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를 그리다 팀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기업을 비롯한 Rank-driven Organization에서는 시키는 일을 눈치 빠르게 질문하지 않고 잘 해내는 사람을 필요로 한다. 그래서 말을 잘 듣고 똑똑한 사람, 즉 성적이 좋은 사람들을 상위 몇 등까지 잘라서 뽑는다. 반면 각 역할의 전문성이 중요한 Role-driven Organization을 지향하는 실리콘밸리의 기업들은 각 포지션에 세계 최고의 전문가를 고용하기 원한다. 최고의 CEO, 최고의 디자이너, 최고의 시니어 엔지니어, 최고의 주니어 엔지니어, 최고의 인턴에 이르기까지 세계인을 대상으로 각 자리에 딱 맞는 사람을 찾아야 한다. (Rank-driven과 Role-driven Organization에 대해서는 6. “갑”이 없는 조직 참고).
대학을 갓 졸업한 엔지니어들도 한 사람 한 사람 잘 하는 것이 다르고 일하는 스타일이 다르다. 그들 중 포지션에 딱 맞는 사람을 찾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한 사람의 인재를 찾기 위한 과정은 수개월에서 수년까지 걸리며 리쿠르터에서 면접관들까지 수많은 인력이 투입된다.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인재 선발은 대부분 서류 심사 (Application Screen) → 전화 면접 (Technical Phone Screen) → 초청 면접 (On-site Interview) → 오퍼 레터 (Offer Letter)의 단계를 거친다.
회사들과의 첫 만남
회사 면접 과정에서 가장 처음 만나게 되는 사람은 리쿠르터(Recruiter)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헤드헌터로 알려진 이 리쿠르터들은 주로 계약직(contractor)의 형태로 회사에 고용된다. 그들의 임무는, 일자리가 생기면 다양한 방법을 통해 그 포지션에 맞는 후보자들을 직접 찾아 연락해서 면접을 볼 수 있게 해 주고, 후보자들이 최종 합격을 해서 오퍼레터에 사인을 하면 그 수당으로 보너스를 받는다.
자신이 찾은 지원자가 포지션에 얼마나 적합한지 꼼꼼히 서류 심사를 한 뒤 승산이 있다고 생각되면, 리쿠르터들은 이 지원자들이 합격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 면접을 더 잘 볼 수 있도록 돕고 회사가 지원자에게 좋은 조건을 제시하도록 설득한다. 그들이 가장 바라는 것은 지원자가 면접을 잘 봐서 만족할 만한 오퍼레터를 이끌어내고 최종 사인을 하는 것이다.
회사들이 인재를 찾고, 인재들이 회사를 찾는 방법은 크게 네 가지 방법이 있다.
1. 서류 지원 (Application)
미국의 회사들은 대부분 수시채용 하므로 언제나 지원할 수 있다. 다만 대부분의 IT 기업들은 한 번 떨어지면 1년 내 재지원을 받지 않기 때문에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작은 회사의 경우에는 다를 수 있지만 구글, 페이스북, 에어비앤비 등의 큰 회사들은 하루에 수십만 통의 이력서가 도착한다. 서류 지원을 통해서 전화 면접의 기회를 얻을 확률은 극히 낮다. 가장 확률이 낮지만 모든 사람에게 열려있는 옵션이라고 할 수 있다.
2. 캠퍼스 리쿠르팅 (Campus Recruiting)
우리나라의 경우처럼 이곳의 많은 기업도 연중 정기적으로 1~2번 정도 열리는 캠퍼스 리쿠르팅에 참여하기 위해 관심 있는 대학교들을 방문한다. 캠퍼스 리쿠르팅은 서류 지원보다 훨씬 쉽게 전화 면접으로 연결된다.
