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영 머니라커 소속 중국 IT 칼럼니스트가 미디엄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
“향후 1~20년 사이에 전자 상거래의 개념은 사라지고 신유통만 남게될 것이다. ” — 마윈 (马云)
2016년 10월 13일 개막해 4일간 항저우에서 진행된 알리 클라우드 개발자 컨퍼런스 ‘항저우 윈치 대회(杭州云栖大会)’에서 알리바바 마윈(马云) 회장은 5가지 미래 트렌드를 언급했습니다. 5가지 트렌드 중 하나인 신유통 영역에서는 알리바바와 여러 스타트업을 필두로 하여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는데요. 변화가 빠르게 일어나며 언론과 업계 인사들의 관심을 받고 있으나 이를 두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 오늘은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신유통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려 합니다.
신유통(新零售)의 의미
신유통(新零售)
: 마윈(马云) 회장이 2016년 10월에 진행된 항저우 윈치 대회에서 처음으로 언급한 개념으로 온라인 서비스, 오프라인 체험, 스마트 물류가 긴밀하게 융합된 새로운 유통 모델을 의미한다.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의 선진 기술을 활용하여 상품 생산, 유통, 판매 프로세스를 개선하고 더 나아가 업무 경영 방식과 산업 생태계를 재설계하고자 하는 유통 모델이다. – 출처 : 바이두 백과
바이두 백과에서 설명하는 신유통의 의미는 위와 같습니다. 이와 함께 작년 11월 2일 중국 정부에서 발표한 오프라인 유통 혁신 전략(关于推动实体零售创新转型的意见)를 살펴보시죠. 오프라인 유통 혁신 전략에는 보다 자세하게 신유통이 나아갈 방향이 정리되어 있습니다.
1. 상업 구조 개선 방안
: 활성화된 보존량을 유지하며 최적화를 지속한다. 단점을 보완하며 신에너지를 양성한다. 오프라인 유통의 지역 구조, 업태 구조, 상품 구조를 개선하여 주민의 소비 구조와 수요를 만족시킨다.
2. 혁신 발전 방안
: 기업의 경영 메커니즘의 혁신, 조직 형태의 혁신, 서비스 체험의 혁신을 장려한다. 오프라인 유통의 단점을 보완하며 장점을 키워 핵심 경쟁력을 높인다.
3. 개별 영역간의 융합 촉진
: 온·오프라인의 융합과 다양한 영역 간의 협력을 촉진한다. 내부와 대외 무역을 일체화한다. 융합을 통해 유통의 새로운 구도를 구축한다.
오프라인 유통 혁신 전략(关于推动实体零售创新转型的意见)은 말 그대로 오프라인 유통의 혁신 전략을 다룬 문서이지만 신유통의 발전 방향과 맥락을 같이 합니다. 중국 정부는 위 문서를 통해 개별 영역 간의 융합을 통한 발전 규범, 경쟁 규칙을 세웠으며 오프라인 물류, 서비스, 체험 등의 장점을 온라인 상품 유통, 현금 유통, 정보 이동과 융합하여 전체 오프라인 유통 시장을 지능화, 네트워크화 시키는 것이 오프라인 유통의 발전 방향임을 제시했습니다.
두 자료를 종합하여 도출 가능한 신유통의 의미는 다음과 같습니다. 신유통은 기존 온·오프라인 유통의 장점이 결합된 유통 모델입니다. 소비자의 서비스 체험 및 기존 오프라인 유통의 문제점을 개선하여 다원화된 소비자의 구매 수요를 만족함과 동시에 기업 또는 플랫폼의 운영 효율을 높이고자 하는 것이죠.
신유통으로의 전환 이유
알리바바와 같은 온라인 전자 상거래 기업뿐만 아니라 오프라인 유통 기업들까지 신유통으로의 전환을 서두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온라인 전자 상거래 시장의 발전 둔화
신유통의 등장 원인으로 가장 많이 거론되는 요인은 중국 온라인 전자 상거래 시장의 발전 둔화입니다. 중국 온라인 쇼핑의 거래 규모 성장률은 최근 3년 내내 하락하고 있습니다. 성장이 멈추거나 거래 규모가 떨어지는 건 아니지만 시장 성장의 한계가 보이고 있는 것이죠.
