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글(ringle) 이승훈 대표가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
스탠포드 MBA 입학 후 3개월 뒤에 쓴 글 (2015년 12월)을 공유합니다. 이 글을 쓰고 난 뒤에 Ringle 을 시작한 기억이 있네요 🙂
당시는 한국에서 “실리콘밸리 벤치마킹” 붐이 불던 시기이고, 판교 등을 IT 거점으로 만들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던 시기였습니다. 그런데, 당시 판교에서 느낀 점은, “건물 등은 정말 멋지고, 유명한 IT 회사들이 몰려 있는데, 이곳에서 일하는 분들의 표정이나 삶은 크게 변한 것 같지 않다” 였습니다.
그런 의구심을 가진 채 실리콘밸리/스탠포드에 와서, 첫 3개월을 보낸 뒤 쓴 글입니다. 이곳은 무엇이 다른지, 우리는 이곳의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 판교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삶이 실리콘밸리에 있는 사람들의 삶보다 나아지려면 무엇이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
지금 봐도, 저는 이때 저의 생각을 여전히 제 마음에 품고 있습니다.
스탠포드/실리콘밸리에서의 3개월이 흘러간다. 시간이 흐를수록 머리와 마음에 사람, 추억, 그리고 감정이 채워져 간다. 그렇게, 사람과 인생을 배워간다. 자연스레 나의 진짜 모습을 마주한다. 그리고, 내 삶이 조금씩 변해간다. 이렇게 이 곳의 본질을 느껴가고 있다.
스탠포드/실리콘밸리를 벤치마킹하려는 시도가 참 많았다. 여러 나라에서 제2의 실리콘밸리를 외치며 어마어마한 IT 도시들을 만들고 있다. 하지만 왠지 실리콘밸리 같지 않다. 그 느낌이 없다. 궁금했다. 이유가 뭘까.
나는 서울에서 실리콘밸리를 ‘눈’과 ‘머리’로 인지했었다. “아는 만큼 보인다” 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내 ‘눈’과 ‘머리’가 인지하는 스탠포드/실리콘밸리는 한국에서나…. 지금 여기서나 변함이 없다. 그런데, 요즘 내 마음이 예전 내 마음 같지 않다. 내 삶이 예전 내 삶 같지 않다. 그리고, 그 이유를 왠지 그냥 알 것 같다. 이렇게 나라는 사람이 서서히 변화해가는 과정을 느끼며, 이곳의 본질을 깨우쳐간다. 실리콘밸리를 이해하는 열쇠가 내 삶의 변화 과정에 있을 줄 몰랐다.
스탠포드/실리콘밸리는…. 3가지 대화/소통이 존재하는 곳이다.
첫 번째 대화/소통은 소중한 동료/친구들과의 소통이다.
여긴, 뉴욕의 극장/미술관도, 파리의 유적/유물도, 서울/도쿄의 맛집도 없다. 그저, 좋은 날씨와 사람뿐이다. 그래서, 이곳 사람들은 여러 친구와 대화하며 많은 시간을 보낸다. 영화가 아닌 친구의 스토리를 감상하고, 유적이 아닌 친구의 삶의 일대기를 탐험한다.
대화가 서로의 관심사, 인생, 경험으로 깊어진다. 깊어질수록 솔직해진다. 그렇게 ‘사람’을 배워간다. 서서히 그들의 ‘문제’가 느껴진다. 그리고 그들을 위해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 이렇게, 사람들이 정말 불편함을 느끼고 있던 부분을 유저 친화적으로 해결하는 서비스가 탄생한다. 그리고, 서서히 세계적인 서비스가 되어간다.
두 번째 소통/대화는 스타트업-교수-학생-VC/Fund 간의 소통이다.
보통 다른 국가/도시에서는 유명한 교수님과 대화하기가, 성공한 기업인들과 대화하기가 쉽지 않다. 더 나아가 친구가 되는 것은 정말 어렵다.
하지만 이곳은 이상하다. 학교에 유명한 사업가들이 자유롭게 찾아온다. 학생들은 그들에게 자연스럽게 말을 건다. 그들은 학생들의 아이디어에 귀 기울인다. 교수들이 동참한다. 이 그룹의 대화를 보며 투자가들이 다가온다. 참 내로라하는 사람들인데, 너무 쉽게 다가오고, 또 어렵게 느껴지지도 않는다. 그냥 모두 같은 팀 사람 같다.
어쩌면, 여기 사람들은 서로서로 “세상을 바꾸는 하나의 큰 팀 그리고 팀원들” 이라 생각하는지도 모르겠다. 서로를 궁금해하고, 서로를 알려 하며, 서로를 이해하려 하고, 피드백을 주고받는다. 그 과정에서 정말 많은 창조가 일어난다. 그 가운데 성공사례가 나온다. 사실…. 한 팀의 성공엔 여러 팀의 조언이 녹아 있다. 그렇게 한 팀의 성공이 모두의 교훈이 되어 노하우가 축적되고, 또 전파된다.
세 번째 소통/대화는 가족 그리고 나와의 대화이다.
이 곳 사람들은 오후 6시면 집으로 돌아가 가족과 시간을 보낸다. 아담한 주택-조그만 정원-문 밖의 공원, 그리고 고즈넉한 길이 가족의 대화를 유도한다. 가족과 소통하며 인성, 감성, 가치관, 그리고 사랑의 마음을 정립해 나간다. 그 마음을 술로, 유흥으로 채워나가지 않는다. 가족으로 채워나간다. 영화-게임-책 등이 가족과 함께 마음을 채워나가는 과정에 있다.
그렇게 가족과 시간을 보내다 보면, 가족 안에서의 나를 바라보게 된다. 또한, 친구나 교수님-멘토 등을 통해 알게 된 나의 모습을 바라본다. 그렇게 진짜 나를 발견하고 나를 움직이는 motive를 찾는다. 서서히, 개성이 발현된다. 이를 다른 사람과 소통하며 나눈다. 그렇게 세상에 없던 개성을 가진 기업이 나온다.
스탠포드/실리콘밸리는 이런 대화와 소통이 끊임없이 진행 중인 공간이다. 그 중심에 사람들과 진지하게 대화하고 여러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이 있다. 그런 그들이 완전 이방인인 나에게도…. “너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너의 생각은 무엇이야?”라 대화를 청한다. 서서히, 한국에서만 오랜 기간을 살아온 나 역시, 삶이 변해감을 느낀다.
아직 부족한 경험이지만, 실리콘밸리의 정수는 이런 그들의 “삶”이지 않을까? 아무리 첨단 IT 도시를 세우고, 다양한 제도를 도입한다 할지라도, ‘삶의 변화’ 없이는 그 누구도 이곳의 영혼을 담아가지 못하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대한민국에 맞는 새로운 삶의 변화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바로 ‘우리 세대’의 역할이라 생각한다.
Change lives, Change organizations, Change the world 라는 Stanford GSB의 슬로건이 마음에 와닿는다.
변화의 시작은 “Change Liv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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