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웅 대표가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
오랜만에 정말 마음에 드는 컨퍼런스에 다녀왔습니다. 3번째 스타트업을 창업하면서 브랜드 혹은 브랜딩이라는 것에 대한 고민이 창업을 거듭할 때마다 더욱 커지는 기분인데, 그 고민에 대한 해답까지는 아니어도 매우 의미있는 힌트는 얻었다고 생각이 드네요.
#.1 성공적인 스타트업 브랜딩의 비밀
첫 번째 세션은 ‘배민다움’이라는 책과 ‘나음보다 다름’이라는 책으로 유명하신 홍성태 교수님이 진행해주셨습니다.
홍성태 교수님의 첫 이야기는 ‘싸이월드와 야후 같은 회사들이 왜 몰락하였는가?’라는 질문에서 시작됐습니다. 한 시대를 뒤흔들었던 그들이 지금은 우리들의 기억에서도 가물가물해진 이유는 무엇일까요? <Bain & Company>의 조사를 기반으로 나온 책, “창업자 정신”에서는 그 이유를 창업자 정신을 잃은 것에서 기반한다고 합니다.
1. 반란자의 사명의식(insurgent’s mission)
2. 주인의식의 공유(owner’s mindset)
3. 최전선에의 집착(frontline obsession)
보통 창업자는 이런 3가지 특성을 가지고 있고 이걸 통해 초기 스타트업을 이끌기 때문에 자기다움이란 것을 자연적으로 체득하게 되고 이게 일종의 브랜딩 역할을 하는 것 같습니다.
교수님께서 조금 더 구체적으로 그 3가지를 어떻게 브랜드에 대입시킬 수 있는지 설명해주셨습니다. 창업자는 업의 본질에 최대한 접근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
이때 사례로 이야기했던 것이 ‘아사히야마 동물원’입니다. 흔하디 흔한 동물원이 왜 이렇게 유명해진 것일까요? 우리가 경험했던 동물들은 동물(動物)이 아닌 정물(靜物)에 가깝다는 것이었습니다. 움직이지 않는 곰을 향해 돌을 던지기도 하고 엎드려 있는 호랑이를 움직이게 하기 위해 창문을 두드리기도 하죠. 하지만 이 동물원은 그렇지 않다고 합니다. 펭귄들이 퍼레이드를 하며 사람들 바로 앞을 지나가고, 북극곰이 바로 앞에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도록 잠망경처럼 된 공간이 마련되어 있으며, 기린이 사는 공간은 바닥을 파서 사람과 눈높이를 맞춰놓았습니다.
https://youtu.be/HO15OpZkSqc
다음 사례로 백화점 사업자들의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이건희 회장이 삼성을 승계하고 신세계가 백화점 사업을 임대업으로 규정했다는 것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많은 물건을 사는 공간이라는 백화점. 결국 더 좋은 점포를 입점시켜서 더 많은 모객을 통해 매출을 올리는 것. 그렇게 시작된 백화점들의 업의 규정은 현대백화점은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해주는 것으로 되었고 롯데백화점은 행복한 순간을 맞게 해주는 것으로 되었다고 합니다.
백화점이 점점 다양한 팝업스토어를 열고 있고 전국의 유명 맛집을 입점시키는 일련의 행동들이 저런 업의 규정이 흘러가는 과정과 매우 맞물려 이어진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건 스타트업에게 정말 중요한 화두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주 심플한 사업이 아니라면 초기 스타트업일수록 업을 규정하기 힘들고 규정한다고 하여도 그 선택을 확신하기란 쉽지 않을 거 같습니다. 하지만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이
지금 내가 하는 이 업은 무엇인가?
하는 본질적인 질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사실 이건 정답이 없습니다. 창업자가 믿는 대로 밀어붙이는 수밖에 없는 것이죠. 그렇기에 계속 고민하고 공동창업자와도 충분히 의견을 나누어야 되는 일인 것 같습니다.
주인의식 공유(internal branding)의 사례는 루이 카토즈를 들어주셨습니다. 화려한 MCM과 달리 루이 카토즈는 좋게 표현하자면 중후한 맛이 있고 나쁘게 표현하자면 올드한 느낌이죠. 그래서 회사는 루이 카토즈의 브랜드를 규정하기 시작했습니다.