알리바바, 징동과 같은 대형 온라인 쇼핑 플랫폼이 오프라인 유통 기업들과 손을 잡거나 기존 플랫폼의 운영 방식을 전환하려 하는 움직임은 시장 발전이 둔화되는 상황에서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지였을 겁니다.
▍온라인 쇼핑의 낮은 유저 체험
인터넷과 모바일의 발전과 함께 성장한 온라인 쇼핑의 장점은 시간과 장소적 제약 없이 쇼핑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물류 시스템의 개선으로 인해 구매 후 상품 수령까지의 시간이 크게 단축됐고 오늘 주문하면 내일 받아볼 수 있는 ‘내일 도착 상품(次日达)’이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온라인 쇼핑은 편리함과 오프라인 매장 대비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게 만든 것이죠.
하지만 끊임없이 터지는 가품 판매 문제는 소비자들로 하여금 플랫폼에서 판매되는 상품에 대한 신뢰를 잃게 만들었고 전체 소비 수준이 올라감에 따라 ‘저렴한 가격’보다는 ‘상품 품질’을 중시하는 소비자의 수가 늘어났습니다. 상품을 구매하는 전체 구매 행위에 의미를 부여하고 상품이 아닌 체험을 소비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오프라인 매장의 최대 강점은 소비자가 직접 제품을 보고, 듣고, 만지고, 사용해볼 수 있다는 건데요. 그러다 보니 상품 구매를 통해 느끼는 유저의 서비스 체험이 온라인에 비해 월등히 좋습니다. 현장에서 제품을 사용하고 바로 구매할 수 있으니 가품에 대한 우려도 적은 편입니다.
▍오프라인 유통 기업의 마지막 탈출구
최근 5년간 온라인 전자 상거래 시장은 무서운 속도로 성장했습니다.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두 개의 시장 중 한 쪽이 비정상적인 속도로 성장하면 다른 한 쪽은 타격을 받기 마련입니다.
중국 최대의 오프라인 유통 기업인 바이리엔 그룹(百联集团)의 2016년 연간 보고서의 수치에 근거하면 바이리엔 그룹의 영업 수익과 순이익은 매년 하락하고 있습니다. 무려 13분기 동안 연속으로 하락하고 있죠. 2014년의 영업 수익은 519억 위안, 2015년의 영업 수익은 492억 위안, 2016년의 영업 수익은 470억 위안으로 조사됩니다. 바이리엔 그룹이 이 정도로 타격을 받았는데 다른 오프라인 유통 기업은 어련할까요?
신유통은 단일한 시장의 수요로 인해 형성된 시장이 아닙니다. 온라인 쇼핑 기업과 오프라인 유통 기업 둘 다 성장의 한계를 느꼈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제시된 방안입니다. 현존하지 않던 제3의 새로운 유통 모델이 아니라 두 시장의 장점이 결합된 개선안인 것이죠.
신유통, 무엇이 다른가
▍소비자가 느끼는 변화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변화는 무엇일까요?
- 참고기사: 百鲜Go “신유통? 공유경제? 난 둘 다”
일반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가장 큰 변화는 빙고박스와 바이셴 Go 처럼 선진 기술이 접목된 새로운 유통 체인점의 등장입니다. 하지만 이런 무인 시스템이 소비자의 생활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은 매우 제한적입니다. 소비자가 느낄 수 있는 변화는 이것이 전부인 걸까요?
