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경영은 효율성을 신뢰합니다. 실적이 좋은 사업에 돈을 많이 쓰고 실적이 나빠지는 사업에 사용하는 돈을 줄이라고 하는 것이 보편적인 상식입니다. 문제는 사후적인 재무 결과가 사업의 미래를 모두 말해주지도 않지만, 늘릴 때 얼마나 어떻게 늘리고 줄일 때 얼마나 어떻게 줄여야 하는지 많은 사람들이 모르고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 실무를 해 보지 않은 사람들이 숫자만 보고 현실에 나타날 부작용에 대해 관심이 없는 채로 브랜드를 말라죽게 만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봅시다. 강남 한복판에서 편의점을 하는 사람이 여유 돈으로 개발 가능성이 거의 없는 고향 시골 어딘가에서 편의점을 같이 시작했다고 합시다. 물론 두 개의 편의점을 운영할 재무적 능력이 되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강남 편의점이 최근 매출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고 시골 편의점 매출이 점증적으로 늘어난다고 한다면 어떤 생각이 들겠습니까?
강남 편의점에 문제가 있으니 무엇이 원인인지 먼저 알아보려고 할 것입니다. 고객이 찾는 재고가 없는지 입점이 잘 안되는 이유가 있는지 직원 서비스에 문제가 있어서 다시는 찾지 않는지 여러가지 가설을 가지고 알아볼 것입니다. 원인을 찾든 못 찾든 이 사람에게는 시골 편의점에 비해 매출과 들인 자본이 크기에 계속해서 시간과 노력을 써 가면서 알아볼 것입니다. 강남 편의점 매출이 10% 떨어지고 시골 편의점 매출이 30% 성장해도 강남 편의점에 들이는 수고를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기회가 많기 때문입니다. 고객이 될 사람들이 넘쳐나기 때문입니다. 주변의 다른 편의점 매출이 성장하고 있다면 더 알아보겠죠.
하지만 이런 상식적인 사업 이야기는 현실에서 그렇지 않게 흘러가는 경우도 많습니다. 쉽게 포기해버리는 것입니다. 피고용인은 자기 돈이 아니기에 쉽게 포기하면서 이런 상식은 종종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강원도에 소매사업을 하는 회사가 있다고 합시다. 강원도에서 인구가 많은 강릉과 상대적으로 인구가 적은 홍천에 영업망을 내고 사업을 한다고 생각해 봅시다. 그런데 강릉에서는 매출이 뒷걸음질 치는데 홍천에서는 잘 된다면 어떻게 반응하는 게 맞습니까? 시장이 큰 강릉이 안되는 이유를 계속 찾는 것이 맞습니다. 하지만 이 회사는 매출이 역 성장 한지 일년 정도만에 강릉에 있는 매장을 접었습니다. 물론 비슷한 사업을 하는 점포들이 강릉에서 잘 되고 있는 상황에서 말입니다. 회사에서는 ‘강릉이 우리와 안 맞는 것 같다’는 이상한 이유로 백기를 들었습니다. 사실 강릉은 점포를 운영하는 입지에 문제가 있었는데도 말입니다. 매장이 잘 보이지 않는 위치에 있었습니다. 고객이 알아볼 수 없었던 것입니다. 서류에는 강릉에 있는 매장이지만 실제는 강릉의 보이지 않는 곳에 있는 매장인 것입니다. 하지만 회사는 이런 실제적 이유를 알지 못했습니다. 매장을 많이 가 보지도 않았기 때문이죠.
이 소매사업을 하는 회사는 전국적인 판매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모든 매장을 직원들이 자주 가볼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럴 수 없다고 해도 문제가 있는 매장을 연구하고 살피는 일은 집중해서 해야 합니다. 그렇지만 몇 십 개 매장 중 하나로 생각하면 이런 일은 실제로 일어납니다. 어차피 내가 들인 돈으로 만든 사업이 아니라서 가능한 것입니다.
이런 일이 사업 전체를 결정하는 일에 적용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단순히 데이터만 보고사업을 할 것인지 말 것인지 혹은 투자를 할 것인 것 말 것인지 결정하는 것 말입니다. 실제 숫자 뒤에 이루어지고 있는 현장의 변화를 모른 채로 긁어 부스럼을 만드는 일이 많습니다.
가장 큰 것이 컨텐츠와 유통망의 밸류체인이 깨지는 일입니다. 기존에 유지하던 채널 전략과 컨텐츠 전략이 급격한 자원 투입 감소로 한 축이 무너질 때 브랜딩을 걷잡을 수 없는 수준으로 떨어지게 됩니다.
