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지도사 최재현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
최근에 만난 스타트업 대표님이 굉장히 재미있는 이야기를 꺼낸 적이 있다. 같은 단어라고 하더라도 세대의 차이에 따라서 의미를 다르게 받아들인다는 이야기였다. 아날로그 세대인 부모님의 세대와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경계에 있는 우리 세대와 디지털만 있는 아래 세대 모두 같은 단어를 다르게 받아들인다는 것인데 예를 들어 달라고 했더니 4차 산업혁명이 좋은 예라고 했다.
대표님의 말을 듣고 생각해보니 같은 단어를 조금씩 다르게 개념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옳아 보였다. 세대 간의 대화가 되지 않는 부분도, 업무적으로 소통이 안된다고 하는 부분도 서로가 아주 미세한 개념적인 이해의 차이에서 오는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오해의 소지는 여러 다른 요소에서 오는 것이지만 단적으로 놓고 본다면 아 다르고 어 다른 이해의 차이에서 오는 것이 굉장히 큰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
#아날로그 세대, 텍스트를 중심으로
아날로그 세대인 부모님들은 4차 산업혁명을 문자 그대로, 텍스트를 중심으로 받아들인다. 4차 산업혁명을 이루는 핵심 기술이 어떤 것인지 파악하고 해당 기술이 적용되는 산업군, 산업분야 상호 간에 어떤 시너지가 나는지, 무엇을 생산하는지 등에 대해서 집중한다.
#우리 세대, ‘연결’과 ‘상호관계’
우리 세대는 4차 산업혁명을 ‘연결’이나 ‘상호관계’에서 바라본다. 4차 산업혁명을 이루는 핵심기술이 어떤 것인지 우리 삶에서 바로 적용되어 현실화되고, 실제 User 입장에서 우리는 바로 체험을 할 것이기 때문에 우리 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기술이 기존의 기술과 어떻게 연결이 되는지, 어떻게 상호작용을 하고 관계를 맺는지를 조금 더 심도 있게 다룬다.
#다음 세대, ‘Life’
반면에 우리 아래 세대에게 4차 산업혁명은 부모님 세대나 우리가 느끼는 바를 포함하여 ‘Life’로 인식되고 있다. 아날로그 방식의 삶도, 그 경계선에 있는 삶도 아닌 디지털이 생활 속에 깊숙이 침투한 상태에서의 ‘삶’, 그 자체로 인식한다는 뜻이다. 4차 산업혁명이 사물의 지능화를 내포하고 있어서 기존과 다르게 어떤 기술이 적용되는지를 바라보는 우리와 다르게 우리 아래 세대들은 삶 자체가 사물이 지능을 보유하고 있다고 바라보게 되는 것이다.
상대방이 이해하는 방식으로 설명해야
같은 단어라고 하더라도 다른 이해 방식이 적용되다 보니 여러 분야에서 이해의 차이에서 오는 소소한 어려움들이 많다. 스타트업 대표님도 자신이 느끼고 생각하는 바를, 자신이 외국계 기업에서 장기간 근무하면서 느낀 사고방식이나 사고 마인드가 우리 부모님 세대와 많은 차이가 있음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고 한다.
신규 아이템이나 신규 사업 모델을 설명하는 것에 있어서 우리 세대나 아래 세대에게는 쉽게 설명되고 이해시킬 수 있는 것이 부모님 세대에게는 쉽게 설명되지 않는다. 사물인터넷(IoT)이니 인공지능(AI)이니 뉴스를 통해서, 직접적인 학습에서 의해서 개념을 잘 이해하고 있는 분들이라고 하더라도 4차 산업혁명에서 새롭게 등장하는 사업모델에 대해서는 좀처럼 받아들이는 것이 만만치 않다.
심지어는 빠르게 변화하는 세태, 새롭게 공부해야 할 것이 많은 시대적인 이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분들은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되지 않아 대화 자체가 잘 되지 않는다고도 한다. 이런 대화의 부재는 정부지원사업의 평가장에서도 심심치 않게 드러난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스타트업의 창업자들은 지금도 새로운 시각, 새로운 아이템,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분야로 획기적인, 선도적인 아이템으로 창업하고 사업을 이어가려고 하는데 실제 그들을 평가하는 평가위원들이 4차 산업혁명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그들을 평가한다. IT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평가위원과 IT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신청자가 만들어내는 미스매칭은 결국 사업모델의 본질을 놓치게 되는 결과를 낳게 되어 아이러니한 상황을 연출하기도 한다.
