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가 빠르고 능동적인 성장을 지향하는 스타트업에서는 만능재주꾼을 선호한다. 이것인즉, 열심히 일하다 정신차려보면 이 일도 내 일이 되어있고 저 일도 내 일이 되어있다는 소리다. (…)
아무튼, 스타트업의 ‘서비스 기획자’도 마찬가지다. 기획자는 보통 PM이 되어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하지만, 더 나아가서는 서비스 구현 단계에서 개발이나 디자인에 밀접하게 관여할 때가 많다. 조직이 소규모일 때는 더욱 그렇다.
오늘은 스타트업 서비스 기획자가 사는 법에 관한 얘기다. 외국계 큰 기업의 기획자로 일하다 스타트업으로 건너왔다는 ‘스마트포스팅’의 다니엘이 생생한 현업 얘기를 들려주었다. 인터뷰에 소금을 쳐줄 카일(김학철)도 함께 했다.
Q. 다니엘, 카일 안녕하세요! 각자 본인 소개 부탁드려요.
다니엘 : 안녕하세요. 스마트포스팅의 웹/앱과 서비스 기획을 담당하고 있는 다니엘(김동현)이라고 합니다.
카일 : 마케팅 커뮤니케이션팀 리더로 현재 PR 담당인 카일(김학철)이예요.
Q. 두 분 영어 이름은 어떤 뜻이에요?
다니엘 : 미국에서 공부했었는데 그때 썼던 이름이예요.
카일 : 적당한 영어 이름을 찾던 중 만난 여사친이 “야 넌 왠지 그냥 카일같다”라고 얘기해줘서 카일이 됐어요. 미국에선 흔치 않은 이름이래요.
Q. 먼저 다니엘 , 스마트포스팅 이전에는 어떤 일을 하셨는지 궁금한데요?
다니엘 : 애드테크 외국계 기업에서 신사업 프로젝트의 PM으로 일했었어요. 인생 목표 중 하나인 스타트업 창업을 위해 미리 경험하고 싶어서 한국의 어느 스타트업에 조인했었고요. 그땐 게시판 기획, 신규 플랫폼 기획(프로모션 페이지, 광고 플랫폼)등을 했었습니다. 그러다 기존 사업이 아닌 새로운 사업을 진행하게 된다는 기대감과 매력에 이곳 스마트포스팅으로 이직하게 되었죠.
Q. 스마트포스팅의 핵심 기술은 무엇이며 유저들은 어떻게 수익을 낼 수 있나요?
카일 : 우리 쪽에 가입한 인플루언서들이 앱이나 영상 캠페인 링크를 자신 소유의 SNS에 포스팅하면, 팔로워들이 앱 다운로드 등의 특정 액션을 취했을 때 수익이 나는 구조입니다. 그 링크가 캠페인마다, 인플루언서마다 다르게 부여되기 때문에 정확한 수익을 낼 수 있어요.
다니엘 : 그리고 동시에 수백만 SNS 유저가 캠페인 링크를 타고 들어올 때 데이터를 처리하는 일이 굉장히 중요해요. 서버가 다운되거나 오류가 나면 인플루언서들이 수익을 못 받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인데요, 스마트포스팅의 핵심 기술이 거기에 있습니다. 수많은 인플루언서가 쉽게 내 링크를 공유만 하면 수익이 정상적으로 오류 없이 집계될 수 있도록 데이터를 집계하고 처리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거든요. 그런 데이터 처리량이 우리 같은 인플루언서 마케팅 플랫폼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이라고 생각해요.
Q. 근데 스마트포스팅에서 말하는 ‘인플루언서’의 기준이 뭔가요?
다니엘 : SNS나 웹사이트에서 트래픽이 있는 사람. 그리고 그걸 통해서 바이럴을 일으킬 수 있는 상황이라면 인플루언서라고 봅니다.
카일 : 실제로 스마트포스팅 인플루언서 운영에서 ‘팔로워 몇천을 넘어야 인플루언서로 인정한다.’ 같은 수치화된 허들은 없어요.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활용해 영향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있는지를 보고 판단하죠. 다만 인플루언서로 합류하게 되면 캠페인 참여빈도와 수익 발생률 등을 기준으로 뉴비부터 브론즈, 실버, 골드 등으로 내부 인플루언서 등급이 있긴 합니다.
스마트포스팅은 인플루언서 모바일 마케팅 플랫폼 ‘스마트포스팅’을 운영하는 애드테크 스타트업이다.
