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TER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
정말 구직자들이 궁금해야 할 것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을 통해 경력을 쌓든지 평가를 통해 제대로 된 보상을 받든지 어떤 회사라도 둘 중 하나는 바로 되어야 다니고 싶은 최소한의 마음이 생길 겁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입사 하기 전에 표면적인 현상인 ‘연봉’과 ‘매출액’ 등의 정보만 알 수 있을 뿐 그것을 만드는 조직의 거버넌스, 문화, 제도에 대해서는 대체로 아무 제공을 받지 못합니다. 그러기에 취업과 이직 시장은 늘 정보 불균형이 존재하며 많은 비용이 회사나 개인에게 부과됩니다. 사회적인 숙제이기도 합니다.
그 중 가장 어려운 것은 조직의 거버넌스와 평가 제도의 균형 찾기입니다. 대부분의 구직자들은 이런 것을 모르거나 내부자를 통해 설령 안다고 한들 그 사이의 역학관계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하지 않고 구직에 뛰어듭니다. 이는 구직자들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상당 수의 기업 인사 담당자와 경영자는 거버넌스와 평가 제도의 상관성에 대해 깊이 이해하고 있지 못합니다. 마치 ‘최고 원료를 최저 가격에 제공하자‘는 전략없는 명문에 불과한 이해를 갖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매트릭스 조직입니다. 70년대부터 현재까지 효용과 문제에 대해 여러 경영 학자들의 말이 오간 이 조직 구조는 현재도 적지 않은 기업에서 돌아가고 있습니다.
여전한 테스트, 매트릭스 조직
매트릭스 조직은 사업 단위 조직과 다르게 여러 사업을 하나의 조직에서 할 수 있는 복합적인 구조를 갖는 특징이 있습니다. P&G, BMW 등의 회사가 하고 있는 것으로 많이 알려져 있고 국내에서도 대형 금융사를 비롯한 적지 않은 규모의 기업에서 매트릭스 조직을 쓰고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매트릭스 조직을 취하지 않더라도 프런트오피스와 백오피스를 구분한다든지 기능적인 단위를 살리기 위해 일부 매트릭스 구조를 차용해 쓰는 기업들이 적지 않습니다.
매트릭스 조직은 다양한 기업군과 상품군을 갖고 있는 회사에서 통합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국내 금융사가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개인, 기업 등 고객을 중심으로 사업 체계를 나누고 각각 은행과 증권, 캐피탈 등을 아우르는 형태로 이중적인 조직 체계를 만드는 겁니다. 회사로서는 고객의 니즈에 맞게 즉각적인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제조업에서도 핵심적인 역량이라고 판단되는 부서의 고유성을 살리기 위해 사업 단위와 구분해서 조직을 가져갑니다. R&D 부서가 고유한 기능을 개발하는데 사업 단위가 방해하지 못하게 만들 셈으로 구성한 것이죠.
협업을 염두에 둔 거버넌스
이런 매트릭스 조직의 순기능은 사실 기저에 있는 ‘협업’이라는 철학이 작동될 때 시너지를 낼 수 있습니다. 보고체계부터 평가에 이르기까지 단일하지 않기 때문이죠. 작은 것 하나라도 일을 진척해 나가기 위해서라면 대화하고 양보해야 하는 절차를 거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기에 매트릭스 조직을 잘 하기 위해서는 단위 조직의 성과보다는 전체적으로 협업을 통해 전사적으로 어떤 가치를 창출했느냐를 따지는 게 근본적인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길인 것이죠. 매트릭스 조직을 운영하는 모 회사는 IT부서의 단위 조직에 대한 평가를 전체 회사에 기여한 시스템을 연간 몇 개를 만들었느냐로 평가한다고 합니다. 단위 사업으로 구성된 조직의 평가라면 이 부서의 이익을 따질텐데 전사적인 관점에서 시너지를 내기 위한 방법이라 할 수 있겠죠.
하지만 단위 사업 조직을 유지하다가 사업의 복잡함으로 인해 매트릭스 조직으로 바꾼 회사 중에서 매트릭스 조직의 형태가 아니라 철학을 제대로 궁구하지 못한 곳은 제도와 제도가 모순을 일으키는 부작용을 겪습니다. ‘협업’을 방해하는 요소들이 바뀌지 않은 채 흉내만을 내기에 벌어지는 일이죠. 책 ‘회사언어 번역기’에서 다루는 식품 회사도 이런 전형을 겪고 있습니다. 특히 평가 제도와 선발에서 기존 사업 단위 조직의 철학을 고수한 채 매트릭스 조직으로 무리하게 바꾼, 즉 철학은 그대로인데 형태만 갑자기 커진 회사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죠.
바뀌지 못한 조직 소프트웨어들
평가의 상대성이 그렇습니다. 각 조직, 개인 단위까지 상대 평가를 하면 협업의 여지는 상당히 사라지고 수요와 공급이 왜곡되는 조직간 프로세스에 부하가 걸리게 됩니다. 협업보다는 부서의 경쟁력을 유출하지 않기 위해 비공식적인 테이블에서 일을 도모합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제도적인 일들도 적지 않습니다. 이 부분은 ‘회사 언어 번역기’와 다른 아티클에서 워낙 많이 다룬 내용이라 자세한 것은 넘어 가겠습니다.
선발도 그렇습니다. 사업 단위의 조직에서 카리스마 있고 내부 관리력이 강한 리더가 매트릭스 조직에서도 이상적인 인재상으로 그대로 이어집니다. 이 전투적인 리더는 여기저기서 파열음을 냅니다. 대부분 그런 사람들로만 리더십으로 세워진 회사는 일이 되는데 걸리는 시간보다 서로 신경전을 벌이는 시간이 더 많습니다. 내부 정리나 성과에 대한 배분 등에도 상당한 시간을 쏟게 됩니다.
매트릭스 조직으로 거버넌스를 바꾸었지만, 인사제도나 문화의 변화 없이 이를 제대로 수행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이를 덮기 위한 부작용만 파생될 뿐이죠. 그러기에 사업의 규모가 커지고 정의한 각각의 고객을 위한 서비스로 재편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조직 문화와 조직 문화를 바꾸기 위한 인재상에 대한 재정립, 평가 제도가 유도하는 업무 프레임을 손봐야 합니다. 갑자기 매출이 늘고 관리하는 조직이 늘어나면 그 때서야 하기에는 너무 벅찬 일이기 때문이죠. 특히 성공한 기업들이 규모가 급하게 커지면서 과거의 우수했던 조직 문화나 성과를 잃는 경우 이런 변화를 무리하게 시도하다 겪는 일이 많습니다. 톰 피터스가 지적한 매트릭스 조직으로 성공한 기업이 없었다는 것도 이런 사전 작업의 부재, 부재가 낳는 거버넌스와 제도/문화의 불일치가 만든 결과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물론 조직을 잘게 나누어 계속 살아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플랫폼, 융합이 중요해지는 고객 중심의 시대에 과연 매트릭스 조직을 피하면서 지낼 것인가는 늘 고민의 대상입니다. 부작용의 원인을 알면 지금부터 준비해야 할 것에 대해 기업가로서 구직자로서도 알 길이 보일 것입니다.
[흔한 전략기획의 브랜딩 지키기] 시리즈
– ‘관리’가 생기는 불필요한 이유
– 실험은 실험실에서…’혁신을 어디에 해야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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