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비정상회담]에서는 한국 스타트업에서 근무하는 외국인들을 만나보고 있다. 이번 편에서는 웹툰 플랫폼 ‘투믹스’에서 근무 중인 정명방 주임을 만났다. 1,500편의 작품, 작가 300명, 회원수는 850만에 달하는 투믹스는 현재 외국 진출를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만에서 온 정명방 주임은 5개 국어(한국어, 영어, 중국어, 대만어, 일본어)를 구사한다는 장점과 한국, 일본, 대만 등 3개국 마케팅 및 해외 영업분야에서 일했던 경력을 살려 투믹스 해외 마케팅팀에서 일하고 있다.
“여행으로 한국에 놀러 왔다가 한국이라는 나라가 좋아 워킹홀리데이로 한국에서 일하기 시작했죠. 꿈을 위해 왔지만, 역시 타지에서 일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정명방 주임은 가족과 자신의 꿈을 위해 3년 전 대만을 떠나 한국에 왔다. 한국에서 일하면 대만보다 높은 연봉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5개 국어 구사능력은 대만에 있기 아까운 능력이였다. 정명방 주임은 가족을 금전적으로 더 지원하고, 자신의 꿈에 투자하기 위해 한국을 택했다. 하지만, 초반 한국 생활은 쉽지 않았다고 한다. 투믹스에 입사하기 전 한국 대기업 두 곳에서 총 20개월 동안 해외영업과 마케터로 근무했는데, 얻는 것도 많았지만, 힘든 점이 더 많았다.
#한국은 ‘나’보다는 ‘조직’이 우선
“한국어를 할 줄 알아도 외국인으로서 한국 생활은 어려웠습니다. 제 경험으로 한국 조직 문화를 돌아보면 한국은 야근이 많고,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는 분위기인 것 같습니다. 대기업에선 사람들을 군대식으로 관리하며 계급이 심한 것도 있고요. 또 한국인이라는 자부심이라고 할까요? 한국인들끼리 뭉치려는 게 있는 것 같아요. ‘너는 외국인이야, 우린 한국인만 찾아’라는 마인드를 느꼈어요. 외국인에게 막 대하는 사람들도 아직 있고요. 대기업에 다닐 땐 술을 잘 먹지도 못하는데 술을 강요 당하기도 했죠. (덕분에 술은 늘었죠!) 게다가 아버지께서 편찮으셔서 대만에 잠시 가야 했는데, 휴가에 제약을 주더라고요. 그 때는 많이 힘들었습니다. 한국에서는 ‘내 자신’이 조직보다 앞서 있으면 안되더라고요.”
정명방 주임은 사실 투믹스에 입사하기 전에 이곳도 야근을 많이 하고, 휴가를 쓸 때 눈치를 주는 문화일까봐 걱정했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그런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투믹스는 살찔 수 밖에 없는 곳
“사실 스타트업은 복불복이잖아요. 하지만 투믹스는 정말 좋은 회사입니다. 이런 회사가 또 없는 것 같아요. 면접을 보기 전 투믹스라는 회사를 잡플래닛에 검색했더니 리뷰가 나오지도 않고, 스타트업이라 체계가 없을까 걱정도 했습니다. 성인 만화를 연재한다는 것도 걸렸어요. 하지만 면접을 볼 때 만화를 좋아하는지, 인성이 조직과 맞는지 1시간 30분정도 정말 꼼꼼하게 묻더라고요. 면접부터 인상이 좋아서 많이 고민하다 투믹스에 오게 됐습니다. 지금은 그 결정을 후회하지 않아요. 투믹스에 오고 살이 엄청 쪘어요. 항상 꽉 차있는 탕비실에다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아침으로 빵이, 금요일에는 김밥을 줍니다. 목요일 오후 5시에는 치킨, 피자, 분식 등등 간식을 먹는 시간이 열려요. 게다가 금요일에는 10시 출근, 5시 퇴근입니다. 언제든 투믹스를 통해 만화를 볼 수 있게 코인충전도 계속 해주고요!”
#투믹스에서 제일 좋은 것은 ‘사람’
“제일 감사한 것은 투믹스에 같이 근무하는 분들이세요. 외국인인데 기회를 주시고 뽑아주셔서요. 특히 인사팀 과장님께서는 비자를 받는데 큰 도움을 주셨어요. 혼자 비자를 받으러 갔을 때보다 인사팀 과장님과 같이 갔을 때 그 쪽 직원이 저를 대하는 태도부터 다르더라고요. 과장님께서 큰 역할을 해주셨습니다. 해외 마케팅팀 팀장님과 전무님께서도 자유스런 분위기에서 많이 챙겨주셔서 감사하고. 배울 점도 많은 분들이세요. 다른 분들도 좋으세요. 회사의 어떤 아저씨와 밥을 먹게 되었는데, 맛있는 걸 많이 사주셔서 좋으신 ‘아저씨다……’라고 생각했죠. 나중에 알고 보니 이사님이셨습니다. 예전에 다니던 대기업을 상상하면 있을 수 없는 일이죠.”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과 대만에서 일한 경력이 있는 정명방 주임에게 일하는 문화와 마케팅의 차이점도 물어보았다.
“일본은 한국보다 천천히 일 처리를 하는 편이고 대만은 한국과 일본 중간쯤인 것 같습니다. 단점을 애기하자면 일본은 차별이 좀 더 심하게 있었고 대만은 보수가 많이 적습니다. 초봉으로 월 80~100만원을 번다고 생각하면 되요. 일본과 대만의 장점으로는 남을 의식하지 않아도 된다는 게 있어요. 예로, 일본이나 대만에서는 밥을 혼자 먹는 게 당연했어요. 한국에서는 혼자 밥을 먹으면 ‘왜 혼자 먹니?’라고 물어보고, 약간 측은하게 바라보는 것 같네요.”
“지금 하는 일로 보면, 한국 마케팅이 훨씬 다양하고 재미있어요. 한국에서는 배너, 부채 제작, 전시회, 블로그, SNS도 다양하게 사용하는 것 같아요. 대기업에서의 경험은 힘들었지만, 업무를 빨리 처리하는 법, 예의를 많이 배울 수 있었죠.”
정명방 주임은 현재 페이스북에서 ‘Btypegirl‘이란 이름으로 한국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연재중이다. 해외에서 일하기 시작한 뒤로 직장 이야기와 생활기를 기록하고 싶어서 시작한 개인 페이지다. 지금은 팔로워 수가 무려 7,300이 넘었고 홍콩,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 독자들의 배경도 다양하다. 웹툰 스타트업의 마케터뿐만 아니라 콘텐츠 크리에이터로서 한국 문화를 알리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자신에게 잘 맞는 직업, 직장을 구하는 건 쉽지 않다. 정명방 주임도 마찬가지다. 대만, 일본, 한국의 여러 직장을 거쳐 고생한 끝에 투믹스에 입사하게 되었고, 점수로 치자면 50점이던 한국 생활이 전반적으로 나아졌다고 말한다. 지금 생활을 점수로 매기면 90점 정도? (아침형 인간이라 유연 근무제를 하고 싶은 마음에 -10점!) 야근, 술 강요, 휴가 눈치라는 소식 대신 앞으로는 한국에 대한 좋은 소식만 들리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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