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를 그리다 팀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번 더 소개합니다.
실리콘밸리에서의 기업은 대중이 의식적/무의식적으로 가지고 있는 문제 인식을 해결하기 위한 ‘미션’으로부터 출발한다. 그리고 그 미션에 따라 혁신적 제품을 만들어 대중에게 제공한다.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특징 중 하나는 목적이 명확한 Mission Statement를 가지고 혁신을 만들어 간다는 것이다.
실리콘밸리를 비롯한 기술 기업들의 역할은 크게 혁신을 만들어 내는 역할(innovator)과 혁신을 빠르게 확산하는 역할(fast follower)로 나누어 진다. 혁신을 만들어 내는 기업은 사람들이 가진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한다. 반면 혁신을 확산하는 기업은 이미 있는 혁신을 모방하여 더 싸고 품질이 좋게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혁신의 시작과 확산을 한 기업에서 할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혁신을 만들어내는데 적합한 스타트업형 조직과 혁신을 확산하는 대기업적 구조는 서로 매우 다르기 때문에 한 기업이 둘 다 잘하기는 쉽지 않다.
아이디어와 혁신을 중요시하는 실리콘밸리의 회사들은 대부분 사람들이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느끼는 문제를 찾아내어, 그 문제를 해결하려는 미션을 만들고, 그 미션에 맞는 제품을 만들려고 노력한다. 이러한 기업들은 Zero to One, 기존에 없던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 내어 블루오션을 개척한다. 애플의 아이폰, 구글의 검색, 페이스북, 트위터, 테슬라 전기차, 에어비앤비, 우버 등은 사람들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해 주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했다.
제조업을 위주로 하는 기업들에서는 더 싸고 좋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즉 고객이 최대한 만족하는 제품을 만들어서 판매를 증진시키려고 노력한다.
삼성은 애플의 혁신으로 만들어낸 스마트폰을 더 싸고 좋게 만들어서 대중화하는 데에 성공했다. 지금은 중국의 샤오미를 비롯한 수많은 기업들이 기존의 혁신 제품들을 모방하여 더 싸고 품질 좋은 제품을 만들어 낸다. 이들은 무한 경쟁의 레드오션 시장을 만들게 되지만, 소비자들이 더 저렴한 값에 혁신을 누릴 수 있도록 해준다.
물론 모든 회사에 적용되지는 않겠지만, 혁신을 만들어내는 기업(innovator)은 어떠한 문제를 해결할지, 즉 ‘무엇’을 하는 회사인지 명확히 하는 Mission Statement를 가지고 있다. 반면 혁신을 빠르게 확산하는 기업(fast follower)은 ‘어떻게’를 강조하는 Mission Statement를 가진다. 또한 세계 시장에서의 위치와 고객 만족 등을 중요시한다.
지금은 달라졌지만 스티브 잡스의 애플은 다음과 같은 미션을 가지고 있었다.
– 인류의 진보를 가져오는 사람들이 쓰는 도구를 만들어 인류의 발전에 기여한다.
– To make a contribution to the world by making tools for the mind that advance humankind.
어떻게 하면 인류의 진보를 가져오는 똑똑한 사람들이 편하게 쓸 수 있는 도구를 만들까를 생각하던 스티브 잡스는 인류가 전에 보지 못했던 새로운 제품들을 내놓았다. 아이폰, 아이패드, 맥북 등의 제품과 그 생태계를 만들어 ‘혁신’의 아이콘이 되었다.
그런데 지금의 애플의 미션은 혁신의 확산에 초점을 둔 미션을 가지고 있다.
– 애플은 세계 최고의 개인용 컴퓨터인 맥과 OS X, iLife, iWork 등의 전문가용 소프트웨어를 만든다. 애플은 iPod과 iTunes로 디지털 음악 혁명을 이끈다. 애플은 iPhone과 앱 스토어로 휴대전화를 재발명하고 iPad로 미래의 모바일 미디어와 기기를 선도한다.
– Apple designs Macs, the best personal computers in the world, along with OS X, iLife, iWork and professional software. Apple leads the digital music revolution with its iPods and iTunes online store. Apple has reinvented the mobile phone with its revolutionary iPhone and App Store, and is defining the future of mobile media and computing devices with iPad.
이렇게 달라진 미션은 ‘관리의 팀 쿡’으로 알려진 팀 쿡 체제의 애플이 스티브 잡스의 애플과 어떻게 다른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것을 목표로, 다른 기업들과 경쟁에서 승리하여, 스티브 잡스가 미션에 대한 깊은 고민 끝에 내놓았던 혁신적 제품들을 ‘어떻게’ 한 단계 더 발전시키고 확산하려는지 보여준다.
엘론 머스크(Elon Musk)의 전기차 기업 테슬라는 다음과 같은 미션을 가지고 있다.
– 지속 가능한 에너지로의 전 지구적 전환을 가속화한다.
– Accelerate the world’s transition to sustainable energy.
