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TER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
책상에 처음 앉았습니다. 심호흡을 하고 회사의 많은 자료를 처음 대합니다. 회사에 비전과 구체적인 실행 방안이 정의되어 있다면 그것부터 생각해 보아야겠지만 아직 그것이 없다면 당장의 계획을 먼저 보는 게 순서일 겁니다. 하지만 그마저도 문서로 정의되어 있지 않다면 기획자는 회사의 실체를 어떻게 파악할 수 있을까요?
“회사의 팩트를 보는 가장 정확한 방법은 숫자를 보는 것입니다.”
이런 이야기는 이미 수도 없이 들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제부터 이야기하는 내용은 제가 처음에 기획 일을 시작하면서 배운 그대로의 디테일과 이면입니다. 전략 기획이건 경영 기획이건 상품 기획이건 마케팅 기획이건 출발은 현재 방금 지나간 시간에 발생한 실적의 흐름입니다. 말만 떠도는 회사에서 실체를 가지고 이야기하느냐는 굉장히 중요한 기술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이익이 어디서 어떻게 나는가를 아는 것은 핵심입니다. 이익이 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손익계산서(Income Statement)에 있는 계정 하나하나의 증감이 모두 이익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무엇 때문에 이익이 나고 있는지 아는 게 어려울뿐더러 여러 개의 계정을 더해야만 스토리를 알 수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늘 재고의 부담을 안고 있는 제조업이나 유통업은 재고로 파생되는 숫자의 변화가 너무 다양하기에 반드시 이익이 실현되는 원인을 파악해야 합니다. 애널리스트들이 기본으로 하는 것이자 많은 관리 회계와 경영 기획이 주 업으로 삼는 일이기도 합니다.
1. 모든 이익이 영업 활동의 산물은 아니다
처음 손익계산서를 마주하면서 배운 것은 이익의 흐름부터 읽는 것이었습니다. 이익이 시계열로 어떻게 변해 가는지 회사의 시작부터 지금까지, 사업의 시작부터 지금까지의 숫자의 나열과 흐름. 그것이 일어나게 된 히스토리를 아는 것이었습니다. 그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이익이 만들어지는 계기에 대한 설명이었습니다.
– 신제품의 매출 증가가 이익을 가져오는 경우 : BEST
– 이월 제품의 매출 증가가 이익을 가져오는 경우 : NOT BAD
– 매출 증가가 아닌데 원가의 절감으로 이익을 가져오는 경우 : Hmmm
– 판매 관리비의 절감으로 이익을 가져오는 경우 :???!
그냥 손익계산서의 나열에 불과한 이 설명은 사업의 손익 분석에 주요 줄기에 해당되는 내용입니다. 각각의 추세가 어떻게 변해가고 있는지 각 프레임을 생각하면서 보는 게 중요했습니다. 각각에 해당하는 계정들의 매출 대비 비중의 증감과 각각의 증감률은 긴 시간으로 본다면 지금 사업이 어떤 위치에 있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시점을 잘 타고 있는 지를 알 수 있습니다. 우리 회사 자료 외에 산업군 평균적 동향과 같은 자료가 있다면 비교해서 보는 것도 좋습니다.
2. 정상적인 매출이 증가하는 것은 정석이다
가장 좋은 경우는 신제품, 신사업의 매출 증가가 이익으로 이어지는 것입니다. 매출과 이익을 각 콘텐츠 단위로 분석할 수 있다면 그것도 좋고 적어도 연간, 월간 생산한 제품을 일정 단위로 구분해도 좋습니다. 정상적인 가격에 상품이 많이 팔린다는 것은 제품의 가성비가 가장 적절하다고 소비자에게 인정받는 것을 말합니다. 예상 가능한 신상품의 매출은 예상 가능한 원가 회수와 이익 구조를 만들어 줍니다. 사업의 현금 회수와 차기 생산이 원활하게 돌아가는 것은 물론입니다.
제조업의 기준에서 말씀드렸지만 서비스업의 개발과 운영도 자금의 흐름에선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재무적으로 상품의 출시와 정상 가격과 할인 가격으로 구분해서 분석을 할 수 없는 환경이라면 나누어서 어떻게 팔리고 있는지를 먼저 구분하는 것이 첫째입니다. 우리의 혁신이 인정받고 있는 지를 알 수 있는 부분입니다.
