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테크 스타트업 바풀의 디자이너 JASON YOO가 블로그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
이제는 누구도 보릿고개라는 말을 쓰지 않는 것처럼, 현시대 사람들은 더는 생존 자체를 고민하지 않는다. 오히려 복지. 즉, 어떻게 더 행복하게 살 것인지 고민한다. 특히 요즘 같은 저성장 시대에 경제적 계층화가 심화되면서 사람들은 큰 꿈보다는 이번 주, 오늘 하루의 가치에 대해 전보다 더 고민한다. 그리고 이런 고민을 통해 개개인의 욕구와 욕망이 훨씬 다양해졌고 더욱 구체화 되었다. 또한, 스마트폰이라는 철저히 개인적인 플랫폼이 등장하며 이런 변화를 증폭하고 있다.
이런 변화에서 맥을 같이하는 흐름은 분열과 분산이다. 더 커다란 종합선물세트로는 사용자의 다양하고 구체적인 니즈를 만족시킬 수 없다. 이 때문에 단시간에 정말 많은 스타트업이 출현했고, 그들은 사용자의 사소하고 섬세한 니즈까지 사업화하고 있다. 대기업도 마찬가지다. 예전처럼 무엇이든 자사 포털에 편입시키려는 노력만 하지 않는다. 오히려 계속 새로운 브랜드와 제품을 만들고, 분사 과정을 통해 그 독립성을 유지하고 있다.
풀스택 디자이너
이렇게 사람들의 니즈가 변화하고 있다면, 디자이너의 관점 역시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많은 디자이너가 이른바 ‘풀스택 디자이너’를 중요한 지향점으로 바라본다. 풀스택 디자이너는 와이어프레이밍과 프로토타이핑부터 시작해 고품질의 GUI를 뽑아내고, 프런트엔드 개발까지 어느 정도 가능한, 그야말로 끝판왕 같은 존재다. 이처럼 풀스택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서는 수많은 스킬과 테크닉을 쌓아야 한다. 그래서 실제로 찾기 어렵고, 연봉도 높은 편이다.
하지만 풀스택 디자이너의 역할이 과연 빠르게 변화하는 사용자의 니즈에 맞닿아있는지 의문이 든다. 풍부한 스킬과 테크닉 등 기술적인 측면이 과연 사용자의 다양하고 구체적인 니즈를 만족시킬 수 있을까? 미려하고 디테일한 GUI나 인터랙션은 이제 차고 넘친다. 더불어 디자이너의 수많은 창작물이 온라인 마켓에서 만원도 안되는 가격에 팔리고 있다. 디자인 툴은 점점 단순해지는 데, 해가 지나면 또 새로운 툴이 나온다. 이렇게 디자이너의 스킬과 테크닉이 필요한 부분은 계속 단순해지고 있다. 따라서 풀스택 디자이너의 역할도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The New 풀스택 디자이너
① 기획: 사용자의 다양하고 구체적인 니즈에 응답하기 위해서는 기술뿐만 아니라 문학적인 관점이 필요하다. 먼저 어떤 기술을 부리기 전에, 기획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무엇을 디자인할 것인지 명확한 구상을 가져야 한다. 물론 제품의 핵심 가치와 장단점, 경쟁 제품과 시장 상황 등 배경 지식을 갖춰야 동료들과 말이 통한다. 이후 와이어프레이밍은 시각화 수단일 뿐이며, 그 자체가 목적이 될 순 없다. 기획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이 와이어프레임이나 프로토타입을 만드는 것은 위험한 일이며, 흔히 말하는 예쁜 쓰레기의 출발점이 될지도 모른다.
② 디자인: 다음 GUI 및 인터랙션 디자인 단계에서는 물론 테크닉도 중요하지만, 그 전에 페이지마다 디자이너가 사용자에게 주입하려는 메시지를 명확히 주장해야 한다. 마치 글을 쓰는 것처럼 주제 의식과 논거, 설득을 위한 수사 등을 이야기 흐름에 맞게 GUI와 인터랙션에 녹여내야 한다. 단순하지만 명확히 이야기 전달을 하고 있는 iOS 11이 좋은 사례다. 또한, 이렇게 이야기 구성에 신경 쓸수록 결과 평가가 가능하고 개선책도 마련하기 쉽다. 디자이너가 주장하는 이야기를 기준으로 세워 사용자의 반응을 숫자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③ 마케팅: 마지막은 마케팅 측면이다. 아무리 제품을 잘 만들어도 사용자가 모르면 그만이다. 사용자가 앱을 나중에 지우더라도, 일단 많이 설치하게 만들어야 제품의 가치를 시험할 수 있다. 모바일 앱이라면 앱스토어와 구글플레이의 앱 아이콘과 스크린샷, 키워드 등에 GUI만큼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프로모션 이미지도 마찬가지다. 프로모션 이미지는 단순히 단발성 이벤트를 위한 그래픽 작업이 아니다. 내가 디자인한 제품을 간결하고 매력적인 메시지로 요약해 볼 중대한 기회다. 또한, GUI 디자인이 소개팅이라면 프로모션 이미지는 헌팅이다. 굉장히 짧은 체류 시간 동안 단 한 장의 이미지를 통해, 사용자에게 제품에 대한 첫인상을 심어야 하기 때문이다.
앞서 풀스택 디자이너의 연봉이 높은 편이라고 이야기했지만, 비슷한 수준의 개발자보다는 역시 낮다. 기술적인 측면에서 진입 장벽이나 난이도가 낮으니 당연한 일이다. 따라서 기술적인 측면보다 그 어느 때보다 다양해진 사용자의 니즈에 주목해야 한다. 그런데 사용자와 가장 가까운 것은 개발자도 기획자도 아닌 디자이너다. 디자이너가 기술적인 측면을 넘어 기획, 디자인, 마케팅 과정에 분포한 사용자와의 모든 접점에서 비즈니스의 가치를 주장하고 증명할 때, 현시대 그리고 가까운 미래에 적합한 풀스택 디자이너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Jason의 스타트업 디자인 이야기] 시리즈
– iOS 11의 디자인 스토리텔링
– UX, 중요하지만 또한 진부한
– 디자인의 결과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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