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 스타트업 ‘뉴지스탁’은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의 홍콩 런칭을 준비 중이다. 이들이 제공하는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란 데이터나 알고리즘 기반으로 한 투자자문 서비스로 기존의 투자자문 문턱을 확 낮추었다. 억대 자산가가 아니면 고급 투자자문을 받을 수 없었지만, 사람이 하던 일을 인공지능이 대신하게 되면서 누구나 저렴하게 고급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됐다. 개인으로 하는 투자보다 안정적이고, 높은 수익도 얻을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뉴지스탁의 문경록 공동대표를 만나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가지고 왜 홍콩 진출을 선택했는지, 준비과정은 어떤지, 홍콩 비즈니스 환경에 대한 견해를 들어보았다.
#홍콩, 중국 진출의 교두보
뉴지스탁은 현재 홍콩에 법인 설립을 마친 상태다. 뉴지스탁이 홍콩에 진출한 이유의 끝에는 중국이 있는데, 법적 절차를 모두 마치고 사업을 막 진행하려던 때 한국과 중국이 사드 문제로 관계가 경색됐고 지금은 잠시 숨을 돌리고 한국 시장에 집중하는 중이다.
“홍콩은 중국시장 진출의 교두보라고 할 수 있죠. 중국은 일단 시장이 큽니다. 어떤 산업이든 잠재력이 큰 곳이기도 하죠. 증권이나 자본시장과 관련해서도 중국은 세계 2위의 주식시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는 대부분 개인투자자 대상이기에 개인투자자가 많은 시장이 유리한 곳입니다. 중국시장은 전체 규모에서 거의 90%가 개인투자자죠. 참고로 우리나라는 전체 트래픽에서 약 70%가 개인투자자입니다. 우리나라는 주식인구가 500백만 명인 반면에 중국은 주식 인구만 2억 명인 곳이죠. 이렇게 보면 중국은 굉장히 로보어드바이저가 진입하기 좋은 시장입니다.”
“문제는 중국 증권시장은 데이터 기반 예측이 쉽지 않은 비합리적인 시장이란 것입니다. 비합리적이란 말은 뉴스나 정부의 정책에 따라 기업 주가에 변동이 크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금융을 개방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위안화를 SDR(Special Drawing Right)에 편입시키며 세계적인 기축통화로 만들려고 하고 있습니다. 위안화가 기축통화로 이름을 올렸지만, 아직 달러나 엔화 정도의 기축통화는 되지 못하고 있죠. 중국이 G2의 자리를 공고히 하려면 US 달러나 유로화가 섞여 들어와서 위안화의 가치가 올라야 합니다. 증권시장으로 돈이 들어와야 하는데 선진국 입장에서는 합리적으로 예측하기 쉬운 게 아니면 돈을 안 들고 올 거죠. 그래서 중국 정부는 증시를 개방하고 합리적인 시장이 되려 하고 있습니다. 합리적이란 말은 상장기업이 돈을 번 만큼, 기업의 재무실적에 따라 주가가 움직이는 시장이란 뜻입니다. 조만간 데이터로 분석이 가능한 합리적인 시장이 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문경록 공동대표의 말에 따르면 중국은 앞으로 로보어드바이저 분야에서도 큰 시장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주식시장 규모가 클 뿐만 아니라 개인투자자의 규모도 한국과 비교하면 40배에 달한다. 하지만 경쟁이 거세진 중국으로 바로 들어가긴 쉽지 않다. 그렇기에 뉴지스탁 외에도 많은 기업이 중국에 들어가는 준비 운동으로 홍콩에 법인을 설립한 뒤, 중국에는 자회사를 세워서 들어가거나, JV(Joint Venture)나 VIE(Variable Interest Entity)를 만들어 진입한다. 중국에 진출하기 전 홍콩을 테스트 마켓으로 둘 수 있을 뿐더러 금융과 유통이 발달하고 외환규제가 없는 것, 법인세가 세계 최저이며, 조세체계가 비교적 간단한 것도 많은 기업이 홍콩으로 몰리는 까닭이다.
#홍콩의 핀테크 상황은?
문경록 공동대표는 분기마다 한 번씩은 홍콩과 중국에 방문하여 시장 조사, 파트너쉽 체결을 모색하고 있다.
현지 핀테크 스타트업들을 많이 만나보기도 한다는 데, 현지의 핀테크 상황은 어떤지 물었다.
“홍콩은 개인투자자가 많지 않은 곳입니다. 대부분이 기관 투자자인 시장이지요. 하지만 홍콩은 아시아 최고의 금융 중심지입니다. 또한, 대부분의 로보어드바이저는 기본적으로는 개인을 타겟으로 하지만 투자운용을 하는 알고리즘 자체는 프로그램 엔진이기에 기관 투자자에게도 충분히 좋은 서비스가 가능합니다. 중국에 들어가기 위해 홍콩을 경유하는 셈이지만, 기관 투자자용 버전도 개발해 홍콩 기관도 타겟으로 삼을 예정입니다.”
“올해 초 홍콩에 한 달 머물면서 시장조사도 하고 현지 로도어드바이저 스타트업도 만나 보았습니다. 현지 스타트업도 저희와 비슷하게 먼저 홍콩에 있는 기관 투자자 대상으로 로보어드바이저를 만들고 데이터를 쌓아 안정적으로 서비스를 만든 뒤, 중국으로 들어가겠다는 계획을 하고 있습니다. 저희도 아직은 홍콩이나 중국 진출 전 리서칭 중에 있는 단계입니다. 결국 본토 내에 파트너사를 찾아야지만 제대로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죠. 현재는 먼저 한국시장 먼저 집중하고자 하는 상태입니다. 한국에서부터 잘해야겠지요?”
