴트는 돌쇠가 선무당이 되지 않게 해야 하고, 선무당이 사람 잡지 않도록 잘못된 것을 밝혀 주는 것이 중요하다. 데이터가 이를 도와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