학교로 리쿠르팅을 오는 사람들은 좋은 학교의 인재를 ‘뽑으러’ 온다. 그래서 기본적으로 열린 마음으로 지원자들을 만난다. 또한 면접관들이 나와 같은 학교를 졸업한 선배들(Alumni)인 경우가 많다. 공통점이 많으니 훨씬 수월하게 Ice Breaking도 할 수 있으며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면접을 볼 수 있다. 잘 어필해서 좋은 기회를 얻으면 전화 면접 대신 캠퍼스 면접(On-campus Interview)을 볼 수 있다. On-campus 면접의 경우 잘 보면 한방에 본사에 초대되어 On-site로 갈 수 있다. 가난한 유학생일 때는 비행기와 렌터카, 숙소, 식사 등을 제공하는 면접이 즐거운 여행의 기회가 되기도 한다. 또 세계적으로 유명한 회사의 본사에 들어가서 면접을 받는 것이 설레는 일이기도 하다. 물론 몇 번 해보면 너무 힘들어서 다시는 하기 싫은 경험이 되지만 말이다.
학교의 취업지원팀도 레쥬메 작성법, 면접 복장, 나눠야 할 대화 내용, 면접 실전 연습 등 다양한 교육을 제공해서 큰 도움이 된다. 내가 재학한 프로그램의 경우 학과에서 케이터링을 통해 식사를 제공하면서, 외부에서 리쿠르팅을 하러 학교를 방문한 면접관들과 Interview over Meals의 기회를 제공해 주기도 하였다. 그리고 친구들끼리 실전과 같은 연습 인터뷰인 Mock-interview도 많이 한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
3. 링크드인 검색 (LinkedIn Search)
프로페셔널 소셜 네트워크인 링크드인은 이력서와 유사한 프로필을 올릴 수 있는 소셜 네트워크다.
이미 현직에서 일하고 있거나 인턴쉽 경험이 있거나 석사 이상의 전문성을 갖춘 학생들에게는 리쿠르터 (Recruiter)들이 링크드인 검색을 통해 포지션에 맞는 사람을 찾아서 메시지를 보낸다. 이러한 경우에는 전화 면접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게다가 링크드인 프로필만 잘 써 놓으면 아무것도 안 해도 여러 회사에서 계속 연락을 해 온다. 학교를 벗어나면 링크드인 프로필 점검은 필수적이다.
4. 직원들의 추천 (Referral)
실리콘밸리 기업 취업에 있어 인맥이 미치는 영향은 상당히 크다. 예를 들어 구글에서 엔지니어를 뽑을 때, 구글 직원이 그 포지션에 맞을 것 같은 엔지니어를 리쿠르터에게 추천하면, 리쿠르터들은 소개받은 사람들을 최우선적으로 검토한다. 물론 인맥이 있다고 해서 면접 과정이 쉬워지지는 않는다. 다만 면접을 볼 기회를 상대적으로 쉽게 얻을 수 있다.
전화 면접 (Phone Interview)
지원자가 서류 심사를 통과하고 나면, 회사에서는 한 번 혹은 두 번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본사 인터뷰에 지원자를 초청할지 결정한다. 엔지니어의 경우 전화 면접에서는 함께 볼 수 있는 온라인 코딩 툴을 사용한다.
Coderpad.io, Collabedit, HackerRank 등을 이용하면 전화로 대화를 하면서 지원자가 작성한 코드를 면접관이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 대부분 데이터 구조와 알고리즘 문제를 물어보며, 지원자의 배경에 따라 머신 러닝이나 데이터 과학에 대해 질문을 하기도 한다.
전화로 면접하면 안 그래도 짧은 영어가 더 힘들고, facial expression 등이 제거되기 때문에 확실히 어렵다. 게다가 면접관의 발음이 알아듣기 어렵거나 억양이 심한 사람이 걸리거나 전화 품질이 좋지 않기라도 하면 그 면접은 그냥 날아간다고 보면 된다. 직접 만나서 인터뷰할 때는 의사 전달이 잘 안 될 때 종이에 쓰고 그림을 그릴 수도 있는데, 전화면접은 그렇게 하기 어렵고 아무래도 상호 간에 긴장감이 덜해서 조금 더 피상적인 면접이 되기 마련이다.
초청 면접 (On-site Interview)
에어비앤비의 인터뷰 방들. 편안한 텐트처럼 되어 있는 곳에서 하루종일 1:1 면접을 다섯번 정도 보게 된다.