#중국과 홍콩의 차이
그리고 중국 진출을 위해 홍콩에 가지만, 두 시장은 전혀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다. 웬만한 중국 소매점에서 모바일 결제로 할 수 있지만, 홍콩은 신용카드조차 받지 않는 곳이 많다. 중국과 홍콩의 차이에는 어떤 점이 있을까?
“홍콩과 중국은 분위기가 아주 다르긴 합니다. 중국은 현금 없는 사회가 거의 되어버렸습니다. 상해나 선전은 현금을 거의 사용하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결제가 알리페이나 위챗페이로 이루어집니다. 홍콩은 반대로 알리페이나 위챗페이도 거의 사용하지 않을 뿐더러 로컬 식당이나 택시에서는 신용카드도 받지 않고 현금만 받는 상황입니다. 홍콩인들은 뭔가 오히려 중국 본토보다 보수적이여 자기가 체험하며 사용해야 합니다. 홍콩은행도 보수적이라 법인설립은 쉬워도 통장개설이 너무 어려워요. 반대로 중국은 법인설립은 어렵지만, 통장 개설은 너무 쉽습니다. 심지어 일요일에도 은행이 열지요. 인민관장에 있는 공상은행에 갔는데 거기는 일요일에도 문을 열더라구요. 그리고 여권만 있으면 통장을 개설을 할 수 있었어요.”
“근데 홍콩은 개인적으로 통장개설을 할 때도 현지 거주증, 그니까 비자가 있어야 합니다. 외국인이니, 회사에서 주는 채용 비자도 있어야 합니다. 그것도 4-5개월 월급을 받았다는 증빙이 있어야 통장을 열 수 있어요. 굉장히 까다롭죠. 홍콩에서 법인설립을 마쳤으니 계좌를 열어야 하는데 홍콩 로컬 은행에서는 통장을 열 수 없는 구조더라고요. 대기업이면 몰라도 스타트업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뉴지스탁은 홍콩에 진출한 한국계 은행에서 계좌를 만들었죠. 통장 개설 옵션도 별로 없습니다. 하지만 사실 통장개설 등 초기 단계가 굉장히 어렵기 때문에 홍콩에 서비스를 정식으로 런칭했다는 것만으로도 시장의 신뢰를 얻을 수 있긴 합니다.”
“홍콩은 시작하기엔 어렵지만 굉장히 깨끗한 조세제도와 체계적인 법이 마련되어 있다는 겁니다. 세금이 싸고 외화반출규제가 없지요. 게다가 홍콩에는 없는 세금이 많아요. 양도 소득세, 부가세, 상속세 등이요. 소득세도 16% 캡이 있어 세금을 적게 냅니다. 우리 나라와 같은 경우엔 연봉이 7000~8000정도 되면 소득세율이 24%정도 되고, 억대 연봉되면 38%~42%이상되는 데 홍콩은 연봉에 따라 소득세가 그렇게 올라가지 않아 채용을 해도 근로자나 고용주에게 좋은 것이죠. 홍콩에서 사업을 잘하면 순이익을 상대적으로 더 얻을 수 있고, 세금을 한국이랑 홍콩 둘 중에만 한 곳에 내면 되니. 홍콩에만 세금을 내면 그 돈을 한국으로 가져올 때도 외환반출규제가 없이 한국에 가져올 수 있습니다.”
홍콩은 장단점이 크게 갈리는 시장이다. 중국에 진출할 때 완충지 역할을 할 수 있고, 법체계가 깔끔하고, 세금이 적어 비즈니스 하기에 좋은 환경이란 장점이 있다. 하지만 문제는 시장 규모가 적어 금융, 무역, B2B가 아니면 어렵고 생활비도 아주 비싼 편이다. 만약 우리나라에서 스타트업 팀이 동시에 홍콩에 간다면 월급보다도 렌트 때문에 더 힘든 상황. 원룸이 200만원이 훌쩍 넘고, 13평 정도하는 원베드 룸이 500만원에 육박할 정도다.
홍콩 스타트업 생태계도 아주 발달되지 않았다. 홍콩에 있는 로컬 CEO들조차 창업이 어렵다고 말하고 있는데, 스타트업 비율을 보면, 홍콩 로컬 스타트업은 60%, 해외 스타트업 비중은 40%을 차지한다. 그 말은 중국으로 들어가기 위한 외국인이 많다는 뜻이며, 그만큼 홍콩인들은 창업을 하지 않는 모습이다. 홍콩은 생활비가 비싼 만큼 창업을 해서 돈을 웬만큼 많이 벌지 않으면 생활이 힘들어지니 직장을 먼저 구한다고 한다.
인터뷰 마지막으로 문경록 공동대표는 시장의 장단점과 스타트업 생태계를 잘 파악하여 홍콩진출을 준비하라고 조언했다.
“창업을 하지 않아서 스타트업 생태계가 발전하지 않았는지, 생태계가 발전하지 않아 창업을 하지 않는지는 두고 보아야 하겠지만, 그렇기에 처음부터 모든 걸 준비해야하는 스타트업이라면 홍콩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서울에서 창업을 하고 기본 준비를 마친 뒤 진출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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