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일 퍼틸레인 고문이 페이스북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

 

image: gettyimages

최근 중국에서 아이폰8이 정식 발매됐다. 중국에서의 분위기는 발매 초반임에도 폭망의 모습이다. 물론 발매 전에 대부분의 매체가 예상했던 모습이기도 하다. 과거에는 아이폰을 일부로 까 내리려는 매체들의 시도에도 애플은 오직 실적으로 모든 주변의 안 좋은 평판을 눌러 버렸다면 이번에는 진짜 안 좋은 상황으로 보인다.

과거 아이폰은 중국에서 정식발매가 되기 이전에는 홍콩판을 포함한 글로벌판 등이 대인기였고, 차이나유니콤에서 가장 먼저 아이폰의 정식발매를 했을 때에는 유니콤의 사용자수를 확 늘이는데 일조했다. 아이폰의 인기를 그냥 찻잔속 태풍으로 치부하기 힘들다고 판단한 중국의 No.1 통신사인 차이나모바일에서 정식발매가 된 후에는 iOS 점유율이 무려 30%를 넘기던 시절도 있었다.

애플은 그 좋은 시절을 꾸준하게 까 먹고 있는 중이다. 지난번 삼성폰이 고전하는 이유에서 언급했듯 아이폰이 고전하는 이유도 너무 비싸기 때문이다. 가성비란 모든 물품구매에 가장 핵심적인 이유인데 중국에서 가성비 좋은 로컬 안드로이드 폰들이 너무 많이 나왔다.

기술적 혁신도 혹은 (대다수 애플 매니아들의 가장 중요한 구매 요소인) 디자인의 감성도 점차 사라져가고 있다. 솔직히 노트7이 나올 무렵부터는 디자인 자체만으로 평가해도 삼성폰이 아이폰보다 낫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할 정도로 말이다.

더욱 이번 아이폰8의 경우는 판매가격이 발매 전에 떨어지는 최악의 상황까지 직면했다. 물론 가격을 낮췄음에도 여전히 비싸다. 5.5인치가 6,688위안이라는 고가인데 참고로 상해 같은 곳의 1성도시 3~4년차 대졸 직장인의 월급이라고 감안한다면 너무 무리한 가격 책정이다.

그 결과 발매 첫날 몇 일전부터 줄 서서 우선 구매를 하려던 소위 애플 팬덤도 사라졌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물건을 확보해서 웃돈을 주고 팔던 리세일러들도 장사를 사실상 포기한 지금의 모습으로 나타났다. 아직 발매 초반이지만 말이다.

물론 진정한 애플 매니아라면 아이폰X를 기다릴 것이다. 조만간 나올 거니까 말이다. 나만해도 아이폰X 쪽에 더 기대를 하고 있기는 하다.

그렇다면 아이폰8은 아이폰X의 좋은 실적을 거두기 위한 희생양일까?

그렇다면 그것도 이상한 전략이다. 아이폰이라는 애플에 있어서는 신성불가침에 해당되는 주력 모델명을 달고 나왔는데 ‘버리는 패’로 사용되었다는 말인가? 그럴리는 없을 것 같다. 늘 그렇듯이 아이폰8도 잘 팔릴 것이라 경영진은 굳게 믿었을 공산이 크다. 잡스 형님이 물려주신 유산으로 애플이 그동안 쉽게 장사하기는 했다.

스티브잡스가 새삼 위대하다고 느껴진다. 눈에 보이지 않는 메인보드의 기판마저도 아름답게 설계하려 애썼고, UI의 직관성을 위해서라면 그 어떤 것도 포기하고 끊임없이 고민하던 애플의 고유문화는 잡스 사후에 점점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대신 애플의 사용자들보다 주주들을 위한 경영에 더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아이폰의 기술적 혁신과 감성적 디자인은 점점 사라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잡스형은 후계자를 어쩐지 잘못 지명한 것 같다. 몇 일전 맥북 업데이트를 했는데 아이튠즈에서 Apps가 사라진 것을 발견했다. 나 처럼 맥북에서 아이튠즈를 사용해서 앱 관리를 하던 사람들은 황당한 업데이트이다. 국가별 앱스토어를 관찰하고 사용하는 것도 대단히 불편해졌다.

잡스가 음악과 영화를 진짜 사랑하고 존중하는 느낌이라면, 팀쿡은 그냥 매출카운터로 보는 것 같다.

일회성 삽질인지 혹은 아이폰X를 통해 ‘역시 애플’하고 세간의 우려를 일축할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도 대실망이다. 나와 같이 실망한 유저들이 제법 많은 것 같고 그래서 아이폰8은 아이폰에서 가장 실패한 모델이 될 것 같다.

노키아도 휴대폰 시장에서 절대강자로 수십년 지배할 것 같았는데 일순간에 사라졌고 스마트폰 시대를 열었던 애플이지만 지금처럼 사용자가 원하는 것을 외면한다면 과거 PC의 시대를 열었지만 마소에게 완벽하게 밀렸던 과거의 전철을 밟지 말란 법은 없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김두일의 차이나 인사이트] 시리즈

– 텐센트와 알리바바의 연합군, 넷이즈에게 직격탄을 날리다!!
– 중국 광고에 등장하는 트랜스포머
– 중국 공유 자전거 모델에 부정적인 이유
– 넷마블의 공모밸류는 적정수준일까?
– 사드와 한국게임 판호금지령
– 중국 공유 자전거는 흥할까? 망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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