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리소프트가 지난 19일 MCN협회를 탈퇴한다고 밝혔습니다. 캐리소프트의 핵심 크리에이터였던 강혜진씨의 오빠가 설립한 키즈웍스에 합류하고, CJ E&M의 다이아TV가 키즈웍스와 계약한 후 헤이지니 채널을 서비스하기 시작하는 과정에서 잡음이 일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CJ E&M은 협회의 회장사고, 캐리소프트는 최근 벌어진 일련의 과정에 분노하며 그 연장선에서 협회 탈퇴라는 초강수를 둔 겁니다.

솔직히 말하면 아직 취재를 완전히 하지 못했어요. 주말이라 취재원 접촉이 어려워서요. 만약 취재가 끝났다면 저도 밥값은 해야하니 당당하게 기사로 썼겠죠? 다만 지난 19일부터 20일간 알음알음 제가 파악한 내용과 확보한 자료, 그 동안 벌어진 일을 비롯해 나름의 생각을 정리했습니다. 중간중간 제 사견이 들어가 있으니 감안해주시고요. 추후 자료와 취재가 보강되면 정식 기사로 내겠습니다. 그러니까 이건 일종의 중간…아니, 초반 보고서입니다.

그럼 왜 지금 글을 쓰나?라는 질문도 있겠지요. 간단합니다. 결과가 어떻게 되든, 그 결정의 배경에 여러가지 생각할 지점이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함입니다. 그냥 특별한 내용은 없고요, 주절주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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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가 좋은 부부라면 이혼을 하겠어요?”

캐리소프트에서 활약하던 강혜진씨가 떠나던 당시, 업계 관계자는 저에게 이런 말을 날렸습니다. 그리고 캐리소프트의 협회 탈퇴 소식이 알려진 당일에도 동일한 말을 하더군요. 뭐, 요새는 졸혼도 유행이라고 하던데…농담이고요. 관계자의 말에는 이러한 전제가 깔려있습니다. ‘강혜진 씨는 캐리소프트와 좋게 헤어진 것이 아니다’
표면적으로는 사실과 다릅니다. 캐리소프트는 강혜진씨가 물러나던 당시 할 수 있는 모든 예우를 했거든요. 나름 특별 편성을 통해 시청자들과 고별방송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것이 강혜진씨를 위한 배려인지, 아니면 2대 캐리에게 정통성과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인지는 지금도 헷갈리지만.

하지만 업계에는 여전히 양쪽이 ‘좋게 헤어진 것은 아니다’는 기류가 있었습니다. 강혜진씨가 영어를 못해서 한국의 디즈니가 되겠다는 캐리소프트의 방향성에 맞지 않아 마찰이 있었다. 지나치게 높은 몸값을 요구했다 등등 많은 이야기들이 나왔어요. 심지어 자회사의 지분을 초창기 강혜진 씨가 가지고 있었으나 캐리소프트가 모두 빼앗았고, 이런 과정에서 불협화음이 있었다 등등등. 아, 결과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낚였지만 강혜진씨가 KBS에서 새로운 도전을 한다는 말도 있었죠. 이 ‘설’을 누가 흘렸는지도 잘 살펴야 할 것 같습니다…의미심장.

뭐 어쨋든, 표면적으로 양쪽은 쿨하게 헤어졌으니 논란은 그렇게 일단락 되었습니다. 이유도 있어요. 사실 업계에서는 이 부분이 중요했지만 외부에서 보기에 중요한 것은 이제 막 시작한 MCN 업계의 비전이었거든요. 그러니까 크리에이터의 재능이냐, 아니면 MCN 업계의 기획력이냐. 캐리소프트는 무명이던 강혜진씨를 스타로 키워낸 훌륭한 연예기획….아니 MCN이었습니다. 이 부분이 크리에이터의 이탈로 어떻게 지켜질 수 있는가가 화두였어요.

그런데 19일 캐리소프트의 협회 탈퇴 소식이 알려진겁니다. 저는 당일 그 기사를 간단히 쓰고 저녁자리로 이동했는데…각 이해 당사자의 전화를 받느라 마음 편하게 젓가락을 들기가 어려워…술만 먹었습니다.