대형 쇼핑몰을 중심으로 보석과 시계를 판매하는 A 브랜드가 있습니다. A 브랜드는 한 때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시장에서 큰 성장을 이루었습니다. 처음에 한 가지 아이템이 고객으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점포의 매출이 급격히 올라가고 바이럴 마케팅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입소문을 바탕으로 대형 쇼핑몰 등 다양한 점포로 입점이 가능했습니다. A 브랜드는 제품을 입고 시키는 금액을 크게 늘려 전국적인 유통망을 갖추고 100여개가 넘는 매장 수를 만들었습니다. 매장이 늘어나는 만큼 브랜드의 매출도 함께 성장했습니다. A 브랜드는 걱정이 없었고 매장을 잘 확산할 수 있는 사람을 중심으로 인사가 이루어졌습니다.
하지만 몇 년간 높은 판매는 상품의 혁신에 무딘 문화로 이어졌습니다. 잘 팔렸던 아이템들의 판매율이 서서히 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100개를 만들면 70개가 몇 달 안에 팔리던 아이템이 이제는 50개 정도 팔리면 다행인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죠.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단기적 실적을 지키기 위해 매출을 유지하는 것이 지상 과제였습니다. 매장을 어떻게든 유지하고 더 확산하기 위해 판매율이 안 나오는 와중에도 영업망을 설득해서 매장을 유지했습니다. 하지만 재고는 점점 쌓여갔고 현금의 회수는 더디게 이뤄졌습니다. 가진 현금이 점점 줄어들다 보니 신규 상품을 만드는데 전과 같은 액수의 돈을 쓸 수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매장에 신규 입고되는 금액이 줄어들면 자연스레 매장에서 팔 수 있는 총 재고 금액도 낮아지게 됩니다. 같은 판매율을 내면 전 보다 매장에서 버는 매출이 줄어드는 것을 뜻합니다. 당장 재고가 줄어들면서 영업망에서 본사에 클레임이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당장 매출 수수료로 먹고 사는 쇼핑몰에서 매출이 떨어지는 것에 대해 염려하고 브랜드 본사에서 운영하는 직영점은 점포의 비용 이상으로 매출을 내는 데 한계를 느끼게 되었습니다. 상품에 쓰는 돈을 줄이니까 전체적인 매장 운영을 하는 게 어려워진 것입니다.
이런 경우 결정을 해야 합니다. 전체 매장들의 효율성을 생각해서 유통망을 구조조정 하든지 계속 매장을 설득하면서 상품이 안정되고 성장할 때까지 기다리는지 결정을 해야 합니다. 하지만 보통은 아무 것도하지 않기 때문에 상황은 악화되고 유통망의 인내심은 바닥에 닿는 일이 벌어집니다.
A 브랜드는 아무 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점포당 매출이 떨어지기 시작하자 가장 큰 규모의 쇼핑몰에서 전화가 오기 시작합니다. 쇼핑몰 내부 리뉴얼 때 점포를 빼거나 상대적으로 입점이 잘 안되는 자리로 이동해 달라는 요구가 오기 시작합니다. 점포당 재고액이 줄어들었는데 매장별로 보유할 수 있는 재고량을 조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필요한 매출이 가장 높은 매장부터 위기가 오는 것이죠. 상대적으로 기존에 작은 규모의 매장에서는 재고가 줄어들어도 매출이 줄어드는 금액 자체가 적기 때문에 많은 시간이 지난 후에 클레임이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재고액이 줄어들면 사전이나 동시에 채널을 구조조정 해야 합니다. 부실 점포들을 과감하게 철수하고 줄어든 재고 물량을 효율적으로 판매가 잘 이루어지는 점포에 집중해야 하는 것이 맞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기존에 판매가 저조한 매장에 안 그래도 적은 전체 재고가 팔리지 않는 형태로 오랫동안 방치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판매율이 떨어지면 안 그래도 줄어든 금액으로 더 낮은 판매율이 나오게 됩니다. 재고는 계속 늘어나고 이후 매장에 입고되는 신상품의 재고액은 계속 줄어들게 됩니다. 결국 전체 유통망은 그대로 말라버리게 되는 것이죠.
이것은 A 브랜드의 상품 발주액을 정하는 사람이 현재 매장의 손익분기점을 넘어서는 전체 발주액을 생각하지 않고 단순히 판매율에 의한 상품의 효율성 기준으로 발주액을 정해서 나타나는 문제입니다. 상품이 팔리는 유통망이 유지되는 것을 함께 생각한다면 유통망이 정리되는 추이를 함께 보면서 발주액을 줄이든지 하는 유연한 결정이 있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숫자만 보기 때문에 유통망이 준비되지 않은 채 전체 채널에 재고 충격을 주고 더 낮은 효율성의 길로 들어가게 되는 결과를 맞게 된 것입니다.