이러한 목표 하에 개발한 세계 최고의 전기 자동차는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면서 1억 원에 달하는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사업적으로도 큰 성공을 가져다 주었다. 테슬라의 전기차는 자동차 시장의 경쟁을 이기려는 미션이 아닌,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려는 미션을 가지고 만든 제품이다. 그는 또한 태양력 발전을 하는 솔라시티를 창업하였으며 지구의 에너지 고갈 시 이주할 화성을 탐사하기 위해 우주 산업 SpaceX에도 뛰어들었다. 전기차, 태양광 발전, 우주 산업, 각각을 놓고 보면 도저히 이해가 안 가는 사업적 행보이지만 ‘미션’을 보면 왜 그런 선택들을 했는지, 그리고 그 미션이 어떻게 혁신으로 이어졌는지 명확히 볼 수 있다.
한편 미국의 자동차 회사 포드는 2013년 다음과 같은 미션을 발표했다.
(요약하여 번역)
하나의 팀: 가볍고 글로벌한 조직으로 세계 자동차 시장을 선도한다.
하나의 플랜: 변화하는 시장에 유연하게 대처하고 이윤을 내기 위해 조직을 공격적으로 변화시켜 나가고, 고객 만족을 위한 새 프로덕트를 개발한다.
하나의 목표: 일하기 즐거운 포드를 만들어 모두에게 이윤과 성장을 가져다준다.
이 미션을 통해 포드 역시 경쟁을 통해 혁신을 확산하기 위해 노력하는 기업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가벼운 조직의 도입 등을 통해 어떻게 해서 세계시장을 선도하며 경쟁을 이기고 이윤을 창출할지 제시하고 있다.
물론 미션이 좋다고 해서 혁신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은 아니고, 혁신을 확산하는 조직이 혁신을 추구하는 미션을 가질 수 없는 것도 아니다. 다만 미션은 한 기업이 어느 방향을 향하고 있는지, 블루오션과 레드오션 중 어떤 시장에서 더 적합한 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단면이 될 수 있다.
이 외에도 실리콘밸리의 기업들은 대부분 그들의 존재의 이유를 드러내는, ‘무엇’을 하는 회사인지에 대한 명확한 미션을 가지고 있다.
Google: 세상의 정보를 조직하여 모든 사람이 접근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하자. (Organize the world’s information and make it universally accessible and useful)
Airbnb: 낯선 도시에서 우리 집을 만나다. (Belong Anywhere)
Uber: 교통수단을 수돗물처럼 어디에서 누구나 쓸 수 있게 한다. (Make transportation as reliable as running water, everywhere, for everyone)
미션은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존재 이유이자 혁신이 생길 수 있는 근본적인 이유 중 하나이다. 미션이 무엇인가에 따라서 회사는 전에 없는 혁신을 만들 수도, 레드오션에서 가격과 품질 경쟁을 해나갈 수도 있다. 또한 미션을 구성원이 얼마나 이해하고 공유하고 있는지에 따라 하나의 팀으로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도 있고 조직이 오합지졸이 되어 무너질 수도 있다.
위에서 시키는 대로 하고, 조직을 더 중요시하는 집단주의적 기업에서는 명령을 내리는 사람만 회사의 미션을 잘 이해하고 있으면 된다. 어차피 ‘아랫사람’은 자신이 결정권을 갖지 않고 시키는 일을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회사에서는 미션이 유명무실하고 미사여구로 가득해지는 경우가 많다. 미션이 무엇이라고 하든 맨 윗사람의 결정이 모든 것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혁신을 확산하는 기업은 execution, 즉 효율적인 생산이 중요하기 때문에 일사불란한 이러한 체제가 더 잘 어울린다. 따라서 미션의 가치도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반대로 각 역할의 전문성을 중시하는 개인주의적 사고방식을 가진 실리콘밸리 기업에서는 전 직원이 미션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각 전문영역의 전문가들이 각자의 판단에 따라서 자율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회사가 어떠한 방향으로 가고자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이해가 없으면 서로 맞지 않는 결정을 통해 배가 산으로 가는 경우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혁신을 만드는 기업은 innovation, 즉 각 전문가들이 자율성을 가지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그들에게 생각의 가이드라인과 목표가 없다면 그들의 생각이 어디로 튈지 모른다. 그래서 혁신을 확산하는 기업들은 미션을 ‘좋은 말씀’ 정도로 가볍게 여기는 반면, 혁신을 만드는 기업들은 미션을 명확히 하고 전 직원에게 이해시키려고 전체 회의와 컨퍼런스 등을 통해 각고의 노력을 한다.
실리콘밸리에서 스타트업을 시작할 때에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한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있었던 문제들을 하나씩 생각해 보자.
그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할까?
내 삶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것. 그것이 혁신의 시작이다. 그리고 전세계 사람들의 삶의 문제를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것. 그것이 혁신을 만들어내는 회사들의 미션이다. 그리고 그것이 혁신을 만들어내는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미션이다.
[실리콘밸리를 그리다] 시리즈
(1) 실리콘밸리를 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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