이 부분을 간단히 볼게요. 일단 캐리소프트 측은 다이아TV의 행동 그 자체가 대기업의 갑질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캐리소프트 관계자는 저와의 통화에서 “다이아TV는 홍보팀도 있는 대기업이고 우리는 작은 회사다. 상어와 송사리의 싸움”이라며 “우리는 여론이 이를 심판해주기를 바란다”고 강하게 말했습니다. 확인되지는 않지만 이런 말도 하더군요. “CJ의 갑질로 많은 협회 소속 이사들도 분노하고 있다”

여담이지만 지난 4월24일 협회 이사회 회의록을 보니, 이사회 장소가 삼성동 샌드박스네트워크 1층 회의실로 되어 있더군요. 이와 관련된 재미있는 증언도 있어요. 한 관계자는 “이사회 장소를 두고 양측의 신경전이 장난 아니었다”며 “당초 CJ와 관련된 장소에서 이사회를 열려고 했는데 캐리소프트가 ‘절대 않된다’고 주장해 결국 중간지대(?)로 낙점받은 샌드박스네트워크 사무실에서 회의가 열린 것”이라고 하더군요.

……강혜진씨에 대한 불편한 감정도 숨기지 않았어요. 이 부분에 대해서는 캐리소프트가 보도자료를 발표하며 강혜진씨를 “K씨”로 적은 것만 봐도 알 수 있죠. 우리는 주로 사건 및 사고관련 기사에서 이런 표현을 많이 봅니다. 다이아TV는 어떨까요. 당연히 문제가 없는 계약이며, 캐리소프트의 반응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 핵심이었어요.

제가 가장 유심히 지켜본 곳은 MCN협회였습니다. 지금까지 협회는 이 일을 최대한 원만하게 해결하려고 했으니까요. 나아가 협회의 능력?을 살펴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협회 관계자는 “한계가 있다”며 “성장통이라고 생각하며, 원만히 해결되기를 바란다”는 말이 전부였습니다. 하긴, 생각해보니 협회가 강제성을 가진 국가기관도 아니잖아요. 이해가 됩니다. 하지만 관계자의 말은 마치 체념처럼 들렸어요. 그래서 제가 “그럼 앞으로 협회는 이 분쟁에 나서지 않을 것인가?”라고 물었고, 관계자는 “당연히 아니다, 다만 한계가 있으니 최대한 조율하는 선에서 일이 원만하게 풀리기를 바라는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참고로 저와 통화한 협회 관계자는 평소 소신이 뚜렷하고 충분한 능력이 있는 분이십니다. 그런데 전화기 너머 들려오는 목소리는 상당히 씁쓸했어요. 그만큼 이 일의 폭발성이 크기 때문일겁니다.

2대 캐리 모집요강
2대 캐리 모집요강

논란, 크게 4가지다

이번 사태의 핵심은 크게 4가지. 키즈웍스가 잘 짚어낸 키워드 4개가 관건입니다. 보겠습니다.

1. 계약은 4월이냐, 5월이냐

키즈웍스는 “강혜진씨가 캐리소프트에 재직중인 기간에 키즈웍스가 다이아TV와 계약했다는 캐리소프트 측 주장은 사실과 다릅니다. 4월 말까지가 재직기간이었고, 키즈웍스와 다이아 티비는 5월부터 계약관계가 성립됐습니다. 유튜브 채널 개설도 5월 이후 이뤄졌습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캐리소프트는 반박합니다. 캐리소프트는 키즈웍스가 다이아TV와 계약했다고 강조합니다. 진실이 뭘까요? 몰라요 아무도. 하지만 단서는 있습니다. 4월24일 협회 회의록을 보면 됩니다. CJ가 키즈웍스 및 다이아TV 계약사실을 이미 알고 있다는 내용이 나오거든요. 다이아TV는 5월 계약이라고 하는데…이건 앞뒤가 안 맞습니다. 정확한 사실은 더 봐야 하겠지만, 사실상 4월 계약설에 무게가 실립니다.

