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TER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
분석은 기획 직무 뿐 아니라 회사 생활 전반적으로 다양한 직무에서 필수적으로 거치는 단계일 것입니다. 현상에 대한 정리는 일차적으로 어떤 방식의 기초 분석 혹은 고급 분석의 과정을 거쳐서 대안을 발굴하는 단계에 이르게 됩니다. 분석이 중요한 이유는 현상을 바라보는 프레임 대안을 찾기 전에 규정하는 역할을 함으로써 대안을 고르는 아젠다를 생성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분석은 이미 일정한 고정관념을 만듭니다. 분석을 벗어나는 대안은 논리적으로 만들어 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처음 분석을 하는 주니어의 경우 가장 어려운 점은 분석한 데이터에 대한 해석의 문제에 있습니다. 경영학이나 경제학, 통계학 등 기획자가 많이 전공하는 학문에서 이미 데이터를 가공하는 기본적인 기술은 알고 있습니다. 사실 이런 것은 사설로 하는 학원 등에서 몇 주만 배우면 일할 수 있는 수준에 누구나 이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데이터 자체가 아닌 데이터를 해석함으로써 방향을 정하는 일입니다. 아무래도 도메인에 대한 지식이 적은 주니어는 보고서 한 페이지를 만들 때에도 행간을 읽을 수 없기에 막연함과 어려움을 갖습니다.
주니어를 벗어난다고 이 문제가 쉬워지는 것은 아닙니다. 고정관념이 더 심해지기 때문입니다. 사업을 좀 알았다고 하면 자신이 보던 것, 아는 것만 보려고 합니다. 과거에 쌓인 일정한 패턴으로 해석하기에 패턴을 벗어난 수는 알지 못합니다. 알파고를 통해 바둑을 새로 배우게 되었다는 많은 바둑 고수들의 증언은 패턴을 넘어서는 것이 시간이 갈수록 얼마나 어려운지를 말해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대세 데이터를 보고 대세 프로세스와 연결합니다. 대세가 변하기엔 시간이 오래 걸리므로 대세가 영향을 받기 전까지는 늘 후행적인 대답만 할 수 밖에 없습니다.
분석은 현재의 대세와 함께 다가올 흐름에 대한 선견지명을 보여 주어야 합니다. 즉, 어떤 주제든 데이터를 통한 현상 파악에서는 현재의 주류와 다가올 주류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과거의 주류를 언급하며 현재와 시계열적인 변화 양상을 함께 언급하는 것이 보다 깊이를 더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복잡하게 말하지 않아도 사람들이 알고 싶은 것은 대조를 통한 현재 상황의 성질에 있습니다.
#대세를 분석한다
대세의 분석은 항상 대조군을 통한 상대적 차이에 기반합니다. 그 대조군이 과거의 분석 대상일수도 있고 산업군의 평균일수도 있으며 비교 기업일수도 있습니다. 세상의 분석이 뭐 그리 대단하지는 않습니다. 재무적 분석의 기본은 해당 산업군의 재무 지표와 자신 사업의 재무 지표를 비교하면서 전략의 차이에 따른 지표의 차이와 그것의 건전함을 보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소매업에서 ‘재고 보유일 수’나 ‘투자 회수 기간’ 같은 것을 산업군과 자신의 회사와 비교하는 것이죠. 완벽히 같은 형태로 운영되는 사업이라면 건전성에 대해 후행적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이같이 많은 분석들이 대조를 통해 이루어집니다. 투자 결정은 비슷한 대상을 선택해 비교하는 것으로 분석 방법이 이루어지고 이론적인 분석 값 또한 다른 국가와 비교를 통해 이루어집니다.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분석 대상을 잘 정하는 것입니다. 겉으로는 같지만 전혀 다른 전략을 가진 기업과 비교를 한다면 제대로 된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같은 구두를 파는 회사가 있다고 해도 한 회사는 저렴한 구두를 빠른 트렌드로 공급하는 전략을 쓰지만, 한 회사는 오래 신을 수 있는 디자인의 고가의 전략을 쓴다면 이 두 회사의 주요 지표를 비교하는 것은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이 산업군의 평균과 비교하는 것도 비교로서의 의미만 있을 뿐 서로 다른 전략의 기업들이 한 데 모여 있는 것이므로 더욱 정확히 비교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완벽히 같은 모델을 찾아 따라가는 분석이 많이 쓰입니다. 보통 산업의 발달이 먼저 있었던 국가에서 유사한 모델을 찾는 것입니다. 재무지표 등 사후적인 지표는 이렇게 비교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성공은 환경에 대한 대응에서 나오는 것이므로 반드시 비교 대상의 히스토리를 알 필요가 있습니다. 그 히스토리에는 사회적 환경 뿐 아니라 가장 중요한 요소인 역량에 대한 분석이 있어야 합니다. 누구나 대세를 바라보지만 대세를 실현할 수 있는 것은 기존의 원천 기술에서 출발하기 때문입니다. 원천 기술이 다르면 산업에 대한 접근과 전략이 달라짐은 물론입니다. 핵심적인 숫자가 나올 것이고 그 숫자는 역량부터 주요 퍼포먼스, 재무적 달성의 흐름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물론 세상에 완전히 동일한 모델을 가지고 사업을 하는 회사는 없습니다. 벤치마킹을 하지만 역량이 다른 것이 보통입니다. 만약 이것이 완벽히 같은 상태에서 같은 시기에 벌어지고 있다고 해도 기업 문화의 차이가 역량의 차이를 만들기 때문에 같을 수 없습니다. 세상에 페이스북이나 에어비앤비가 태동할 때 같은 서비스는 많았습니다. 하지만 지금 다른 서비스를 기억하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진정 필요한 분석이 어디까지 가야 하는지 말해 주는 대목입니다. 재무적으로 숫자로 말할 수 없다고 해도 그것을 만드는 원천적인 기업 문화, 그 무형의 분석 대상을 유형으로 실현 시키는 인사 제도는 이 모든 것을 포함하는 분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내용은 그 회사에서 일한 사람이 아니면 알기 힘들고 겉핥기에 머무는 경우가 많습니다.
