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TER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
경영은 사람에 대한 관심
만약 당신이 한 스포츠팀의 매니저를 맡았다고 생각해 봅시다. 축구든 야구든 농구든 상관없습니다. 그리고 주어진 자원 외에 더 쓸 수 있는게 많이 없는 열악한 재정의 구단이라면 어떻게 성적을 잘 내겠습니까?
얼마 전 유럽에서는 러시아 월드컵 예선에서 이탈리아가 탈락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 팀은 멤버들의 면면이 화려했고 범국가적인 지원을 받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믿을 수 없는 월드컵 탈락이라는 성적을 받아 들어야 했습니다. 이 충격적 결과의 책임은 이 팀의 감독인 ‘잔피에로 벤투라(Gian Piero Ventura)’의 몫이었습니다. 우수한 스쿼드를 가지고도 최악의 결과를 낸 감독은 세계 축구팬들의 질타를 받았습니다. 선수들의 특성을 극대화한 포메이션이나 상대 팀과 경기 상황에 맞는 선수 운영 등 기본적인 역량이 부족한 것이 원인이었습니다. 유럽에서 이번 시즌 리그에서 많은 골을 넣은 공격수가 즐비함에도 이렇다 할 전술 없이 답답한 경기력을 가장 중요한 경기들에서 보여주었습니다.
선수들의 특징을 토대로 전술을 짜는 것은 스포츠팀이나 기업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개인이 자신의 미래를 그릴 때도 핵심적인 부분입니다. 차이점은 개인은 보통 자신이 뭘 잘하는지 시간이 지나감에 알 수 있게 되지만, 조직은 각 사람이 뭘 잘하는지 잘 알려고 하지 않으며 모르는 채로 중요할지도 모를 직원을 떠나보낼 수 있다는 것이죠.
현대 경영학을 열었다고 평가받는 피터 드러커(Peter F. Drucker)가 자신의 강점을 찾고 강점을 살리는 일과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었지만, 이후 현대 경영학의 흐름은 최근에 이르러서야 직원의 소프트파워와 그것을 가능케 하는 거버넌스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수준에 머물고 있습니다. 특히 기업의 역량을 정의할 때, 경쟁사와의 차이에 대해 분석을 할 때는 주요 직원들의 역량이나 경험에 대해서는 잘 다루지 못하고 있습니다. 단지 숫자로 보여줄 수 있는 자산의 형태와 겉으로 드러난 결과물인 기술, 주요 제품 등이 주요한 것으로 다뤄질 뿐입니다.
책상에서의 경영, 컨설팅으로 전략을 만들었던 경영은 결과물을 만든 원인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깊이가 얕을 수밖에 없습니다. 스탠퍼드 대학원의 제프리 페퍼(Jeffrey Pfeffer) 교수의 <사람이 경쟁력이다(Competitive Advantage Through People), 1994, HBSP> 이후 인적 자원이 경영의 핵심임을 다들 인식했지만, 이것도 핵심인재 채용과 인재 파이프라인 변질 등 지금은 본질적으로 인적 자원의 중요성을 이해하는 기업은 매우 적은 수준입니다.
오히려 실무자들의 암묵지에서 사람에 대한 관심과 활용은 더 적극적이었습니다. 우수한 기술을 가진 실리콘밸리의 팀은 이직과 창업도 함께 합니다. 국내에서도 대기업에서 스핀오프 한 기술 기반의 기업들이 누가 어떤 걸 할 수 있는지 아는 사람끼리 모여 뚜렷한 성공을 만들어 냈습니다. 대기업에서는 돈이 안 된다고 기술을 접었지만, 그 기술을 들고 나간 직원들이 만든 기술로 세계 시장의 상당한 마켓셰어를 가진 기업도 있습니다. 기업 인수합병을 하는 계기도 피인수 기업의 누구를 고용하려는 목적으로 인수 조항에 그 사람을 계속 근무하도록 하는 내용을 걸어 인수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런 사례는 해외보다 국내에서는 아직 초기 단계이고 그나마도 중견 기업 이상 규모의 기업보다는 작은 기업에서 두드러집니다. 대기업에서 직원 한 명을 제대로 분석하기 위해 엄청난 예산을 붓는 것을 생각한다면 아이러니한 일입니다.
기업에서 사람을 알아가는 과정
중견 기업 이상에서 사람을 알아가는 과정은 ‘서류’와 ‘테스트’ 등 명문화할 수 있는 방법이 주가 됩니다. 일을 시켜서 그 사람이 무얼 잘 하고 어디에 지식이 있고 태도에서 좋은 점을 찾기보다는 라이선스와 졸업장, 심리 검사 등이 더 두툼한 신뢰 관계를 만드는 근거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보고하기에 좋은 통계치지만 정말 일을 하는 것은 시켜봐야 알 수 있는 것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중요하다고 말하는 ‘문제 해결 능력’이나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사전에 어떻게 검증할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각 사람이 뭘 잘하는 지를 일하면서 알아가는 것은 ‘라인’으로 불리는 기업 내 진골과 육두품을 구분하는 폐악을 막는 최소한의 방법입니다.
