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석 중국 IT 칼럼니스트가 미디엄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

타오바오빌리지(淘宝村)는 2009년부터 시작된 알리바바그룹의 프로젝트입니다. 국내에서도 몇차례 보도가 됐던 내용이죠. 2016년 뉴스핌의 기사에서는 아래와 같이 소개하고 있습니다.

‘타오바오 빌리지(淘寶村 타오바오촌)’란 한 지역(마을)에 등록된 타오바오 온라인몰(거래가 빈번한 활성상점 기준)의 수가 전체 가구 수의 10% 이상이고, 전자상거래 거래액 규모가 1000만위안(약 16억 6600만원) 이상인 곳을 가리킨다. 타오바오 빌리지 형성은 고향을 떠났던 지역 청년의 귀향과 창업, 일자리 창출을 통한 외지 인구 유입, 원자재와 부품 집중화, 관련 서비스업 발전 등 효과를 내며 지역 경제를 살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 알리바바, 중국 지방경제 회생 일등공신, ‘타오바오마을’ 전국 확산(뉴스핌)

거칠게 설명하면, 타오바오촌은 중국 시골 지역에서 타오바오의 이커머스 플랫폼을 연결해 비즈니스를 창출하고자 만들어진 개념입니다. 또한, 한 지역에 타오바오촌이 3곳 이상 모여 있을 경우 보다 큰 개념인 타오바오전(镇)이라고도 정의하며 나름의 지역 단위도 구축하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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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오바오촌은 2016년 기준 중국 전역 1311곳에 배치돼 있다. 타오바오전은 135곳. 출처: 알리연구원

농촌은 중국 경제의 몇 안되는 반전 포인트 중 하나입니다. 2016년 기준 중국 농촌의 시장 규모는 6475억 위안이며, 온라인 인구는 1억9000만 명에 달합니다. 허나 1인당 평균 연간 소득은 2015년 기준 1만 위안(약 170만 원)에 그칩니다. 알리바바는 이 기회의 지점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각종 국내외 미디어에서 최근 몇년 간 타오바오촌의 규모적인 측면에 대해 많이 다뤘으니, 여기서는 규모 외의 시장적, 산업적 가치에 대해 논하고자 합니다.

타오바오촌의 가치

알리연구원(阿里研究院)에서 올해 초 발간한 중국 타오바오촌 연구 보고(中国淘宝村研究报告) 2016에서는 타오바오촌의 위상을 ‘구조적 발전’과 ‘사회적 가치’ 두 축으로 평가했습니다.


1. 타오바오촌의 구조적 발전

제품 혁신: 타오바오 온라인 판매자는 소비 분석, 자체 디자인, 파트너사와의 연구 개발, 신기술 도입을 통해 제품의 수준을 높이고 신제품을 출시하는 추세다. 불완전한 통계에 따르면 지난 1년 동안 타오바오촌에서는 120종의 새로운 제품이 판매됐고, 평균 1억6000만원(100만 위안)의 매출을 냈다. 16억 원(1000만 위안) 이상의 매출을 낸 제품들도 있는데, 전동휠, 라틴댄스 의상, 주문제작 벽화, 분유 포트 등이 대표적이다.

기업화: 경영 규모가 커짐에 따라 타오바오촌에 속한 영역들이 점점 기업화되고 있다. 기업 등록 및 상표 등록의 영역, 조직 관리, 브랜드 및 고객 서비스 영역 등이 대표적이다. 불완전한 통계에 따르면 기업에 등록된 타오바오촌의 점포는 5100곳이 넘는다. 기업화된 온라인 판매자들이 가장 많이 속해 있는 현급 도시는 진화의 이우(义乌), 광저우의 판위(番禺), 바이윈(白云), 취안저우의 푸쟝(晋江), 항저우의 위항(余杭) 순이다.

시스템화: 온라인 판매업이 거대해지면서 이들의 이커머스 서비스에 대한 요구 사항 역시 점차 규모화, 다양화되고 있다. 이커머스 영역이 시스템화는 타오바오촌의 발전에 중요한 지표이다.

다원화: 타오바오촌의 발전 초기만 하더라도 온라인 소매에 집중돼 있었다. 하지만 점차 온라인 도매업, 크로스보더형 이커머스, 시골 지역 여행업 등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확장하고 있는 추세다.