루이 카토즈는 자신들의 브랜드를 이지적인 우아함이라고 규정을 했습니다. 대부분의 회사들이 컨설팅을 받거나 내부 회의를 거쳐 저렇게 키워드를 뽑아내고 무언가 말을 만들어내죠. 하지만 일선에서 근무하는 내부 직원들은 저 컨셉이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입니다. “이지적인 우아함” 그냥 말만 들어서는 도저히 그게 어떤 느낌인지 알 수가 없죠. 그래서 루이 카토즈는 1년 동안 내부 교육을 통해 내부 직원들이 체득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진행했다고 합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입니다. 직원들이 생활 속에서 자신이 생각하는 이지적 우아함을 찾도록 하는 것입니다. 저런 숙제(?)를 통해 가장 좋은 점수를 얻은 직원은 이지적 우아함이 물씬 풍기는 프랑스 여행을 보내주며 독려하였고 1년이 지나자 직원들 스스로 이지적 우아함이라는 말을 사용하기 시작했고 본사에서 내려오는 비품을 보며 이지적 우아함이 느껴지지 않는다며 핀잔을 줄 정도가 되었다는 거죠.
브랜드 컨셉을 만들어 내는 건 어떻게 보면 쉬운 일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모든 구성원들이 그게 어떤 것인지 깨닫고 스스로 그 컨셉에 녹아드는 건 정말 힘든 일이겠죠.
아모레는 어떻게 했을까요? 사진 속 인물은 매우 유명한 프랑스 교수인데 브랜드에 있어서 일가를 이루신 분이고 강사료도 천문학적인 액수라고 합니다. 그 돈을 주고 모셔왔는데 하루 딱 8시간만 강의를 하고 참석 인원도 30명으로 제한을 하더라고 합니다. 그래서 아모레는 엘리트 30명을 뽑아서 노트 2권을 주며 한 글자도 놓치지 말라고 했다는데, 저 강의는 오직 질문과 답변으로만 진행되었다고 합니다. 참석한 청중 한 명, 한 명에게 브랜드의 컨셉을 이루기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지, 고객에게는 어떤 도움을 주고 있는지 말이죠.
그리고 시간이 흘러 아모레는 아시아를 대표하는 뷰티 브랜드가 되었습니다. 그것이 꼭 저 강의가 있어서는 아니었겠지만, 당시 참석한 엘리트 직원들이 회사의 브랜드에 대한 많은 고민을 한 것이 도움이 되었을 거라는 생각은 듭니다.
다음은 최전선에의 집착(frontline obsession)은 본인이 사외이사로 재직했었던 현대카드의 사례를 들어주셨습니다.
현대카드 사외이사로 재직할 때 퍼플카드를 받았고 강남에 있는 하우스 오브 퍼플이라는 현대카드 퍼플을 가진 고객들을 위한 공간에 방문을 했는데 30대의 젊은 친구들이 조금은 점잖치않은 복장으로 이용하고 있어서 물관리를 해야 되지 않겠냐고 이야기를 했더니 현대카드는 오히려 그 사람들이 자신들의 타겟이라고 이야기를 했다고 합니다. 가망고객과 확연하게 구분되는 개념이었습니다. 뮤지션들이 자신의 뮤즈를 찾듯 마케터들도 자신의 뮤즈를 찾아야 한다고 말이죠. 이 타겟을 훨씬 더 좁게 해도 괜찮다며 이들이 오면 가망고객을 불러올 수 있다는 생각이 필요할 거 같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정리하면서 배달의 민족의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이건 ‘배민다움’이라는 책에서도 나오는 내용이라 자세히 언급하지는 않겠습니다. 몇몇 인상 깊었던 말씀만 정리하자면,
배달의민족이 왜 직원들과 버킷리스트를 만들었을까요? 직원들은 회사의 큰 꿈에는 사실 관심이 별로 없습니다. 하지만 작은 꿈을 이룬다면 큰 꿈도 이룰 수 있다는 생각이 들게 됩니다.
배달의민족에서는 우아한 수다라는 시간에 익명으로 김봉진 대표에게 질문하는 시간이 있습니다. 정말 시시콜콜한 질문들이 올라옵니다. 이걸 왜 할까요? 이런 질문들을 할 수 있어야 오히려 더 큰 질문들도 할 수 있습니다. 만약 정말 의미 있고 중요한 질문만 하라고 하면 오히려 아무런 질문을 못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지속 가능한 사업으로 가는 4단계에 대해 이야기해주셨고 우측 최하단에 있는 형태의 기업이 되어야 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마지막은 미쉘 오바마가 했다는 말로 해주셨습니다.