보통 On-site에서는 1:1 면접을 다섯 번 정도 본다. 한 번에 한 시간 정도 소요되니 온종일 다섯 시간 동안 1:1 면접을 보는 건데 대부분 만장일치로 OK가 나와야 오퍼가 나온다.
지난 5년 동안 면접관으로도 20여 번 정도 면접을 진행했는데, 대부분의 경우 면접 볼 때 면접관별로 주제가 주어진다. 지원자의 다양한 측면을 파악해야 하므로, 일반적으로 들어가기 전에 본인이 어떤 부분을 면접 볼지가 정해져 있다.
주로 백엔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면접을 봐 왔는데 일반적인 면접 카테고리들은 다음과 같다.
1. Coding Test / Technical Challenge
흔히 나오는 코딩 문제를 주고 푸는 것이다. 이 경우에는 문제의 난이도에 따라 실제로 푸는 것 자체를 중요시 여기는 경우도 있고, 면접관과의 소통 능력, 문제 파악 능력, 그리고 문제에 접근하는 방법과 사고 과정을 보는 경우가 많다. 면접관의 취향이 반영되기도 하는데, 나의 경우는 정말 쉬운 문제가 아니라 푸는 것보다는 어떤 식으로 문제에 접근하고, 어떻게 소통하고 풀어나가는지를 많이 보는 편이다. 실제로 일 할 때 어떻게 할지를 이를 통해 보는 것이고, 성격을 볼 수도 있다.
2. Architecture / Design Tests
신입보다는 경력이 있는 경우에 주로 한다. 스케일이 큰 시스템을 다룰 때 마주할 수 있는 문제들, 지난 회사에서 해 보았을 법한 문제들, 혹은 새로운 시스템을 디자인할 때 고려해야 하는 점들 등에 관한 질문을 던진다. 대부분 정답이 없는 문제들이지만, 전혀 고민해보지 않았으면 오답으로 가기 쉬운 문제들이다. 이 과정에서도 역시 얼마나 CS (Computer Science)적으로 생각하고 어떤 문제들을 생각하면서 일을 하고 코드를 짜는지, 그 생각의 근거는 어디에서 오고 숫자들을 어느 정도까지 머릿속에서 계산하고 예측해서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지를 본다.
3. Algorithm Test
코딩 문제 중에 알고리즘에 특화된 문제를 내는 경우들. 해당 업무를 해보거나 하려는 경우 이 정도는 꼭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는 기준으로 알고리즘 문제를 낸다. 왜 이런 방법을 선택했고, 다른 방법은 뭐가 있는지, 각각의 장단점은 무엇이고 어떤 상황에서 어떤 것이 좋은지 등의 답변을 기대한다.
4. Team fit / Cultural
기술적인 면보다는 우리 회사와 팀에 잘 맞는 인재인지를 테스트한다. 이건 대부분 직접 같이 일 할 매니저가 보기 마련이고, 조금 더 편안한 분위기에서 본다. 회사에 대해 얼마나 관심이 있는지, 우리 팀이 하는 일과 잘 맞을지, 우리가 오퍼를 준다면 실제로 올 생각이 있는 지원자인지 등을 확인한다 (문화 적합성, 즉 Cultural fit에 대해서는 9. 내가 맞추는 회사 vs. 나와 맞는 회사에서 자세히 다루었다.).
오퍼레터와 연봉 협상
오퍼를 받게 되는 경우는 보통 리쿠르터가 전화로 먼저 합격 소식을 알려준다. 이를 Verbal Offer라고 한다. 이 경우에는 보통, 조건 같은 것을 자세히 알려주지는 않고 합격 사실과 함께 다른 회사 인터뷰 현황 등을 묻는다. Verbal Offer를 받은 순간부터가 연봉 협상의 시작이다.
연봉 협상을 잘하려면 당연히 가진 카드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충분히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어서 내가 이 분야의 전문가인 리쿠르터보다 많이 알거나 최소한 비슷하게는 알고 있어야 한다. 내가 가려는 회사의 상황, 포지션의 역할과 책임, 소재 지역 (물가와 세금 고려), 나와 비슷한 경력의 사람이 일반적으로 받는 연봉과 주식, 보험 등을 모두 모은 Compensation Package 등을 알고 있으면 좋다.