스마트폰의 대중화로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스토리 등 SNS 플랫폼 위를 지나치는 트래픽이 날로 거대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소셜 네트워크 플랫폼은 개인 소유의 페이지를 넘어 이제 콘텐츠로 소통하는 미디어의 성격으로 변모하고 있다. 거기서 등장한 개념이 바로 크리에이터, 유튜버 등 영향력 있는 개인을 지칭하는 ‘인플루언서’이다.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거대한 네이티브 광고 플랫폼을 형성하고자 하는 것이 바로 스마트포스팅의 전략이다.
스마트포스팅은 자체 기술로 인플루언서에겐 수익 창출을, 광고주에겐 타겟 최적화 마케팅을 기대하게 한다. 콘텐츠 소비의 대부분이 모바일에서 이뤄지는 모바일 온리 시대에, 스마트포스팅은 콘텐츠에 유의미한 가치를 입히는 애드테크 스타트업이 되고 있다.
Q. 다니엘, 서비스 기획자가 된 계기가 있다면요?
다니엘 : 어릴 때부터 웹 서비스에 관심이 많아 Perl이나 PHP 프로그래밍을 독학했습니다. 직접 사이트를 만들어 수만 명의 방문자를 유치해보기도 했고, 서비스를 개발해 수십만 명에게 제공해 보기도 했죠. 머릿속에 있는 생각들을 개발로 끄집어낸 거죠.
대학은 컴퓨터공학으로 입학해 2~3년 후 사회학으로 전과했어요. 대학원에선 또 희한하게 경영학을 공부했고요. 사실 이것저것 다 해보고 싶었어요. (웃음)
제가 만들고 싶은 게 있으면 직접 만들어봤기 때문에 개발에 얼마만큼의 리소스가 필요한지 대충은 압니다. 그런 경험이 지금 기획자로 일하면서 커뮤니케이션 마찰을 줄여준 것 같아요. 쉽게 말해 아무거나 개발팀에 가져가서 구현해달라고 하지는 않는다는 말이예요. (웃음) 사회학 공부는 트렌드를 빨리 캐치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게 해줬던 것 같습니다. 아무튼, 이렇게 제가 거쳐온 것들이 자연스럽게 기획자의 길로 들어서게 해준 것 같습니다.
Q. “하고 싶은 걸 직접 한다.” 멋져요! 그럼 모바일 서비스 기획자로서 작년 한 해 국내 모바일 광고시장에서 가장 핫한 키워드는 무엇이었다고 생각하시나요?
다니엘 : ‘퍼포먼스 마케팅’ 아닐까 해요. 퍼포먼스 마케팅이란 온라인상에서 이루어지는 고객 행동들을 잘 파악해서 데이터로 쌓아 활용하는 마케팅 전략을 말하는데요, CPC(Cost Per Click)나 CPA(Cost Per Action) 같은 개념이 여기서 나왔습니다. 무차별적인 것이 아닌 자신의 프로덕트에 가장 가치 있는 타겟에 집중한다는 점에서 퍼포먼스마케팅의 가치가 높은 것 같아요. 저 같은 경우엔 CPA, CPS(Cost Per Sale) 관련 기술을 스마트포스팅에 맞게끔 기획했었어요.
Q. 그렇군요. 이제 진짜 모바일 온리 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네요. 두 분 혹시 요새 눈여겨 보는 앱이 있나요?
카일 : 둘 다 ‘풀러스’ 앱을 자주 사용합니다. 카쉐어링을 이용한 카풀앱인데, 아주 요긴하게 잘 사용하고 있죠. 출발지와 목적지를 입력하고 기다리면 근처에 있는 드라이버와 매칭되어 그 분이 절 태우고 회사까지 데려다줘요. 핵꿀입니다….!
다니엘 : 우버와 비슷한 듯 다른 것 같아요. 택시보다 훨씬 저렴하면서도 러시아워 때 대중교통을 타는 고통(?)을 줄여줘요. 101동에서 매칭을 시도하면 102동에 사는 드라이버가 답할 정도로 활성화되어있기도 하고요. 가끔 쿠폰도 주고….암튼 좋습니다.
