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CO. 조명광 대표가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번 더 소개합니다.
책이 출간되고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가 버렸다. 특강도 나가고 생계를 위한 강의도 나가고(강의를 나가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고 이를 위해 준비하는 시간이 너무 많았다. 이에 대한 내용은 나중에 따로 글을 한번 올려야 할듯하다.) 책 읽는 모임에서 강의도 하고, 이전 직장 동료 선후배를 만나며 자랑 겸 세일즈도 하고 부족한 지식과 경험을 채우기 위해 강의도 듣고 공부하는 소모임에도 나가고 그리고 주말엔 5살, 3살짜리 아들들과 놀아주기도 하다보니, 시간이 정말 순식간에 흘러가 버렸다. 모든 경험은 마케팅이다라는 글을 올리고 점점 길어져서 파트를 나눠야겠다고 해놓고 이제야 자판을 두드리고 있으니…(사실 요즘은 글 올리는 게 좀 두렵기도 하다. 책까지 내놓고 무슨 소리냐 하겠지만, 글은 쓸수록 쓰기 어려운 일인 듯하다.) 아무튼 지난 글에 이어 경험에 대해 좀 더 얘기해 보려고 한다.
경험은 어떻게 돈이 되는가?
최근 스터디 모임에 다녀왔다. 한자리에 앉게 된 분이 최근 키즈 콘텐츠 분야에서 잘 나가는 회사를 다니다가 그만두었다고 한다. 이유는 미혼이다 보니, 키즈 콘텐츠에 대한 의견이 부딪치는 상황이라면 기혼자를 설득할 수가 없었다고 한다. (꼭 기혼자여야만 하는지에 대해서는 논외로 치자. 캐통령은 아직 미혼으로 안다.) 이것은 경험이 얼마나 큰 설득력을 가지는지에 대한 방증이다. 또한 기경험자의 정보 공유를 공급자의 정보공유나 광고 홍보에 비해 신뢰한다는 연구는 넘쳐난다.
소비자의 경험을 관리하는 것이 마케팅이 되었다면 이 마케팅이 결국은 비즈니스가 되었다. 돈이란 결국 비즈니스 모델의 결과물이기 때문에 경험이 비즈니스 모델이 되었다는 것과 같은 말이다. 과거엔 고객의 경험을 대체적으로 서비스(여기서의 서비스는 상품 및 서비스의 서비스와 다른 개념이다. 구매여정에 대면이나 비대면활동 등에 국한한 정의다.)라는 영역에 한정 지어 고민했었다. 업의 본질을 얘기할 때 공급자와 소비자 사이에 거래되는 유무형적 상품이나 서비스 자체만을 두고 나머지는 그 과정에 필요한 양념 같은 것으로 치부하곤 했다. 접점에서 사전 경험을 어떻게 하게 하느냐에 따라 선택을 받느냐 마느냐가 결정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상품과 서비스의 경계가 사라지고 서비스란 정의도 확장되면서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뿐만 아니라 상품을 고르는 프로세스도 비즈니스가 되고 상품이 아닌 경험이란 것들이 상품이 되기 시작했다.
사실 이런 일들이 현재에만 일어난 것은 아니다. 과거에도 어찌 보면 경험을 판매한 사례가 있다. 미신이나 다름없는 일이지만 남아선호 사상이 강하던 그 시절 아들을 낳은 산모의 속옷을 거래했다고 하니, 이도 어찌 보면 경험을 거래한 사례이지 않을까? 극단적인 사례이지만 경험을 거래한 것이 최근의 일만은 아니란 것이다. 정월대보름에 내 더위 사라는 풍속도 결국은 더위 경험에서 나온 풍속이다. 또한 꿈 사라는 말도 결국은 비정형적 경험에 대한 거래의 일종이라 하겠다. 최근에 특히 경험이 비즈니스 모델에 중요한 키워드가 되었지만, 그 역사는 길다는 말이다. 이런 경험이 비즈니스 모델이 되는 경우는 크게 보면 두 가지이다.
첫 째는 상품이나 서비스에 경험을 탑재하는 경우이고,
두 번째는 경험 자체를 비즈니스 모델화 하는 것이다.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 간략하게 먼저 얘기를 하고 가자면 사전에는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를 소비자에게 제공하고, 어떻게 마케팅하고, 어떻게 돈을 벌 것인가 하는 계획 또는 아이디어라고 정의한다. 쉽게 말하면 돈이 벌리는 구조를 정리한 것이다.
먼저 상품이나 서비스에 경험을 탑재하는 사례를 살펴보자.
대부분의 비즈니스 모델이 이에 속한다. 가장 쉽게 발견할 수 있는 모델들이 써보고 구매하라는 모델이다. 홈쇼핑에 가보면 많은 상품들이 구매 후 사용 맘에 안 들면 반품하라는 얘기를 하고 있다. 어쩌면 매우 초기적인 모델인데 대체로 써보고 반품하는 비율이 생각보다 높지 않다는 과거 데이터에 의존하는 것으로 시도는 매우 좋으나, 상품 자체 매력도나 제품력이 부족한 경우라면 다시 고려해 봐야 할 모델 중에 하나이다. 피아노를 판매하는 경우 피아노를 배워야 하는 사후 상품이 있는데, 이를 수강권 증정 같은 프로모션을 더해 경험 상품까지 같이 파는 경우를 생각해 보면 쉽게 이해가 된다. 물론 이런 경우에도 두 가지 경우로 나뉘는데 상품을 위주로 하면서 서비스를 같이 제공하는 경우가 있고 서비스를 팔기 위해 상품을 매개로 하는 경우도 있다.