예를 들어 시애틀이 소재한 미국의 워싱턴주에서는 주 소득세 (State Income Tax)가 없다. 연방 소득세만 내면 주 소득세는 내지 않아도 된다. 샌프란시스코가 소재한 미국의 캘리포니아주에서는 연방 소득세에 주 소득세가 10% 가까이 된다. 10% 차이가 나야 같은 연봉이라고 할 수 있다.
지역 물가는 렌트 (Rent, 월세)를 고려하는 게 가장 상징적으로 직접적이다. 시애틀과 샌프란시스코의 렌트도 비슷한 조건에서 시애틀이 15% 이상 저렴하다. 두 가지를 합치면 시애틀에서 연봉 8만 불이 샌프란시스코에서의 연봉 10만 불보다 더 좋은 조건이 된다. 물론, 개인이 선호하는 도시와 해당 도시에서의 삶도 고려 요소가 되어야 한다.
나와 비슷한 사람이 받는 액수는 Glassdoor 같은 서비스를 참고하면 알 수 있다. 또 주변의 많은 사람에게 물어보는 것도 방법이다. 원래는 공유하면 안 되는 개인적인 정보인 만큼 미리 동료들과 좋은 관계를 형성해놓으면 도움이 많이 된다. 그리고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기준으로 보상 패키지(Compensation Package)는 일반적으로 연봉 (Salary) + 성과급 (Bonus) + 주식으로 이루어진다. 연봉을 얼마를 받고, 연간 성과급 (Annual Target Bonus)이 몇 % 이고, 주식을 얼마나 받는지에 따라 동급인 사람의 Total Compensation Package 차이가 2배씩 날 수도 있다.
합격한 회사가 하나밖에 없다면 협상의 여지가 거의 없다. 본인 카드가 없는 거니까. 그러므로 여러 회사로부터 비슷한 시기에 오퍼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대부분 합격을 하면 짧으면 사흘, 길어도 2주 내로는 결정을 내려야 해서 그 시기가 겹치게 오퍼를 받으면 어느 정도 협상이 가능하다.
협상이 가능한 선이 어디인지, 상대방이 제시하는 안의 근거는 무엇인지, 내가 용납할 범위가 어디이고 어느 수준이면 무리한 요구(Deal Breaker)인지, 그리고 상대방의 입장에서도 생각할 정도로 정보를 많이 가지면 오래 여러 번에 걸쳐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영화에서 보듯이 어느 날을 잡고 딱 둘이 앉아서 빠바박 협상 쾅쾅! 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대부분 몇 번의 통화에 걸쳐서 서로의 요구 사항과 수준을 조율해나간다.
당신의 카드가 훌륭하다면 이런 협상의 전문가인 상대방이 “이건 회사 내규/방침상 불가능합니다.”라고 했던 부분도 어느 순간 언제 그랬냐는 듯이 가능하게 되는 마법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이 모든 과정이 끝나면 PDF로 된 오퍼 레터가 날아온다. 정말 짜릿하고 신나는 순간이다. 그리고 여러 오퍼레터를 비교하면서 가장 좋은 레터를 선택하고 싸인해서 보내면 새로운 회사에서의 여정이 시작된다.
글: 초대 작가 서준용. 실리콘밸리의 외국인 노동자. 현재 location independent 한 삶을 추구하며 Wifi 가 터지는 곳이라면 어디에서나 일하며 여행하는 디지털노마드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 그의 글은 외쿡인 노동자 브런치에서 구독하실 수 있습니다. 아래와 같이 생겼습니다.
[실리콘밸리를 그리다] 시리즈
– (9) 내가 맞추는 회사 vs. 나와 맞는 회사
– (8) 티도 안 나게 자연스러운 육아휴직
– (7) 망치로는 와인병을 열 수 없다
– (6) ‘갑’이 없는 조직
– (5) 회사 짤리기와 회사 떠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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