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앱 업계를 어떻게 보시나요?
다양한 판단이 있겠지만, 전 그냥 ‘괜찮다’ 정도로 생각합니다. 사업의 비전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상생의 의지나 기타 ‘뭔가를 해보려는 것’에 있어서요. 뭐 그렇습니다.
4일 유영민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가 있었습니다. 참고로 유영민은 제가 좋아라했던 네이버 완결웹툰의 주인공 이름이라 외우기 쉬웠다는…(유영민 친위대!!!!) 여튼 청문회가 있었는데요, 좀 뭐랄까. 상당히 충격적인 멘트가 나왔습니다. 배달앱을 공공재로 봐야 한다고 말하는 한편, 국가 배달앱 개발도 고려하고 있다는군요.
간단히 휘리릭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그러니까 배달앱의 폭리에 가까운 수수료 정책으로(배달통 요기요가 찔리고 배달의민족이 짜증을 냅니다…) 골목상권이 어려운 상태에서 이를 공공재로 봐야 한다. 그러니 정부가 개입해 뭔가 해야 한다는 말.
결론부터 말하자면 말도 안되는 소리입니다. 물론 플랫폼 시장 독과점은 경쟁자와 정부 등의 견제를 받아 마땅하지요. 특히 국민의 생활에 밀접한 영향을 미치는 플랫폼이라면 분명 제재를 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이건 시장의 활성화 차원에서 논의되어야 합니다. 여기가 북한은 아니잖아요?
유영민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오간 대화가 이런 오해를 받자 미래창조과학부가 “진의가 잘못전달됐다”며 해명하고 나섰다. – 정부가 배달앱 만든다고?…미래부 “아니다”(ZDNet)
그런데 플랫폼 사업의 일부인 배달앱을 공공재로 규정하고 정부가 강하게 개입하다니. 이런 논리라면, 배달앱 플랫폼까지 이런 논리가 적용된다면 앞으로 나올 모든 서비스 플랫폼은 국가의 손에서 탄생해야 합니다. 그러니까 코리아인터넷은행, 코리아야놀고여기어때, 코리아다방직방한방이 나와야 한다는 겁니다. 차라리 하던대로 한국형 알파고를 만들어…
가계통신비 인하 정책과도 말이 안 맞아요. 유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가계통신비 인하에 나서겠지만, 법을 초월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통신이야 말로 공공재에 가까운 플랫폼입니다. 국민의 재산인 주파수로 사업을 하는 기간 사업자니까요.
그런데 여기에는 법을 초월하지 않겠다면서 선을 그어놓고는, 왜 배달앱을….자연스럽게 ‘정부가 제 4이통사를 만들 것인가’라는 기대도 해봅니다. 지금까지 4이통사가 불발된 이유는 따로 있었어요! 이건 그러니까 정부가 4이통사를 만들기 위해 후보자들을 탈락시키고 모두의 염원이 불타오르는 순간 들어가는 64단 콤보의 향연…!
냉정하게 생각했으면 좋겠습니다. 배달앱 상생이요? 분명 문제가 있기는 있어요. 배달의민족도 수수료는 없지만, 광고비로 수익 돌려막기를 한다는 지적도 있고, 요기요와 배달통은 여전히 수수료 받고요. 그러나 이 부분에도 사업자들은 할말이 있고요, 무엇보다 생활밀착형 서비스이기는 하지만 편리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받는 이용자 입장도 생각해야 합니다.
상생노력도 분명히 있고, 좀 자세히 따져보라는 말입니다. 이렇게 생각할수도 있어요. 배달앱이 통신 서비스처럼 ‘없으면 큰 문제가 생기나?’는 질문. 음. 조금 쑥쓰럽지만 전화하면 되잖아요…옹색한 말이지만 대안이 있다는 뜻입니다. 이게 그렇게 절실한 정부의 개입이 필요한 플랫폼인가요? 골목상권 압박 이슈가 있기는 있죠. 하지만 이에 대해서는 이견의 여지가 있다는 점도 밝힙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플랫폼 독과점이 없어야 한다는 주장의 전제에는 시장이 건전하고 다양하게 ‘성장’해야 한다는 논리가 깔려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정부는 일을 너무 쉽게 생각하고 있어요.
그냥 때려부수면 끝입니까?
참고로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는 배달앱 삼총사에 대항해 2015년 자체 배달앱을 출시했으나, 처참하게 실패했습니다. 그냥 막 만든다고 사업이 쉽게 될 것이라는 생각은 도대체 어디에서 나왔습니까? 정부가 배달앱 만들면 그게 100% 성공할 것이라고 생각하나요? 누군가의 배를 채워주는 음흉한 그림이 떠오르는 것은 저만의 생각인가요. 정부 공공앱이나 먼저 잘 만드세요. 선탑재 꼼수나 부리지 마시고…
#더 깊숙한 곳으로의 여행
여기서부터는 사견입니다만, 저는 청문회장에서 나온 배달앱 이슈 등등에 있어…솔직히 유 후보자나 처음 말을 꺼낸 김경진 의원 모두 진지하게 배달앱 업계를 들여다보지 않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뭔가 휘둘리는 느낌입니다.
지난달과 올해초, 중기중앙회는 배달앱 업계를 공격하기 위해 말도 안되는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취재를 하던 중 뭔가 이상한 상황과 만난적이 있습니다. 중기중앙회가 왜 이런 말도 않되는 설문조사를 했을까. 중기중앙회 설문조사가 발표될 무렵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열린 ‘대기업 불공정행위, 어떻게 근절할 것인가?’라는 토론회에서 김경만 중기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공정거래위원회가 가지고 있는 전속고발권을 감사원장과 조달청장, 중기청장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중소기업청의 권한을 대폭 강화하자는 뜻. 연관된 업무에 대한 정부 부처의 의지가 강력한 유대관계를 맺고 있는 중기중앙회의 행보에 이입되고, 이를 전개하기 위한 정지작업의 차원에서 배달앱 관리 및 감독에 대한 시도가 벌어졌다는 해석은 너무 나간 것일까요? 이건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그냥 제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간단합니다. 플랫폼 사업자, 특히 국민의 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플랫폼의 경우 당연히 조절해야 합니다. 하지만 너무 세세한 곳까지 들어오면 시장 자체가 형성되지 않아요. 통신사 플랫폼에 비슷한 잣대를 들이대고 4이통사를 미래부가 만든다면 인정하겠습니다. 그 전에는 엄한 행동 벌이지 말았으면 합니다. 그리고 여기에는 중기중앙회의 수상쩍은 행보도 있다는 점, 밝혀둡니다.
배달앱 업계도 이런 지적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억울한 일은 확실하게 알리는 한편, 역시 플랫폼 사업자의 숙명처럼 상생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겨야 합니다. “내가 나쁜놈은 아닐까?”라는 고민은 계속해야 합니다. 이걸 멈추는 순간 망할 것 같아요. 정부가 이렇게 눈을 부라리는데….생사의 관점에서 끌어당겨야 합니다. 배민 아카데미 같은 거 많이 만들고, 뭔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방안을 더욱 적극적으로 찾아야 합니다. 억울하겠지만, 그게 살 길이기도 합니다. 이런 나라에서는요.
[최진홍의 현장 박치기] 시리즈
– 네이버는 시총 28조원의 스타트업이다
– 아마존 홀푸드 인수의 결정적 장면은?
– 캐리소프트와 다이아TV, 그리고 K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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