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은 집단이 아니다. 바로 옆에 있는 한 사람이다.”
“5분에서 10분 동안 고객의 주의와 관심을 독점할 기회다. 얼굴을 보지 않고, 귀에다 잊을 수 없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소셜미디어보다 전화 상담에 더 신경 쓰는 이유다. 아마존이 12억 달러로 인수한 자포스에 관한 이야기다. 자포스는 너무 흔히 볼 수 있는 신발 인터넷쇼핑몰이다. 아마존은 고작 신발 파는 온라인쇼핑몰을 엄청난 자금을 투입하여 인수했다. 아마존 CEO 베프 베조스는 ‘자포스의 기업문화를 아마존에 이식하고 싶다.’고 인수배경을 설명한다.
최고의 발상과 결정은 고객과 가장 가까이 있는 곳에서 온다. 대부분 기업은 상품을 만들거나 판매하는 것을 핵심사업이라 생각한다. 콜센터는 부가적인 것이거나 필요악 정도로 생각한다. 하지만 자포스는 콘택트센터(콜센터)야말로 가장 효과적인 마케팅 방법이며, 이것이 상상 이상의 부가가치를 만들어낸다고 믿었다. 최고의 브랜드 구축 도구로 ‘소셜미디어’보다 ‘전화 상담’을 꼽았다. 5분에서 10분 동안 고객의 주의와 관심을 독점하고, 대면하지 않고 고객 귀에다 잊을 수 없는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고객이 찾는 제품이 자포스에 없는 경우 콘택트센터팀은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빠르게 검색한다. 그리고 그 경쟁 사이트를 고객에게 알려준다. 일반 회사에서는 징계받을 일이다. 자포스에서는 칭찬을 받는다. 자포스가 꼭 팔고 싶은 것은 ‘고객의 감동체험’이다.
고객들은 이런 자포스 고객 철학 때문에 기대보다 훨씬 더 좋은 서비스를 받는다. 자포스의 재구매율이 75%에 달하는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자포스의 홈페이지 좌측 상단에는 큼지막하게 전화번호가 있다. 고객은 쉽게 전화번호를 찾을 수 있다. 감정적 커뮤니케이션만이 고객을 감동시킨다. 1,500명 중 400명이 콘택트센터 직원이다. 상담원이다. 모든 부서가 서비스부서이고, 콘택트센터 직원이어야 하고, ‘최고제품선택 도우미’ 여야 한다고 자포스 CEO 토니쉐이는 말한다. 크리스마스에는 토니쉐이도 상담전화를 받는다. 자포스는 고객 각자에게 맞는 감동을 제공한다. 고객이 ‘와우’하는 감탄사를 외치게 한다. 이것이 자포스의 첫 번째 핵심가치다.
일반적으로 귀찮고 힘들다는 이유로 전화전호는 홈페이지 맨 끝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숨겨져 있다. 어떤 곳은 아예 없다.
전화번호가 있고 없고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고객을 대하는 진정성 있는 철학이 있는지 없는지가 사업의 성패를 결정한다. 사업은 고객을 만족시키지 않으면 성립할 수 없다.
블로그나 카페를 처음 운영할 때는 회원 한 사람이 남긴 글에도 정성을 다해 답변한다. 아침에 일어나면 바로 컴퓨터를 켜서 질문에 답하고, 도움이 되는 자료를 올리고, 새로 가입한 사람과 인사하고 대화하며 진정으로 고맙게 다가간다. 회원 한 사람 한 사람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하고 필요한 것을 채워주려 노력한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고객대응을 시스템으로 대체하려고 시도한다. 이 시점에서 생각할 것이 있다. 아무리 세련되고 고객 친화적 시스템이라도 사람의 손길을 따라오지 못한다. 결국 운영자가 한 사람 한 사람의 수많은 질문에 적절한 답을 찾아 피드백해주어야 한다. 이런 고단한 과정이 있어야 회원들이 적극 참여하는 블로그나 카페가 된다.
스타트업을 창업할 때도 고객 한 사람에게 진심으로 정성을 쏟는다. 하지만 런칭 이후 하루하루 정신없이 일에 치이다 보면 고객을 한 사람으로 보지 못하고 집단으로 보기 시작한다. 고객은 집단이 아니다. 집단으로 보는 순간 인간분류군의 대표특징으로 접근한다. 사랑하는 연인을 기능에 따라 분류한 노트북처럼 다루듯 하면 안 된다.
