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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바나의 자동차 자판기. 구매자가 온라인으로 구매한 자동차를 자판기에서 특수 코인을 넣고 픽업할 수 있다 (출처: Carvana)

얼마 전에 미국 중고차 시장계의 신흥강자 카바나(Carvana)를 통해 Honda SUV를 제 인생 첫 차로 맞이하였습니다. 매장도, 딜러도 없이 중고차를 구매하는 경험이 매우 인상적이었고 그 경험을 나누고자 이 글을 씁니다.

제가 거주하고 있는 펜실베니아주의 도시는 버스가 다니긴 하지만 자주 다니지 않기에 한국에 비하면 교통이 매우 불편합니다. 또한 버스 한 번 타는데 $2.5 (한화 약 2500원)이고 장을 보러 다닐 때면 타는 우버, 리프트 비용도 만만치 않아서 고민 끝에 차를 사기로 했습니다. 구매하기로 결정했지만, 막상 미국에서 중고차를 구매하려고 하니 어디서 살지부터 큰 난관이었습니다. 한국에서도 차를 구매해본 적이 없고 쏘카나 그린카만 이용해 본 경험이 있는 남편과 운전면허가 아직 없는 저에게는 레벨 1에서 보스몹을 만난 느낌이었습니다.

저희가 알고 있는 구매처는 세 곳이었습니다.
한인커뮤니티, 크레이그스리스트, 그리고 딜러샵.

우선 한인 커뮤니티는 직접적/간접적인 친분이 있기에 직거래를 하면서 사기 당할 염려가 적었습니다. 또한 한국어를 사용하면서(중요하죠) 거래를 할 수 있고 귀국하는 사람들로부터 구매시 좀 더 할인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올라오는 차의 종류나 수가 한정적이니 선택권이 없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죠. 특히, 졸업 후 한국으로 돌아가려는 사람들이 이미 모두 귀국한 현재 시기에는 판매 글이 없었습니다.

다음으로, 크레이그스리스트는 다양한 차종이 매물로 올라오지만, 플랫폼 내에서 비슷한 차종끼리 비교를 해보기 힘들었고 차를 구매해 본 경험이 없다 보니 어떤 점을 중점적으로 살펴보고 구매를 해야하는지 감이 오질 않았습니다.

마지막으로, 딜러샵은 규모나 차에 대한 선택권이 많고 여러 대를 직접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딜러와 금액 흥정을 해야한다는 점이 부담으로 다가왔습니다. 외국인 신분에 차를 잘 알지 못한다는 점 때문에 사기를 당할 수도 있지 않을까 걱정도 많이 됐고요.

고민을 하던 중에 크레이그스리스트에 매우 자세하게 차에 대한 설명을 적어놓은 판매자를 봤는데, 바로 카바나(Carvana)였습니다.

더 많은 차를 보기 위해 카바나 사이트에 접속했는데, 이 카바나 라는 회사, 저만 모르고 있던 중고차 시장계의 다크호스였습니다. 카바나는 2013년에 시작한 회사로 Amazon of Cars라고 자신들을 소개하면서 매장과 딜러를 없애고 중고차 시장에 등장한 스타트업인데요, 작년 대비 매출이 118% 성장하였으며 올해 4월에 상장한 후 주가가 40% 가까이 뛰었습니다.

이미 시장에는 AutoNation, CarMax, Penske, Kelley Blue Book 외에도 각종 렌탈업체들이 포진해있는 레드오션이지만 매장과 딜러를 없애고 고객의 구매 경험에 집중한다는 강점을 지닌 카바나는 무서운 상승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한편, 카바나 외에도 오프라인 매장이나 딜러가 없는 중고차 스타트업이 몇군데 있는데요. 시장에서 카바나와 열심히 경쟁하고 있는 브룸(Vroom) 외에는 Beepi, Shift, Carlypso 처럼 현재 자취를 감추거나, 몇 개 주에서만 서비스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검색필터를 적용하여 원하는 차를 찾을 수 있다 (출처 : Carvana )
다양한 검색필터를 적용하여 원하는 차를 찾을 수 있다 (출처 : Carvana )

본사에 위치한 자동차 자판기로 유명세를 탄 카바나는 중고차 매장도 없고 딜러도 없습니다. 오직 사이트를 통해서만 자동차를 구매하거나 판매할 수 있습니다. 인터넷에서 옷 사는 것도 어려운데 자동차는 오죽 더할까요? 그래서 카바나 사이트에서는 자동차 카테고리, 컬러, 연도, 금액대, 제조사, 모델명부터 기능, 마일리지, 오토/매뉴얼, 구동 방식, 실린더 등의 다양한 검색 필터를 통하여 원하는 차를 쉽게 검색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또한 자동차의 외부 360도 사진부터 내부 사진, 차에 난 긁힘에 대한 사진까지 모두 제공하고 있으며 자동차 사고, 수리, 점검, 소유자 변동사항 등의 기록을 보여주는 Experian사의 AutoCheck 서비스를 무료로 열람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특히 한 대 조회에 $25을 지불해야 하는 이 서비스는 사고 기록이 있는 차는 절대 취급하지 않고, 차 소유자는 대부분 1명이었던 중고차만을 판매한다는 카바나의 약속을 증명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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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기록 여부, 소유자 변동사항, 점검 장소, 점검 내역, 자동차 판매 사유 등을 모두 확인 가능한 AutoCheck서비스 (출처 : AutoCheck)

