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일 퍼틸레인 고문이 페이스북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
O2O 서비스의 성공 요인은 두 가지가 있다. 기본적으로 편의성이라는 O2O만의 장점을 갖춘 상태에서 좋은 서비스 혹은 (반드시 시의적절한 시점에서) 필요한 서비스의 항목을 갖춰야 한다.
전자는 말 그대로 서비스 자체의 경쟁력이 뛰어나서 만족도가 높은 좋은 서비스를 의미한다. 해당 경쟁력은 서비스 자체의 유니크함이 될 수도 있고 좋은 가격이 될 수도 있다. 가령 <배달의민족>같은 음식배달 서비스나 <에어비엔비>같은 숙소공유 서비스가 이러한 사례에 해당된다. 음식과 숙소는 질이 훌륭하던가 가격이 저렴하지 않다면 실패한 서비스이자 반복해서 이용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반면 필요한 서비스란, 딱 사용자가 원하는 그 시점에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여야 한다. 대표적으로 디디나 우버같은 차량공유 서비스가 여기에 해당한다. 택시나 차량이 필요할 때 우리는 좋은 차와 나쁜 차를 구분하거나 혹은 기사의 자질을 따져가면서 찾기보다는 당장 신속하게 이용할 수 있는 것을 바라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2016~2017년 중국 O2O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공유 자전거 사업은 좋은 서비스와 필요한 서비스 중에서 어디에 해당될까?
판단하는 관점에 따라 좋은 서비스, 필요한 서비스 혹은 둘 다에 해당된다는 의견도 있지만 필자의 판단으로는 ‘둘 다 해당되지 않는 서비스’에 해당된다는 다소 야박한 평가를 내리는 편이다. 공유자전거 서비스는 단지 O2O의 기본적인 요소인 ‘편의성’만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한다.
중국 자전거 공유 O2O의 양대산맥에 해당되는 ‘모바이크(Mobike)’의 창업자이자 CEO인 호위위가 해당 서비스를 만들고 회사를 설립하게 된 계기는 ‘새 자전거를 구매하면 한달이내에 도둑을 맞는다’는 개인경험에 기인해서 자동차 관련 회사를 설립한 후 초기 투자자들과 사업논의를 하던 중 ‘QR코드 스캔을 통한 공유자건거 사업을 제안 받은 것’에 바로 O.K 해서 비롯된 것이지 서비스 자체의 필요함이나 시의성 혹은 퀄리티에 대한 철학이나 고민을 가지고 이 사업을 출발한 것은 아니었다.
노골적으로 평가해서 ‘단거리 외출이나 이동에 편리함을 준다’는 것을 제외하고 이 O2O 서비스가 우리 생활의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은 없다. 게다가 그 단거리 외출을 대체할 수 있는 수단은 대중교통과 개인 이동수단 심지어 도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법이 이미 존재하고 있다. 반면, 부정적 영향은 매우 다양하게 제기할 수 있는데 가장 심각한 것은 보행에 지장을 줄 정도로 공유 자전거들이 인도를 가로막고 있다는 점이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인도일수록 많은 공유 자전거들이 길을 막고 있고 이로인해 인도대신 차도를 선택해야 하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보행자가 인도대신 차도를 선택해 걷는 것은 차량들도 방해를 받는다는 점을 의미한다. 러시아워에 인도와 차도에 무단주차된 공유 자전거와 차도 하나를 통째로 점거하고 이동하는 자전거들의 행렬 때문에 교통은 더욱 혼잡해 진다. 여기에 미관상으로도 매우 안 좋다. 당연하다. 사방에 방치된 자전거들이 보기 좋을리 만무하다. 이 때문에 공유자전거는 다른 말로 공해 자전거라고 불리우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공유 자전거의 서비스 경쟁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이유는 이미 너무 많은 돈이 들어갔기 때문이다. 현재 중국의 O2O 공유자전거 시장에는 OFO, MOBIKE 등을 포함해서 약 17개 이상의 유사업체의 서비스가 난립되어 있으며 투자된 금액만 40억 위안(약 6억 달러) 이상이 집행되었다. 이 중 최근 6월16일에 6억 위안의 투자(융자)를 확보한 모바이크의 기업가치는 진작에 100억 위안을 돌파했다. 법인이 설립된지 채 3년이 되지 않아 이룬 업적이다.
이제 투자금액으로만 치면 <대마불사>의 상황으로까지 도달한 셈이다. 이제는 여러가지 역학적 여건상 사업을 접을수도 없고 접어서도 안되는 상황으로 당분간 치킨게임을 계속 진행해야만 한다.
과거 디디다처의 초기투자자로 재미를 보았고 이번에도 오포에다가 초기투자했던 금사강창업투자라는 회사의 대표인 ‘조소호’는 작년 9월만 하더라도 “공유 자전거는 아마 90일 정도 전쟁으로 마무리 될 것으로 보인다”는 취지의 인터뷰를 했던 적이 있다.
자본경쟁력이 뒤진 후발주자들은 도태가 되던가 혹은 적당하게 인수합병을 하고 1, 2위 업체인 오포와 모바이크만 남아 경쟁을 하면서 결국은 하나로 통합되는 아름다운 그림을 그린 것이다. 물론 이 판단에는 2014~15년 알리바바와 텐센트가 전면적으로 나서서 경쟁했던 콰이디다처와 디디다처간의 택시호출 서비스 전쟁의 재판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커 보인다. 그들은 이번에도 똑같은 과정을 통해 펼쳐질 멋진 엑싯플랜을 이미 짜 놓은 것이다. 다만 내가 보기엔 김치국을 미리 마시고 있는 것 처럼 보였다.