아이러니한 상황의 피해를 본 스타트업 대표가 주변에 있다.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굉장히 많은 대표님이었는데 대외비임을 알려주시면서 애플리케이션 개발에 대한 아이디어를 내게 공개했다. 특정 아이템을 중개하는 참신한 애플리케이션 개발 건이었는데 굉장히 긴 시간 동안 시장조사를 직접 수행하고, 현장조사도 수행하였고 자신 말고 아무도 이 아이템을 준비하고 있지 않음을 이미 알고 있는 분이었다.
개발 자금이 다소 부족하여 지원사업에 신청한 상황에서 내게 자문을 받은 것이었는데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드렸지만 문제는 평가장에서 일어났다. 평가위원 중 그 누구도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서 호응하지 않았고 오히려 시장에 출시되면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수익을 내지 못할 것이라고 혹평을 받았다고 했다. 사실적이지 않은 수익모델, 비즈니스 모델이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고서 스타트업 대표자는 아쉬운 마음에 평가장을 나오면서 내게 전화를 걸어왔다.
“
평가위원 중에 기술이나 사업모델을 이해하는 사람이 없어요.
최지도사님 같은 분이 평가를 해주시면 좋을 텐데…
왜 우리 세대가 평가장에 없는 것일까요?
“
이해도가 없는 사람에게 평가를 받아야 하는 구조적인 문제가 한몫을 한 것이라 스타트업 대표님을 차마 어떻게 위로를 해야 할지 몰랐다. 그저 위로하고 한 번 더 재차 도전하라고 말씀드리는 것뿐이었는데 대표님은 자금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애플리케이션 개발을 중단하고 말았다.
그리고 근 1년이 지났나, 대표님이 말씀하신 애플리케이션이 타업체에 의해서 시장에 버젓이 출시가 된 사실을 눈으로 확인하게 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평가위원들이 혹평한 비즈니스 모델이, 호평을 받으면서 시장에서 선전하게 된 사실을 내 눈으로 똑똑히 확인했다. 그때 평가위원들이 스타트업 대표님의 아이템을 선택했다면 지금 그 애플리케이션은 1년 더 빠르게 개발되어 시장에서 더욱 빠르게 수익화를 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해의 차이에서 오는 소통의 부재가 혹평으로 이어지고, 혹평이 곧 1년 이란 시간의 Gap을 만들었다. 1년이란 시간의 Gap은, 1년의 수익을 잃게 만들고 한 스타트업 대표자의 사업을 흔들리게 했다. 당시 평가위원 중에 우리 세대는 없었다고 한다. 누가 스타트업 대표자의 말을 정확하고 제대로 이해했을까. 잃어버린 시간은 누가 보상을 해주는 것일까.
글의 서두에서 언급한 스타트업 대표님은 같은 단어를 다르게 이해하는 세대적인 차이를 내게 이야기하며 자신도 결국 부모님 세대를 설득해야 하는 입장이고, 반대로 우리도 아래 세대를 이해해야 하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언젠가 우리도 그 위치에 갔을 때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평가자의 입장에서, 의사결정권자의 입장에서 잘못된 판단을 숱하게 내릴 수 있다고 말이다.
스타트업 대표자는 올해 R&D 지원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몇 가지 아이템을 내게 이야기했는데 지금까지 평가위원 중에서 자신의 아이템을 잘 이해해준 사람은 나 말고 만나본 적이 없다고 했다.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스타트업 대표자는 부모님의 세대가 이해하는 방식으로 준비를 해야겠다면서 혹 중간에 있는 나에게 자문을 잘 해줄 것임을 부탁했다.
우리 모두는 이해의 차이가 오해를 불러온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서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창업자들은 이해의 차이가 오해를 불러옴과 동시에 다른 이해를 낳는다는 사실도 명심해야 한다. 내 사업모델을 왜 이해하지 못하는지에 대해서 답답해하고 아쉽게 생각하기보다 내 사업모델을 다른 세대가 받아들이는 언어로 바꾸어 설명할 줄도 말아야 한다.
같은 단어, 다른 이해.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우리 모두가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