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일 퍼틸레인 고문이 페이스북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

글을 시작하기 앞서, 우선 개인적으로 손혜원 의원을 좋아한다. 국회의원으로서의 의정활동, 역사관, 국가관을 좋아하고, (광고 및 홍보) 전문가로서 그녀의 자질과 능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으며, 언제나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말투 등 손혜원 의원의 개인적인 모습까지도 좋아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번 국정감사에서 손혜원 의원이 밝힌 ‘확률형 아이템은 도박이다’라는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을 뿐더러 그 주장을 펼치는 과정에서 (업계의 일부를 지칭한 것 같기는 하지만) ‘바퀴벌레’, ‘똥파리’ 등 저급한 용어를 쓴 부분은 대단히 잘못된 행동이라 생각한다.

모든 도박에는 유희성이 있지만, 한국의 형법에는 ‘일시적 오락 정도에 불과한 경우 유희성이 있어도 범죄에 해당하는 도박에서 제외한다’고 명문화 되어있다. 또한 범죄형 도박의 판단은 오직 법원에서만 하도록 되어 있는데 그 위법성을 규정짓는 한계는 도박 자체의 흥미성, 도박의 장소, 도박자의 사회적 지위, 재산 정도, 도물의 다과 등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구체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형법 246조에 분명하게 명시되어 있다. 따라서 법을 개정하지 않는 한 ‘확률형 아이템이 도박’이라는 손혜원 의원의 주장은 법리적으로는 그 근거가 매우 부족하다고 할 수 있다.

https://youtu.be/hFN-AVVS4VM

해외사례를 보자면 북미(미국과 캐나다)에서 게임등급분류심사를 담당하는 비영리자율규제단체인 ESRB(Entertainment Software Rating Board)에서 ‘랜덤박스는 도박이 아니다’라는 공식입장을 내 놓았고, 영국의 도박위원회에서도 동일한 의견을 밝힌 바 있다.

아마도 손혜원 의원이 국감에서의 강한 언급은 최근 상위매출 빅3에 해당되는 넥슨, 엔씨, 넷마블을 겨냥한 것으로 추측되는 데, 실제 게임업계의 현장을 들여다보면 ‘랜덤박스가 없는 게임은 극히 드물다’는 현실적인 말을 전해주고 싶다. 그리고 랜덤박스의 대안으로 <배틀그라운드>를 언급했던데, 이 또한 시장의 상황을 살펴보지 못하고 언급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이미지: 배틀그라운드

<배틀그라운드>는 노력과 천운이 맞아 떨어진 극도의 희귀한 성공사례인거지, 단지 업계에서 노력을 통해 쉽게 나올 수 있는 경우가 아니기 때문이다. ‘김연아 같은 선수가 동계 올림픽 때마다 배출될 수 있도록 피겨 스케이드계에서는 좀 더 노력해봐라’는 것과 진배없는 이야기니까…..

현재 시장에 나와 있는 모바일 게임은 크게 유료게임과 무료게임으로 분류할 수 있고 그 중에서도 무료게임의 주요한 수익모델은 ‘랜덤박스’가 대세인데, 그 외에는 중소규모 혹은 인디개발자들의 트레픽 베이스의 ‘광고 모델형’이 일부 있을 뿐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게임들은 모두 한국의 게임물관리위원회에서 정식승인을 받은 게임들이다.

넥슨, 엔씨, 넷마블 같은 공격대상을 제외하고도 대부분의 게임들이 ‘랜덤박스에 자유롭지 않은 현실’에 해당되는데, 막상 심의를 허가한 여명숙 게임물관리위원회 위원장은 국정감사에서 피감기관의 장으로서 자신의 업무와는 상관없이 관조하는 듯한 화법을 보여주었다. 이 부분은 의아하면서도 매우 유감스럽다. 본인이 그 심의기관의 위원장이자 심의를 내주는 총책임자인데 왜 업계 탓을 한단 말인가? 경우에 따라서는 ‘심의를 내주지 않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를 수 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이 말이다.

이력을 들여다보니 게임과 무관한 경력을 쌓아온 사람으로서 게임과 게임계에 대한 애정이 전혀 없는 사람이기에 나올 수 있는 언급이라 생각하니 발언의 배경이 비로소 이해가 되었다. 과거 영등위(영화등급심의위원회) 위원장을 영화인이 아닌 삼성출신의 기업가가 맡았을 때의 모습이 생각이 났다.

