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CO. 조명광 대표가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번 더 소개합니다.

조선 말기 인물로 추정되는 봉이 김선달은 사기꾼에 불과했지만, 대동강물도 팔았던 세일즈 마케팅(세일즈를 위한 일련의 마케팅 활동)의 대가이기도 하다. 김선달은 강물을 팔기도 했고, 얼음으로 변한 대동강 위에 볏짚 단을 깔고 논으로 팔기도 했다. 봉이 김선달에게는 판매하지 못할 것이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김선달은 사기꾼에 불과했지만, 인간의 욕망을 어떻게 이용하는지 아는 선천적으로 타고난 세일즈맨이었다. 대한민국에 태어났다면 세일즈 끝판왕 쯤 되지 않았을까?

<사람마다 사고 싶은 이유가 다르다. 팔기전에 살 생각을 해보라. 출처 : 9gag.com>

세상에는 두 가지 종류의 상품(서비스 포함)이 있다. 팔리는 상품과 팔리지 않는 상품이다. 이 두 가지의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일까? 효용이 있느냐의 문제이다. 효용이란 말을 풀어보면 ‘보람 있게 쓰임 또는 그런 보람이나 쓸모’라는 뜻인데 언젠가부터 이 효용에 인간의 욕망이 투영되기 시작했다.

이 욕망은 효용을 채워주는 훌륭한 재료가 되었다. 그래서 쓸모 있게 쓰이지 않더라도 욕망을 해소해주는 효용(이것도 효용이라면 효용, 어쩌면 가장 큰 효용일 수도)이 있다고 판단되면 팔리는 상품이 되는 세상이 되었다. 인간의 욕망을 해결해주는 상품은 팔리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욕망을 해결해주는 것이라고 해서 다 팔리는 것이냐 하는 별개의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욕망을 해결해줄 만한 상품의 종류가 너무나 많아진 것이다. 생존의 욕구만 해결해주면 되었을 때는 상품의 존재만으로도 팔리는 상품이 되었다. 이 시기에는 공급이 수요를 해결해주지 못하던 시기였으므로 ‘상품 = 판매’의 등식이 가능한 시대였다. 하지만 매슬로우 욕구 5단계 중 4단계인 존중의 욕구 단계에 해당하는 시기에 이르자 인간의 욕망을 자극하는 상품을 파는 시대가 된 것이다.

매슬로우 욕구 5단계는 구분하기에 모호하다는 여러 비판에도 불구하고 가장 널리 알려지고 인용되는 이론이다. 5단계의 자아실현 전 존중의 단계는 타인에게 존중받고 싶어 하는 단계로, 권력욕이나 명예욕이 이에 해당한다. 여기에 더해 상품으로 간다면 상품의 존재가치를 타인에게 인정받고 싶어 하는 단계로 연결 지을 수 있을 것이다. 명품을 구매하고 과시적 소비를 지향하는 사람들이 이 단계의 욕구를 해소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짝퉁이라도 그 속에 욕망을 해소해주는 효용이 투영되어 명품처럼 팔리는 것이다.

장 보드리야르는 《소비의 사회》에서 ‘사회가 소비하는 것은 상품이 아니라 기호’라고 했다. 시니피앙과 시니피에(Signifiant/Signifie)까지 들어가면 너무 어려워지기 때문에 쉽게 풀어보면 이렇다. 자동차 한 대를 사는 것은 단순히 탈 것을 사는 것이 아니고 사회적 명예와 지위를 의미하는 하나의 기호를 구매한다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남에게 ‘나는 좀 사는 사람이다’ 혹은 ‘계급이 높은 사람이다’라는 것을 말하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중국의 마돈나라 불리는 가수 Ayi Jihu, 공산주의국가도 소비사회가 될 수 밖에 없다. 출처 : luxurysociety.com>

‘나는 비바람을 막아주고, 벌레나 식물의 가시들로부터 나를 보호해 줄 옷을 살 거야’라는 식의 원초적인 구매의사를 갖고 옷을 사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물론 캠핑을 위해 실제로 이런 옷의 효용을 보고 구매하는 시대이기도 하나, 거기에 더해진 하나는 기호다. 노스페이스로 할 것이냐, 코오롱으로 할 것이냐 이것이 문제로다. 지금의 소비사회는 “나는 소비한다. 그러므로 존재한다(I shop, therefore I am)”의 인간형이 지배하는 사회인 것이다.

새로운 마법의 주문이 나타났다. You shop. cnfcj : http://www.dailylife.com.au/

상품의 존재를 차원(물리학적 개념은 아니다)에 대입해보자.

1차원 : 보통 선으로 설명된다. X축이나 Y축 상관없이 (2), (5)와 같은 식으로 설명된다. 1차원적이라고 하면 상품의 물리적 본질이라 해석할 수 있다. 페트병은 1차원적으로 플라스틱이다.

2차원 : 면으로 설명된다. X축과 Y축이 같이 존재한다. (2, 5)와 같이 표시되어 면을 형성한다. 2차원적 상품이라고 하면 페트병, 즉 플라스틱으로 된 컨테이너다.