참고로 키즈웍스는 “강혜진씨는 지난 12월에 캐리소프트에 사의를 표명했고 강혜진씨의 오빠 강민석씨가 대표로 있는 ‘키즈웍스’와 다이아 TV의 회사대 회사 계약이므로 ‘인력 빼가기’나 ‘부도덕한 뒷거래’ 등은 사실과 다르다”고 했으나 캐리소프트는 “강혜진씨는 무슨 이유인지 몰라도 사직서 제출을 거부하다가, 5월19일에 지난 4월30일자의 사직서를 제출했습니다. 이사 사임계는 지난 4월27일 제출했습니다”고 말했습니다.

2. 계약이 4월이라면…주체는 누구인가?

계약이 4월인지, 5월인지 모르지만 회의록에 따르면 5월은 아닐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럼 4월, 혹은 그 이전이라는 뜻인데 그렇다면 이를 전제로 할 경우, 계약이 문제가 되느냐?가 다음 키워드입니다.

4월 이전이라고 생각하면 강혜진씨는 명백히 이중계약입니다. 여기서 회의록을 보면 김대욱 CJ 국장은 이런 말을 합니다. “다이아TV는 ‘강혜진’과 계약한 적이 없고, ‘키즈웍스(법인)’와 파트너 계약을 했다”고요. 나아가 “키즈웍스와의 본 파트너 계약은 다이아TV에서 하고 있는 다른 계약들과 비슷한 일반적인 계약이며, 특별계약도 아니다”고 주장합니다.

나아가 “다이아 TV와 키즈웍스의 회사대 회사 계약이며 이는 업계에서 가장 일반적인 계약형태며 또 유튜브 채널을 통한 마케팅 등에 국한된 계약이며, 지상파 TV 출연 등 가외 활동은 키즈웍스가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상황이라 특정 개인을 빼갔다는 내용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강조합니다. 다이아 TV가 먼저 제안한 것도 아니라고 합니다.

이에 캐리소프트는 반박합니다. 캐리소프트는 “법인과 계약을 했다면, 법인의 대표가 누구인지 모를 리가 없었을 것이고, 이들의 존재감으로 볼 때 캐리소프트 회사를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다. 이들은 캐리소프트와의 계약 기간이 남아있었다”고요. 그러니까 4월 이전 계약이라는 것을 전제로 하면, 법인과 법인의 계약이기 때문에 강혜진씨는 이중계약이 아니라는 것이 다이아 TV의 주징이고요, 캐리소프트는 강혜진씨의 오빠가 설립한 회사와 다이아 TV가 계약을 한 것은 강혜진 씨와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것이다고 보는 거에요.

그러니까 다이아 TV와 계약한 주체가 키즈웍스냐, 강혜진씨냐…요 부분인데요. 전자라도 문제지만 후자라면 명백한 이중계약이고 이는 다이아 TV의 갑질이라는 것이 캐리소프트의 주장입니다. “캐리소프트의 등기이사로 재직하면서 회사와의 근로계약 등을 무시하고 회사 모르게 제3자와 계약한 것은 정당하지 못하다”는 주장은 분명 맞아요.

개인적으로 이 부분은 캐리소프트의 주장이 맞지 않을까…5월 계약설 당위성도 약해지는 상황에서 키즈웍스와 계약을 한 부분, 강혜진씨가 5월19일에 이르러 4월30일자의 사직서를 제출한 부분(등기이사에 오른 강혜진 씨의 임기는 4월30일까지), 그리고 실제 강혜진씨가 헤이지니 서비스를 시작한 부분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말이죠. 물론 법적인 부분을 더 살펴야 하겠지만 결과적으로 돌아가는 상황은 다이아 TV에 불리합니다.

3. 업계의 특수성

업계의 특수성 문제도 있습니다. 하지만….MCN 업계도 대한민국 실정법의 영향을 받는다는 점. 앞으로 이 부분은 더 자세히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건 이 선에서 넘어가겠습니다. 매우 중요하지만, 더 살펴야 할 것 같아요. 지금 헤이지니 구독자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더라고요….인재유출이라는 가정을 해도, 속도가 다른 산업의 상상을 뛰어넘는다는…업계의 특수성을 비롯해, 특수한 범위도 정행 할 것 같습니다.