Q. 저도 사용해볼래요! 근데 다니엘, 서비스 기획자라고 했을 때 정확히 어떤 것을 기획하는지 잘 감이 안 와요. 무엇을 기획하고, 어떤 업무들까지 범위가 미치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첫째는 사업 가능성에 대해 경쟁사를 파악하고 시장 조사를 하는 것이고 둘째는 설계와 개발 가이드 제작, 셋째는 만들어진 것에 대한 QA(Quality Assurance)와 사용자 조사를 통한 개선입니다. 세 번째의 경우, 앱 내부에서 위치를 바꿔본다든지 하며 끊임없이 서비스를 개선하고 확대해 나가는 일까지 모두 포함이죠.
제 업무 플로우를 설명하자면, 먼저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면 설계를 하기 전에 충분한 시장조사를 하고 가장 상위 레벨 목표부터 세우는 큰 그림을 그리게 됩니다. 그리고 설계 단계에서 스토리보드를 그리며 개발자가 이해하기 쉽게 문서를 정리합니다. 이 단계에서 디자인 AD(Art Director), 퍼블리셔와 협업하며 UI 등 유저 단에서 보이는 시각적 요소에 대한 방향을 설정해요. 만약 이 단계쯤 와서 기획 의도와 다른 방향으로 개발이 되고 있다면, 개선점을 제안하기도 하고 함께 대체 방법을 찾기도 해야합니다. 마지막으로 이런 단계를 거쳐 프로덕트가 완성되면 QA를 진행해요. 소스코드에 대한 핵심적인 QA는 개발팀에서 수행하고, 저는 기획 의도에 맞게 유저 페이지가 만들어졌는지를 중점 삼아 QA를 진행하죠. 출시 후에 사용자들의 행동을 분석해 UI(User Interface)와 UX(User Experience)가 개선될 수 있도록 계속해서 조언을 해주는 일도 잊지 않아야 합니다.
참고로 현업에서 사원급의 서비스 기획자는 자료수집을 통해 사이트를 어떻게 구현하겠다는 기획서를 만들어 올리고, 리더급의 서비스 기획자가 이게 될 사업인지 안 될 사업인지 판단하는 식으로 일을 합니다. 시니어는 그런 것을 판가름하는 눈이 있으니까요. 업무 정의를 내리면 거기에 대한 비중을 조절하는 것도 시니어 기획자급에서 이뤄지게 됩니다.
Q. 애드테크 서비스 기획자라. 멋져요. 근데 스마트포스팅도 애드테크 스타트업으로서 애로 사항이 있을 것 같은데, 있나요?
카일 : 시장 자체 규모는 1조 원 이상으로 추산되고 있어요. 앞으로도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거겠죠? 다만 산업 특성상 대행에 대행이 꼬리를 무는 구조가 많습니다. 그 과정에 대행사를 거쳐 들어온 광고는 아무래도….^^ 중간 단계가 많이 끼게 되면 수익적인 부분이 작아지는 것 같아요. 사실 이런 건 우리나라의 독특한 구조이기도 하죠.
Q. 다니엘, 그럼 신입 기획자는 실제로 몇 년 차 정도 되어야 신규 서비스를 기획해볼 수 있을까요?
다니엘 : 어떤 규모의 서비스냐에 따라서 다를 것 같아요. 소규모라면 1년 차도 충분히 해낼 수 있다고 봅니다. e커머스나 애드테크 같은 고도화된 플랫폼을 기획하는 일이라면, 최소 2년 동안은 그 서비스를 직접 경험해봐야 할 것 같아요. 서비스에 대한 이해를 마치고 나서 3년 차쯤 됐을 때 신규 서비스 기획을 하게 되지 않을까 합니다.
카일 : 3년 차 정도면 일반 직장의 대리급이잖아요. 회사에서도 이 정도 되면 실무자라고 보고요. 의사결정과 그 영향에 관한 판단은 미숙할지언정 새로운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Q. 그렇군요! 그렇다면 그렇게 디지털 프로덕트를 기획할 때 알아야 할 포인트가 있다면요?
다니엘 : 항상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사용자 가치(user value)입니다. 이는 유저의 사용성, UI/UX 등을 모두 포괄하는 개념이예요. 아무리 유용한 프로덕트를 만들어도, 유저가 사용법을 잘 몰라 그냥 앱을 닫게 되는 경우가 있다고 해요. ‘좋은 기획’이라고 불리려면 이런 일의 발생을 제로에 가깝게 만들어야 합니다.