브랜드도 ‘브랜드 다움’을 만들려면, 꾸준함이라는 시간이 필요하다.
#.2 덜어내는 것이 브랜딩
2번째 세션은 제가 아주 좋아하는 회사 <스마트스터디> 박현우 공동대표가 ‘덜어내는 것이 브랜딩’이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사실 스마트스터디는 아주 오래전부터 관심있게 봤던 회사이고 넷플릭스의 사명선언서를 번역해주신 아주 고마운 회사이기도 하고 우리 아이들에게 핑크퐁을 제공해주셔서 평온의 시간을 선물해주신 감사한 회사이기도 합니다.
사진은 최초 디자인된 핑크퐁의 모습입니다. 핑크퐁을 시작했을 때 이렇게 될 줄 알고 한 게 아니었다고 합니다. 7년 전 공동창업자 3명이 사업을 시작했을 때도 핑크퐁같은 사업을 하게 될 줄 몰랐다고 합니다. 아주 사소하게 시작했던 것들이 이렇게 되었다고 합니다.
핑크퐁이라는 캐릭터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사용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셨고 가장 인상적인 말은,
비용최적화를 위한 브랜딩
이었습니다. 초기 스타트업에게 서비스를 마케팅하려면 많은 비용이 발생되고 그걸 어떻게 최적화시킬 수 있을지 고민했을 때 브랜딩이 되면 최적화를 이룰 수 있을 거 같다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핑크퐁 캐릭터만 보면 스마트스터디를 떠올릴 수 있고 최종적으로는 핑크색만 봐도 스마트스터디를 떠올리게 한다는 것이죠. 그러면서 예를 든 것이 스타벅스입니다.
스타벅스의 로고를 넘어 이제는 초록색만 봐도 스타벅스를 떠올리고 있다는 것이죠. 그런 스마트스터디의 브랜드 관리는 너무 잘되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상어가족만 해도 동요 내에서는 핑크퐁이 전혀 나오지 않습니다. 상어가족이 시작할 때 징글로 잠깐 나올 뿐이죠. 실제로 스타벅스에서도 초록색은 많이 사용되는 색이 아닙니다. 하지만 최소한의 노출로도 초록색을 자신들의 색으로 만들었죠.
라이센스 사업에서도 스마트스터디는 색에 대한 가이드를 명확하게 주어서 시각적인 비용최적화도 이루었다고 말을 합니다.
이런 식으로 말이죠.
그러면서 스마트스터디의 브랜드는 다르다는 것에서 기인한다고 말을 했습니다.
스마트스터디를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다르다’는 것이죠. 잘하는 회사들 사이에서 더 잘하겠다는 건 너무 힘든 일이지만, 다르게 한다는 것은 상대적으로 쉬운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뽀로로보다 더 잘하겠다는 생각보다는 뽀로로와 다르게 하겠다는 생각으로 말이죠. 지금까지 그렇게 사업을 이어왔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말도 참 인상적이었는데 스마트스터디에선 많은 규칙을 가지려고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래서 중요하고 저래서 중요하다고 하면 점점 명문화하게 되고 너무 복잡해진다고 말이죠. 그래서 스마트스터디는 ‘어른답게’ 하자는 한마디로 모든 규칙을 대체한다고 합니다. 휴가를 가건 재택근무를 하건 무엇을 하건 ‘어른답게’ 자신이 판단하고 자신이 책임을 진다는 것이죠. 이건 넷플릭스가 이야기하는 ‘자유와 책임’에 맞닿는 말인 것 같습니다.
처음엔 다르게 하는 것 때문에 구차하게 설명을 굉장히 오랫동안 해야 했지만, 이제는 더 이상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네요. 핑크퐁이라는 브랜드가 앞으로 어떻게 발전해나갈지 정말 궁금해집니다.
#.3 스타트업 투자, 결국 사람과 브랜드
3번째 세션은 HYPE라는 회사의 이준규 대표가 해주셨습니다.
