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게임 마케터 ‘우주인’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
게임이 어느 정도 만들어지고, 론칭에 대한 대략적인 일정과 마케팅 예산이 결정되면 마케터는 마케팅 대행사를 선정하는 비딩 작업에 들어가게 된다. 비딩이란 게임회사에서 광고 대행사를 선정하는 프로세스로 마케터가 대행사들에게 프로젝트에 대한 간단한 설명과 구체적인 요청사항을 전달하면, 대행사들은 이러한 마케터의 요청사항에 대한 결과물을 약 2~3주의 시간 동안 정성껏 준비하여 프레젠테이션하는 일련의 과정을 의미한다. 참고로 마케터는 담당하는 모든 게임에 대해 비딩을 진행하는 것은 아니고, 보통 억 단위 이상의 마케팅 예산이 들어가는 프로젝트에 한하여 마케팅 대행사를 선정하는 비딩을 진행하게 된다.
어쨌든 대부분의 대행사들은 이 2~3주라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 동안 온갖 아이디어를 쥐어 짜내며, 주어진 시간에 정말 놀랄만한 콘셉트와 크리에이티브를 정성껏 만들어 마케터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준비를 하게 된다. 이러한 비딩을 준비하면서 경쟁사나 주변의 마케터들에게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의 하나가 바로
요새 모바일 게임은 어느 대행사가 잘해요?
매우 어렵고도 애매모호한 질문이다. 게임회사의 대부분의 마케터들은 공감(?)하겠지만 모바일 게임의 비딩을 위해 대행사를 찾다 보면 온라인 시절부터 게임 마케팅에 잔뼈가 굵은 10개 내외의 온라인 대행사들이 늘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물론 최근 몇몇 대작 게임의 경우 마케팅 예산 규모가 수십억 이상으로 넘어가면서 제일기획, 이노션, 엘베스트 등 소위 말하는 종합광고대행사들도 종종 모바일 게임의 비딩에 참여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것은 정말 모바일 게임 비딩에서는 극히 드문 일이다. 그렇다 보니 마케터로서 특별히 모바일 게임을 잘하는 대행사가 어디냐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 왜냐하면 게임을 주로 담당하는 온라인 대행사들의 경우 이미 수년 동안 시장의 주요 게임들에 대한 마케팅을 나누어 담당하고 있고, 각 대행사들의 담당자 또한 이런저런 이유로 서로의 경쟁사로 이직을 하면서 각 대행사들의 편차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한 같은 대행사라 하더라도 담당 AE가 누구냐에 따라, 담당하는 팀이 어디냐에 따라 보여주는 역량의 차이가 생각보다 큰 차이를 보이기 때문에 어느 대행사가 잘한다고 딱히 꼬집어 말하는 것은 마케터로서 매우 위험한 발언이라 생각한다. 결국 누가 나에게 이런 질문을 하면 대행사보다는 비딩 시 담당자가 누구고, 어떤 팀을 만나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정도만 조심스레 이야기한다.
대행사들은 왜 항상 엄청난 양의 문서를 만들어올까?
본격적으로 비딩으로 들어가 대행사들이 프레젠테이션 시 가지고 오는 문서의 양을 보면 적게는 60여 장에서 많게는 200여 장에 가까울 정도로 방대한 양의 문서를 가지고 온다. 문제는 이러한 방대한 양의 문서를 30~40분 정도의 제한된 시간 내에 발표를 하다 보니 당연히 말도 빨라지고, 공들여 만든 각 장의 설명을 제대로 하지도 못하고 넘어가지 못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행여나 세팅에 문제가 있어 발표가 늦어질 경우에는 Q&A 시간을 제대로 갖지도 못하고 급하게 마무리를 하는 안타까운 경우도 있다. 한 때 잠시나마 대행사에서 AE로서 비딩을 준비했을 때를 돌이켜보면 나도 크게 다르지 않았던 듯하다. 당시를 돌이켜보면 문서를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는 한 장 한 장이 논리적으로 꼭 필요한 내용이고, 그 안에 있는 텍스트 하나하나 정성을 들여 작성하지 않을 수 없었던 기억이 난다. 또한 그렇게 정성껏 문서를 만들다 보니 나도 모르게 애초에 생각했던 것 이상의 방대한 문서가 되는 것을 여러 번 경험했다.
