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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스이즈게임 반세이 기자, 김지현 기자
4차 산업혁명이 모든 산업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키고 있다. 그 중에서도 AI(Artificial Intelligence, 인공지능)는 가장 핫한 분야다. 한국에서는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결을 시작으로 AI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다. 게임 산업 역시 마찬가지다. 이미 게임 산업에서 AI는 사용자 개개인에 맞는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콘텐츠를 생산하는 등 다양한 방면에 쓰이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 게임업계를 대표하는 게임사 중 하나인 넥슨은 어떨까?
넥슨은 올해 4월 ‘분석 본부’를 신설하고 AI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게임 서비스를 연구해 왔다. 유저의 게임 적응을 돕는 어드바이저 서비스, 매칭시스템, 챗봇 등이 이미 밝혀진 것들이다.
그리고 지난 12월 1일, 넥슨은 AI 전담 조직 ‘인텔리전스랩스’를 정식으로 출범시키고 운영 중이다. 넥슨 인텔리전스랩스의 김성민 개발실장과 김호연 TF 실장을 만나 AI 전담 조직을 신설한 배경, 그리고 연구 목적과 방향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인텔리전스랩스 김성민 개발실장>
– 마이크로소프트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 블루홀 서버 개발 및 테스트 오토메이션 프레이머 개발
<인텔리전스랩스 김호연 TF실장>
– 넥슨 웹 개발 및 데이터 분석
– 네오플 <던전앤파이터> 개발 프로세스 툴 개발
넥슨의 AI 전담 조직 ‘인텔리전스랩스’는 상대적으로 운영 시기가 조금 늦은 감이 있다. 엔씨소프트의 ‘AI Lab’이 2012년, 넷마블은 ‘콜롬버스 센터’를 2014년부터 이미 운영 중이다. 넥슨은 왜 이 시점에 AI에 대한 투자를 선언한 걸까?
더불어 넥슨은 2018년 말까지 300여 명 규모를 목표로 조직을 확장하겠다고 밝혔다. 단일 조직으로는 상당한 규모다. 힘을 주겠다는 의미다. 넥슨이 다른 대형 개발사보다 AI 연구에 늦게 뛰어든 이유를 이해하기 위해선 넥슨이라는 조직의 특성을 알 필요가 있다.
#스튜디오 단위, 디렉터 중심의 개발 문화
2000년 초, 넥슨은 탄탄한 라인업 확보에 몰두하고 있었다. 기본적으로 개발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했다. 자체 개발 타이틀을 꾸준히 만들어냈고 <마비노기>, <카트라이더>, <바람의 나라> 등을 선보였다.
2004년부터 매년 인수합병을 단행했고, 이를 통해 흡수한 위젯의 <메이플스토리>와 네오플의 <던전앤파이터>는 매출은 물론 넥슨의 핵심 IP로 자리잡게 된다. 글로벌 진출도 시작한다. 2006년 인수한 두빅엔터테인먼트의 <컴뱃암즈>가 북미와 유럽에서, <던전앤파이터>는 중국에서 큰 인기를 얻는다.
인수합병 등을 통해 몸집이 커진 넥슨은 회사를 나누기 시작했다. 개발팀을 스튜디오 단위로 개편하고, 자회사 형식으로 분사 시켰다. 안정성을 위해서기도 했지만, 회사보다는 개발팀을 강조하려는 의도도 담겨있었다.
위에서 기획의도를 전달하고 그대로 개발자가 이를 구현하는 하향식 개발이 아닌, 팀 단위에서 만들고자 하는 게임을 구현하고 유저들에게 제공하는 상향식 개발 문화를 만들기 위함이었다.
이 때부터 넥슨은 개발팀보다 프로젝트를 이끄는 ‘디렉터’를 부각시키기 시작했다. <마비노기>를 생각하면 ‘나크’ 김동건 디렉터가 떠오르고, 반대로 김동건 디렉터를 생각해도 <마비노기>가 떠오르는 것처럼 게임마다 디렉터의 개성이 자연스럽게 드러나도록 했다.