구글코리아에서 유튜브를 주로 세일즈 하셨고 에어비앤비 코리아를 시장에 잘 안착시킨 커리어를 가지고 계신데 이번에는 엑셀러레이터+컨설팅을 결합한 모델로 창업을 하셨다고 하네요. 창업을 하시게 된 계기는 에어비앤비를 시장에 진입시키고 나니 흥미도 떨어지고 초기에 시장진입을 시키는 과정이 너무 재미있으셨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번 세션도 뭔가 새로운 관점에서 진행된 거 같아요. 투자자의 프레임워크에서 바라보는 브랜딩의 관점이랄까? 이준규 대표도 브랜드라는 것이 예술의 영역에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최근까지 하다가 최근에는 브랜드가 시장진입을 위한 목적이 아닌 수단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면서 결국은 성장을 위한 것으로 판단을 하신다고 하네요.
본인이 생각하는 브랜딩의 정의를 이렇게 정의해주셨습니다. 결국은 우리 브랜드는 고객이 판단하게 되는 것이고 우리는 우리가 바라는 것과 고객이 현재 보는 것의 간극을 줄여나가는 것을 통해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구글코리아에서 느끼셨던 인사이트를 공유해주셨는데 구글은 HR이나 Vision을 통해서까지 브랜딩을 했다고 하네요. 20%의 시간은 엔지니어에게만 해당되는 내용인데도 구글 하면 떠오르는 문화로 자리 잡고 있으니까요. 악해지지 말자라는 “Don’t be evil.”도 구글을 상징하는 말입니다. 저런 슬로건을 통해 구글이라는 회사에 대한 이미지를 생성하고 구글의 일원이 되고 싶게 만드는 거죠. 그리고 왠지 구글은 선한 회사라는 생각도 하게 만드니까요.
에어비앤비에서는 한국 HQ를 총괄하셔서 그러셨는지 브랜딩에 대한 고민이 더 깊어지셨다는게 느껴졌습니다. 커뮤니티 기반의 브랜딩에 대해서도 중요하게 이야기를 하셨는데 현재 엑셀러레이팅 하고 있는 <Snapask>라는 에듀테크 회사에 대해 이야기하실 때에도 튜터들의 커뮤니티를 구축하는 것에 대한 중요도를 계속 역설하셨습니다. 이는 페이스북 페이지를 거점으로 마케팅을 하던 회사들이 그룹이라는 커뮤니티의 중요성을 이야기하고 이 두 채널을 심리스하게 관리하는 것을 고민하는 것과 결이 닿는 것 같습니다.
사진 속에 나온 책도 에어비앤비를 구성하는 외부 파트너가 낸 책이라고 합니다. 에어비앤비는 자신들이 브랜드를 관리하기 위해선 호스트와 게스트 모두가 참여해줘야 하며 그렇게 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오프라인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이야기하셨는데 온라인의 휘발적인 경험보다 오프라인에서 오감을 활용한 경험이 진정한 바이럴을 일으킨다고 말했습니다.
이번엔 최근 창업하셨다는 HYPE에서의 인사이트도 전달해주셨습니다. 위에 잠깐 언급했던 <Snapask>의 창업자가 가진 스토리가 최고의 브랜딩 자산이며 차별화 포인트라고 했습니다. 확산의 중요성은 win small war first라는 말로 이야기해주셨는데, 온라인 광고는 우리 브랜드의 전도사를 만드는 과정이며 타겟 세그먼트를 아주 작게 만들어서 이야기를 만들라고 조언해주셨습니다.
플랫폼 브랜딩에 있어 고려할 구성요소들에 대한 설명을 해주셨습니다.
1. Platform Owner
2. Supply : 우리 직원이 아닌 외부 리소스가 대부분의 고객 경험을 책임지는 상황 / 서플라이 영입, 교육의 중요성 – 품질관리, 스케일 VS 퀄리티 / 이런 고민에서 커뮤니티 구축이 필요하다고 생각함
3. Demand : 고객은 왕? – 고객 퀄리티로 차별화 하기 / 고객이 어떤 느낌, 어떤 스토리로 지인들과 이야기하기를 원하는지 구체적으로 정의하기 / 온라인 광고의 목적은 브랜드 에반젤리스트를 만드는 것
4. Partner : 내가 어떤 파트너랑 일하는 지도 중요하다. 빅 브랜드와 일할 때의 위험성(GD와 Air BnB 사례), 브랜드 핏 VS 매출
5. Company Culture : 채용, 해고, 명확한 정의, 나다울 수 있는 약점 공유하기
6. Customer Experience : 고객을 대응하는 부서는 비용 부서가 아닌 매출 부서, 다양한 상황에 맞는 순발력 있는 대응을 위한 자율권
브랜드는 결국 기술력도 아니고 비즈니스 모델도 아니고 사람에게 달렸다는 말로 귀결이 되네요.
