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석 중국 IT 칼럼니스트가 미디엄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
최근 중국 배달 서비스들이 다시금 투자 및 인수합병전을 펼치고 있습니다.
중국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와 텐센트가 배달앱 시장에서 다시금 경쟁에 불을 붙였다. 알리바바가 최대주주인 어러머가 바이두 와이마이를 인수하자 텐센트는 메이퇀에 거금을 투여했다. 1일 블룸버그통신 보도에 따르면 중국 최대 소셜미디어 서비스인 위챗(WeChhat)을 운영하는 텐센트가 메이퇀 디엔핑(Meituan Dianping)에 30억달러(약 3조4200억원)를 투자한다. (중략) 앞서 중국 배달앱 1위 업체인 어러머(餓了)는 3위 업체인 바이두와이마이(百度外賣, 바이두딜리버리)를 지난달 인수했다. – 중국, 배달앱 전쟁 재점화?(이코노믹리뷰)
위의 기사에 언급된 어러머(饿了么)와 메이퇀(美团)은 중국 배달의 1, 2위를 다투는 대표격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인데요. 단편적으로 둘의 전쟁만은 아닙니다. 뒤에 알리바바와 텐센트가 있기 때문입니다.
앞서 알리바바는 지난 2015년 4월 어러머에 12억5000만 달러(약 1조4600억 원)를 투자해 최대주주로 등극했습니다. 올해 5월에는 앤트파이낸셜과 함께 펀딩 목표를 최소 10억 달러(1조1000억 원)로 잡고 자금을 모집중이란 보도가 나오기도 했죠. 텐센트도 가만히 있진 않았습니다. 지난 해 DST글로벌, 즈신캐피탈, 궈카이카이위엔, 투데이캐피탈, Baillie Gifford 등과 함께 메이퇀에 3조9000억원을 투자했죠. 상술했듯 텐센트가 이달 1일 30억 달러(3조4200억원)를 메이퇀에 추가 투자한단 보도도 나왔습니다.
수많은 배달 앱들이 난립했다가 어러머와 메이퇀으로 압축된 상황에서 또 다시 거금이 투입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표면적인 이유는 이 업체들에 추가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돈이 필요하니 투자를 받는 것일 테죠.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닐 겁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당연히 목적이 있어야겠죠.
저는 최근 중국 유통업계의 이슈 중 하나인 신유통(新零售)과 연관지어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현재 중국 포털사이트나 뉴스사이트에서 신유통으로 검색만 해도 수많은 기사가 쏟아져 나옵니다. ‘알리바바가 신유통을 위해 오프라인 기업들과 합작을 맺었다’거나, ‘알리페이만 결제가 되는 신선식품 매장 허마셴셩이 오픈했다’는 등. 무인편의점 및 농촌의 슈퍼마켓들이 알리바바나 징동에 의해 완전히 새롭게 리모델링 되는 보도들도 쏟아집니다.
배달앱 역시 이러한 변화의 흐름을 타고 있습니다. 중국 배달 서비스들은 ‘2030 세대의 잦은 야근’과 ‘모바일 결제의 발전’에 가장 큰 수혜를 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중국에서 ‘배달’은 생소한 키워드였습니다. 중국인들은 친구(朋友)라고 생각하지 않으면 집문을 열어주지 않는 문화가 있기 때문입니다. 2000년대 초중반만 하더라도 중국에 진출한 한국 대기업들도 방문 판매를 기반으로 한 전략을 짰으나 실패의 쓴 잔을 마셔야 했습니다. 방판 아주머니들을 상하이, 베이징 등에 배치시키며 한국에서 해오던 것과 유사한 형태의 영업을 시작했지만 무용지물이었죠. 집 문을 열어주지 않는 중국인들에게 방판은 의미가 없었습니다.(중략) 하지만 중국 제1,2 도시의 2030 세대의 급여는 앞선 세대와 비교해 크게 상승했는데요. 대신 칼퇴근 문화가 없어지고 야근 문화가 자리를 잡으면서, 배달 서비스를 이용하는 숫자가 증가했습니다. – ‘변화무쌍’ 중국 O2O 시장…장벽 넘은 ‘배달 문화’
결국, 식음료 영역에서만큼은 중국 사람들의 오프라인 데이터 플랫폼으로 자리를 잡기에 이릅니다. 오프라인 매장으로 연결되는 것은 당연할 수순이었죠.