매장을 늘릴 때는 단기 매출에 대한 욕심으로 늘리지만, 줄여야 할 때는 다들 뒷짐지고 있는 구조도 한 몫 합니다. 있는 매장을 없애는 것은 대단한 수고가 들어가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싫은 소리 해가면서 접는 이유를 설명해야 하고 기존에 유지하던 직원에 대해 사전에 다른 방법을 만들어 주어야 합니다. 이미 유지되고 있는 자산의 폐기 등으로 당장 손해가 나는 것도 있습니다. 이런 일을 주주가 아닌 피 고용인이 자신의 재산처럼 다루지는 않습니다. 최대한 귀찮은 일은 자신이 있을 동안에는 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더 강하게 작용하는 게 대부분이기 때문이죠.
신상품의 발주액이 줄어들면 매장에는 기존에 만든 재고의 비중이 더 높아집니다. 고객 입장에서는 대부분 할인을 하고 있는 기존 상품으로 브랜드가 유행에 뒤떨어지기 시작했다고 생각하고 대부분 할인을 하는 브랜드라고 생각하면서 정상적인 가격에 구매하지 않게 됩니다. 그렇다고 브랜드가 어려운 상황에서 기존 재고를 천천히 팔 수도 없습니다. 할인을 계속 하면서 빨리 현금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기에 브랜딩을 포기하고 단기적인 생존의 길을 선택할 수 밖에 없는 것이죠. 브랜드가 나중에 혁신적인 상품을 만들어도 어지간히 새로운 상품이 아니고는 한 번 ‘할인할 때 사는 브랜드’, ‘유행이 지난 브랜드’의 편견을 떼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미 무형의 가치는 증발하고 난 다음이니까요.
브랜드에 쓰는 돈을 줄이면 새로운 상품을 만드는 비중이 떨어집니다. 신상품의 재고액이 줄어드는 것과는 다른 내용입니다. 신상품 자체가 혁신적인 제품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많이 팔릴 무난한 것 중심으로 계속 신상품을 만드는 것을 뜻합니다. 실패를 감수 하고라도 새로운 모델을 만들 수 없는 기업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미 출시 되었고 기간이 지나 검증된 상품은 당장 망하는 것이 나오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다른 브랜드와 차별화되는 것은 점점 없어지고 후발주자의 추격을 받게 됩니다. 기존에 자주 찾던 고객도 다른 데 유행하는 게 여기에는 없고 상품이 잘 바뀌지 않는 것에 염증을 느끼기 시작합니다.
이렇게 전체적인 다운 사이징(Down-sizing)은 기업가 정신을 망각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기회가 될 것은 검증이 될 때까지 도전하지 않고 핑계를 만들어 놓기 위해 무슨 일을 하든 예전보다 시간이 더 소요됩니다. 지나친 위기감 조성이 기업 내부에 더 큰 위기를 가져오는 것입니다.
급속한 다운 사이징은 필수적인 인프라와 시스템에 대한 투자를 제한 시키기도 합니다.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 당장 눈에 안 보이는 것에 많은 돈을 쓰는 게 부담스럽거나 이런 이야기 자체를 안해야 개념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시장의 변화와 경쟁자의 투자를 외면한 채 따라가지 못하면 지금 얼마간은 실적이 나오지만 기업의 경쟁력은 이후 한참 뒤쳐진 채 시장에서 요구하는 역량이 무엇인지조차 알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있는 인프라와 시스템도 없앤다면 퇴행은 걷잡을 수 없습니다.
전국 단위로 영업망을 운영하는 브랜드에서 물류는 핵심적인 기능입니다. 아이템의 신선도와 재고를 유지 하면서 최적의 비용이 나오는 물류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인프라에 대한 투자도 필요합니다. 그런데 이런 산업에서 기업이 어려움에 처한다는 이유로 물류 시스템에 대한 투자를 회수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불과 5년 전만 해도 일별 배송을 매장으로 하는 브랜드가 있었습니다. 제품을 기존에 2~3일 간격으로 물류 창고에서 매장으로 배송하는것 보다 그 날 팔린 양만큼 전산에서 확인해서 그 날 새벽에 매장으로 배송하는 시스템이었습니다. 기존에 매장에 제품이 재고로 방치되거나 고객이 몰리는 시기에 품절된 채로 방치되는 것을 막기 위해 본사에서 취한 정책이죠. 국내외 먼저 일별 배송을 시작한 브랜드의 사례를 보고 필요한 인프라를 준비했습니다.