사실 그들의 엑싯플랜은 아직까지는 요원해 보인다. 일단 90일 이내에 끝날 것이라고 예측했던 자전거 전쟁은 10개월이 지났어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도리어 경쟁은 더 격화되고 있다. 도리어 그 사이에 후발업체는 더 늘어났다. 필자는 작년부터 농담삼아 ‘중국의 공유 자전거 사업에 뛰어들고 싶어도 더 이상 소비자들에게 자전거의 심볼로서 어필되는 색상이 없어 고민될 것 같다. 이러다가 검은색이나 흰색 자전거가 나오지 말란 법도 없다’라고 이야기했는데 아닌게 아니라 정말 검은색 자전거가 등장했다. 과거 한국의 쌀집 자전거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그 후발 업체들의 생각은 대단히 얄팍한 계산에서 비롯되었을 것인데, 치열한 이 시장에서 좋은 서비스로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뒤늦게 알박기 해서 1위나 2위에게 팔리는 것을 목표로 급조되었을 공산이 매우 커 보인다는 것이다. 통 큰 알리바바나 텐센트가 지난번 택시전쟁때처럼 흔쾌하게 지갑을 열 것이라 기대했을텐데 간과한 것은 알리바바와 텐센트가 통이 큰 것은 사실이나 호구는 아니라는 점이다.
서두에 언급한대로 O2O로서 좋은 서비스 혹은 필요한 서비스가 아니라면 수익창출의 가능성은 매우 낮다.
공유자전거는 여전히 수익모델이 완전하지 않은데 택시와 같은 공공제이거나 혹은 이미 개인이 소유한 집이나 식당처럼 기존의 인프라를 이용하는 것이 아닌 새로운 자전거를 계속 제작 및 공급해야 하고 유지관리비용도 다른 O2O와 달리 서비스 회사가 직접 부담해야 하는데 그 비용도 만만치가 않다.
쉽게 이야기 해서 벌어 들이는 돈보다 쓰는 돈이 헐씬 더 많은 것이다. 하루 3.5억명이 이용한다고 투자사들은 자랑스럽게 IR을 하지만, 사실은 사용자가 많을수록 적자폭이 더 커지는 위험한 사업이다. 대신 자전거를 제조하는 회사들만 한동안 신나게 돈을 벌었을 것이다.
서비스 회사들의 경영악화가 사용자들에게 알려져서 유저들이 불안함을 느끼는 순간 보증금으로 맡긴 300위안을 마치 은행에서 예금 찾아가듯 급하게 찾기 시작하는 상황으로까지 이어진다면 회사는 손쓸 틈도 없이 무너질 것이다.
그 상황에 직면하지 않기 위해서 서비스회사와 투자사는 끊임없는 미디어를 통해 IR러시가 이어진다. 대표적인 것이 빅데이터론과 해외진출론이다. 필자 개인의 소견으로는 역시 터무니 없는 말장난이라고 생각한다. 사용자들이 자전거를 타고 이동한 단기 동선의 데이터와는 비교도 안되는 알짜 데이터들을 이미 알리바바와 텐센트는 충분히 보유하고 있다. 그들에게는 알리페이와 위챗이 있고 그것을 통해 위치기반뿐만 아니라 소비와 일상의 관심도까지 모조리 관찰할 수 있는 것이다.
해외진출은 더 말이 안되는 것이 도로교통법이 중국과 달리 엄격한 대부분의 국가에서 이렇게 자전거를 아무데나 대량으로 방치하고 운행하도록 내버려 두겠는가? 넘어야 할 허들이 많고 본인들도 어렵다는 것을 알면서 그냥 떡밥을 날리는 것에 불과하다.
아마도 알리바바와 텐센트는 사업상 이것을 더 끌고 갈지 말지에 대해 이제는 진지하게 고민하는 시점에 도달한 것 같고 나머지 회사들은 그저 둘 중 어떤 회사가 이 사업을 평정하기 위해 모조리 사들이는 것만을 학수고대하고 있을 것 같다. 다만 시장의 변화를 그들도 모르고 있지는 않을테니 애초에 부르려고 맘먹은 액수보다 점점 낮아지고 있지 않을까 싶다. 정상적인 판단을 하고 있다면 말이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모바이크의 창업자이자 CEO인 호위위가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해 ‘공유자전거 사업에 실패하면 공익한 셈 치겠다’는 어이없는 폭탄선언을 함으로써 이 사업의 가능성이 어렵다는 것을 자신도 모르게 고백해버렸고 이로인해 투자사들을 발칵 뒤집히게 했으니 ‘대마불사라는 것도 항상 통용되는 것은 아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좀 더 강해지고 있다.
물론 이런 생각은 전적으로 필자 개인의 판단이자 소견으로 맞을수도 있고 틀릴수도 있다.
다만 대규모 투자, 대규모 사용자 등 주로 규모의 경제로만 판단해서 이 자전거 공유 서비스를 알리페이나 위챗처럼 혁신적 서비스처럼 높이 평가하거나 혹은 디디처럼 우버를 능가하는 대단한 서비스로 뒤늦게 떠 받드는 한국 미디어의 평가가 ‘너무 단편적인 것이 아닌가’라는 우려가 이 글을 쓰게 된 주요한 개인적 이유라는 점은 밝히고 싶었다.
[김두일의 차이나 인사이트] 시리즈
– 중국 광고에 등장하는 트랜스포머
– 중국 공유 자전거 모델에 부정적인 이유
– 넷마블의 공모밸류는 적정수준일까?
– 사드와 한국게임 판호금지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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