다른 사례를 보면 상품을 사면 경험을 하게 해주는 것이다. 2014년 BMW는 우리나라 자동차 회사도 하지 않았던 시도를 한다. 인천 영종도에 드라이빙 센터를 오픈한 것이다. 이 드라이빙 센터는 사전 경험을 통해 구매로 연결하게 하는 상품 구매여정의 연장 선상이라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하지만, 경험 자체를 비즈니스 모델로 만드는 경우에 해당하기도 한다.
올해 센터 방문객이 40만 명을 돌파했다는 것이 그에 대한 증거이다. 상품과 경험을 같이 판매한 경우도 있는데 2015년 제주도가 전기승용차 민간보급 사업 공모를 통해 i3를 구매하는 고객에게 드라이빙센터 체험 패키지를 판매했다. i3를 구매하면 드라이빙센터 체험과 항공권 숙박권을 제공했고 또한 전국 이마트에 설치된 BMW 전용 충전기 카드를 지급했으니 상품과 경험을 같이 판매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최근엔 클래식한 모델에 경험을 붙여서 성공한 케이스가 많이 나오는데, 대표적으로 스트라입스가 있다. 기존 맞춤 서비스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스트라입스는 고객이 있는 곳까지 찾아가서 단순히 사이즈만 재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원하는 옷을 이야기하고 고객의 체형이나 피부톤까지 고려하는 컨설팅을 제공하고 난후 옷을 제작하여 배송한다. 최근에는 영화와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인투라지에 나온 조진웅의 옷을 판매하는 PPL까지 입힌 경험 상품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최근에 나온 많은 O2O 서비스들이나 미국이나 한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서브스크립션 커머스(소비자가 일정한 금액을 지불하면 특정 상품들을 선별해서 제공해 주는 서비스)도 상품이나 서비스에 고객 구매 여정에 경험적 요소를 적극 도입하여 설계한 비즈니스 모델이다.
경험 자체를 비즈니스 모델로 만드는 경우다.
가장 클래식한 모델이 여행상품이다. 과거엔 여행상품들이 유명 관광지를 둘러보는 개념이 주였다면 현재는 많은 상품들이 체험코스를 패키지 안에 집어넣어 만들어진다. 일례로 최근 인기를 끌었던 tvn의 드라마 도깨비를 통해 주목받고 있는 캐나다의 퀘벡을 주인공처럼 따라가는 상품이 등장했다. 자유여행 상품들은 기존 보는 것 중심의 여행에 염증을 느낀 사람들이 주로 체험이나 음식 또는 현지 경험을 하고 싶어하는 니즈가 만들어내 상품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여행 상품만이 아니라 체험을 판매하는 것들도 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가 많이 있다. 도깨비에 등장하는 주문진에는 도깨비 신부 세트를 대여해주는 비즈니스 모델이 등장했다. 참 센스있는 비즈니스 퍼슨이다.
일본에 가면 애니메이션 성지순례라는 것들도 유행이고 일본의 주요 콘텐츠 중에 하나인 공포영화를 주제로 한 체험상품으로 만들어져 판매되고 있다. 이 상품은 택시회사가 만들었는데, 실제 살인사건 장소나 귀신이 나오는 집, 사고가 많은 터널 등을 방문하는데 개인적으로는 별로 체험해 보고 싶진 않다.
또 한가지 전형적인 경험 상품이 있다. 우리나라말로는 놀이공원, 영어로는 Amusement Park이다. 물론 그 안에 함께 있기도 한 동물원도 이런류에 해당한다. 이런 전형적인 경험 상품들도 진화를 거듭하고 있는데 기존에 전시성이거나 오랫동안 전형으로 있던 놀이기구를 벗어난 상품들이 속속 설계되어 인구에 회자되거나 동영상으로 공유되곤 한다. 과거 자연농원이자 현재 에버랜드의 사파리월드나 로스트밸리는 창경원 시절 동물원의 전형을 벗어난 모델이다. 이런 모델의 롤모델이 있는데 일본의 아사히야마 동물원이다. 일본 홋카이도에 있는 동물원으로 1990년대 폐장이 거론되었으나, 1995년 취임한 고스케 마사오가 자연학습 체험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 혁신을 일으켜 2006년 일본 최고의 동물원이 되었다.
문화상품들도 보는 경험 상품들인데 그 역사는 굳이 거론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요즘 인기 있다는 방탈출 게임도 경험을 비즈니스 모델로 만든 것이다. 젊은이들의 성지인 홍대나 신촌 일대에만 30~40곳이 성행하고 있다는데, 전형적인 체험의 비즈니스 모델이 된 것이다.
이런 체험을 테마로 한 비즈니스 모델은 어떤 경험적 요소를 제공하는 주제로 만든 것인데 다음은 모든 비즈니스에 경험을 잘 설계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옮겨 가보자.
쓰다보니 사실 상품과 서비스 이렇게 구분하면 서비스를 보통 경험상품으로 해석할수도 있다는 걸 자각했다. 쓰다보니 용어들이 혼재되었는데, 이 글에서 말하는 상품은 상품과 서비스를 하나로 본다면 이해가 쉬울거 같다. (이해하시고 보셨겠지만 사족)
[21일 마케팅] 시리즈
– 마케팅 부서의 콩가루 조직문화
– 누가 소비자를 진상으로 만들었는가?
– 경쟁은 상생이고, 전쟁은 공멸이다
– 모든 경험은 마케팅이다(1)
[fbcomments url=”http://ec2-13-125-22-250.ap-northeast-2.compute.amazonaws.com/2017/08/10/21days-marketing-2/” width=”100%” count=”off” num=”5″ countmsg=”wonderful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