3차원 : 입체이다. X축과 Y축 그리고 Z축이 존재한다. (2, 5, 2)로 표시된다. 우리가 사는 세상을 보통 3차원이라고 한다. 3차원적 상품이라고 하면 물병이라고 할 수 있다. 플라스틱으로 된 컨테이너에 물을 담는 것이다.

4차원 : 물리학적으로는 공간 X, Y, Z에 시간 T가 결합한 차원이다. 4차원은 이해하려고 하지 말자. 어렵다. 상품을 4차원으로 해석하자면 삼다수라 하겠다. 플라스틱으로 된 컨테이너에 제주도라는 히스토리가 담긴 물이다.

제주도를 단순하게 공간으로 해석하는 것이 아니다. 히스토리는 시간과 공간에 의해 만들어지는 이야기인 것이다. 왜 다른 물보다 삼다수인가? 제주도는 우리나라 3대 영산(靈山)중의 하나인 한라산을 품은 화산섬으로, 대대로 깨끗한 물과 공기를 대표한다. 또한 지층을 흐르는 물이 지표로 흘러나오는 용천수로 생활을 영위해왔던 곳이다. 이런 섬에서 가져온 물은 안전할 것이라는 믿음뿐만 아니라 삼다수를 먹는 사람이라는 존중을 가져다 준다. 삼다수를 먹는 사람으로서의 소속감을 줄 수도 있다.

4차원 상품이라 함은 본질에 스토리를 담아 인간의 욕망을 자극한다는 의미가 되겠다. 상품에 가치(Value)를 만들어 입히는 것이 마케터의 몫이다.

<똑같은 상품들 속에서 다른 하나의 가치를 찾아내는 일을 마케터가 해야한다. 출처 : rawart.deviantart.com>

상품을 판매할 때는 이러한 인간의 욕구가 상품에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가를 분석함으로써 마케팅 전략을 세워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단순히 상품은 좋은 부분을 어필한다면 소비자는 유사한 상품 10개 이상을 구매리스트에 올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당신에게 가치를 줄 상품을 하나 골라달라고 하면 저마다 하나의 상품을 고르고 이유를 만들 것이다. 그리고 상품 선택의 이유는 소비자가 부여하는 가치다. 이 가치를 마케터가 만들어 주어야 한다. 이를 만드는 과정이 마케팅 프로세스다. 

마케터들이 마케팅 전략을 세울 때 기본적으로 하는 절차들이 있다. 힘들게 고민하고 생각하지 말자. 마케팅의 아버지 필립 코틀러가 어떻게 해야 할지 미리 정리해두었다. R-STP-MM-I-C, 학교에서 기본적으로 가르쳐주는 마케팅 용어의 머리글자다. 세부적인 내용은 마케팅 관련 책들에 아주 자세히 나오니 여기에서는 생략한다. 풀 단어만 쓰고 가자.

R: Research
STP: Segmentation, Targeting, Positioning
MM: Marketing Mix(4P)
I: Implementation
C: Control

각 단계별로만 정리하니 매우 쉬워 보이지만 알파벳마다 수많은 내용이 있다. 그중에서 R은 정말 중요하다. 기본적 정보 제공을 해주는 시작점이기 때문에 마케터가 가장 많은 준비를 해야 할 단계이다. 거시 환경 분석이나 산업환경 분석부터 3C 분석, SWOT 분석 등이 동원되고 이 과정에 마케팅 리서치를 통해 신뢰도와 정확성을 높이기도 한다.

<필립 코틀러의 진정한 마케팅의 정의만 기억한다면 프로세스는 자연스럽게 만들어진다. 출처 : www.azquotes.com>

이런 과정을 거치고 나면 내가 무엇을 팔고 있는지에 대한 파악이 가능하고 어떻게 팔아야 할지 대략 정의가 될 것이다. 다만 이런 과정도 중요하지만 이런 과정 사이에서 발견되는 인사이트를 얻어야 한다.

인사이트를 얻자면 인간의 욕망에 대해 이해해야 한다. 마케터가 되기 위해서 기본적으로 인문학을 섭렵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인문학은 인간의 존재에 대한 의문을 갖고 인간의 가치를 찾는 학문이다. 인간은 자신의 가치를 상품에 투영하고 있다. 이것이 소비사회 속에 존재하는 인간의 욕망이다.

마케터가 팔고 있는 것은 상품이 아니라 욕망이요 가치다. 내가 팔고 있는 것이 무엇이건 그 안에 내재된 또는 내재될 욕망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팔기 힘들어진다.

필립 코틀러는 진정한 마케팅이란 만든 것을 파는 기술이 아니라 무엇을 만들지 아는 것이라고 했다. 이것은 또한 소비자의 니즈를 규정하고 이해하는 것이자 고객에게 만족을 줄 해결책을 창조하는 것이라고 했다. 마케터라면 내가 무엇을 팔고 있는지 그 내면까지 이해해야 한다. 소비자는 자신만의 가치를 찾고 싶어 하면서도 여론에 휘둘리는 남들의 독재(하이데거)를 받는 군상이다.

마케터는 가치를 부여하고 남들의 독재가 일어나게 해야 하는 직업이다. 나는 오늘 무엇을 팔고 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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