2. 타오바오촌의 사회적 가치

창업 육성: 타오바오촌 하나는 곧 하나의 창업 보육 센터를 의미한다. 2016년 8월까지 전국 타오바오촌의 활성 상점 숫자는 30만 곳에 달한다. 이커머스는 이미 초기 창업의 중요한 방향을 의미하게 된 것이다.

구직 기회: 온라인몰은 낮은 원가로 만들 수 있으며, 성장 속도 또한 빠르다. 이는 곧 구직 기회로 연결된다. 통계에 따르면 타오바오촌에서 한 곳의 활성화된 매장이 생겨날때 평균적으로 2.8명의 구인을 하게 된다. 2016년 8월말 기준 전국 타오바오촌의 활성 매장이 만들어낸 직원 숫자는 84만 명에 이른다.

부의 창출: 2016년 중국 내 빈곤지역( 1인당 연평균 수입이 700위안 미만인 지역)에 속하는 현급 도시 18곳에서 타오바오촌이 시작됐고, 그중 핑샹(平乡) 10곳, 취양(曲阳)과 전핑(镇平)엔 각 2곳, 안투(安图), 허칭(鹤庆), 난캉(南康), 윈시(郧西)에 각 1곳씩 타오바오촌이 설립됐다. 이 지역들에서 대량의 이커머스 창업들이 일어났고, 수입이 증가해 빈곤을 어느정도 해결하게 됐다.


타오바오촌은 타오바오라는 강력한 이커머스 플랫폼을 무기로 제품 생산자들을 ‘마을’ 단위로 집결시키고 있습니다. 농산물 중심의 소규모로 시작된 판매자들은 기업이 됐고, 농산품을 넘어 제조업을 아우르며 온라인이란 파이프라인에 연결돼 새로운 수익을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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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타오바오. 타오바오촌에서 만들어진 제품들이 이 플랫폼에서 판매된다. 출처: 타오바오

1인 판매상은 다수의 직원으로 구성된 조직이 됩니다. 더 많은 인력을 필요로 하니 지역의 일자리 창출로 연결됩니다. 인력과 제품, 수익의 선순환이 이뤄지면서 자연히 창업붐이 일어납니다. 이에 1~2선 도시의 대학에서 공부한 학생들이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 회사를 세웁니다. 결국, 중국 대륙의 외딴 시골들이 자체적으로 기업 도시의 길을 걷게 됩니다.

타오바오촌의 제조상들이 점점 전문화되면서 만들어진 제품들의 수준도 높아지는데요. 이는 크로스보더와 직결됩니다. 한국의 입장에서는 외국 제품을 수입하는 통로 쯤으로 여겨졌던 중국의 보세구(保税区)가 수출 관문의 역할을 하는데요. 타오바오촌의 제품은 이곳과 연결돼 글로벌 시장으로 퍼져나가기에 이릅니다.

타오바오촌의 미래

알리연구원의 연구원이자 난징대 건축·도시계획학원 부교수인 뤄전동(罗震东)은 타오바오촌의 역할에 대해 아래와 같이 설명합니다.

“제 생각에 타오바오촌은 중국 도시화의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요소를 갖추고 있습니다. 작년 저와 알리연구원이 같이 차오현(曹县), 슈양(沭阳), 샤지(沙集) 지역에서 연구를 했는데요. 타오바오촌을 통해 젊은이들이 귀향해 창업을 하고, 기술, 자금과 인재가 이 시골 지역으로 모여들고 있었습니다. 이는 도시화 현상에 대해 또 다른 출구를 만들어주고 있는 셈이죠. 30년 이전에는 완전히 시골이었던 이 지역들이 각각 도시화를 이루고 있는 셈입니다.”

이는 중국 정부의 도시 계획과도 직결됩니다. 지난 번 슝안신취에 대해 글을 썼을 때에도 언급했듯, 중국은 1선 도시 중심으로 인구 집중, 부동산 폭등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합니다.

현재 중국 대륙을 가로지는 도시의 키워드를 축약하면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농촌을 대표하는 3~5선 도시와 대도시의 연결, 또 하나는 스마트도시다. 중국 정부는 3~5선 도시마다 약 4억~5억 위안(한화로 약 700억~880억 원) 수준의 금액을 지원해, 1~2선 도시의 유능한 인재들이 고향으로 돌아가서 창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또한 농촌의 자원을 도시와 연결짓기 위해 이커머스 및 물류(알리바바 및 징동), SNS(위챗), 네트워크 인프라(화웨이) 등 IT 거두들을 집결시켜 농촌과 도시를 연결하고 있다.

