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g사의 ‘캔디크러시’ 시리즈를 모르시는 분은 없겠죠? 출시한 지 오래 되기도 했고 한국에서 무한도전 멤버들로 광고를 크게 했었기에 캔디크러시 시리즈는 모두들 한번 쯤 플레이 했을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안타깝게도 King의 한국 지사는 철수했지만, 저는 지금까지 약 2년간 캔디크러시 소다를 계속 플레이해 온(중간에 포켓몬고에 빠져 있었던 2달은 제외) 현재 레벨 1291인 유저입니다. 틈틈이 게임을 플레이하던 몇 주 전, 게임 내에서 다음과 같은 팝업을 보았습니다.
캔디크러시 사가가 미국 유명 방송사 CBS의 TV쇼로 만들어진다고?
사실 상상이 잘 안갔습니다. 제가 항상 생각해 온 게임 관련 프로그램은 케이블TV, 온라인 플랫폼에서 게이머가 게임 플레이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거나, 다른 게이머들이 게임하는 것을 보면서 중계를 하거나, 게이머가 직접 리뷰를 하면서 플레이 팁을 주는 형식이었기 때문입니다. 캔디크러시는 전략이 많이 필요하다거나 순발력이 필요한 게임이 아니기 때문에 어떤 형식으로 TV 프로그램으로 탄생될지 궁금했습니다.
더 자세히 찾아보니 ‘캔디크러시 사가 TV쇼’는 유명 쇼호스트를 두고 미국 전역에서 2명씩 1팀으로 이루어진 4개의 팀이 서로 경쟁하는 방송인데요. 이들은 모바일로 오리지널 게임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기네스에 등판된 대형 터치 화면을 와이어에 매달려서 게임하거나, 사탕무늬를 가진 막대에 2명이 연결되어 번갈아가며 게임을 하거나, 캔디 쿠션을 던져서 게임 기회를 얻는 등 좀 더 활동적이고 다채로운 요소들이 가미되어 있습니다.
55인치 터치스크린 모니터 55개를 합쳐 만든 대형 터치스크린은 기네스에도 등재되어 있습니다.
또한 매주 새로운 에피소드가 방영되기 전에 캔디크러시 사가 시리즈의 모바일 게임에서는 그 주에 경쟁할 팀들 중 하나를 선택하여 힘을 응원을 할 수 있는데요. 캔디크러시 사가 시리즈 게임 유저들에게 TV쇼의 존재를 알리는 방법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죠. 직접 에피소드 하나를 보시죠.
캔디크러시사가 TV쇼 감상평 및 성적
음…전 10분정도 보다가 껐습니다. 글을 쓰기 위해서 본 것이 아니었다면 더 일찍 껐을 텐데요. 캔디크러시사가 시리즈의 오래된 팬임에도 불구하고 캔디크러시 사가 쇼는 어디서 재미 포인트를 느껴야할지 모르겠더군요. 미국식 쇼여서 ‘적응이 잘 안되는건가’라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왜냐하면 미국에서 인기있는 쇼들 중에 동전을 던져서 앞뒤를 맞추거나 특정 물건의 가격을 맞추는 등의 쇼는 도무지 이해를 할 수가 없었거든요.
그러나, 저 뿐만 아니라 미국 시청자들의 반응 또한 좋지 않습니다. Reddit에서 캔디크러시 사가 쇼를 시청한 유저들의 반응을 살펴보니,
- 처음 몇 분간 비웃는 건 재밌었는데, 25분을 더 볼 순 없을 것 같아. 이 쇼는 너무 별로야.
(It was fun to laugh at for a few minutes, but I don’t think I can make it another 25 minutes. This show is so bad. – g**************) - 이건 내가 예상한 것 보다 더욱 멍청한 거 같아.
(This is somehow way dumber than I thought it would be. – s*********) - 이 쇼가 타겟하는 시청자가 누군지 헷갈려.
(I wonder what the target audience for this show is. I’m conflicted – D*********) - 진짜 이게 좋은 게임 쇼가 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한거야???
