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N 분야도 취재하는 입장이다보니, 가끔 이런저런 콘텐츠를 마구잡이로 찾아보는 편입니다. (김스카이 좋아여. 베이비버스는 우리집의 평화?) 그러던 중 지난 8월 31일 스브스뉴스가 만든 ‘다시 만난 세대 1020’을 봤습니다. MCN은 아니고 뭐랄까…SBS에서 뉴스 플랫폼에도 태우는 콘텐츠니 나중에 시간나면 한번 보세요. (아직 내 마음속 걸그룹은 컴투미의 밀크와 아잉의 파파야인데, 세상은 참 변했습니다.)
‘다시 만난 세대 1020’의 ’03년생 신종 고백 방법에 깜놀한 90년생들 (feat.페메)’편은 요즘 여고생의 짧은 치마에 대한 진지하고 학술적인 고찰을 시작으로 의미있고 생산적이며 건전하고 묵직한 시대정신을 심도있게 논합니다….하지만 전 별 관심이 없기에(단호) 멍청한 눈으로 고개만 끄덕이며 ‘그렇구나’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제 눈을 딱 사로잡은 출연자들의 멘트.
고백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였어요. “어떻게 고백하나?”는 90년대 노땅의 질문에(…) 03년생이 이렇게 말하더군요. “소심한 친구들은 페메로 하고, 자신있으면 만나서”라고 답하더군요. 그냥 지나갈 수 있었는데요. 요즘 묘한 기시감을 느끼는 장면과 퍼뜩 연결되며 의미심장하게 마음에 울렸습니다. 치마 말고 고백 방법…
#세상의 변화와 세대의 변화
본론을 꺼내기 전 살짝 삼천포로 가겠습니다. 요즘 급식체가 유행이잖아요? SNL이 터트려서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되었지만 사실 좀 된거죠. ‘레알’, ‘하는 부분’, ‘지리다’ 등 얼핏 들으면 기성세대는 뭔 개소리인지 모르는 말들인데, 흥미로운 부분은 급식체에 대한 온 사회의 분위기에요.
저는 하나의 문화 트렌드로 거론되는 급식체가 지금까지 반복되던 10대 문화의 연장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전에는 X세대가 있었고, 그때는 기성세대들이 이해를 못했죠. 이 XX들은 뭔가…이어 Y세대, Z세대 등등이 나왔죠. 중요한 것은 ‘도대체 얘네들은 뭐길래 맨날 이 지랄인가?’라는 반응을 기성세대로부터 받았던 X세대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10대 문화들은 기성세대로부터 의외의 환대를 받았다는 점. 그러니까 “오, 요즘 이런게 유행인가? 귀엽네”라는 반응입니다.
이런 기성세대의 반응에는 여유가 묻어나며, 또 10대 문화의 한계를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나오는 반응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 10대는 특정 사회의 시작점입니다.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기성세대 입장으로 보면 본격적인 전쟁에 나서기 전 훈련을 받고있는 일종의 ‘대기자’에요. 이런 대기자들이 무엇을 바꾸겠나? 급식체만 봐도 그렇습니다. 10대 때 급식체가 일상적이었던 친구들이 군대가서 선임에게 “전투복 칼각 오지는거 인정?”이라고 말하면 디아블로를 만나게 될 겁니다. 직장에 취업해서 부장님께 “새로운 프로젝트 승인 동의?”라고 말하면 “어 보감”이 아니라 서류철이 날아올겁니다.
10대 문화는 기성세대가 새로운 사업을 펼칠 수 있는 기회이자 색다른 원동력일 수 있으나, 세상을 바꾸지는 못했습니다. 그리고 못할겁니다. 급식체 이전의 통신체만 봐도 그래요. 회사 보고서에 “하이 방가”를 쓰면 신선한 돌아이 취급을 받거든요. 시대가 변하고 민감한 10대를 중심으로 복잡다변한 변화가 발생해도, 그 변화는 느린 변화의 세대에 막혀 모래처럼 사라지고 맙니다. 이건 누가 더 우월하다의 문제가 아니라, 그냥 사회가 그렇습니다.
세대는 아무리 짧게 잡아도 10년이 단위입니다. 변하기 어렵죠. 언젠가는…정말 언젠가는 가능할 수 있겠지만, 예컨데 10대에서 시작된 문화가 계속 변하며 세대의 느린변화와 출돌하며 사그라들다가도 어느 순간, 또 변화된 10대 문화가 극적인 세대의 변화 포인트와 기적적으로 만난다면. 한 0.00002%의 확률로. 개인적으로 기대합니다. 편집국장에게 “최 기자 오지네”라는 말을 듣는 날을 손꼽아 봅니다.
#페메가 뜨고있다…!!
삼천포에서 회 한사발 했으니, 다시 본론으로 돌아오겠습니다. 짧은 치마에 대한 진지한 학술적 고찰을 다룬 ‘다시 만난 세대 1020’의 ’03년생 신종 고백 방법에 깜놀한 90년생들 (feat.페메)’편에서 제 눈을 사로잡은 것은 바로 페이스북 메신저(페메)의 활용입니다. 네, 맞아요. 요즘 주변을 둘러보면 10대 아이들은 페메를 많이 씁니다.
