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지도사 최재현님과 모비인사이드의 파트너쉽으로 제공되는 기사입니다.

잘 평가하고 있나요?

인사평가에 트렌드가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예전에는 어떤 인사평가 방식이 좋았는데 요즘에는 이런 평가방식이 좋고 트렌드에 맞다고 말이다. 그런데 인사평가 시즌을 맞이해서 여러 회사를 돌아다녀 본 경험으로는 이런 트렌드가 별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업의 규모에 따라서 인사평가 방식이 조금 복잡해질 순 있지만 대기업에서 다면평가를 한다고 해서 창업기업까지 다면평가를 도입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회사가 어떤 일을 하는지 어떤 사업분야에서 일을 하는지에 따라서 인사평가 방법은 조금씩 다른 면모를 보인다. 분명 시대적인 요구에 따라서 인사평가는 방법적인 측면에서 큰 흐름을 끌어가는 평가방식이 존재하긴 하지만 모든 기업이 트렌드에 맞다고 해서 평가방법을 쉽게 적용하고 실행으로 옮기진 않는다. 오히려 일선 기업에서는 정확하고 공정하고 신뢰도가 높은 평가방법을 만들기 위해서 고민을 하는 쪽으로 많은 심혈을 기울인다.

다면평가제도가 좋은 제도로 인식되기 시작하면서 상하 직급 간, 직원 간, 팀 간, 동일 직급 간 다양한 방법으로 다면평가를 도입하는 기업이 늘어났다. 평가 시즌만 되면 상호 간 평가가 이루어지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보니 정치도 이런 사내정치가 있나 싶을 정도로 점수받기에 급급한 시즌이 시작된다. 평소에는 말도 잘 안 섞다가 평가 시즌만 되면 내가 얼마나 너를 위하고 신경 쓰고 있는지 구구절절 사연이 소개된다.

올해 인사평가 시즌이 지나고 조금 눈에 띄는 두 회사가 있었다. 한 곳은 인사평가시스템을 더욱 고도화하려는 곳이었고 다른 한 곳은 막 인사평가를 시작하려는 곳이었다. 사업분야도 다르고 회사의 규모도 달라서 무엇하나 일치할 것은 없었는데 인사담당자의 마음은 동일했다.

잘 평가하고 싶다.

첫 번째 회사는 제조업을 영위하고 있는 업체로 연공서열을 기반으로 해서 인사평가를 수행했다. 타사에서 일한 경력이 조금만 회사 일과 관련이 있다고 하더라도 해당 경력을 인정했고, 가급적 연배가 높을수록 고위 직급에 위치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창업한 지 2년이 채 안된 이 회사는 급속한 성장이 이루어진 탓에 경력직 수급이 자주 이루어졌는데 이런 점을 고려하기 위해서 연공서열을 중심으로 인사평가를 수행한 것이다.

반면에 두 번째 회사는 IT계열의 회사로 창업한 지 굉장히 오랜 시간이 지난 기업이었다. 회사가 최근 트렌드에 부합하는 성과연봉제를 도입하기 시작하면서 지난 몇 년간 많은 인력들의 이탈이 발생했는데 올해 인사평가 시즌을 맞이하여 추가적인 인력의 이탈이 일어난 상황이었다. 종전의 연공서열, 호봉제 방식에서 벗어나서 성과연봉제를 도입한 것이었는데 기존의 직원들이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이탈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두 회사 모두 열심히 일하는 직원에 대해서 잘 평가하고 싶었다. 그런데 모두가 열심히 일하고 있는 상황에서 누가 회사의 발전을 위해서 일하고 있는지 인사담당자의 눈에는 잘 보이지 않았다. 각 팀의 장들은 자신이 편하기 위해서 자신의 업무방식에 맞게 길들여진 팀원들을 선호했고, 해당 팀원이 성과가 좋지 못하다 하더라도 가급적 좋은 평가를 내리는데 급급했다.

열심히 일하지만 성과가 좋지 못한 직원, 열심히 일하지 않지만 성과가 좋은 직원. 열심히 일하면서 성과도 좋은 직원과 열심히 일하지도 않으면서 성과도 좋지 못한 직원이 있는 두 회사.