#넥슨 전체를 아우르는 공용화된 시스템의 필요성
강력한 IP 확보와 개발력 증진에 도움을 준 스튜디오 중심의 개발 문화. 하지만 이러한 문화는 한 가지 고질적인 문제를 낳는다.
스튜디오에서 만든 하나의 게임에만 집중하다보니 각 스튜디오에 쌓인 노하우를 회사 전체에 공유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넥슨은 이미 수많은 자체 개발작과 퍼블리싱 타이틀을 가지고 있었고, 모바일 시대가 열리며 서비스 타이틀은 우후죽순 늘어갔다. 노하우를 공유하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
또다른 관점에서 아쉬움 섞인 목소리도 나오기 시작했다. 지금까지의 유저 행동 패턴 분석은 보통 ‘현상 포착 -> 가설 설정 -> 검증’의 단계로 이뤄졌다.
스튜디오 단위에서 데이터를 분석하고 있지만 당연히 인간이 보지 못하는, 기계만이 볼 수 있는 반복적이고 깊은 차원의 데이터는 더 많은 것을 말해줄 터였다. 이를 위해서는 AI 전문가와 이를 시스템화 할 조직이 필요했다.
즉, 인텔리전스랩스는 그동안 필요성을 느꼈던, 스튜디오 단위에서 불가능 했던 회사 차원의 노하우 공유와 데이터 분석을 처리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다.
#초당 50GB씩 쌓이는 데이터를 다루는 조직
넥슨은 수십 개의 타이틀을 서비스한다. 그만큼 방대한 양의 유저 데이터가 매일 쌓인다. 넥슨의 데이터 스토리지에는 초당 50GB의 데이터가 저장된다. 의미있는 데이터만 추린 게 그 정도다. 이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하기 위해 인텔리전스랩스는 분석실, 개발실, TF실이라는 3개의 조직으로 다시 구분된다.
분석실 안에서도 정량적 부분을 담당하는 데이터 분석팀, 정성적인 부분을 담당하는 UX 분석팀으로 다시 나뉜다. 이 때 특정 게임이나 조건을 두고 분석하는 것은 아니다. 수량이나 종류에 관계없이, 하나의 게임 혹은 게임 전반의 데이터를 보고 발견된 문제나 특이점은 개발실 및 실제 게임 운영팀에 전달한다.
신규 게임의 경우 몇 명의 유저가 언제 유입됐는지, 어떤 상황에서 유저들이 이탈하는지 등의 정형화된 데이터를 분석하기 위한 템플릿을 이용한다. 물론 게임마다 의미있는 데이터가 다르기 때문에 이를 관리하기 위한 전담 인원이 존재한다.
이렇게 분석실에서 처리된 데이터는 개발실에 전달된다. 개발실은 데이터 서비스 개발팀, 데이터 인프라 개발팀, 기반 기술 개발팀, 시스템 개발팀으로 나뉜다. 각 부서에서는 처리된 데이터를 잘 관리해 데이터 마트를 구성하고, 이를 가공해 실제로 사용될 서비스나 시스템을 개발한다. 이 외에도 특정 이슈에 대한 엔진이나 모듈, 툴도 개발한다.
TF실은 인텔리전스랩스 안에서도 조금 독특한 부서다. 특정 게임이 아닌 ‘주제’를 기준으로 TF팀을 구성한다. 예를 들어 어뷰징 유저 탐지, 유저 이탈 방지, 유저들의 이상한 행동(?) 탐지 등 의미가 있다고 판단되는 주제에 관해서 TF팀이 만들어진다. 그리고 각 분석실과 개발실 인원들이 본업(?)을 놓고 잠시 TF팀에 합류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주제에 맞는 분석을 거친 뒤 의미있는 인사이트가 발견되면 이를 개발실이 만든 시스템에 녹여 게임에 반영한다. 프로젝트를 마치면 TF실의 업무를 정리하고 기존 업무로 돌아간다.