참고로 협회의 존재감도, 그리고 협회가 할 수 있는 권한과 능력에 대한 담론도 필요합니다. 협회가 권력기관이 되는 것은 당연히 지양해야 하지만, 이번 사태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의미심장합니다. 바로 “협회는 언제든 탈퇴할 수 있다”는 것. 이는 역으로 “협회가 봉사”라는 개념과 약간의 접점이 있습니다…..대기업들이 최순실 사태 터지고 총수가 구속이 되어야 전경련 탈퇴하는 것 보세요. 따라하자는 건 아니지만 최소한의 권위와 능력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4. 배경, 그리고 배경

어쩌면 가장 민감하고, 또 핵심적인 사안일 수 있습니다. 이 문제가 대기업의 갑질 문제로 비화되느냐, 또 MCN 업계의 기획력적인 측면에서 일종의 이정표가 될 것이냐. 이런 질문들을 상회할 수 있는 현실의 문제가 있어요. 바로 MCN과 크리에이터의 관계.

사이가 좋은 부부라면 이혼할 이유가 없죠. 그리고 이혼을 하지 않았다면 캐리소프트가 협회를 탈퇴하며 사실상 선전포고를 할 이유도 없고요. 이건 캐리소프트에서 벌어지는 지엽적인 문제가 아니라, 추후 크리에이터와 MCN의 관계설정에서도 매우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자, 강혜진씨는 왜 캐리소프트를 나왔을까요? “미래를 위해, 자신의 길을 찾기 위해”가 답입니다. 그렇다면 왜 캐리소프트에서 하지 않고? 캐리소프트는 철저한 기획과 마케팅으로 자신을 유명인사로 키워준 곳인데?

앞에서 말한 영어 논란, 지분 논란 등등의 말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물론 전부 100% 믿지 않습니다.

다만 이러한 말들이 분명 업계에 돌고있다는 점에는 집중할 필요가 있어요. 일단 캐리소프트는 이러한 뒷 말을 강하게 부정했습니다. 강혜진씨는 최고의 대우를 받는 최고의 연봉킹이었으며, 이와 관련된 문서도 법에 접촉이 되지 않는 선에서 모두 공개할 수 있다고 합니다. 한 번 제 눈으로 보고 오겠습니다.

…즉, MCN의 기획력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관리능력, 이후 업계의 특수성 등을 고려해 반드시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오게 됩니다.

2대 캐리
2대 캐리

이게 뭐여…
상황이 참 고약해요. 캐리소프트가 강혜진 씨와 마찰을 빚었다는 말이 꾸준히 나오는 상황에서, 다이아 TV는 대기업 갑질 논란에 휘말렸고 캐리소프트는 CJ와 강혜진씨를 매우….안 좋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특히 CJ에 대해서는 육성으로 “여론이 심판해주기를 바란다”는 말을 들었을 때 약간 놀랐어요.

일단 업계에서는 사실관계가 명확해야 한다는 것이 중론입니다. 그리고 저는 루머가 있다는 것도 중론이며, 캐리소프트가 이 부분에 대해 인식하고 있으며 해명도 했다는 사실관계를 여러분에게 말씀드리려 합니다. 진실은 무엇이다…가 아닌, 이런 루머가 있고 이 부분에 각자 어떻게 움직이고 있다…를요. 여기에 업계 전반에 유의미한 가이드 라인도 기대합니다.

이 사태로 협회도 어려움에 직면했습니다. 반드시 필요한 조직이라고 생각해요. 부디 힘있는 결단을 보여주는 한편 유연한 결과가 나오기를 기원합니다. 부쩍부쩍 성장한 캐리소프트, 여기에서 나온 강혜진씨. 업계의 루머. 여론전의 가능성. 계약시기 및 주체에 대한 논란과 MCN 업계를 관통하는 기획력과 관리능력의 담론. 마지막으로 협회의 존재감까지.

두서없이 썼지만 사실 이 말을 하고 싶어서 장황하게 떠들었나 봅니다. ‘단면으로 상황을 판단하지 맙시다’ 조만간 입체적으로 취재해 최종 보고서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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