열심히 일하지만 성과가 좋지 못한 직원은 성과를 높이기 위해 회사 차원에서의 지원이 필요한 인재였다.

열심히 일하지 않지만 성과가 좋은 직원은 무임승차를 하는 직원의 비율이 많았다.

열심히 일하고 성과도 좋은 직원은 낮은 직급에서부터 성실함이 돋보이는 인재가 많았고,

열심히 일하지 않으면서 성과도 좋지 못한 직원은 일찌감치 이직하거나 퇴사하는 경우가 많았다.

무임승차(Free-Rider)라고 표현되는 2번째 유형의 인재. 열심히 일하지 않지만 성과가 좋은 직원이 많은 회사일수록 팀 단위의 평가가 이루어지는 곳이 많았는데 대개 이런 경우 성과가 정말 좋을까라고 볼 수 있기보다 성과가 어떻게 창출되었는지 자세히 살펴보아야 하지만 평가적인 측면만 바라본다면 해당 부분은 반드시 평가가 진행될 때 조정되어야 할 필요가 있는 부분이다.

제조업의 경우 창업기업일수록 근속연수가 그리 길지 않다. IT회사도 마찬가지겠지만 어느 정도 업력이 있는 기업의 경우 제조업은 상대적으로 근속연수가 비례하는 편이고, IT회사는 규모가 커지지 않는 이상 근속연수가 비례적으로 증가하지 않는다.

제조업은 연공서열이나 호봉제 방식의 평가가 이루어지는 곳이 많고, 생산성 기준이나 매출액을 기준으로 인사평가를 하는 곳이 많다. IT업계는 프로젝트 단위, 수행 단위별 진도율, 진척률을 기준으로 평가가 이루어지는 곳이 많은데 정확한 성과를 측정하기 위해서 심도 깊은 인사평가시스템을 구축하는 기업이 사실 그리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좋은 인재가 성과를 잘 내도록 하여 기업을 성장하는데 일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기업의 입장에서는 매우 중요한 일인데 아직까지 창업기업이나 중소기업에서는 어느 정도 선까지만 성과를 내주면 좋겠다 하는 기대치는 있지만 제반 시스템이나 제도를 정비하는 데는 다소 부족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 때 목표관리제도(MBO)를 중심으로 목표를 팀 단위나 개인단위로 부여하고 목표를 달성하였는지 여부를 놓고 성과를 측정하는 제도가 유행했는데 현재는 공공기관과 꽤 규모 있는 기업에까지 이런 평가제도를 구비하고 있는 곳이 많지만 창업기업이나 중소기업은 여전히 도입하고 있는 비율이 매우 적은 현실이다.

뉴스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성과연봉제를 공공기관에 대대적으로 도입하려다가 정권이 바뀌면서 이런 제도의 적용이 철회되기도 했는데, 인사평가시스템이 이슈가 되는 이유는 성과를 측정하고 평가를 하는 것 때문이 아니라 인사평가를 통해 승진이나 보상까지 연계가 되기 때문이며, 이로 인해 기업의 비용 증가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무조건 좋은 평가를 내린다면 마구잡이식으로 증가하는 인건비를 감당하기 어렵다. 무조건 나쁜 평가를 내린다면 근로자의 반발과 이탈을 견디기 어려우며, 그렇다고 적당한 선에서 공정하게 평가를 하자니 주관이 개입되는 점을 미연에 방지하기가 쉽지 않다.

이런 점은 기업의 규모가 작을수록 심화되는데 창업기업이나 스타트업의 경우 인원의 수가 많지 않아 평가하는데 애로사항은 다소 적은 편이지만 공정성이나 신뢰도의 문제가 제기될 수 있어 알게 모르게 인사평가 상에 어려운 점을 호소하고 있다.

창업기업의 인사평가는 기존 회사와 분명 달라야 한다. 성과가 안정되지 못했고, 성실히 일하는 직원과 성실히 일하지 않는 직원을 구분하기는 쉽지만 단순히 성실이나 성과만으로 인사평가를 수행하기에는 공정성이나 신뢰성이 저하될 수 있는 단점을 안고 있다.