과연 이렇게 방대한 문서를 준비하는 것이 비딩 시 가장 전략적인 방법일까?
대행사에서 준비하는 비딩의 목적은 수주이다. 수주를 위해서 자신들이 갖고 있는 모든 역량을 최대한 효과적으로 주어진 시간 내에 보여주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각 장 마다 빽빽이 가득 찬 문서들은 만드는 사람 이외에는 읽히지 않는 글이 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프레젠테이션이 끝나고 각 마케터들이 다시금 꼼꼼히 문서를 체크하고, 판단해 줄 거라는 생각으로 만들 수는 있지만 경험 상 비딩의 결과는 프레젠테이션 당일에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아직도 빽빽한 텍스트의 100장이 넘는 문서를 만들고 있는 대행사들은 비딩을 위한 효과적인 문서작업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대행사들은 어떻게 해야 비딩을 수주할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까?
모바일 게임의 비딩에 주로 참여하는 대행사들은 이미 업계에서 게임 마케팅에 관한 최고(?)라 불리는 베테랑들의 모여있는 곳이다. 따라서, 개인적으로 비딩 때마다 큰 기대와 설렘을 품고 대행사들의 발표를 기다린다. 마케터로서 대행사들의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모여주는 결과물들을 보면 어떻게 저런 생각을 했을까라는 놀람과 함께 감탄을 넘어 감동을 받을 때가 종종 있다. 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마케터의 입장에서 너무도 실망스럽거나 아쉬운 부분들이 많은 경우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비딩 시 제일 중요한 것은 뭐니 뭐니 해도
콘셉트와 크리에이티브다.
대행사들은 자신들이 준비한 비장의 무기인 크리에이티브를 가장 효과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앞단에 많은 장치와 전술을 세팅한다. 문제는 때때로 그게 너무 지나쳐 주객이 전도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앞단의 분석과 말하고자 하는 콘셉트를 끌어내기 위한 논리가 너무 장황 또는 복잡하거나, 때로는 마케팅 강의를 보듯 원론적인 이야기를 길게 늘어놓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 마케터들은 콘셉트에 대한 기대감보다는 피로감이 쌓이고, 시간이 지날수록 대행사에 대한 거부감이 더 커지게 된다. 따라서 대행사들은 발표 시 여러 대행사를 하루 종일 봐야 하는 마케터들의 입장과 상태를 살짝은 배려하는 약간의 센스가 있었으면 한다. 또한 설상가상으로 이렇게 장황한 설명을 통해 잔뜩 부풀려놓은 기대감에 미치지 못하는 콘셉트와 크리에이티브가 나올 경우 마케터의 실망감은 몇 배가 된다는 것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비딩 시 발표자는 지루하고, 장황한 설명보다는 쉽고, 심플하게 인사이트만 명확하게 보여줘도 대부분의 마케터들은 발표자의 의도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아까운 시간을 버리면서까지 구구절절 일일이 설명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AE로서의 짧은 경험과 위에서 언급한 문서에 대한 생각과 같이 마케터의 입장에서 대행사들에게 바라는 비딩에 대한 몇 가지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들을 이야기해볼까 한다.
#1 문서를 일단 잘 만들어라!
문서를 잘 만들어야 하는 것은 모든 문서의 기본이다. 잘 만든 문서는 무엇일까? 비딩을 위한 문서를 만들 때는 일단 보는 사람이 쉬워야 한다. 쉽게 이해가 되는 것은 기본이고 디자인적으로도 잘 읽히고, 잘 보여야 한다. 발표를 준비한 자신들만이 볼 수 있는 깨알 같은 텍스트들만 가득 채운 문서는 가능한 지양해야 한다. 꼭 필요한 내용이라면 나중에 추가 자료로 제출하거나 어펜딕스에 넣으면 된다. 또한 정성껏 만든 크리에이티브를 효과적으로 보여 줄 수 있는 레이아웃도 많은 신경 써서 디자인해야 한다.