위 [표 1]은 설명의 편의상 감가상각비용은 제외했습니다. 표를 보면 제품 1이 제품 2에 비해 매출이 크고 매출 증가액도 높지만 제품 2에 비해 기간의 매출 총이익률이 낮아진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할인을 통한 매출의 비중이 증가했고 할인율 자체도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제품 2가 비교적 안정적인 이익을 1기와 2기에 걸쳐 올리고 있는 반면 제품 1은 2기에 이르러서는 1기와는 다른 가격 정책으로 인해 수익 구조가 달라지게 되었습니다.
3. 들인 돈을 생각해 봐야 한다
신제품이 정상적인 가격으로 잘 나가도 생각해 볼 게 있습니다. 투하자본 대비 얼마나 벌어들이고 있느냐는 것이죠. 물론 이제 걸음마 뗀 사람에게 뛰는 걸 강요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일을 착수할 때는 투자회수기간(Payback Period = 프로젝트 투자액 / 기간 현금흐름 (또는 기간 이익))을 생각합니다. 계획과 실제가 어떤 차이를 왜 보이고 있는지는 알고 있어야 합니다. 물론 투자 회수기간을 생각한다는 게 화폐의 시간적 가치나 투자 회수 기간 이후에 발생하는 더 큰 이익은 생각하지 않는다는 단점은 있습니다. 하지만 아래의 경우라면 어떨까요?
[표 2]는 총자본 이익률 (ROTC : Rate of Return On Total Capital = (순이익+순이자비용) / 총자본)의 변화를 정상가 판매와 할인가 판매 상품으로 나눠 설명하는 예입니다. 3개월에 걸쳐 어떻게 재무 상황이 변하고 있는지 나타나 있습니다. 이 회사는 3월부터 5월까지 3개월에 걸쳐 지속적으로 순이익+순이자비용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특히 정상 가격으로 판매한 상품에서 뚜렷한 증가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런 케이스도 긍정적으로 봐야만 할까요?
들인 돈에 해당하는 총자본의 증가 폭을 보면 좋은 평가를 내리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3개월에 걸쳐 신제품에 막대한 돈을 지불했습니다. (3월 150에서 5월 380으로) 들인 돈에 비해 그만한 이익을 거두지 못한 것은 생산 시점과 판매 시점의 길이 차이에 기인할 수도 있고 순전히 안 팔려서 그런 것일 수 있습니다. 안 팔린 문제라면 제조업에서는 재고를 양산하는 거대한 수레바퀴의 시작을 진행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재고가 늘어나면 어떻게 대응할까요? 보통은 아래와 같이 단기적 해결책을 찾습니다.
4. 재고를 통한 이익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계속 [표 1]을 생각해 봅시다. 만약 이 회사에서 제품 1의 생산량이 지나치게 많아 제품 2에 비해 남은 재고가 너무 많아 어쩔 수 없이 이런 가격 할인 정책을 썼다고 생각해봅시다. 원인은 제품 1의 가격 책정의 문제나 콘텐츠 자체의 상품성 부족, 비효율적인 유통망 운영, 수요예측의 실패, 방만한 SCM 철학 등 모르겠으나 결과적으로 단기간에 재고를 줄여 현금 흐름을 좋게 해보려는 시도는 장기적으로 좋지 않은 영향을 주게 됩니다. 재무제표에만 보면 총자본 이익률 (ROTC : Rate of Return On Total Capital = (순이익+순이자비용) / 총자본)이 좋아진 것처럼 보이고 먼저 잡힌 감가상각비용이 회수되면서 성공적인 운영을 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재무제표에는 보이지 않는 쓰나미가 기다리고 있을 수 있습니다.
– 고객이 할인 정책을 학습해버려 정상 가격에 대한 수익 구조를 재설계해야 함
– 재고 판매를 위해 신상품보다는 재고를 주력으로 판매하는 영업망의 프로모션 진행
– 할인 상품으로 인한 신상품의 가격 경쟁력 약화로 인한 연속적인 이월 재고화
물론 중간관리자가 단기간에 성과를 증명해야 하는 경영 상황에서 단기간의 이익보다 더 큰 명제는 없겠지만, 다음 또 그다음 관리자는 돌리고 돌린 폭탄을 언젠가 맞게 되고 피해는 투자자와 직원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됩니다. 기획자의 업무 영역에 재무제표를 평가하는 손익에 대한 관리가 있다면 재무제표 이면에 있는 시장 상황과 정책을 계속 현장에서 확인해야 합니다. 특히 이미 재고가 많아 감가상각이 미리 많이 잡힌 제품에 대해 판매를 통한 감가상각의 회수는 크기가 클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관리적으로는 재무 상태가 나아진 것으로 보이나 고객에게는 그만큼의 브랜드 가치가 증대되었다 보기 어렵습니다.