그러고 보니 최근 10대 폭행 문제가 많았잖아요? 여중생 폭행 사건. 당시 사건을 다룬 뉴스를 보면 가해자들이 주고 받은 메신저는 대부분 페메였습니다!!!! (충격).
왜 페메를 많이 쓸까요? 카카오톡이 있는데? 설문조사는 아니고 꽤 열심히 10대 친구들하고 대화하며 물어본 적 있습니다. 먼저 나오는 말은 ‘부담스럽다’는 말. 카톡은 국민 메선저입니다. 아빠도 쓰고 엄마도 쓰고 선생님도 쓰고 우리학교 일진도 씁니다. 이거 아주 지랄같다고 하네요. 그래도 아예 하지 않을 수는 없으니 카톡 가입은 하는데 친구들하고는 페메를 쓴다고 합니다.
그럼 왜 페메인가?
페이스북도 아빠도 쓰고 엄마도 쓰고 선생님도 쓰고 우리학교 일진도 쓰는데? 그건 그렇지만, 역시 페이스북 때문이라고 합니다. 페이스북. 줄여서 페북은 카톡만큼 널리 사용되고 있으며, 바로 뉴스피드 형식을 통해 콘텐츠가 올라가죠. 이를 통해 자랑질과 친목질을 할 수 있다는 점. 바로 여기에 페메까지 붙으니 원스톱 패키지 솔루션이 완성되는겁니다. 단순한 모바일 메신저가 아닌, 콘텐츠와 교류, 메신저를 더한 삼단 콤보입니다.
인스타그램의 영향도 있다는 말이 있네요. 페이스북이 인스타그램과 연동되지 않습니까? 요즘 스마트폰. 줄여서 스맛폰 없는 학생이 있나요? 열심히 사진찍어 올리고, 소통합니다. 콘텐츠와 교류, 메신저에 인스타그램까지 더해진 사단콤보입니다.
물론 카톡의 존재감은 무섭습니다. 지난해까지 국내에서 가장 많이 사용된 앱은 카톡이었어요. 다만 최근에는 유튜브에 1위 자리를 내주고 말았습니다. 앱 분석 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국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사용자의 총 스마트폰 사용 시간은 29억7000만 시간이고, 카톡은 11.3%의 점유율을 가져갔습니다. 유튜브가 11.5%로 근소하게 치고 나갔고 네이버가 7.3%로 3위입니다. 전체. 모든 앱 통틀어 카톡이 11.3%의 점유율이라니. 뭐 SNS에서는 말 하지 않아도 알겠죠?
다만 페메의 존재감도 상당합니다. 지난해 글로벌 시장 기준 10억명의 월 활동사용자를 돌파했고, 국내에서도 꾸준하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뮤지컬리를 봐라…카톡 긴장해야 한다
최근 국내에서 많은 바이럴을 일으켰던 중국의 콰이, 그리고 뮤지컬리를 봐야 합니다. 이들은 중국이 시작부터 글로벌 ICT 시장을 노렸다는 증거이자, 이제 단순한 연결이 아니라 동영상 립씽크, 더빙과 같은 재미있는 기능으로 무장한 후발 SNS 업체들이 등장하고 있다는 중요한 포인트에요. 페이스북의 대항마라고 불리던 스냅챗도 뮤지컬리의 기습에 일격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자, 시대의 변화는 세대의 변화와 간격이 맞지 않기 때문에. 또 기성세대의 변화는 극단적이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통신체와 급식체가 세상을 바꾸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압니다. SNS 시장도 마찬가지에요. 비슷할겁니다.
그러나 기성세대인 SNS 창업자들은 생각이 다를겁니다. 이들은 가장 민감하고 빠른 변화가 벌어지는 10대 시장을 반드시 석권해야 하는 기성세대에요. 이들에게는 10대 문화가 곧 세상의 문화와 동격일 수 있습니다. 아니, 그렇게 해야 합니다.
그래서 카톡이 위험해 보입니다. 지금 당장은 변화의 바람이 없을 것에요. 하지만 감지하지 못하는 것일 뿐입니다. 10대들을 중심으로 페메가 사용된다고 이들이 20대, 30대가 되어서까지 페메를 쓴다고 단언할 수 없죠. 그러나 SNS이기에, 데이터가 중요한 곳이기에 이야기는 180도 달라집니다. 나아가 카톡은 자신들이 통신사 문자를 이겨냈던 방식인 간단함과 발랄함을. 이제 페메와 같은 플레이어에게 빼앗길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도 결국 카카오의 플랫폼 도구 중 하나에 불과합니다. 핵심은 카톡의 플랫폼 사업이기 때문에 사업의 핵심이 위험해질 수 있습니다.
물론 카카오 프렌즈나 뭐 기타 등등 카카오도 다양한 카드가 있지요. 그러나 약합니다. 뭔가 더 전사적인 방식을 고민해야할 때가 아닌가 합니다. 지금의 10대들이 20대, 30대가 되어 페메를 계속 쓰는 것도 무서운 일이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은연중에 카톡이 올드보이가 되는 것은 막아야 합니다. 인공지능? O2O? 상황이 틀어지면 이런 고민은 속 편한 고민으로 생각될걸요? 지금 카카오의 문제는 3분기 높은 실적에서 제대로 보여진 ‘핵심 비즈니스의 수익 창출이 없다’입니다. 많은 고민이 필요한 순간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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