Q. 그럼 스타트업의 기획과 일반 기업의 기획은 무슨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다니엘 : 소규모다 보니까 스타트업 기획자는 기획부터 QA도 하고 PM도 하고 PR도 하고….전반적으로 일을 다 해야 하는 것 같아요. (ㅠㅠ) 대기업은 같은 기획 직군 내에서도 상세하게 나뉘죠. 상품기획, 제품기획, 신규 서비스 기획 이렇게 한 가지 분야만 특정화된 업무를 하는 방식입니다. 이건 어떻게 보면 장점이기도 합니다. 본인이 커리어를 계속 개발해서 나중에 다른 분야에 도전해볼 수도 있으니 말이예요. 덧붙여 애드테크 분야에서 새로운 시도를 빨리 해볼 수 있다는 점도 스타트업만의 장점인 것 같아요.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임원들과 회의를 통해 사업 가능성을 판단하고 바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됩니다. 대기업보다 우수한 개발인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해 여러 가지 서비스를 내 볼 수 없다는 아쉬움은 여전하죠.
카일 : 업무 풀이 넓다는 사실은, 이 분야에서 커리어를 어떻게 쌓아갈 건지, 그리고 개인의 성향은 어떤지에 따라 잘 맞거나 그렇지 않거나 일 것 같습니다. 이건 개발이든 기획이든 마케팅이든 어떤 분야에서도 마찬가지일 것 같아요.
회사에서 여력이 된다면 개별 업무 담당자를 뽑으면 됩니다. 회사도 직원도 한 사람당 한 가지 일만 집중적으로 하는 환경을 바라니까요. 근데 대기업과 비교하면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잖아요? 그렇다고 ‘그럼 여러 일을 맡게 하는 회사가 별로냐?’ 묻는다면 매출도 잘 나오고 탄탄한 회사고요. 다시 말해, 업무의 역할이 개인이나 회사의 성과로 직결되는 건 아니라는 거예요. 그렇다 보니 스타트업에서는 본인의 성향, 그리고 회사와의 적합도가 정말 정말 매우! 중요한 것 같습니다.
Q. 그렇다면 이번엔 카일에게 개인적으로 묻고 싶어요. 스타트업의 일하는 방식에 관한 얘기예요. ‘나는 이 일을 하고 싶어 들어갔는데 회사가 내게 이 일도 주고 저 일도 주고 그 일도 줬다.’, ‘내가 웬만큼 잘 해내니 회사에선 그럼 이것도 해보겠냐면서 어떤 프로젝트까지 줬다.’ 이런 일이 스타트업에선 꽤 심심찮게 발생하는데요, 이런 과정 안에서 개인은 결국 성장할 것으로 생각하는 편이신가요?
카일 : 이 또한 성향 차이인 것 같습니다. 개발 직군으로 들어왔는데 회사에서 갑자기 마케팅을 시키는 예는 없죠? 그건 잘못된 겁니다. 기획자로 들어왔는데 영업을 시킨다? 마찬가지로 잘못된 걸 거예요. 다만 기획자로 일하면서 PL이나 PM까지 되려면, 기획이라는 전체 일의 세세한 부분까지 다 알고 컨트롤 할 줄 알아야 하는 상황이 결국 오게 될겁니다. ‘나는 PM만 해봐서 PL 쪽에서 하는 QA 같은 건 몰라. 그리고 몰라도 돼.’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예요. 특히 IT, 그중에서도 스타트업에서는 말이죠. 만약 PL에서 하는 QA 업무를 내가 좀 잘한다? 그건 그냥 특장점이 되는 식이죠.
그 역할을 맡아 볼 의향이 있다면 그 안에 포함된 다른 일들도 모두 서포트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 본인이 그런 것을 감당할 수 없다면 그쪽으로는 가지 않는 게 맞고요. 아 근데 이건 회사마다 다른 점도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스타트업을 지원하기 전에, 그 업무가 어느 부분까지 미치고 본인이 얼마만큼 감당해야 하는 자리인지 잘 알고 시작했으면 좋겠어요. 스타트업 채용에서 회사-입사자 서로 핏이 맞는지가 참 중요한데요, 사실 회사 보다 개인의 관점에서 훨씬 더 중요합니다.