올해 7월 메이퇀은 ‘장위셩셴(掌鱼生鲜; 문어신선)’이라는 매장을 베이징 보타이국제상업백화점(博泰国际商业广场) 지하 1층에 오픈했습니다. 크기는 약 2000평방미터이며, 5km 내 지역에 한해 1시간 내 신선식품 배송을 해주는 신유통 매장입니다. 언뜻 보기에도 알리바바가 투자한 허마셴셩(盒马鲜生)과 유사하죠.
– 관련 글: 허마셴셩: 중국 신선식품 이커머스의 현재
다만 차이가 있다면 장위셩셴은 ‘신선식품+이커머스+물류’가 결합된 매장으로 메이퇀의 막강한 배송 인프라에 의존하고 있으며, 허마셴셩은 ‘신선식품 매장+이커머스+음료+물류’의 형태로 뒷단에 알리바바가 있다는 점입니다.
이게 끝이 아닙니다. 장위셩셴은 11억 가입자를 갖고 있는 위챗과의 시너지도 오프라인으로 확신시킨다는 속내가 담겨져 있습니다.
어러머도 가만히 있지는 않습니다. 중국 테크 전문 미디어 36커의 보도에 따르면 알리바바 그룹의 투자를 받은 어러머가 알리페이 앱에 임베드된 이후 상호 시너지를 내고 있습니다. 어러머는 현재 알리페이 앱 메인 화면 11개의 기본 서비스 앱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는데요. 이는 알리페이가 전략적으로 어러머를 밀어붙이기 위한 결단으로 풀이할 수 있습니다. 현재 알리페이앱 가입자는 4억5000만 명을 육박합니다. 기존 확보한 알리페이 가입자들의 트래픽을 어러머로 확장해 시장 지배력을 공고히 하려는 셈입니다.
어러머는 지난 해 4월부터 알리페이, 커우베이, 모바일 타오바오 플랫폼의 ‘배송(外卖)’ 카테고리를 담당했습니다. 플랫폼에 입점한 오프라인 매장들의 배송 영역을 담당하려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를 통해 이용자는 알리페이 앱을 결제 모듈 이상의 플랫폼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됐습니다. 주문한 제품, 결제, 배송의 모든 프로세스를 알리페이 앱에서 파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알리페이도 오프라인 데이터를 쥐고 있는 어러머의 고객들에게 홍바오나 VIP 등의 서비스를 연결하는 등 이용자를 확대할 수 있게 됩니다.
2016년 알리바바와 텐센트의 대표적 격전지는 ‘결제’였습니다. 여전히 알리페이가 55%로 위챗페이(38%)보다 우세하죠. 하지만 오프라인에서는 위챗페이가 이겼다는 이야기도 공공연히 나옵니다. 알리바바는 이를 막아서기 위해 차이냐오 물류 플랫폼을 앞세운 신유통을 내세웁니다. 즉, 오프라인에서의 제품 구매 경험을 타오바오에서 사는 것만큼 간편하고, 신속하며, 신뢰성있게 만들겠다는 것이죠.
위챗페이를 통해 오프라인에서 주도권을 쥐고 있는 텐센트 역시 제휴 매장을 확대하며, 위챗페이의 사용성을 높이는 동시에 메이퇀과 징동 등을 앞세워 신유통 생태계를 만들기에 이릅니다. 두 회사 모두 올해 8월에 무현금의 날 행사를 진행한 것도 우연은 아니겠죠? (*비록 중앙은행의 규제를 받긴 했지만)
정리하면, 더 이상 중국에서 어러머와 메이퇀은 배달만을 하는 서비스라고 할 수 없습니다. 뒷단에는 거대 인터넷-이커머스 생태계가 놓여져 있죠. 두 배달 서비스가 지난 수년간 확보해온 오프라인 데이터가 알리바바와 텐센트의 서비스와 결합돼 새로운 가치를 만들고 있습니다. 적어도 모바일 영역에서 배달, 결제, 교통 등으로 단절된 서비스 개념은 없다고 봐야할 것입니다. 단순히 배달앱 싸움이 아닌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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