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밸런스 김윤태 CMO의 칼럼을 모비인사이드에서 소개합니다.
제가 처음 소비자에 대해서 공부하기 시작했을 때는 기본적으로 소비자는 현명하고 또 합리적이라는 생각을 기본적으로 가지고 소비자가 구매하는 문제에 대해서 고민을 했었습니다.
하지만 사실 우리가 물건 한 개를 살 때, 저부터도 엄청나게 고민을한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내가 껌을 살 때, 또 차를 살때 얼마나 고민을 하고 구매를 하는 지를 생각해 보면 소비자는(나를 포함해서)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합리적이지도 현명하지도 않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아래에 있는 그림 속의 아이스크림의 가격은 얼마일까요?
놀랍게도 이 아이스크림은 1000달러 (한화 110만원)입니다. 에이… 설마…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보이는 그대로가 1000달러..맞습니다.
이 아이스크림의 이름은 “골든 어풀런스 선데이”라고 하는데 미국 뉴욕 유명 레스트랑 “세렌디피티3”에서 개점 50주년 기념으로 메뉴에 올린 디저트 아이스크림 입니다. 아이스크림에 들어가는 재료로는 23K 식용황금 잎사귀 장식, 미국산 캐비어, 이탈리아와 베네수엘라산 초콜릿, 프랑스산 아몬드와 꼬냑, 마다가스카르산 고급 바닐라 빈 등 세계 최고의 최상급 재료가 사용되고 있답니다.
이 아이스크림을 먹기 위해서는 이틀 전에 주문해야 하고, 엄청난 가격이지만 매년 50명 이상에게 꾸준히 팔리고 있답니다. 이런 제품을구매하는 소비자들의 의사결정이 과연 합리적이고 현명한 선택일까요?
사실 심리학이라고 하면, 딱딱하고 전공자만 배울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심리학이라는 학문은 경영학에서도 많이 사용되는 분야입니다, 왜냐하면 소비자의 심리적인 움직임을 알아야 구매로 이어지는 적절한 자극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소비자들이 구매하는 이유가 제3자의 입장에서는 그럴듯한 이유를 붙이기는 하지만 정작 본인은 “그냥…” 아니면 “그 때 상황에 따라서..”라며 분명하게 이유를 말하기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이 존재합니다(어쩌면 얘기하고 싶어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죠). 심리학이 어렵고 딱딱하다는 선입견은 명확하게 구분되기 보다는 경향성을 보이는 부분을 기준으로 연구되기 쉽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자동차를 구매한 고객에게 왜 이 자동차를 구매하셨는지를 물어봤을 때..“이차가 연비도 성능도 좋잖아요.. 그래서 샀어요..” 라고말은 하지만 실제로는 남들 보는 눈이 있어서 샀을 수도 있고, 어쩌면 남들보다 왜소한 나를 좀 더 과시해보고자 샀을 수도 있습니다.
소비자를 이해함으로 우리는 어떤 일들을 할 수 있을까요? 소비자가 잘 모르는 꼭 필요로 하는 제품을 만들어 줄 수 도 있고, 소비자에게 그 제품 자체보다 훨씬 더 큰 가치를 전달해 줄 수 도 있고, 경쟁 제품들 보다 우리 제품을 우선적으로 구매할 수 있도록 만들 수도 있고, 평생동안 반려자로 섬기듯 고객의 마음에 남아 있게 만들수도 있습니다.
#투사법
소비자들은 자기가 원하는 바를 잘 모르기도 하고, 또 사실대로 얘기하기도 싫어해서 이런 소비자의 성향을 고려한 방법들이 개발되었는데 그 중 투사법 (Projective Techniques)이라는 조사법이 있습니다. 이는 직접적인 질문이 아니라 간접적인 자극물을 사용해서 응답자의 의견을 조사하는 것을 말하는데 예로 유명한 메이슨 헤어(Mason Haire)의 쇼핑 리스트 사례가 있습니다.