(They really thought this would make a good game show??? – G*****)
사람들의 평가 외에도 좀 더 구체적인 숫자로 보기 위해 TV쇼 성적을 살펴보았습니다. 7월 9일에 방송된 첫번째 에피소드는 410만 명의 시청자가 있었습니다. 성적이 생각보다 괜찮아서 놀랐습니다. 하지만 그다음에 두번째 에피소드는 285만 명으로 줄었으며, 세번째에는 더 줄어서 220만 명을 기록했습니다. 네번째에는 240만 명을 기록하며 이 전 에피소드보다 시청자 수가 증가하였으나, 다섯번째에는 190만 명으로 첫 에피소드 때의 시청자보다 반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13일에 방영한 여섯번째 에피소드에서는 220만 명의 시청자가 캔디 크러시 사가 TV쇼를 시청했습니다. 수치로 보았을 때 어느 정도 시청자가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할 수 있겠지만 CBS가 2017년 방송중인 쇼 중에서 중간에 취소된 것을 제외하고 시청자 수는 끝에서 두번째로 낮습니다. 일요일 저녁 9시에 방송되며, 바로 전 시간대에 인기 쇼가 방영되어 그 시청자들이 이어서 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성적을 내고 있네요.
그렇다면 플레이스토어와 앱스토어는 TV쇼 방영 효과를 누렸을까요?
앱애니에서 캔디크러시 사가 시리즈(캔디크러시 사가, 캔디크러시 소다, 캔디크러시 젤리)의 미국내 플레이스토어와 앱스토어 순위를 확인했는데, 캔디크러시 사가는 두 스토어 모두 순위가 방송 전 30일에 비하여 방송 후 30일 간 상승 추세에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쇼를 본 기존의 유저가 재 다운로드 하거나 신규 유저가 유입된 것 되었을 수도 있고, 킹 사의 게임들에 크로스프로모션처럼 캔디크러시 사가 쇼 관련 내용을 노출한 것이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고 봅니다. 캔디크러시 소다는 순위가 상승하긴 했으나, 같은 기간에 광고를 집행하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에(열심히 매일 게임을 즐기는 저에게도 광고가 보이다니!) 캔디크러시 사가 TV쇼로 인한 영향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캔디크러시 젤리는 같은 기간동안 오히려 순위가 하락하였습니다.
게임과 연령층의 특징을 파악하지 못한 TV쇼
캔디크러시 사가는 엄청난 스킬이나 스피드가 필요한 게임이 아닙니다. 진득하게 화면을 보면서 정해진 횟수내에서 레벨을 클리어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것이 게임의 재미 포인트인데 쇼에서는 대형화면을 터치하거나 매달려서 플레이하거나 2명이 막대캔디에 묶여서 번갈아가며 플레이 하는 등 보이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죠.
The Verge에서는 캔디크러시 사가 TV쇼가 게임 방송을 주로 시청하는 층을 파악하지 못한 쇼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방송사는 좀 더 모바일 게임 스트리밍 서비스들을 이용하는 연령층을 끌어들이면서도 기존 방송을 시청하는 40대 이상도 즐길 수 있는 쇼를 만들려고는 했지만, 언제 어디서나 접속 가능하며 다양한 게임의 스트리밍을 즐기는 유저들의 특징을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또 유저들이 왜 다른 사람들이 게임을 즐기는 것을 보는지, 스트리밍 방송은 어떠한 구성으로 게임을 보여주고 즐기는지에 대한 분석 또한 부족했습니다.
앱이 유명해져서 4대 매체인 TV에 단독 쇼로 만들어져서 진출하는 것은 엄청난 현상이자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모바일 앱과 관련 문화와 TV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특성이 어우러지는 좋은 지점을 찾으려면 리서치와 이해와 노력이 필요합니다. Zynga의 Words With Friends 또한 쇼로 출시될 준비중이라고 하는데요, 게임 방식 자체가 이미 보드게임으로도 오랫동안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왔기 때문에 TV쇼 형태에서도 잘 살아남을 것이라고 보지만 모바일 앱이라는 특성이 어떻게 어우러질지, 젊은 층의 관심을 얼마나 받을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모니카 in 피츠버그] 시리즈
(1) 매장도, 딜러도 없는 미국 중고차 스타트업 ‘카바나(Carvana)’를 경험하다
(2) 모바일 게임, 스마트폰을 탈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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