 

또한, 차는 대부분의 지역에 무료로 배송이 되며, 주문 시간에 따라 24시간에서 48시간내에 빠른 배송도 가능합니다. 차를 받은 후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7일 내에 반품 및 전액 환불 또한 가능합니다. 더 나아가, 할부를 원하는 경우, 연 수입과 신용 점수를 선택한 후에 할부하고자 하는 금액, 월 납부 금액, 기간 등을 선택 하여 할부 조건들을 미리 쉽게 비교해 볼 수 있습니다.

 

계기판처럼 생긴 할부 조건 비교 기능 (출처: Carvana)
계기판처럼 생긴 할부 조건 비교 기능 (출처: Carvana)

 

모든 조건이 다 좋아 보인 카바나, 너무 좋아보여서 오히려 의심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레딧(Reddit)과 개인 블로그에서 카바나 이용 후기를 찾아서 읽어보았는데, 특별한 흠이 없었습니다. 차가 정 맘에 안들면 반품하면 되고 전액 환불을 받을 수 있을테니 부담없이 한 번 이용해보기로 했습니다.

자동차 보험을 미리 준비하고 자동차 배달 장소와 시간을 정한 후 구매 신청을 했습니다. 집 근처 주차장에서 만난 카바나 직원 아만다는 차 배달 전에 연락한 문자들에서도 알 수 있었지만 매우 친절 했습니다. 회사가 브랜딩을 중요시 한다는 점을 알 수 있었던 부분이, 차를 배달하는 배달용 트럭부터 아만다가 입은 윈드브레이커, 번호판 프레임, 굿즈까지 모두 카바나의 하얀색, 하늘색으로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3년 정도 된 중고차인데 육안으로 확인한 차는 신차마냥 겉과 안이 모두 깔끔했습니다.
3년 정도 된 중고차인데 육안으로 확인한 차는 신차마냥 겉과 안이 모두 깔끔했습니다.


차 안에는 차 구매자를 위한 물, 펜, 텀블러, 초콜렛, 키 홀더 등이 카바나 가방안에 담겨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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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탔는데, 기름이 가득이어서 한 번 더 감동했습니다. 10분에서 15분정도 테스트 드라이브를 했는데 정말 마음에 들어서 보험증을 보여주고 계약서를 작성했습니다.(테스트 드라이브 후에 마음에 안들면 그 자리에서 반품도 가능합니다.)

정비소를 찾아가지 않고 바로 이 자리에서 점검을 받았습니다.
정비소를 찾아가지 않고 바로 이 자리에서 점검을 받았습니다.

사실 겉보기에 괜찮은 차일 수도 있지만, 내부는 잘 몰라서 걱정이 되었기에 자동차 정비사 서비스계의 우버인 YourMechanic을 미리 예약했습니다. 지정한 장소로 정비사가 와서 원하는 점검이나 교체를 해주는 서비스인데, 저희는 카바나에서 차를 받은 곳에서 바로 검사를 받았습니다. 40분 정도 소요된 기본 검사를 해준 정비사는 도로가 험한 지역 특성상 휠 얼라인먼트를 주기적으로 하는 것을 추천하는 것 외에는 차 상태가 정말 좋다고 하며 좋은 중고차를 받은 것 같다고 극찬했습니다. (뿌듯했습니다!!)

그후로 차를 열심히 타고 다니던 중에 우리를 담당한 카바나 직원 아만다는 차에 대한 만족도를 묻고 구매 확정까지 하루 남았다는 점을 알려주며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으면 언제든지 물어보라고 친절하게 전화했습니다. 저희는 구매 확정을 했고 이제 정식 번호판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제 경험을 바탕으로 카바나의 강점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 정보를 모두 투명하게 공개함으로써 신뢰상승
– 무료배송과 7일내 전액환불로 구매부담을 덜어 줌
– KBB 대비 9-12% 낮은 가격으로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 가능
– 스타트업에서 느낄 수 있는 에너제틱함과 친절함

카바나를 이용하면서 기존의 수단을 이용할 때 느꼈던 불편한 부분들을 해소하면서 좋은 가격에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에어비앤비와 우버를 처음 이용했을 때의 기분을 느꼈습니다. 차를 보유한지 2주 정도 밖에 안됐지만, 다음 차를 사게 되거나 차를 팔게 되어도 카바나를 이용하려고 합니다. 저희 부부는 구매 전부터 현재까지 주변 사람들에게 카바나를 열심히 추천하고 있습니다. 좋은 서비스는 자연스럽게 입소문이 날 수 밖에 없는 것 같죠? 주변 친구들에게 추천하고 싶어서 안달이 나는 서비스를 제공하기에 카바나는 앞으로 더욱 성장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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