이 사례의 내용은, 미국에서 처음 인스턴트 커피가 출시되었을 때 소비자 반응이 별로 좋지 않았는데 업계에서는 그 이유가 맛이 나쁘기 때문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헤어(Haire)가 인스턴트 커피가 포함된 쇼핑 리스트로 잠재의식을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인스턴트 커피를 구매하는 주부는게으르고 낭비가 심하며 무능한 주부로 인식되고 있으며, 이러한 부정적 인식이 구매를 주저하는 보다 중요한 이유라는 판단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Haire, 1950)
국내에서는 90년대 초반에 식기 세척기가 도입되었을 때, 판매가 부진했었는데 그 이유를 조사해보면 우리나라 그릇이 깨끗이 닦이지 않아서…라고 이유를 얘기했지만, 투사법으로 다시 한번 검증해 본 결과 시어머니가 어떻게 볼지를 걱정하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요즘 많이 팔리는 홈메이드 쿠키나 호떡 제품들에도 이러한 소비자심리가 들어있는데요, 사실 이 제품들을 집에서 요리하는 일은 아주 간단한 일입니다. 브라우니, 과자, 빵 등을 만들기 위한 파우더에 그저 물을 부어 전자레인지에 3분 돌리면 되는 그런 식이죠.
하지만 이런 제품들은 그냥 가게에서 과자를 사 먹이는 나쁜 부모라는 죄책감을 해소시키면서 내가 만든 음식으로 우리 가족을 먹인다는 자부심을 동시에 줄 수 있는 제품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만약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어쩌면 고3 수험생을 위해 아무것이나 그냥 사 먹이지 않는 “엄마가 정성으로 다려주는 홍삼” 등 엄마의 정성이 살짝 들어갈 수 있는 제품도 가능성이 있을 것 같습니다.
#Framing Effect
소비자의 심리를 이용하는 데에는 또 중요한 한가지로 Framing Effect를 얘기할 수 있습니다. 이는 정보를 제시하는 방식(틀)의 차이로 정보를 해석하는 효과의 차이를 창출해 내는 기법(Framing Effect)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암이 1만명 중 12.68%의 생명을 앗아간다’라고 전달하는 것보다 ‘암이 1만명 중 1,286명의 생명을 앗아간다’라고 전달하면, 암의 위험성에 대한 인식이 32%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즉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을 때는 백분율이 아닌 실제 숫자를 이용하고 정보의 영향력을 줄이고 싶을 때는 %를 사용하라는 것입니다.
‘우리 제품은 100명 중 30명이 재구매를 한다’를 ‘우리 제품은 30%가 재구매를 한다’ 라고 하면 보다 긍정적으로 인식되는 반면 ‘우리 제품의 고장율은 5%에 불과하다’라고 제시하는 것이 ‘우리 제품 사용자는 100명 중 5명이 고장을 경험한다’고 하는 것 보다 낫다는 것입니다.
#사회적 단서 효과
또한 고객의 심리에 영향을 미치는 큰 영향 요인으로 판매원을 들 수 있습니다. 에르메스, 샤넬 등 고가 명품일수록 매장 직원을 단순 세일즈맨이 아닌 쇼핑 엠배서더(Shopping Ambassador)라 칭하고 긍정적인 자세와 열정으로 특정 상품이 아닌 고객 입장에서 만족할 만한 상품을 판매하는데 목표를 두고 다양한 제안을 시도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판매원은 특정 제품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고 선택하는지에 대한 정보를 제시함으로 소비자의 구매를 이끌어 낼 수 있는데 사회적 단서의 효과, 사회적 규범의 영향 (Low-Ball Technique) 이라는 미끼 전략을 이용해서 소비자를 낮은 가격 등으로 유인해 거래에 관여시킨 후에, 수락하면 완전한 거래 정보를 제시해서 원하는 방향으로 행동을 이끌어 내는 것도 가능합니다. 자동차 구매 상황에서, 기본 사양의 낮은 가격으로 구매 동의를 얻은 이후 옵션가를 제시하는 것이 더 많은 선택을 이끌어 낼 수 있는 것도 같은 원리로 볼 수 있는 것이죠. (치알디니, 1978)
#감정 단서에 의존한 선택
또한 소비자들은 감정적인 단서에 의해서도 선택이 달라질 수 있는데, 예컨대 제품 간 차이를 모르는 경우 사람들은 겉으로 드러난 꼬리표(Tag)에 붙어있는 감정 단서에 의존한 선택(Affective Heuristic에 의한 선택)을 하게 되는데, 예를 들어 제품에 ‘New’ 혹은 프리미엄(Premium)’이라는 단서가 제시됐을 때, 실제적인 품질의 차이가 없더라도 주관적인 가치 지각에 영향을 주어 더 큰 심리적 만족감을 갖게 되므로 선택을 유도하기 쉽습니다.