아직도 산업화시대처럼 거대 기계장치를 설치하고 대량 생산으로 원가를 낮추면 승리할 수 있다고 오판하는 분들이 가끔 있다. 이분들은 시장규모를 펼쳐놓고, 여기서 단 1%만 차지하면 된다고 강조한다. 1이라는 작은 숫자에 현혹되어 자신만만하게 말한다. 1%의 인구가 걸려들 것이라고 생각하며, 표준화된 제품을 대량으로 뿌린다. 이런 흐름은 90년대까지는 가끔씩 가능했다. 지금은 얼토당토않은 소리다.
스타트업에게 목표 시장은 두 가지다. 첫째 경쟁자가 없는 시장이고, 둘째 특정한 사람들이 모여 있는 작은 규모 시장이다. 스타트업 시작은 무조건 작은 시장이어야 한다. 제품이나 서비스영역이 큰 시장이거나 시장이 무궁무진하다면 일단 멈추어라. 다시 미세한 작은 시장을 찾든지 또는 시장을 미세하게 쪼개어 접근해야 한다. 작아야 고객 한 명에 맞는 고객 맞춤화가 가능하다. 처음부터 큰 시장이면 고객 맞춤화가 어렵다.
대부분 스타트업들은 핫한 트렌드를 반영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광고를 잘하면 성공할 거라 착각한다. 광고를 통해 갑자기 트래픽이 늘 수 있다. 회원이 늘어났더라도 회원들 각자에 대해 미세하고 적절한 대응이나 답변을 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회원 수는 별 실익이 없는 헛수가 된다. 회원각자에 대해 반응하지 못할 것 같으면 돈과 시간을 투자해가며 이벤트나 광고는 하지 않는 것이 더 낫다.
회원수라는 전체 숫자에만 매몰되면 그 커뮤니티는 두루뭉술해진다. ‘그 많은 사람을 어떻게 일일이 대응할 수 있나?’ ‘그럴 시간에 더 가치 있는 일을 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는 스타트업들이 있다. 물론 모든 회원을 다 상대하지 못할 수 있다. 하지만 고객 한 사람 한 사람보다 더 가치 있는 것은 없다. 한명을 감동시켜야 6명에 전파된다. 이런 일련의 노력이 쌓이고 쌓여야 세상이 거부하지 못하는 비즈니스가 된다.
한 사람에게 집중하고, 눈물 나는 감동을 주어야 한다.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것은 비판도, 직설도, 팩트에 근거한 과학적 분석도 아니다. 인간을 움직이는 것은 오로지 감동뿐이다. 감동은 한 사람에 맞춤화(customizing)된 관심에서 생긴다. 고객이 진정으로 성장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크고 화려한 계획은 멋있어 보인다. 하지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미세하고 아주 사소한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어떤 스타트업은 아예 친절을 베풀지 않는다. 공평함이라는 가치를 내세운다. 모두에게 친절하지 못하면서, 일부에게만 친절한 것은 오히려 악수가 될 수 있다. 부분적으로 동의한다.
당신의 비즈니스가 어떤 종류이든 잘 성장하면 세상에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은 분명하다. 성장한다는 것은 좋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힘들고 막막하겠지만 당신은 고객 모두에게 미세하고 친절하게 대응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이것이 위대한 스타트업이 되는 유일한 길이다.
역 트렌드를 간파하라
트렌드를 유심히 관찰해야 한다. 트렌드를 쫓아가라는 의미가 아니다. 트렌드에서 벗어난 영역을 간파하기 위해서다. 트렌드 옆에는 그 트렌드에 역행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항상 존재한다. 그들이 속한 작은 시장을 공략해 성공해야 한다. 성공하면 트렌드의 중심에 있던 고객도 당신이 추구하는 역 트렌드로 넘어올 수 있다. 그리고 진짜 거대하고 트렌디한 시장으로 넘어가서 경쟁력 있게 한판 붙을 수 있다.
초 연결시대다. 연결되고 싶은 것은 인간의 본능이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유튜브, 카카오톡이 거대하게 성장한 이유는 연결되고 싶은 인간의 욕구를 간파하고, 세련된 실행방법을 구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결되고 싶지 않다고 외치는 사람들도 있다. ‘더 라이트 폰 (The Light Phone)’이라는 전화기는 통화만 가능하다. 문자와 인터넷과 이메일 기능은 당연히 없다. 크기는 신용카드 정도다. 전화번호는 9개만 저장된다. 초 연결시대 트렌드의 반대다. 최근 킥스타터에서 크라우드펀딩으로 5억 원가량의 투자를 이끌어냈다. 연결되고 싶지 않은 사람들도 많이 존재한다.