#.4 사회적 가치를 담은 브랜드 만들기
4번째 세션은 쉐어하우스 우주를 하고 계신 김정현 대표의 시간이었습니다.
총 4번의 창업을 통해 2번의 엑싯을 경험하고 현재 2가지 사업을 운영하고 계시다고 하네요. 주요 내용은 사회적 기업을 운영하면서 겪었던 사례들 위주였고 우리 사회에서 사회적 기업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는지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노인의 난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작했던 딜라잇이라는 회사는 적정 가격으로 보청기를 공급했음에도 무상으로 제공해야 되는 거 아니냐는 이야기를 들어야만 했고, 현재 운영하는 쉐어하우스 우주도 정부에서 운영하는 임대시설보다 비싸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다고 했습니다.
왜 이런 인식이 생기게 되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더 많은 응원을 해주어도 모자랄 것 같은데 시중의 제품보다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미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저도 Milestone을 창업할 때 정말 잘해야 된다고 몇 번을 다짐했었는데 이렇게 우주의 사례를 듣고 나니 생각보다 훨씬 더 잘해야 되겠다는 부담감이 좀 생기는 기분이었습니다.
#.5 스타트업 브랜드 전략 10가지 법칙
5번째 세션은 최근 ‘창업가의 브랜딩’이라는 책을 공동으로 집필하신 차상우 대표가 해주셨습니다.
CJ와 LG화학을 거치고 브랜드컨설팅 회사에서 일하다가 최근 더.워터멜론이라는 회사를 세우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건 다른 이야기지만 저도 Milestone이라는 도메인이 없어서 themilestone이라는 이름으로 도메인을 구해야 했던지라 뭔가 묘한 동질감이 생기네요.
위 사진은 본인의 회사 이름을 수박으로 짓고 그 이름에 의미를 부여하는 과정을 설명해주는 슬라이드입니다. 사실 회사 이름을 짓는 것만큼 어려운 과정이 없죠. 수박이라는 이름은 모든 구성원들이 A4용지에 좋아하는 것들을 적었는데 공통적으로 담긴 게 수박이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수박을 관찰하고 의미를 담은 거죠.
저도 Milestone이라는 이름을 가로수길에 있는 커피숍 이름에서 따왔습니다. 당시에 디자인을 도와주시던 분과 뵙기로 한 커피숍이 마일스톤이었고 회사 이름에 고민하던 저에게 그렇게 고민이면 여기 커피숍 이름을 따서 마일스톤으로 지으면 어떻겠냐고 해서 그 이후에 마일스톤이라는 이름에 의미를 부여해서 지금의 회사명이 되었습니다.
세션의 내용은 창업가의 브랜딩이라는 책을 집필하면서 인터뷰했던 스타트업 대표님들의 이야기들로 많이 구성이 되었습니다. 위 슬라이드를 봐도 현재 스타트업 대표님들이 브랜드라는 것에 대해 어떤 고민들을 하고 계셨는지 알 수가 있죠. 사실 브랜딩 하고 싶지 않은 스타트업 대표는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대부분 비용의 문제와 방법의 문제로 하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닐까 싶네요.
이어서 나왔던 슬라이드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타트업들이 브랜드에 신경을 써야만 하는 이유들이 나열되어 있습니다. 회사가 지속 가능하게 될 힘을 브랜드에서 찾을 수 있으며, 브랜드가 그 사업 자체가 될 수 있으며, 더 큰 의미가 되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애플이라는 브랜드는 이미 세상을 혁신하는 브랜드가 되어있고 우리나라에선 마리몬드를 떠올리면 위안부 할머니를 떠오르게 되죠. 우린 제품보다 더 빠르게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소비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는 단순히 기능적 가치만으로는 부족하고 감정적 가치까지 제공하는 브랜드가 되어야 합니다. 개인적으로 정말 공감하는 말입니다. 이제 무언가를 잘 만드는 건 기본이 되어 있습니다. 앞서 홍성태 교수가 이야기했던 싸이월드나 야후가 기능적 가치가 없어서 그렇게 된 건 아닐 겁니다. 고객들이 원하는 감정적 가치를 더 이상 제공해주지 못하였기 때문에 그렇게 된 게 아닐까 싶네요.