전자상거래와 농촌의 결합, 타오바오촌의 모습
전자상거래와 농촌의 결합, 타오바오촌의 모습

기존 도시를 발전시키는 방향보다는, 그간 발전이 더딘 지역을 도시화시키려는 방향으로 가는 건 필연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자연히 중국 정부의 지원 역시 뒤따릅니다. 지난 번 ‘농촌으로 진격하는 중국 전자상거래의 핵심은…민관합작’이란 글에서 정리했듯 정부는 두 가지 차원에서 농촌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첫째는 자금적 지원입니다. 약 4억~5억 위안(한화로 약 700억~880억원) 수준의 금액을 3~5선 도시에 지원하고 있습니다. 둘째는 프로세스 개선입니다. 단순히 사이트만 만든다고 거래가 이뤄지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사이트 개설부터, 인터넷 인프라, 제품 배송, 물류, 디자인, 홍보, 그리고 금융서비스까지 복잡다단한 지원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즉, 정부주최->사회참여->관련 협회 주도->시장 추진->금융지원->매체 협력이라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건데요. 아무것도 없는 황무지에서 쇼핑센터를 만드는 셈입니다.

중국 대표격 인터넷 기업들, 농촌으로

알리바바의 라이벌(?)인 징동 역시 중국 정부의 농촌 진흥책에 적극 반응하고 있습니다. 지난 번 ‘중국서 벌어지는 편의점 혁명’ 글에서도 언급했듯 류창동 징동 창업주가 “앞으로 5년 동안 100만 곳의 편의점을 만들겠다”며 “그중 50만 곳은 농촌 지역에 세워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드론 택배 역시 농촌 시장을 겨냥한 키워드였죠.

여기에 하나 더, 최근 ‘치킨런 프로젝트’도 발표를 했습니다. 일명, 농촌의 닭들을 징동 플랫폼 위에서 사육하는 형태인데요. 보다 구체적인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중국 전자상거래 2위 기업 징둥이 상당히 재밌는 프로젝트를 내놨다. 일명 치킨런 프로젝트.

빈곤농촌 가정에 총 100만마리의 닭을 무상으로 공급한다. 그런데 모든 닭의 발목에 만보기가 채워져 있다. 농촌 가정들은 …

이승환에 의해 게시 됨 2017년 5월 26일 금요일

 

징동의 이 프로젝트를 통해 성공 여부와 별도로 중국 이커머스 거두들이 정부의 정책과 함께 농촌으로 발맞춰 진격하고 있다는 점을 엿볼 수 있습니다. 화웨이는 중국 농촌 지역의 네트워크 망을 확장하고 있으며, 샤오미는 ‘샤오미즈공(小米直供)’이란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농촌에 있는 사람들이 스스로 샤오미 제품의 중개상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주고 있습니다.

샤오미즈공 페이지. 누구에게나 샤오미 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샤오미즈공 페이지. 누구에게나 샤오미 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중국에서 C2C 이커머스 플랫폼 ‘타오바오’는 중국 온라인 쇼핑 생태계 그 자체입니다. 2003년 서비스가 시작된 이래 2년 만에 경쟁자인 이취(易趣)를 물리치고 80%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 2014년에는 96.5%의 시장을 점유하면서 국민 이커머스 플랫폼으로 자리를 잡습니다.

주력은 이커머스였죠.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닙니다. 알리바바는 1999년 설립된 이래 단 한 번도 스스로를 이커머스 플랫폼이라고 주장하지 않았습니다. 창업주인 마윈은 ‘우리는 이커머스 업체들이 알리바바를 통해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조력자일 뿐’이라고 시종일관 강조했을 뿐이죠.

마윈의 비전은 중국의 수많은 소기업들이 자사의 플랫폼을 통해 성장하고, 이후 성장한 기업들 역시 알리바바 플랫폼에 연결되는 생태계를 만드는 데에 있었습니다. 타오바오촌 역시 이의 연장선상에 있습니다.

중국의 인터넷 발전은 이커머스가 견인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발전한 인터넷, 이커머스 세상은 점차 오프라인의 영역으로 들어오고 있죠. O2O가 나왔다가 신소매(新零售)란 개념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농촌으로 연결돼 국가 단위의 성장 동력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이렇듯 중국의 곳곳 외진 지역들이 새로운 차원의 도시로 변모하고 있습니다. 주역은 타오바오촌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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