성장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점은 모두 동일하지만 그 방향과 기울이는 노력의 크기가 다르다는 점을 고려할 때 창업기업의 인사평가는 다음의 몇 가지를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1. 실적 위주의 단순한 평가는 피한다.

2. 정성적 평가를 반드시 인사평가에 반영한다.

3. 정량적 성과, 정성적 성과를 적정 비율로 편성하여 인사평가를 구성한다.

4. 업종과 사업분야에 따라 정량/정성적 성과의 비율 차등을 두어 인사평가를 수행한다.

비교적 창업 초기에는 정량적인 성과를 줄이고 정성적인 성과의 비중을 높이는 것이 창업기업에는 주효하다. 매출 견인에 힘쓰기보다는 개발이나 제품 출시, 업그레이드에 전반적인 노력이 집중되어 있다 보니 구성원들의 대부분은 정량적인 성과가 좋지 못하다.

소규모 기업일수록 대표자의 역량에 따라 실적이 좌지우지되는 경향이 많은데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정량적인 성과의 비율을 높이는 것은 자칫 특정 구성원에게 수혜가 돌아갈 수 있다는 평가의 편향(Bias)을 불러올 수 있다.

창업기업이 단 기간 내에 성장을 이루어내고 있다면 성장 정도에 따라 정량 비율을 늘리고 정성 비중을 줄여가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물론 급속한 성장으로 인해 성장에 핵심적으로 기여한 인력에게 적절한 보상을 지급해야 하는 것이 맞지만 단순히 보상 지급이 평가에 기반한 보상 지급으로 이루어지게 될 경우 인사평가는 매출 견인에 기여를 하기보다 제도 안정이나 기업 안정에 기여하는 사무직, 지원직군에 있는 인력들의 사기를 저하시킬 수 있다.

따라서 인사평가는 정량 비율의 증가, 정성 비율의 감소로 가더라도 정량 8, 정성 2 이런 방식이 아니라 정량과 정성을 6:4 정도 선에서 고려하는 것이 좋다. 물론 이런 비율은 성장 정도에 따라 기업의 형태, 사업분야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올해도 연말이 되면 인사평가의 시즌이 돌아오게 되고 실적을 놓고 많은 기업이 평가를 하게 된다. 평가제도에 따라서 많은 사람들에게 등급이 매겨지게 되겠지만 단순히 등급 차원에서의 분류가 아닌 정확한 평가를 하기 위해서는 인사평가의 최신 트렌드만 쫓아가는 것이 아닌 우리 기업의 실정에 맞는 평가가 수행되어야 한다.

잘 평가하기 위해서 제도를 설계하고 수립하고 수행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지만 인사담당자는 기업의 실정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가 어떤 업종에 종사하고 있는지, 타사는 어떻게 평가를 수행하고 있는지, 만약 우리가 적절하게 인사평가를 수행하려면 어떤 점에 비중을 두어야 하는지 말이다.

인사평가의 궁극적인 목적은 ‘평가’가 아니라 ‘인사관리’에 있다. 좋은 인재를 발굴하고 좋은 인재가 더욱 성과를 잘 내게 하는 데 있고 성과가 부족한 인재라면 성과를 더 잘 내도록 독려하는 데 있으며, 역량이 부족한 인재라면 역량을 키우는데 목적이 있다. 이런 목적에 따라 올해도 일선 기업에서 적절한 평가가 이루어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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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ng & Creative, 창업 중소기업과 스타트업 전문 컨설팅 기관인 G&C Company의 대표자이자 중소벤처기업부 경영지도사이다. 창업경영신문, 이데일리신문의 창업 칼럼니스트로 활동했으며 브런치를 통해 '별별창업이야기'로 스타트업, 창업기업을 위한 글을 기고하고 있다. 현재는 경기테크노파크, 컨텐츠진흥원, 기술정보진흥원, K-Startup 등 ​다양한 정부 유관기관의 사업 평가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1,000 여 기업을 만난 다양한 경험을 기반으로 안정과 성장을 모토로 하는 스타트업, 창업기업의 자문가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