Q. 다니엘, 일할 때나 평소에 참고하시는 책이나 소셜 커뮤니티가 있다면 공유해주세요!
다니엘 : 먼저 crunchbse 라는 해외 사이트를 알려드리고 싶은데 여길 보면 전 세계 스타트업 현황 및 투자 정보를 모두 알 수 있어서 자주 보고 있어요. 또 『Do it! 웹 사이트 기획 입문』이라는 책도 좋아요. 부제가 ‘어제도 화면 정의서를 쓴 12년 차 선배의 일대일 과외 수업!’인데요, 12년 차 웹 기획자의 짬이 느껴지는 책이라 주변에 맨날 추천하고 다녀요.
Q. 끝으로 궁금했던 것, 스타트업 기획자는 개발 지식이 있어야 할까요?
다니엘 : 개인적으로 기획자가 많은 개발지식을 갖출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다만, 커뮤니케이션을 원활하게 하려면 어느 정도 기초적인 상식이나 개발 지식은 있어야겠죠? 깊게 알 필요는 없고요, 개발 개념 정도만 알고 있으면 소통이 편해지지 않을까 합니다.
카일 : 이런 것 같아요. 예를 들어 볼게요. 친구와 커피를 마시러 갔는데 제가 두 사람 메뉴를 카운터에 가서 주문해오기로 했어요. 라떼, 모카, 아메리카노, 프라푸치노. 메뉴가 참 다양하잖아요? 여기서, 친구가 말한 메뉴를 라떼면 라떼 아메리카노면 아메리카노라고 정확하게 알아들어야 해요. 어떤 원두가 맛있고 어떤 휘핑이 신선한지까지는 저는 알 필요 없죠. 마찬가지로 개발자가 프로젝트 논의 중 어떤 말을 했을 때, 기획자가 최소 개념은 아는 상태에서 그 얘길 들어야 합니다. 그런 건 업무 능력이 쌓이고 본인이 관심 있다 보면 스스로 공부하고 알게 되지 않을까 해요. 또 좋은 개발자들을 많이 만나다 보면 그런 능력이 쑥쑥 자랄 것이고요.
Q. 정말 진짜 마지막으로! 뛰어난 기획자로 일하려면 어떤 역량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다니엘 :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기획자는 디자이너, 퍼블리셔, 개발자와 팀을 이뤄 시각적인 요소에서의 방향성을 주도적으로 잡아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상호 동기화’가 될 수 있도록 제 머릿속에 있는 것을 자세히 말씀드려요. 예를 들면 ‘개발하는 소스코드는 이걸 사용해 달라.’고 하는 등 최대한 정확하게 말이죠. 커뮤니케이션을 수시로 하면서 일 진행 상황도 체크 하고 팀원들끼리 격려 차원의 티타임도 많이 가지려 하는 편입니다.
아, 한 가지만 더 말씀드리자면 스타트업 기획자는 트렌드에 민감해야 합니다! 경쟁사보다 더 빠르게 트렌드를 캐치하고 기획해서 상업적인 결과물을 시장에 내놓을 줄 알아야 하니까요.
‘서비스 기획’했을 때 막연히 떠오르는 UX, UI 등은 사실 서비스 기획자의 무수한 업무 중 하나의 키워드에 지나지 않는다.
작게는 서비스 구석구석이 오류 없이 재생되고 있는지 체크하는 모니터링, 배너애드의 텍스트를 고치는 일부터 QA는 어떤 주기로 어떤 방법론에 따라 수행할 것인지, 운영 업무는 어떤 부분을 누구에게 담당시킬지 등 광범위하면서도 세밀한 의사결정들이 모두 서비스기획자로서 커버해야 하는 영역이다.
또 개발이나 마케팅, 디자인 부서와 끊임없이 일의 우선순위를 살펴 가며 협업해야 하므로 보통 꼼꼼하지 않으면 하기 힘든 일이다.
서비스 기획자가 되어 프로젝트 하나를 맡기까지도 엄청난 시간과 스스로 노력이 필요하다. ‘신규 서비스를 기획해 짠하고 세상에 내놓는 것’만을 기획자의 일로 생각해왔다면 오산이다. 현실에서는 그보다 훨씬 바쁘고 재미없는, 반복적인 일이 주가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아이디어 뱅크보단 타 부서와의 커뮤니케이션에 능한 사람이 더 ‘서비스 기획자’ 적인 사람이다.
왠지 멋져 보이기만 했던 일은 현실이 되었을 때 완전히 달라진다. 서비스 기획자를 꿈꾸고 있다면, 서비스 바깥에서의 시선은 이만 거두고 한번 진지하게 고민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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