#작은 흐름을 분석한다
앞의 이야기는 이미 많이 다룬 내용입니다.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는 여기서 부터죠. 주니어를 벗어나면 대부분 고정 관념에 빠진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아는 것 만큼 보이는데 더 알지 않는 것입니다. 작은 흐름은 큰 기업일 수록 더 놓치고 맙니다.
하워드 슐츠가 시애틀에서 커피 소매점 스타벅스 한 공간에 작게 에스프레소 바를 만들어서 출근 시간에 문을 열자 미국 직장인들은 당시 미국에서는 맛보지 못했던 강배전 커피로 만든 라떼에 반해 버렸습니다. 원두 소매업을 하던 다른 점포들에 비해 이 점포의 하루 고객 수가 1.5배 더 많았을 때 고객은 스타벅스에 어떤 싸인을 보낸 것일까요? 하워드 슐츠는 열정적인 에스프레소 바 매니아로 이것의 가치를 알고 카페 사업을 시작했지만 당시 스타벅스를 운영했던 초기의 경영진은 이것의 가치를 깊이 알지 못했습니다. 단지 레스토랑이 되어 커피 소매업 본연의 초점을 흐트리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 뿐이었습니다.
고객이 백화점에서 가전 제품을 갑자기 더 많이 구매하기 시작했다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의류 중심으로 가득찬 백화점 컨텐츠에서 가전제품을 사는 고객에 대응하기 위해 MD를 어떻게 개편해야 맞는 걸까요? 70년도 전에 미국에서 일어난 이런 사례는 10년 전 우리나라에서도 F&B가 급증하는 모습으로 같은 질문을 던졌습니다. 누가 먼저 시작해서 업의 정의를 사는 것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다시 정의 했나요?
작은 흐름은 현재를 말해주지는 못하지만 미래를 말해 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입니다. 너무 작아서 변화를 분석할 수 있는 정밀한 시스템과 분석가가 없으면 넘어가 버리고 기회를 빼앗기는 일이 많습니다. 보통 이런 흐름은 모수가 너무 적어서 무시 당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입니다. 10만명 정도 되는 회원 수를 가진 컨텐츠 업체에서 지난 달 20명이 좋아한 내용이 이번 달 300명이 좋아하게 되었다면 이것을 어떻게 알고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우선 이런 것을 알 수 있는 시스템이 있는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보통은 순위 밖으로 밀려나서 분석 대상에서 빠져 있을 확률이 큽니다. 보통 중견 기업 이상에서는 큰 것에 집중한다는 명목으로 순위 밖은 아예 고려 대상에서 제외 합니다. 잘 될 싹을 아예 무시하면 싹은 곧 사라지고 맙니다.
작은 변화를 아는 시스템은 결국 전체를 보고 추세를 보는 방법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해석할 수 있는 적정한 카테고리 분류와 현실과 연결할 수 있는 귀에 달려 있습니다. 많은 기업에서 CRM을 하고 있지만, 이것이 하나의 유행으로 끝나버리는 것 이상의 혁신성을 만들어 내려면 기존 고객에 대한 프로파일링이나 재방문 유도의 프로모션 이상의 고객 변화에 따른 취향의 재발견이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현업과 분석은 따로 노는 경우가 많아 이런 것이 잘 챙겨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알아도 해석을 정확히 하려는 노력이 상대적으로 대세에 비해 적습니다.
작은 흐름을 찾지 못하면 사업은 다음 성장 동력을 찾기 어려워집니다. 단지 큰 것을 붙잡고 그것의 끝까지 함께 갈 뿐입니다. 건기에 말라가고 있는 늪에서 퍼덕거리는 물고기 신세가 됩니다. 성공한 기업이나 인물들이 다음 성공으로 이어지는 경우와 하나의 상품, 하나의 노래, 하나의 점령국에 그치며 다음 상품, 다음 작품, 다음 왕 때 성공하지 못하고 오히려 패망하는 것은 다음 성장 동력을 발굴하는 눈이 없고 지금을 고집하는 경우가 한 몫을 합니다.
지나가다 어디에 사람들이 모여 있거나 검색어가 요동치거나 한다면 각각의 단편을 모아 하나의 흐름으로 잇는 공통분모를 분석해 낼 수 있으면 좋습니다. 데이터가 없으면 아이디어로 할 것이고 고급분석 방법을 사용할 수 있다면 근거를 가지고 말할 것입니다. 하지만 모든 것은 가정에 불과 합니다. 가정을 테스트 하는 공간이 모두에게 필요한 이유입니다. 분석가가 이 테스트 베드에 분석의 정수를 연결 시켜주는 일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분석 내용이 전달되고 테스트 단계에 까지 올 동안 정말 중요한 이유는 사람들의 첨삭에 의해 증발되고 텍스트 뒤로 숨는 경우가 생깁니다. 분석에서 보고서에 담을 수 없는 디테일을 계속 말하면서 취지를 아는 게 필요한데 그 연결이 거기까지 가야 합니다. 보통은 하워드 슐츠 같이 자신이 거기까지 가서 뭔가를 만들지는 않기 때문이죠.
[흔한 전략기획의 브랜딩 지키기] 시리즈
– 위기에는 중앙 조직을 줄여야만 한다?
– 다운 사이징…안 되고 있는 사업이라고 줄이기만 한다면
– 메세지로써의 브랜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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