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 개발자 김수보님의 글을 모비인사이드에서 소개합니다.
개발자들은 구현을 담당합니다. SI 프로젝트라면 깔끔하게 구축만 고민하면 됩니다. 고객이 원하는 것을 ‘요구사항 명세서’에 담은 다음 얼마나 복잡하고 정교하며 아름답게 집을 지을지 상상하면 됩니다. 하지만, 온라인 사업에 참여한다면 조금 복잡합니다. ‘요구사항’은 애매하고 가야할 길도 명확하지 않습니다.
회사가 바로 ‘플랫폼’으로 가고자 한다면 더욱 어렵습니다. 중소기업을 거치지 않고 대기업이 되겠다고 선언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개발자가 온라인 사업에 참여 하게 된다면 기본적으로 자기 사업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능동적인 선택과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상황을 이커머스 플랫폼에 비추어 설명을 해보겠습니다. 주목하는 점은 많은 컨텐츠와 많은 공급자, 많은 이용자들을 바탕으로 “거래 수수료”를 받겠다는 것입니다.
1.수익화의 기본, 마케팅 깔때기
유명한 마케팅 깔때기입니다. 사람들의 제품 구매 과정을 6단계로 나눈 것입니다. 주 수익으로 수수료를 고려하는 기업이라면 반드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합니다.
플랫폼은 거래가 많아야 수익이 높아집니다. 그럴려면 거래 성공율이 높아야 합니다. 그래서 거래 매칭율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런데 거래 매칭율을 높이려면 사람들이 어떻게 구매하는지 이해해야 합니다.
(1) Lead Generation(유도 단계)를 살펴보겠습니다.
깔대기가 넓다는 것은 사람이 많다는 뜻입니다. 즉, 통제하기 어렵습니다. 통제하려면 엄청난 돈이 들어갑니다. 그리고 통제 당했다고 생각하면 사람들은 구매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Awareness는 광고가 아닌 홍보의 영역입니다. 광고는 ‘이 물건을 사.’ 이런 뜻이고, 홍보는 ‘이런 물건이 있어. 알고 있어.’ 이런 뜻입니다. 국내는 주로 블로그가 이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페이스북도 있지만 검색에 개방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친구 추천, 긍정 리뷰는 Interest를 높여 줍니다. 특히 지인의 반응은 Interest 를 많이 높여 줍니다. 페이스북이 가장 강점을 가지는 분야입니다.
Consideration은 필요를 느끼는 것입니다. 이건 플랫폼이 제공해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영악한 플랫폼은 Consideration이 많은 곳에 유입 채널을 만들기도 합니다.
(2) Lead Nurture. 구매 육성 단계입니다.
Intent는 ‘구매하겠다’고 생각하는 시점입니다. Evaluation은 ‘어떤 물건이 좋지?’라고 생각하는 시점, Purchase는 카드를 긋는 시점입니다.
이 단계에서는 사람들의 자유 구매 의지를 훼손하지 않아야 합니다. 강매 당하거나 낚였다고 생각하면 사람들은 도망가거나 다시 구매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단계에서는 ‘노출’이라는 기법이 사용됩니다. 온라인에서는 ‘연관 검색어’, ’연관상품’을 제공하고 오프라인에서는 ‘매장 진열’, ‘직원 상담’을 해줍니다. 구매 의도에 적합한 상품임을 보여줌으로써 선택율을 높이는 것입니다. 참고로 이런 기법들은 이미 대부분 다 하고 있습니다.
(3) 전략에 따라 주력 시스템이 달라집니다.
마케팅 깔대기를 보면 어떤 것을 만들지 어떤 것을 제휴할지 결정할 수 있습니다. 만일 우리 사업이 컨텐츠 중심이라면 ‘좋은 CMS’를, 상거래 중심이라면 ‘정확한 결제와 정산시스템’을, 제휴 중심이라면 편리하고 쉬운 ‘연동채널’을 만들어야 합니다.