필름 카메라의 강자였던 코닥을 패러디한 ‘구닥’이라는 앱이 2017년 여름에 가장 인기 있었다. 옛날 필름카메라를 지향했다. 24장을 찍고 나면 최소 1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촬영한 사진을 바로 볼 수 없고, 사진관에 현상을 맡기듯 사흘을 기다려야 한다. 사진 보정도 할 수 없다. 한마디로 디지털카메라의 장점이었던 마음껏 찍고, 수정하고, 버리는 기능을 없앴다. 쉽고, 편안함이라는 트렌드 옆에는 어렵고 불편한 것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다.
세상에는 다양한 욕구가 있다. 스타트업은 우선 특이한 몇몇이 좋아하는 제품을 만들어 그들을 감동시키는 것이 먼저다. 처음부터 거대한 시장에 덤비는 것은 아마추어 같은 전략이고, 헛바람이다. 세분화, 미세화, 구체화, 커스터마이징, 고객화, 모두 하나의 의미다. 각 사람의 특징을 관찰하여 그에 맞춤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하나의 사건, 제품, 상황도 미세하게 잘게 쪼개어 접근하라는 의미다. 소외되고 불만 있는 작은 집단들은 항상 있다. 그들의 불편한 문제를 속 시원히 해결하는 솔루션을 만들어라. 그들이 당신 스타트업 광팬이 된다. 당신 기업의 선한 행위와 태도를 SNS로 퍼뜨릴 확률이 높다. 옆에 있는 까탈스러운 한 사람을 감동시켜 눈물을 흘리게 하는 것이 최고의 마케팅전략이다.
제품보다 고객의 행동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어렵고 화려한 마케팅 전술, 대규모 투자유치, 제휴, 고뇌에 찬 의사결정 같은 것이 사업의 승패를 좌우한다고 생각한다. 비즈니스에서 큰일은 단지 몇 번밖에 일어나지 않는다. 대부분은 일상적인 일을 하게 된다. 일상적인 일에서 승리해야 사업에서도 승리한다. 일상에서 핵심적인 일은 고객 한 사람 한 사람을 미세하게 대응하는 것이다. 진심으로 고객이 성장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고객이 보내온 이메일에 대해 빠른 시간 안에 정성을 다해 답해야 하고, 주변 동료와 협업하는 과정에서도 진정성 있게 최선을 다해야 하고, 만나는 사람들에게 정성을 다해 긍정 기운을 불어넣어야 하고, 영 불편하고 기분도 나쁘겠지만 회사에 대한 입바른 소리도 경청하는 것이 일상을 이기는 것이다. 또한 고객의 생각을 정교하게 간파하는 것뿐만 아니라 고객이 상상도 못했던 것을 제시하기도 해야 한다. 고객은 예상치 못했던 것을 받으면 아이처럼 좋아한다.
유통채널은 점점 다양해지고, 경쟁은 더욱 치열하고, 소비자는 무척 까다롭다. 세상에서 가장 설득력 있고 진실에 가장 빨리 다가가는 방법은 어려운 용어를 사용하며 겉만 번지르르한 메시지가 아니라, 오직 진정성을 가지고 사람을 대하는 것이다.
고객을 그냥 ‘고객’이라 부르기에는 너무 가볍다. 고객의 이름을 불러야 한다. 아니 이름에 각기 다른 형용사를 붙여 불러야 한다. ‘고객’이 아니고, ‘김갑수’도 아니고, ‘생각 깊은 김갑수’ 라 불러야 한다.
[정강민의 스타트업이 품어야 할 명언] 시리즈
(3) 우수한 품질과 독특함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2) 지원자가 당신 회사에 들어와야 하는 이유
(1) 뱀파이어 회의를 엔돌핀 회의로 바꾸고 싶을 때
정강민 소개
- 미세영역연구소 대표
- 재능공작소 크레버 코치: 창업, 기업가 정신, 재무, 회계, 펀딩, IPO, 책쓰기 코치
- 한국디자인씽킹연구소 감사
- 다수 스타트업 코치
저서
- <스타트업에 미쳐라> (부제 : 탁월함보다 진정성이다)
- <혼란스러움을 간직하는 방법> (부제 : 퇴사, 그 흔들림 속에서)
[fbcomments url=”http://www.mobiinside.com/kr/2017/12/28/jkm-retention-reparchase/” width=”100%” count=”off” num=”5″ countmsg=”wonderful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