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세일즈연구소 유장준 대표의 칼럼을 모비인사이드에서 소개합니다.

세상에 수없이 많은 일 중에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대표 직무 세 가지가 있다. 바로 개발, 마케팅 그리고 영업이다. 이 세 가지 직무를 가진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조직에서 핵심 부서 역할을 수행하며, 나름 바쁜 업무를 소화한다. 그 이유는 이 직무들이 모두 기업의 ‘비즈니스’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앱 서비스의 경우 거의 모든 고객 접점이 앱을 통하기 때문에 개발자(혹은 기획자)의 입김은 절대적이다. 경쟁이 심한 서비스의 경우 수많은 경쟁사 중에 반드시 우리여야 하는 이유를 납득시켜야 하기 때문에 마케팅의 힘이 중요해진다. 단 한 번의 거래 만을 위한 소위 ‘역전앞 장사’가 아닌, 고객과 오랜 관계를 가져가야 하는 비즈니스라면 영업이 핵심이 된다.

물론 이들 이외의 부서도 있다. 재무, 회계, 인사, 총무, 운영 등… 무슨 일이 그렇게 많은지, 회사가 커지다 보면 ‘업무분장’ 자체가 또 하나의 업무가 되어 버린다. 많은 스타트업들이 업무를 규정하고 직원과 매칭 시키는 작업을 세웠다 깨뜨렸다를 반복한다. 물론 그러면서 배우는 것도 있지만, 진짜 일 다운 일은 못하고 내 일이네, 네 일이네 하다 허송세월을 보내는 경향이 있다. 그렇다. 스타트업을 운영하다 보면 가끔씩 느낀다. 진짜 생산적인 일은 언제 하지? 직원들 모두 하나씩 보면 열심히 일을 하는 것 같긴 한데, 어딘가 새는 곳이 있는 것 같다. 우리끼리 알콩달콩 멋있게 일하는 게 꿈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직원들끼리 갈등이 보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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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연봉이 작다, 근무시간이 길다는 등의 인사, 총무 측면의 문제는 어쩌면 귀여운 수준이다. 그 정도의 문제쯤이야 회사만 잘 돌아가면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물론 착각이다) 그런데 진짜 갈등은 위에서 언급했던 핵심 직무들끼리의 갈등, 그중에서도 개발팀 vs 영업팀의 갈등이 압권이다. 아! 이를 어쩐다. 둘의 관계는 여자 vs 남자, A형 vs B형의 그것과 같아서 정말 해결 자체가 어려운 문제다. 심지어 어떤 이들은 물 vs 기름과의 관계, 더 나아가 북한 vs 미국과의 관계로까지 희화화한다. 둘은 별칭까지 갖고 있다. 개발팀의 별칭은 ‘안돼요 팀’, 영업팀의 별칭은 ‘무대뽀 팀’이지 않은가?

무엇이 문제일까? 어떻게 하면 갈등을 없애거나 줄일 수 있을까? 스타트업 CEO의 머릿 속은 복잡하다. 콧구멍 만한 회사에 무슨 벌써 갈등이냐, 앞으로 나아가기도 바빠 죽겠는데… 그런데 사실 이를 해결하기 가장 좋은 방법은 갈등을 그냥 인정하는 것이다. 각 팀은 서로 열심히 일하는 것뿐이며, 그러는 와중에 혹여 갈등이 있다면 CEO 등 경영진이 그 갈등을 중재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많은 CEO들이 이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 어설프게 양비론을 펼치며 둘의 갈등을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 혹시 이 갈등을 완화시킬 묘수는 없을까? 절대적인 해결책은 아니지만, 조금은 도움이 될까 해서 적어본다.

1. 상대의 팀 채용 및 면접 과정에 참여한다.

많은 스타트업들이 신규 인력을 채용할 때, CEO나 경영진만의 결정으로 진행한다. 그렇지만 다음부터는 한 번 이렇게 해 보라. 영업 담당자를 뽑는 면접에 개발팀장과 개발팀원 한 명 정도를 면접관으로 참여시킨다. 마찬가지로 개발자를 뽑을 때 영업팀장과 영업팀원을 면접관으로 참여시킨다. 그들은 함정 질문을 던지는 등 유별나게 적극적으로 면접을 진행할 필요는 없다. 그냥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괜찮고, 너무 어렵지 않고 궁금한 점만 순수한 의도로 간단하게 물어보면 된다. 이렇게 함으로써 합격자는 상대팀을 조금이나마 존중할 수 있게 된다. 갈등은 상대를 존중하지 않아서 생기는 것이다.

2. 상대의 팀장에게 업무에 관한 승인권을 부여한다.

보통 스타트업들이 체계적인 승인 시스템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이 부분이 와 닿을지 모르겠지만, 어떤 직원이 업무를 진행할 때 승인을 받고 처리하는 것은 기본이다. 어떤 일을 승인 없이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은 승인이 필요 없다는 뜻이 아니라, 승인권을 그 사람에게 이미 위임했다는 뜻이다. 경영진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이런 승인권을 적절히 조절해서, 어떤 일은 승인 없이 ‘신속하게’, 어떤 일은 승인을 반드시 거치게 하여 ‘안전하게’ 처리되는 것을 유도하는 일이다. 이러한 승인권을 다른 유관 부서의 팀장에게 주는 것도 방법이다. 예를 들어, 개발팀이 서비스의 관리자 페이지를 업그레이드하는 과업에 대해서 영업팀장의 승인을 받거나, 영업팀의 제안서 내용을 개발팀장(혹은 기획자)의 승인을 받게 하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승인을 까다롭게 하라는 뜻이 아니라, 상대방 과업에 대해서 거의 99% 승인을 해 주긴 할 것이지만 그래도 이러한 과정 자체가 쌍방 간의 협업을 바란다는 의미인 것이다. 그런 분위기가 중요하다.

3. 직무기술서(Job Description)에 타 부서와의 협업을 적시한다.

많은 스타트업들이 직무기술서라는 것을 갖고 있지 않지만, 지금부터라도 모든 직원들에 대한 직무기술서를 작성해 볼 것을 적극 권장한다. (이에 대해서는 지난번 칼럼에서 언급했었다.) 이 직무기술서에는 해당 직원의 과업과 책임을 기술하는데, 여러 가지 기본 업무도 중요하지만 ‘타 부서와의 협업을 적극적으로 꾀한다.’라는 문장이 꼭 포함되어 있어야 한다. 직무기술서에 적시된 과업은 해당 직원의 책임이다. 그 책임을 다 하지 못한 직원은 조직의 안정과 평화를 해치는 사람이다. 다른 어떠한 능력보다 조직 내의 다른 멤버들과 융화는 중요하기 때문에 CEO는 주기적으로 이를 강조하고, 매 분기 성과 평가(Performance Review) 시간에 이에 대하여 토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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