#유저에 대한 깊은 이해와 새로운 재미의 지표 찾기
앞에서 소개한 인텔리전스랩스의 활동을 보면 넥슨의 AI 조직은 유저 행동 연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AI를 통한 콘텐츠 생산 역시 기술적으로 가치 있는 분야지만, 넥슨이 가고자 하는 방향은 다르다. 조직이 가진 큰 강점인 ‘오랜 운영과 수많은 노하우’를 활용한 유저 분석이 이들의 나아가고자 하는 첫 번째 방향이다.
김호연 TF실장은 “우리 조직의 목표는 유저 연구라고 보면 된다. 콘텐츠의 재미 역시 중요하지만, ‘그래서 유저가 왜 이걸 재밌어할까?’를 연구하는 것이다.”라며 재미있는 분석 사례 하나를 언급했다. 김 TF실장은 이 사례를 통해 고해상도 행동 분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재미의 새로운 지표를 찾는 것도 조직의 주요 화두 중 하나다. 지금에야 게임의 재미가 리텐션(Retention: 잔존율)이나 이탈률로 대표되지만 기계를 통해 본 유저들의 다양한 행동 패턴은 또다른 재미의 지표가 등장할 수 있음을 암시한다.
넥슨의 방대한 데이터를 세밀하게 분석해 도출된 의미있는 인사이트가 새로운 재미의 판단 지표를 정립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이에 대해 김성민 개발실장은 “가장 쉬운 예로 게임의 매칭 시스템을 들 수 있다. 우리는 유저가 ‘어떤 매칭을 했을 때 재미를 느끼느냐’에 관심을 둔다.”고 말했다. 단순히 리텐션이나 이탈률이 아닌, 데이터를 통해 유저의 행동 패턴을 관찰했을 때 유저마다 게임에서 재미를 느끼는 포인트가 다양했다는 것이다.
“어떤 유저는 팀워크가 맞는 좋은 팀을 만났을 때, 어떤 유저는 압도적으로 점수 차를 벌려 승리할 때 재미를 느낀다. 이렇게 각 유저마다 다른 재미의 포인트를 발견해 개인화 된 매칭 시스템을 만드는 것 역시 조직의 주요 목표다.”라고 김 개발실장은 밝혔다.
#스튜디오의 노하우를 ‘넥슨 전체의 자산’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재미’의 재발견
인텔리전스랩스는 넥슨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한 조직이다. 다시 말해서 그동안 넥슨의 장점인 디렉터 중심의 개발 문화의 약점인 개별 게임의 개발 노하우를 회사 전체의 자산으로 축적하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설립됐다.
여기에 지금껏 PC게임을 서비스하며 쌓은 노하우를 모바일 게임에 적용하기 위함도 있다. 다시 말해 인텔리전스랩스의 목표 중 하나는 20년 넘게 쌓인 넥슨의 게임 개발 노하우를 시스템화 해 플랫폼에 관계없이 모든 게임에 적용하는 것이다.
김 TF실장은 “AI는 목표가 아니다. 넥슨이 지난 20년에 걸쳐 쌓아온 개발 노하우와 지식을 시스템화 하기 위해 AI라는 도구를 이용하는 것에 가깝다.”라는 말로 인텔리전스랩스의 방향을 정의했다.
‘인간이 재미를 느낀다는 것은 무엇일까?’ 라는 원초적 개념을 해석하는 것도 인텔리전스랩스가 가진 또 하나의 고민이자 목표다.
김 개발실장은 “지금까지 우리가 유저의 행동을 3정도 깊이로 봤다면 AI를 통해서는 100까지 볼 수 있다. 100까지 봤을 때 뭐가 있는지는 알 수 없다. 100짜리 분석을 게임에 적용했을 때 유저들이 정말 재미있어 할 지도 미지수다.”라며 “하지만 기대된다. 그리고 너무 궁금하다. 그게 이 조직에 합류한 이유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1994년 창립 후 20년 넘게 유저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뭘 재미있어 하는지만 보고 살았던 회사. 넥슨은 아직도 유저들이 너무 궁금하다. 3만큼 보던 걸 100만큼. 유저들의 무의식까지 보겠다는 인텔리전스랩스의 앞으로가 기대되는 이유다. 기술이 인간을 초월하는 순간. 특이점은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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