#2 발표는 가능한 한 명이 하는 것이 좋다!
가끔 비딩을 보면 30~40분 내의 짧은 시간에도 여러 명의 발표자를 기용하는 경우도 있다. 기획 부분 발표자, 크리에이티브 부분 발표자, 미디어 부분 발표자 등으로 나누어 발표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 마케터의 입장에서는 산만하고 집중력이 떨어지게 된다. 담당 AE가 발표를 위한 모든 내용을 사전에 충분히 인지하고, 직접 발표를 하는 게 어떨까 한다. 세부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Q&A 시간에 각 담당자들이 대답을 해도 충분하다 생각된다.
#3 무엇보다 크리에이티브는 양보다 질이다!
최근 비딩을 하면 정말 놀라울 정도로 많은 수의 콘셉트와 크리에이티브를 가져오는 대행사들이 있다. 마케터의 입장에서는 많이 가져오면 가져올수록 사실상 나쁠 게 없다. 다만 양이 많다고 꼭 선정되는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여러 콘셉트를 제안하고 각 콘셉트에 따른 다양한 크리에이티브를 보여주는 것은 마케터야 매우 고마운 일이지만 내부에서 치열한 토론 끝에 결정된 가장 확실한 콘셉트와 크리에이티브로 승부를 보는 것이 어떨까 한다. 크리에이티브는 또 하나하나 최고의 퀄리티를 보여줘야 한다. 너무 적은 수의 크리에이티브는 마케터가 보기에는 자칫하면 성의 없이 준비했다는 오해를 받을 수도 있다. 마케터가 요청한 RFP에 충실한 정도의 크리에이티브는 기본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4 크리에이티브는 무조건 색깔이 있어야 한다!
모바일 게임의 경우 어떻게 보면 늘 비슷비슷한 게임을 늘 다르게 이야기하려 하니 비딩을 준비하는 대행사들도 매우 힘들 것이다. 그러다 보니 각 각의 대행사마다 차이는 있지만 게임사들이 좋아할 만한 무난한 콘셉트와 안정된 크리에이티브를 가져오는 대행사도 있고, 자기만의 확실안 색깔을 가진 콘셉트와 크리에이티브로 승부하는 대행사도 있다. 사실 이 부분은 각 게임회사마다 호불호가 다르기 때문에 무엇이 옳다, 그르다 할 수 없을 것이다. 다만, 마케터가 생각하지 못한 참신하고, 기발하고, 확실한 색깔을 가진 크리에이티브를 가져와야 성공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5 미디어 부분을 이야기할 때는 잠시 힘을 빼도좋다!!
요새 대행사 담당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이야기 중 하나가 게임사 마케터들이 매체에 대해서는 자신들보다 더 잘 안다는 이야기다. 대행사를 거치지 않는 직거래 매체가 많고, 트래킹 툴의 발달로 매체의 상세한 효율을 마케터들이 직접 실시간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마케터들도 대행사들에게 미디어 부분에 대한 기대는 상대적으로 적어진 듯하다. 마케터가 모르는 새로운 매체나 사례 정도는 관심이 갈 듯 하나 그 외의 부분에 있어서는 그렇게 많은 힘과 비중을 둘 필요는 없을 듯하다.
지금까지 이야기한 것들 이외에도 비딩의 승패를 결정하는데는 많은 이유와 요소들이 있을 것이다. 또한 각 회사마다 마케터마다 대행사를 선정하는 기준들도 각각 다를 것이다. 비겁한 변명일지 모르겠지만, 위의 내용들은 마케터로서 생각하는 비딩에 대한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알려둔다.
[우주인의 모바일 게임 마케팅] 시리즈
(1) 모바일 게임 마케터, 도대체 누구냐 넌?
(2) 초능력(?)이 있어야 인정받는 마케터가 된다고?
(3) 마케터에게 이런 질문은 이제 제발 그만!
(4) 마케터와 디자이너의 은밀한(?) 대화 엿보기
(5) 마케터와 사업PM의 빅뱅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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