얼마 전에 비교적 작은 규모의 기업에 다니는 지인을 만났습니다. 지인의 회사는 좋은 제품으로 얼마든지 더 넓은 시장을 개척할 수 있음에도 한순간의 성공 이후 뭔가 모르게 정체된 상태였습니다. 회사가 생각하는 다음 단계로의 방법론이 있지만, 그걸 실행할 사람을 알지 못하고 찾지 못해 그냥 있는 상태였습니다. 아이러니한 것은 그 회사에 다니는 지인이 회사가 생각하는 새로운 분야에 강점이 있는데 회사가 그걸 모르고 하던 일만 시키고 있다는 것입니다. 회사는 외부의 전문가를 이야기하지만 그 정도 수준을 하는 것은 오히려 기술보다는 전후 사정을 잘 알고 문제해결 능력과 최소한의 기술을 보유한 지인이 하는 게 더 좋아 보였습니다. 하지만 직원이 무엇을 잘 하는지 뭘 경험했는지 알려고 하지 않기에 직원 스스로 적극적인 어필을 해도 될까 말까 한 상태로 놓여 있었습니다.
자원이 무한하지 않음을 알아야 합니다. 지금 있는 사람으로 일을 해야 합니다. 마냥 외부의 뭔가를 채용하고 기다릴 수 없습니다. 알다시피 회사가 명성이 있고 보상을 만족할 만큼 해 줄 때까지는 우수한 인재가 저절로 모이는 일은 잘 없습니다. 있는 사람들이 뭘 잘하는지 알고 그 사람으로 뭔가 해 보려는 생각을 해야 합니다. 마냥 전략이나 시장 상황만 운운한다면 실체 없는 혁신만 외치게 될 것입니다. 그 사람들을 묶어서 하나의 방향을 지향하는 것은 디렉터(Director)의 능력입니다.
이탈리아 축구팀의 몰락과 반대되는 일이 있다면 몇 년 전 세계 최고의 축구 리그 중 하나인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nglish Premier League)’의 ‘레스터 시티(Leicester City Football Club)’를 꼽을 수 있을 겁니다. 이탈리아 출신의 전술가 ‘클라우디오 라니에리(Claudio Ranieri)’ 감독이 이끄는 이 팀은 적은 예산으로 비교적 이름 없는 선수들로 리그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최근 반세기 동안 유럽 축구 무대에서 자본의 힘이 아닌 전술의 힘으로 리그를 우승한 몇 안 되는 팀이었습니다. 남들 다하는 포메이션, 경기 운영을 하지 않고 팀 선수들의 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전술로 경기를 했기에 가능했습니다. 잘 달리는 선수가 많으면 속도로 차별을 했고 속도를 보완할 수 있는 왕성한 활동량을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상대 팀으로선 분명하고 다른 컬러의 이 팀의 축구가 낯설었습니다.
이후 많은 사람이 레스터 시티의 성공을 경영에 도입해 보자고 말했지만, 정작 팀원들의 능력과 비전을 다 알지는 못하는 회사가 아직 많습니다. 주변 사람들 돌아볼 틈 없이 바쁘게 일하고 화이트보드에 적는 전략적 프레임 이전에 역량의 근원이 무엇인지 먼저 생각하는 게 더 빠른 방법입니다. 제프리 페퍼 교수는 사람에 대한 잘못된 인식부터 말했습니다. 지속적인 경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핵심으로 사람을 본 것입니다. 물론 그것이 유일한 성공 요소가 아니라는 것도 함께 말했지만요.
제프리 페퍼 교수는 그릇된 인적 자원 관리 기업의 모습으로 회사의 인재상을 사람이 아닌 숫자를 관리하는 인물, 고용 축소 등 비용 절감 중심의 정책을 쓴 사람에 맞추는 기업 내 문화를 들었습니다. 또 사람을 천성이 게으르고 인센티브가 없으면 일을 안 하는 존재로 여기는 이해도 혁신적 인적 자원 관리를 가로막는 것으로 보았습니다.
이런 이야기의 디테일은 이전 글에 워낙 많이 다룬 내용이기도 합니다. 불신 비용의 증가가 만드는 무형의 손해에 대한 무지 말이죠. 제프리 페퍼 교수는 노조를 보는 시각도 그 점에서 지금 국내 기업들과 달랐습니다. 연구를 통해 중립적이고 동반자의 존재로 바라본 것이죠. 여러모로 사람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왜 경영이 인공지능이 대체하기 어려운 직업군임을 알아야 합니다.
[흔한 전략기획의 브랜딩 지키기] 시리즈
– 육아휴직 못하는 아동용품 회사
– 일도 안되고 평가도 안되는 회사
– ‘관리’가 생기는 불필요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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