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호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

그것 참 신기하다. 평상시 우리는 무수히 많은 메신저를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사용 용도가 상대에 따라 다르다. 사용법이 정해진 것도 아닌데 주로 친한 사람들과는 SNS로, 업무적 관계의 사람들과는 SMS로, 거기에서 또 그룹의 유형에 따라 각기 다른 SNS 채널로 소통하는 것처럼 말이다. 요즘 스타트업에서 사용하는 커뮤니케이션 툴의 종류도 정말 많아졌다. 해외 서비스부터 국내 서비스까지 입맛대로 골라 쓰고 쓰는 기업들로부터 입소문을 타고 들어가 너도나도 스타트업이라면 하나 이상의 툴을 사용인 중으로 알고 있다.

사용 용도도 가지각색이다. 기획자끼리 사용하는 툴, 기획자와 개발자끼리 사용하는 툴, 개발자끼리 사용하는 툴, 모든 참여자가 프로세싱을 확인하기 위한 툴부터 사내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별도의 툴까지…이 모든 걸 사용하는 팀도 상당수 보았다. 물론 각 툴마다 그 업무적 특성을 고려하여 설계가 녹아있기 때문에 매우 편리한 업무환경을 제공하는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나는 반문해보고 싶다. “이런 툴들이 없었을 과거에도 혁신적인 모델은 어떻게 탄생한 것이며, 업무의 효율성은 증가되었을지 몰라도 팀 내 분위기는 과연 살아있는 조직일까?”라고 말이다. 더 나아가 ‘효율성은 눈에 띄게 측정할 수 있을 만큼 변화되었는가’에 질문을 던져본다.

실제로 한 개의 서비스 프로젝트를 하는데 관리자로서 조인하고 참여해야 하는 툴만 4가지가 넘었던 적이 있다. 난 그들을 존중하였기에 그들이 빠른 결과물을 내기 위해선 꼭 사용하였으면 한다는 의견을 받아들였고 월 사용료를 승인해주었다. 하지만 그러한 툴들을 도입하고부터 그 이면은 팀 내부로 스멀스멀 들어왔다. 사무실이 극도로 조용해졌다. 대신 귓가에 맴도는 것은 ‘피식피식’ 거리는 미소와 키보드 소리 뿐. 가끔 팀원들과 개인별로 티타임을 가지면서 넌지시 물어보면 ‘전혀 어려움이 없어요’라고 말할 뿐이었다.

image: gettyimages

몇 달이 지났을까. 자신의 입사 경험으로 기업을 평가하는 모 사이트에 우리 회사에 대한 평이 하나 달렸다. “너무 조용해서 숨쉬기도 힘들어요. 그런데 직원들과 사적인 대화를 안 해도 되니 좋아요.” 이것은 과연 긍정인가 부정인가. 우습게도 우리 조직은 고작 20명 내외였다.

고로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업무의 효율(또 다른 말로 ‘트렌드’)을 얻은 대신 감정의 교류를 잃었다고. 사사로운 대화가 없는 조직은 절대 투명할 수 없고, 개인마다의 유연한 리더십이 있을 수 없다. 사람을 이끌고, 사람을 움직이는 힘은 상대의 목소리와 손짓과 표정과 전달하는 떨림으로 표현된다고 믿는 사람으로서 안타까운 경험 중 하나였다. 어쩌면 내가 그들의 세계에 낄 수 없는 매니저였거나 툴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사람일 수도 있지만, 분명한 사실은 그들이 몸소 보여준 업무의 효율성도 체감하지 못했다는 것에 있다.

대화가 없으면 감정의 교류가 사라지고, 감정의 교류가 사라지면 칙칙하고 무거운 분위기가 조성되어 왠지 웃거나 떠들면 죄를 짓는 문화가 자연스레 형성된다. 이것이 커뮤니케이션 툴의 가장 큰 폐해가 아닐까. 프로젝트가 많아지고, 팀원이 너무 많아 통제가 힘들어지고, 담당자가 많아 진짜 커뮤니케이션이 어려워질 때, 그 때 도입해도 전혀 문제 되지 않는다. 우리 스타트업이, 우리 팀이 무겁고 어두운 이유는 무뚝뚝한 대표가 아니라 모든 임직원이 컴퓨터 앞에서 보이지 않는 사슬을 손목에 채우고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함께 되새겨보자. 커뮤니케이션은 초기 기업일수록 모두가 함께 오랜 시간 노력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업 중 하나가 아닐까.

 

[김지호의 스타트업 에세이] 시리즈 

(41) 넌 인맥도 없으면서 무슨 사업을 하려고 그러니?
(40) 역량이 강한 기업일수록 시장에 드러내지 않는다
(39) 스타트업 ‘C레벨’이 가질 수 있는 타이틀의 숨겨진 위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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