‘아이들이 도박을 하고 있다’는 취지의 이야기도 동의할 수 없는 것이 ‘초등학생이 엄마카드로 1500만원을 결제했고 여중생이 4000만원을 사용했다’는 손혜원 의원의 주장도 결국은 한 언론보도를 인용한 것인데, 그게 사실인지 팩트확인을 했다는 추가적인 내용을 본 바 없다. 내 개인적으로는 어떻게 하면 초등학생이 엄마카드를 1500만원이나 쓸 수 있고 엄마는 그때까지 모를 수 있는지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요즘은 인앱결제도 애플과 구글에 환불을 신청하면 다 받아주도록 되어 있는데 말이다.

설령 국감에서 밝힌 그 두 가지 사례가 사실이다 하더라도 단 두건의 사례로 ‘확률형 아이템이 도박’이고 ‘게임은 청소년에게 유해하다’라고 결론 내리기에는 너무 성급한 판단이지 않을까?

이미지: 리니지M

아프리카 BJ들이 인터넷방송을 통해 리니지M의 ‘랜덤박스 확률이 낮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고액을 결제하는 퍼포먼스는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일 뿐이지 리니지M의 확률형 아이템이 도박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가 되지 못한다. 아이폰이 막 나오자마자 유튜브에서 바로 박살내는 과정을 보여주는 이들이 아이폰의 내구성의 문제가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한 것인지 아니면 조회수로 돈을 벌거나 혹은 대중들의 관심을 얻고자 하는 것인지 분간을 못할 대중들은 없듯이 말이다.

개인적으로 유명 아이돌의 굿즈상품 구매에 수천만원을 쓴 사례를 당장 몇 십개 이상 찾아올 수 있는데, 그렇다고 ‘아이돌이 청소년에게 유해하다’고 결론 내릴 수는 없는 일 아닌가?!

‘사행심을 조장하는 게임회사들의 비즈니스 모델은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라는 논조에는 동의할 수 있다. 혹은 리니지M의 확률형 아이템이 극악무도하니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지 한번 들여다봐야 할 것 같다는 주장도 어느정도는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런데 ‘확률형 아이템은 도박이다’는 일방적 주장은 도저히 받아 들일 수가 없다. 상기에 밝힌 바와 같이 주장의 근거도 없을 뿐만 아니라 업계 종사자로서 감성적으로는 더더욱 억울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나아가 ‘똥파리’, ‘바퀴벌레’를 운운해 가며 ‘게임산업진흥’의 문제를 제기한 손혜원 의원의 언급은 ‘대단히 유감스럽다’는 뜻을 전하고 싶다. 또한 게임물관리위원회의 위원장으로 본인이 심의의 책임을 지어야 할 자리에 있는 사람이 업계자체에 마치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이야기하고 본인이 피해자라는 뉘앙스를 보여주던 여명숙 위원장의 발언 또한 ‘상당히 무책임하다’고 생각한다. 문제가 있었다면 공론화 시켜 개선을 했어야 하는 것이 책임자의 자리 아닐까?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현재 한국 모바일 게임 매출에 가장 크게 기여하고 있는 연령대는 30~40대 남성들이고 숫자로 환산하면 극소수(1% 이하)의 초고액 과금러들이다. 그들이 일상생활을 포기하거나 게임 아이템을 구매하기 위한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한 ‘확률형 아이템이 사회적문제’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실제로 모바일 게임에 수천 만원을 결제한 대기업 임원을 직접 본 일이 있다. 그는 술 담배도 안 하고, 스포츠도 싫어하고, 좋은 차에도 관심이 없는 단지 모바일게임을 통한 취미생활에 흥미를 가지고 있고, 해당 길드에서 활동하는 것에 즐거워하고 자기만족을 하는 평범한 사람인데 여유가 되는 사람이 자신의 여유한도에서 취미를 즐기는 것이 과연 비난 받을 일인가?

또한 월 평균 몇 십만원씩 게임 아이템 구매에 쓰는 성인들이라면 모바일 게임을 일종의 취미의 영역으로 인정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스포츠, 영화, 자동차, 음악, 맛집, 여행, 술, 각종 수집처럼 게임도 개인의 문화적 취미의 영역인 것이다. 그런데 유독 한국에서만 게임(그리고 만화 및 애니메이션)을 즐기는 이들을 ‘무언가 비정상적인 사람’으로 바라보는 사회적 편견이 심하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특히 정부의 규제대상에 게임이 자주 거론되는 것이 크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지난 정권에서는 ‘게임이 마약’이라고 하더니 지금에 와서는 도박으로 취급받는 것은 게임에 대한 정부의 인식이 얼마나 편견에 가득차 있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 부분은 게임업계의 사람들이 단계적으로 바꿔 나가야 할 숙제라고 생각한다.

왜 게임이 정치권에서 탄압의 대상이 되고 사회적 편견의 대상이 되는지는 지면 관계상 다음에 이어서 쓰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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