5. 판매관리비의 효과는 당장 드러나지 않는다
이익을 추가로 얻기 위해 잘 하는 것 중 하나가 판매 관리비(selling and administrative expenses)를 줄이는 것입니다. 판매 관리비는 크게 장기간에 걸쳐 줄거나 늘거나가 가능한 매우 구조적인 비용입니다. 흔히 생각하는 단기간에 이익을 위해 무리하며 짜내는 성격의 예산이 아닙니다. 기업마다 항목은 다르지만 판매관리비는 주로 아래와 같은 성격의 비용들입니다.
– 직원들의 인건비 : 사람을 당장 자르면 일은 누가 하고?
– 판매와 관리를 위한 공간 사용 및 관리에 대한 비용(사무실, 매장, 창고 등) : 모든 것이 기간이 걸린 계약 관계
– 빌려서 쓰는 수수료 비용 : 필요에 의해 쓰는 게 많고 대부분이 역시 기간이 걸린 계약 관계
– 일회/연속 성격으로 지출하는 광고비 : 당장 손대기 쉬우나 뚜렷한 고객 접점이 없는 데서 이걸 건드리면…
– 기타 자질구레한 모든 비용들 : 줄여봤자 너무 작다
판매 관리비는 일의 프로세스 상 발생하는 비용이므로 프로세스 전체를 다시 바꾸는 것 (=사업 모델 수정)을 하지 않고서 일부만 줄이고 프로세스를 줄여서는 될 일이 아닙니다. 이것은 상상을 초월하는 변화를 수반하죠. 판매 관리비가 줄이기 만만해 보여도 쉽게 건드려서는 안 될 이유입니다. 무리한 판매관리비의 감소는 정상적인 영업 활동에 지장을 주며 당장에는 드러나지 않지만 [브랜드가 망가지는 9단계]처럼 서서히 회사를 추락시키는 방아쇠가 됩니다. 잘못된 판매 관리비 ‘구조’는 중장기적으로 계약 관계를 고려하면서 하나씩 차근차근 바꿔 나가는 게 가장 좋습니다. 반대로 매 기간마다 실험적인 활동을 위한 일정 예산을 남겨두어야 함도 필요합니다. (R&D, 마케팅 비용 등)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 신제품의 매출 증가가 이익을 가져오는 경우 : BEST : 계속되는 혁신의 성과, but ROTC or PP
– 이월 제품의 매출 증가가 이익을 가져오는 경우 : NOT BAD : 재무적인 임시방편, 그다음 플랜은?
– 매출 증가가 아닌데 원가의 절감으로 이익을 가져오는 경우 : Hmmm : 품질은… 포지셔닝은…
– 판매 관리비의 절감으로 이익을 가져오는 경우 :???! : 중장기적으로 지켜봅시다!
원가 절감에 의한 이익 창출을 아직 살펴보지 않았습니다. 이 부분은 앞서 보았던 케이스보다 보다 복잡한 문제입니다. 다음 아티클에서 이 부분만 다뤄볼 건데 핵심은 ‘어떻게 숫자를 통해 팩트체크할 것인가‘입니다. 대부분 중간관리자들은 팩트를 말하지 않습니다. 기대사항을 말하죠. 그래서 더욱 기획자는 팩트를 알고 있어야 합니다. 회사에서 그런 걸 보고 이야기할 수 있는 역할은 사실 기획자 외엔 드물기 때문입니다. (물론 기획도 어떤 기획이냐에 대한 문제지만… 경영기획, 사업기획, 전략기획, 마케팅 기획 등이 이에 해당됩니다.) 더 세부적인 KPI를 가지고 주장하는 바와 실체의 차이를 보도록 하겠습니다.
[흔한 전략기획의 브랜딩 지키기] 시리즈
– 육아휴직 못하는 아동용품 회사
– 일도 안되고 평가도 안되는 회사
– ‘관리’가 생기는 불필요한 이유
[fbcomments url=”http://www.mobiinside.com/kr/2017/12/27/peter-count/” width=”100%” count=”off” num=”5″ countmsg=”wonderful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