먼저 그 날 팔린 제품의 양을 언제까지로 정할까의 문제가 있었습니다. 하루에 팔린 양이 실제 시간이 아니라 이전에 정해야 오후 시간에 물류 창고에서 사람들이 출고할 상품을 미리 준비할 수 있었습니다. 야간 작업은 수당이 추가되기 때문에 본사 입장에서는 인건비가 효율적으로 운영되기 위해 하루에 판매가 가장 많이 일어나는 시간을 지난 첫 휴식기인 오후 3시를 기준으로 일별 판매량을 정했습니다. 본사 물류 창고와 각 매장에 재고와 판매 정보를 공유하는 전산 시스템이 필요했습니다. 다행히 이것은 기존에 기업에서 쓰고 있던 솔루션이 있어서 추가 비용이 들지는 않았습니다.
정보 전달에 필요한 시스템이 정리되면 물류 작업을 할 사람들을 구해야 했습니다. 물류 창고 주변에 거주하는 사람들을 취업 사이트를 통해 10여명 이상 확보했습니다. 벌써 인건비가 발생하는 것입니다. 사람이 작업할 물류 공간도 필요했습니다. 기존의 물건을 적재한 곳에서 일별 배송으로 오후에 작업할 공간이 추가로 필요했습니다. 일별 배송을 전체 매장에 적용하느냐 일부 매장부터 테스트 할 것이냐에 따라 인건비와 공간비용이 결정되었습니다.
포장비도 추가로 들어갔습니다. 전에 2~3일에 한번 배송할 때에 비해 박스 하나 당 들어가는 양이 적었고 매장 수가 늘어날수록 이렇게 거의 비어 있는 박스가 늘기 시작했습니다. 포장비가 증가하는 것이죠. 포장한 제품은 새벽에 운반 되어야 하는데 이것도 기존 배송 시스템에는 갖추어져 있지 않은 것이었습니다. 배송 가능한 시간과 동선을 배송하고자 하는 매장을 그려가면서 정리하면 차량이 몇 대 필요한지 정리가 되었습니다. 이러면 운반비가 얼마나 추가로 필요한지 정리됩니다.
기타 부대비용을 포함해서 이런 검토를 마치고 본격적으로 일별 배송이 가동 되었습니다. 초반에는 서로 간의 커뮤니케이션에 일부 문제도 있었지만, 일별 배송은 재고의 효율성을 높여 주었습니다. 2~3일 배송 때 물건이 매장에 들어온 지 첫 날만 팔리다가 이후 안 팔려서 많은 양이 재고로 남던 것이 주기를 줄임으로써 매장이 보유하고 있는 재고량이 줄게 되었습니다. 각 매장이 무엇을 잘 판매하는지 데이터를 일 단위로 보기 때문에 잘 팔리는 것을 잘 파는 매장에 공급하면서 전체적인 상품 포트폴리오의 판매율도 개선이 되었습니다. 초반에는 인프라 세팅하는데 비용이 일부 들었지만 그 안에서 과도한 비용을 하나씩 절감하는 디테일도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이 브랜드의 일별 배송 시스템은 오래 가지 못했습니다. 당장 일별 배송 시스템이 들인 인프라 비용에 비해 얼마 정도의 이익을 가져다 주는지 단 시간 내에 설득하기 어려웠던 것입니다. 회사는 경영이 어려운 상황이었고 눈에 보이지 않는 시스템 구축에 돈을 쓰는 것을 투자가 아닌 비용이 들어가는 실험 정도로 중요성에 대해 인식하는 수준이었습니다. 현장의 실무자들이 어렵게 공부하고 투자해서 만든 시스템이 한 순간에 하지 않고 원래대로 돌아가는 것으로 결정되었습니다. 분명히 조금씩 바뀌고 개선되는 부분이 있었지만, 그것을 설득하기에 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고 하지 않으려하는 경영진은 이해해 주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러는 사이 다른 회사들은 일별 배송 시스템을 이미 도입하고 그 이상의 시스템들을 추진하면서 물류에 대한 노하우 획득 및 물류가 가능해서 할 수 있게 된 신규 사업을 진행하는 차이를 내었습니다. 이 브랜드가 담당자가 바뀌면 또 처음부터 일별 배송을 할지, 말지, 회사 사정이나 책임자가 바뀌면 또 일별 배송을 접을지, 말지 소모적인 반복이 본인들도 모른 채 이어질 때 이미 다른 회사는 물류를 기반으로 한 빅데이터 활용 공급이 이루어지게 된 것입니다.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비용이 아니라 산업 내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투자임을 다운 사이징이 시작할 때 사람들은 알지 못하거나 외면합니다. 사고 자체가 오래된 다운 사이징에 길들여져 있기 때문입니다. 다운 사이징이 이어지면 역량에 대해 생각하는 사람은 없고 단편적인 사업 아이디어만 외치다가 시스템이 없는 채 실행도 제대로 못하고 아무 실익을 얻지 못하게 됩니다. 필수적인 인프라와 시스템에 대한 투자 기회를 날리게 되는 셈입니다.