스타트업을 위한 브랜드 전략이 필요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해주셨습니다. 아무래도 사업을 하다 보면 브랜드가 제대로 자리잡게 하는데 물리적으로나 우선순위면에서나 뒤로 밀리게 되는 게 사실이고 어떤 분들은 브랜드 전략을 세우는걸 필수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으시죠. 저도 조금은 그렇게 생각을 했었는데 지금은 아주 작은 것부터 꾸준히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서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 슬라이드가 <창업가의 브랜딩>이라는 책을 정리한 것입니다. 책에서 더 자세히 저 10가지 법칙을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충분히 참고할만한 내용인 것 같네요.
여기서 다시 몇몇 회사의 사례를 들어주셨습니다. 에어비앤비의 사례와 프릳츠커피 같은 사례들은 매우 재미있었는데 특히 프릳츠커피는 듣고 나니 허무하다고 해야할까? 프릳츠라는 고어체는 관심을 끌기 위해서였고 전혀 연관성 없는 물개 그림은 디자이너랑 작업하다 마땅한 게 안 나와서 물개라도 그려보라는 말에 그냥 그렇게 나왔다고 하네요. 이걸 봐도 브랜드는 어떻게 시작하느냐보다 어떻게 만들어가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뭐랄까 이번 컨퍼런스의 핵심 키워드가 여기에 다 담긴 게 아닌가 싶네요. 사업을 시작할 때 브랜드를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한게 아니겠지만, 사업을 시작하면 이미 하나의 브랜드가 태어난 것이 될 테니까요.
#.6 우리 브랜드의 핵심은 유통의 본질로 돌아가는 것
마지막 세션은 마켓컬리의 김슬아 대표가 나오셨습니다.
김슬아 대표의 강연도 본인이 마켓컬리를 창업하여 지금까지 해온 일들을 설명하며 그 속에서 어떻게 브랜딩이 되었는지 이야기를 하는 형식이었습니다.
위아래 슬라이드 모두 마켓컬리를 설명하는 자료인데 내용은 조금씩 다릅니다. 위의 슬라이드는 마켓컬리의 성과들을 위주로 담았다면 아래의 슬라이드는 회사를 세운 김슬아 대표가 정말 이야기하고 싶은 게 담겼습니다. 예를 들면 상추를 온라인에 팔기 시작했다는 내용 같은 것인데 상추를 온라인에서 파는 게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를 이야기하시는데 이건 정말 이 사업을 모르는 사람은 느낄 수 없는 그런 감정이 아닐까 싶네요.
슬라이드에 나와있는 이미지도 위에는 모바일 서비스 화면이라면 아래에는 인스타그램의 사진입니다. 아래의 사진은 토마호크 스테이크 사진이고 저걸 어떻게 찍었고 저 고기를 어떻게 골랐는지 그런 이야기를 하시는데 정말 이 사업에 애정이 있다는 게 느껴졌습니다. 실제로 공동창업자 3명이서 고깃집에서 도원결의를 하셨다고 하네요.
이건 마켓컬리가 생각하는 업의 본질입니다. 철저히 유통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보는 점. 그리고 중계자라는 입장에서 바라보는 점. 이 모든 것들이 경험에서 나온 이야기들이었습니다. 자신들의 앱이 얼마나 별로인지를 가감 없이 이야기하며 자신들은 채널을 만드는데 적합한 팀은 아니지만, 유통에 대해서는 자신이 있었다는 걸 내세웠습니다.
그리고 고객을 바라보는 관점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습니다. 얼마나 고객을 이해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이해를 통해 어떻게 사업을 진행할 것인지 말이죠. 그런 고민들에서 새벽배송이라는 것이 나왔고 지금의 마켓컬리가 나온 것이 아닌가 싶네요. 단순히 누군가를 따라 하는 게 아니라 무언가가 된다는 것.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은 이것입니다.
유통이 좋은 상품에 대한 집착을 잃으면 안 된다.
이 말에서 마켓컬리가 업의 본질을 무엇으로 삼고 있는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6개의 세션이 끝이 났습니다. 오랜 시간 계속되다 보니 중간중간 집중력을 잃기도 하고 했지만, 그래도 끝까지 들으면서 나름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게다가 이렇게 푸짐한 선물들까지 받았으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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