당연히 아닙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통합되며 두 시장 사이의 경계가 사라지고 오프라인 매장이 단순히 상품 구매를 하던 장소에서 체험의 장소로 바뀌게 됩니다. 마트에서 문화 생활 공간으로, 만남의 공간으로, 휴식의 공간으로 변하는 것이죠. 허마셴셩(盒马鲜生)과 바이리엔 그룹에서 출시한 리소(RISO)가 이에 해당합니다. 현장에서 구매한 농수산물을 조리해 그 자리에서 먹을 수도 있고 반가공해서 집에 가져갈 수도 있습니다. 물론 매장 내의 푸드코트에서 음식을 주문해서 먹을 수도 있습니다. 소비자는 상품이 아닌 서비스와 장소에 돈을 지불하게 될 것입니다.
▍기업이 느끼는 변화
신유통의 핵심은 빅데이터화, 스마트화, 네트워크화입니다. 사실 신유통은 소비자가 느끼는 변화보다 기업 내부에서 발생하는 변화가 클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흔히 알리바바 그룹의 최대 강점을 빅데이터라고 이야기합니다. 알리페이, 타오바오, 티몰, 차이냐오 등 구매부터 상품 수령까지 모든 데이터가 알리바바 그룹 내의 생태계 안에서 발생하기 때문이죠.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매일 상상을 초월하는 데이터가 발생합니다. 다만 오프라인 유통 기업이 데이터 분석은 커녕 수집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일 뿐입니다. 여기에 온라인 쇼핑 플랫폼에서 사용하는 데이터 수집 및 분석 기술이 접목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오프라인 유통 기업은 상품, 재고, 결제, 물류, 상품 공급 체인, 소비자 정보를 하나로 잇는 네트워크를 건설하고 구매 트렌드를 분석할 수 있게 되겠죠. 데이터를 기준으로 매장 운영 및 마케팅이 가능하게 될 테고요. 웹페이지, 모바일 앱, 오프라인 매장 등으로 분산되어있던 시스템을 한 곳으로 모아 관리하면 오프라인과 온라인 매장의 재고 및 상품 데이터가 동기화 될 것이고 소비자는 온·오프라인를 드나들며 상품을 구매할 수 있게 될 겁니다.
실제로 기업들은 ESL(Electronic Shelf Label / 전자 가격 표시기)와 RFID(Radio Frequency Identification / 전자 라벨)를 활용하며 혁신을 선도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효율적인 데이터 분석이 가능하게 되는 것이죠. 이러한 기술은 고객 정보, 상품 정보, 매장 관리 정보를 연결하여 데이터에 근거하여 매장 운영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상품에 전자 가격 표시기가 부착되면 기업은 상품 가격, 진열 위치, 재고 수량 등의 데이터를 시스템과 동기화할 수 있습니다. 소비자는 전자 가격 표시기의 NFC 기능 또는 QR 코드를 통해 모바일로 상품의 상세 정보 및 평점을 확인하거나 쿠폰을 수취하고 온라인 결제를 할 수 있습니다. 상품 가격 변경 시 오류가 생길 확률은 0.00001%로 매우 낮습니다.
과거 월마트와 까르푸 같은 오프라인 유통 기업은 EPR과 CRM을 통해 고객의 소비와 구매 데이터를 연산 분석했다. 하지만 인터넷이 발전하며 위 시스템은 회사 내부의 참고 자료로만 활용되게 되었고 데이터 분석을 위한 도구의 개선이 필요함을 모두가 느꼈다.
CRM 을 사용하던 시대에 전통 오프라인 기업들의 IT와 네트워크화 활용은 내부 효율을 높이는데 집중되어있었다. 하지만 모바일 인터넷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고객과의 소통, 체험, 마케팅을 더 효과적으로 할 수 있게 되었다. 미래에는 고객을 도와 선진 기술을 접목하여 C2B 공급 체인을 재건할 수 있을 것이다. 고객은 상품을 구매하는 소비자인 동시에 공급상이 될 것이며 유통의 전반적인 운영은 고객과 기업이 함께하게 될 것이다.