전략을 알면 엉뚱한 시스템에 시간을 뺏기지 않습니다. 예를 들면 11번가나 지마켓, 옥션은 Awareness를 직접 하지 않습니다. 네이버 제휴를 통해 검색 노출을 올리고, 판매자 교육을 통해 블로그 노출을 확대합니다. 반면, 쿠팡과 위메프는 직접 홍보를 합니다. 백화점처럼 직접 판매 이윤을 추구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주력 시스템도 당연히 많이 다릅니다.
2. 솔루션 판매에도 적용된다
위 그림은 유명한 VC, David Skok라는 사람이 그린 것입니다. ERP와 같은 B2B 솔루션이 어떻게 판매되는지를 보여줍니다. 우리나라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저는 ‘1년 법칙’이라고 부릅니다. 주로 우리나라의 대기업들은 Awareness에서 Purchase까지 가는데 1년 정도 걸리기 때문입니다. (이 이야기는 길어서 나중에…)
B2B 솔루션은 Lead Nurturing이 (준)대면업무에 가깝습니다. B2C 상품은 비교적 간단하고 가격이 싸서 ‘선택’이 단순한 반면, B2B 상품은 기능이 복잡하고 비싸서 ‘선택’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실제 도입사례, 사후 피드백, 상세한 설명, 질문응대 등이 중요합니다. 그러다 보니 이런 도구를 자동화해서 플랫폼이 된 기업이 있습니다. 바로 Salesforce 입니다. 즉, 플랫폼의 모습은 시장마다, 상품마다, 풀려는 문제마다 모두 달라집니다. 다만,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다는 것만 똑같을 뿐입니다.
3. 오프라인 사업에서 온라인의 역할
오프라인에서 사장님들이 가장 바라는 것은 꾸준한 매출과 점진적인 성장세입니다. 바꾸어 말하면 ‘고객을 모으는 Get’, ‘고객을 유지하는 Keep’, ‘고객을 확대시키는 Grow’ 를 원합니다. 온라인은 이 부분에 분명 장점이 있습니다. 물론 제품 자체를 바꿀 수는 없습니다.
사람들은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트위터 등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온라인은 강하고 빠른 정보 전파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고객을 불러 올 수 있는 요긴한 채널이 됩니다.
어떤 서비스들은 맛집 방문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이 데이터를 보고 찾아오기도 합니다. 가게 홈페이지의 방문통계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통계를 보고 20대 여성 제품들을 좀 더 매입할 수도 있습니다.
온라인은 오프라인에게 매우 중요한 보완재가 될 수 있습니다.
4. 개발자에게
SI개발자가 아니라면 내가 어떤 지점을 왜 개발하고 있는지를 알 필요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구현 중 결정해야 할 많은 기술 사항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걸 다른 사람들이 해 줄 수가 없습니다. 동기를 이해하지 못하면 엉뚱한 것을 열심히 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모든 걸 열심히 해서는 안됩니다. 저도 중요하지 않은 기능을 만든다고 중요한 일정을 놓친 적이 있습니다. 경중을 가리지 못하면 삽질이 될 때가 많습니다. ‘이 산이 아닌가봐.’ 만큼 개발 의욕이 꺾이는 경우는 없습니다.
5. 초보 사장님들께
종종 Awareness를 하면서 강한 통제를 하기도 하고, Evaluation을 하면서 느슨한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굉장히 독특해서 어떤 전략인지를 물어보면 그냥 ‘감’이라는 분들이 많습니다.
우연의 기쁨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그 결정이 수개월의 시간낭비와 적지 않은 서버 비용을 만들기도 한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적어도 어떤 선택을 했는지 충분히 이해했으면 좋겠습니다.
목적없이 삽질, 리셋을 반복하면 방어기재로 가득 찬 수동적인 직원들을 얻게 됩니다. 사업이 잘 될리가 없겠지요.
잘 모르겠다면 알 만한 사람들과 충분히 이야기를 나누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생각보다 어렵지 않고, 오래 걸리지도 않습니다.
[fbcomments url=”http://ec2-13-125-22-250.ap-northeast-2.compute.amazonaws.com/2017/07/20/guide-to-the-platform/” width=”100%” count=”off” num=”5″ countmsg=”wonderful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