때로는 기업이 유지해야 할 역량이 업무 프로세스에서 어떤 시스템이 아닌 특정하게 유지해야 할 유형 자산일 때도 있습니다. 브랜드의 상징과 같은 것들 말입니다. 브랜드의 역사가 담겨 있는 매장이나 브랜드가 팔아서는 안될 지적재산권 등이 해당됩니다. 한 때 자금 사정이 여의치 않다고 해도 건들지 말아야 할 것이 이렇게 브랜드를 대표하는 컨텐츠와 유통망의 자산들입니다. 하지만 주주의 이익 극대화를 목적으로 기업은 때로 브랜드의 근본이 되는 가치도 팔아 치우고 있습니다.
국내 소비재 기업으로 유명한 한 기업도 몇 년 동안의 사업 부진으로 인해 많은 부서를 정리했습니다. 하지만 시장에서 중요한 것과 실무 부서의 수요를 생각하지 않고 중앙 통제식으로 구조조정을 감행한 것이 문제였습니다. 소비재 시장의 잦은 변화를 대비하기 위해 해외 우수 사례를 발굴하고 경쟁사의 주요 데이터를 확보하는 부서를 함께 폐지시킨 것이죠. 사업의 재편하기 위해서는 비슷한 산업에서 잘 하고 있는 비지니스 모델을 참고로 하고 모델에 맞는 조직 구조와 R&R, 주요 핵심 역량에 대한 이해가 쌓여야 하는데 이 조직의 중요성을 모른 채 단순히 당장 돈 버는데 기여하지 않는다고 없애 버린 것입니다.
이후 몇 년 간 이 소비재 기업은 기존 비지니스 모델을 벗어나지 못한 채 극심한 혼란을 겪고 있습니다. 우수사례에 대해 정보를 공급 하는 공식적인 싱크탱크가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조직은 개별적으로 우수한 사례를 여전히 찾아야 하는 실무적인 수요가 있지만, 개별 단위에서 고급 정보를 찾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닙니다. 유료화된 정보들로 되어 있는 것에 대해 누구도 쉽게 비용을 써 가면서 정보를 취득하기를 꺼려 합니다. 갓 대학교를 졸업한 직원의 대학교 도서관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이용해서 대학교 도서관을 통해 일부 유료 자료를 찾는 일이 벌어집니다.
사업의 문제를 찾아도 이것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모두의 머리 속에 없었습니다. 다들 문제는 열심히 파헤치지만 이것을 해결할 방법이나 비슷한 사례에 대한 아이디어가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실무자들이 어영부영 키워드를 놓고 구글링을 하는 수준이나 업계 전문지에 이미 알려진 내용을 보는 것 정도였습니다. 구글링으로 획득하는 정보는 파편적이어서 적용하면 오히려 부분 최적화가 일어나면서 전체 프로세스의 일부 부분만을 강조하거나 밸런스를 깨는 일이 벌어졌고 전체적인 비지니스 모델과 철학을 이야기 하는 것은 사라졌습니다. 업계 전문지의 공개된 내용도 이미 이전의 사업 모델과 현상을 다루는 수준이어서 얻을 것이 많지 않았죠.
중요한 조직과 중요하지 않은 조직이 무엇인지 모른 상태에서 다운 사이징으로 인한 일방적인 구조조정은 기업의 핵심 역량 중의 하나였던 시장에 대한 정보, 싱크탱크의 기능을 완전히 마비시켰습니다. 새로운 비지니스 모델은 이제 맨 땅에서 부딪히면서 찾아야 하는 작업이 되었고 시간과 비용은 더불어 증가하게 되었죠. 경영진이 이런 기능의 중요성을 모른 채로 중요한 것들을 삼켜 버린 것입니다.
[흔한 전략기획의 브랜딩 지키기] 시리즈
– 메세지로써의 브랜딩
– 기술과 실무의 단절
– 기업 위키(Wiki)를 통한 공유 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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