- 출처 : 除了电商,马云的新零售还将改变什么?(donews)
신유통이 신선식품에서 시작되는 이유
중국 온라인 쇼핑 시장의 중심 소비자는 26~35세 사이의 회사원입니다. 해외 브랜드에 대한 수용도가 높고 상품의 품질을 중요하게 생각하죠.
징동에서 발표한 2016년 온라인 전자상거래 소비 행위 보고서에 따르면 온라인에서 신선 식품을 구매하는 소비자 역시 26~35세 사이의 소비자의 비중이 절반을 차지합니다. 하지만 다른 상품 카테고리에 비하면 온라인에서 신선식품의 구매율은 현저히 낮은 편입니다. 왜 그럴까요? 아무리 유통 체인이 확장되고 상품 수령까지 걸리는 시간이 단축되었다고는 하지만 변질이 쉽게 되는 신선 식품의 특성상 소비자로 하여금 상품 품질을 신뢰하게하긴 역부족입니다.
허마셴성(盒马鲜生)과 RISO로 대표되는 신유통 오프라인 매장은 소비자의 충족되지 못한 수요를 해결해주는 좋은 대안입니다. 구매 물량과 상품 공급 체인을 기초로 오프라인 매장과 함께 독립적인 모바일 앱을 운영하며 판매되는 신선식품 상품에 대한 품질을 보장합니다. 3km 또는 5km 반경 내의 주민에게는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하죠.
온라인 쇼핑에서 만족되지 못하던 수요 중 가장 큰 부분은 신선 식품 구매였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융합된 신유통이 신선 식품에서 시작되는 건 매우 당연한 이치라 볼 수 있습니다.
신유통, 빛 좋은 개살구인가?
신유통을 바라보는 시선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새로운 혁신이 등장했다며 손뼉을 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이름만 번지르르하지 속 빈 강정이라고 비웃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어떤 관점으로 보느냐에 따라 시선이 달라지는 것이겠죠.
모바일 쇼핑과 O2O 서비스가 발달한 중국에서 신유통을 통해 소비자가 직접 체험할 수 있는 변화는 크지 않습니다. 티몰에서 618 온라인 이벤트 기간에 오프라인 체험관을 운영하며 AR 기술 등이 접목된 다양한 체험 서비스를 제공하긴 했으나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변화는 거의 없다고 이야기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하지만 애초부터 신유통 시장은 ‘혁신’을 만들겠다는 일념 하에 형성된 시장이 아닙니다. 온라인 쇼핑은 기존 오프라인 유통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혁신이었습니다. 인터넷은 서로 다른 지역을 연결해줬고 그곳에 사는 판매자와 소비자를 연결해줬습니다. 클릭 한 번이면 집에서 내가 구매한 물건을 받아볼 수 있고 심지어 해외 상품까지 구매를 할 수 있게 되며 전 세계를 잇는 유통 체인이 구축되기도 했죠. 온라인 전자상거래는 판매 수요와 소비자의 구매 수요를 연결하는 매개체의 역할을 했습니다. 그렇다면 신유통은 어떨까요?
신유통은 구매 행위와 소비자의 삶을 잇는 매개체입니다. 가격에서 가치로 소비 추세가 전환되며 온라인 쇼핑으로는 해결하지 못하는 수요가 급속도로 증가했고 온라인 기업과 오프라인 기업은 각자의 불안을 갖고 있었습니다. 신유통은 단일 시장에서는 해결되지 못한 소비자의 불만과 기업의 불안을 해결하기 위해 등장했습니다. 신유통 시장에서 소비자는 상품에 대한 비용 뿐만 아니라 시간, 장소, 서비스에 비용을 지불합니다. 상품에 대한 비용 뿐만 아니라 삶과 관련된 모든 구매 행위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는 셈입니다.
어떤 관점을 갖고 시장을 바라보느냐에 따라 신유통 시장은 허상으로 보일 수도, 혁신으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다만 이제 막 성장을 시작하는 초기 단계에 접어든 시장을 너무 비판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필요는 없지 않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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