#결정 마비
그리고 소비자는 매장에서 제시되는 선택 대안의 수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의 수가 많을수록 더 좋은 결정을 할 것이라 생각하지만 선택 대안이 많으면 선택에 과부하가 걸려 선택을 보류하거나 합리적인 결정이 이루어지기 어렵습니다. 이를 ‘결정 마비(Decision Paralysis)’라고 하는데, 선택권이 많을수록 선택의 불확실성이나 모호성을 느껴 선택을 연기하거나 가장 익숙한 행로를 따르려는 경향이 나타나곤 합니다.
실제로 식료품점에서 테이블 하나를 놓고 수입 잼 무료 시식 코너를 마련하고 어떤 날에는 6가지 종류의 잼이 진열하고, 다른 날에는 24가지 종류의 잼을 진열한 결과, 24가지 잼을 진열한 경우보다 6가지 잼을 진열한 경우 잼을 구입할 확률이 10배 가량 높아졌으며, 이는 많은 선택 대안 자체가 우리의 결정을 마비시켜 선택을 연기하게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재미있는 소비자의 심리를 몇 가지 살펴보았습니다. 글머리에 제가 말씀 드렸던 심리학의 유용성에 대해서는 이제 설명이 어느 정도 되었다고 생각되고, 앞으로 중요한 점은 이러한 소비자의 심리를 어떻게 제품과 매장 측면 그리고 고객 커뮤니케이션 측면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들 것인가 라는 점 입니다.
예를 들어 투사법을 이용해서 수험생 엄마에게 함께 애쓰고 있다는 자부심을 줄 수 있는 (힘은 거의 안 들지만) 제품을 개발하거나 Framing 효과를 활용한 가치가 크게 보이는 광고 문구를 작성해 보거나 결정 마비(Decision Paralysis)현상을 고려해서 선물Set 진열 아이템 숫자를 현재보다 줄여 보는 것들을 새롭게 고민할 때 소비자들의 만족도가 지금보다 더 높아질 것으로 생각됩니다.
마케팅은 많은 분들이 인식의 싸움이라고 합니다. 심지어는 동일한 제품조차도 더 가치있게 느끼도록 만드는 것 그 소비자의 마음을 고민할 때 앞으로의 새로운 미래가 우리 앞에 탄탄하게 열릴 것 이라 생각합니다.
참고문헌
쇼핑의과학 – 매장 내에서의 심리와 선택행동 김재휘 중앙대 심리학과 교수
임종원외 – “소비자 행동론” p.68∼69
로버트치알디니 – 설득의 심리학
Low-balling Technique (Cialdini et al. 1978)
박성혁 – 대한민국 일등광고의 20법칙
Seri경영노트 – 구매욕을 불러일으키는 매장전략 (2012.5.10)
Haire,M. 1950. “Projective Techniques in Marketing Research” Journal of Marketing 14(April) 649–56.
[중딩은 모르는 마케팅 이야기] 시리즈
– 나는 누구? 여기는 어디?
– 마케팅이란?
[fbcomments url=”http://www.mobiinside.com/kr/2017/07/21/yuntae-knowyourcustomer/” width=”100%” count=”off” num=”5″ countmsg=”wonderful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