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석 중국 IT 칼럼니스트가 미디엄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
요즘 중국에서 가장 화두인 키워드를 다섯개 골라보라면 열이면 열 ‘육아’를 꼽을 것입니다. ‘교육열 높은 아시아권에서 당연히 화두 아니겠어?’라고 되물을 수도 있겠지만, 이를 차치하고서도 중국에서 육아가 떠오를 수밖에 없는 이유가 3가지 정도 더 있습니다.
- 샤오황띠(小皇帝; 소황제) 세대의 첫 아이
- 부모세대 소비력 증대+맞벌이
- 두 자녀 정책(二胎政策) 실시
소황제라고 많이 들어봤을 겁니다. 지난 1979년 중국에서 독생자녀제(한 가구 당 한 자녀 정책)가 실시되고 중국의 가정에는 한 아이만이 태어납니다. 이들이 빠링허우(1980년대 이후 세대)이자 소황제라고 불리는 세대입니다.
30여년이 지나고 이들 모두 부모 세대가 됩니다. 빠링허우 부부의 특징 중 하나가 ‘맞벌이’ 형태라는 것인데요. 이들은 부모, 조부모 세대의 투자를 집중적으로 받은 세대로 ‘누릴 수 있는 건 모두 누린다’는 소비 풍조를 갖고 있습니다. 육아 역시 이들이 함께 할 수 없는 시간대신 물질적인 투자를 집중적으로 하고 있죠.
그리고 2016년 두 자녀 정책이 시행됩니다. 이의 실효성을 놓고는 갑론을박이 있지만, 육아 산업 영역에 촉매제가 될 가능성이 높은 정책임은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최근 시장조사기관 아이리서치가 발간한 ‘중국육아집군백서(中国母婴家庭人群白皮书)’에서도 이러한 추세를 엿볼 수 있습니다.
육아 인구가 늘어나는 동시에, 위에서 서술했듯 자녀에 대한 투자 경향이 급속도로 커짐에 따라 관련 시장 역시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이를 놓고 중국 인터넷(互联网) 방면 1인 미디어 기자인 리우딩딩은 다음과 같이 분석했습니다.
엄마만이 육아에 투자하지 않는다. 할아버지, 할머니, 아빠 역시 자녀에게 집중하는데, 이들은 단순히 가성비에 집착하지 않는다. 오로지 제품의 품질을 중시한다. 결국, 육아 영역의 마케팅 및 제품 판매는 고품질 전략으로 승부하는 것이 중요하다. - 解读艾瑞母婴报告:家庭人群参与 母婴产业生态重塑
중국에서 육아 영역이 부각받고 있다는 것은 수많은 보고서에서 나왔던 내용입니다. 굳이 여기서 지면 낭비를 할 필요는 없겠죠. 여기서는 3가지 방향의 접합점에서 중국 육아 영역을 분석해볼까 합니다.
#육아 이커머스의 성장
현재 중국 최대 육아 이커머스 플랫폼은 뻬이뻬이(贝贝)입니다. 이 서비스의 월활성이용자수(MAU)는 600여만명입니다. 보이는 수치만으로는 타오바오나 징동에 비할 바는 되지 못합니다.
하지만 숫자가 다가 아니죠. 이들 600만 이용자는 모두 육아 영역에 집중돼 있는 고객군입니다. 또한, 기존 이커머스 업체들이 저렴한 가격으로 치킨게임을 해왔던 것과 별개로 이들은 철저히 타깃화된 고객들에게 고가의 제품을 판매하는 동시에 품질을 검증하는 형태로 자리잡았습니다.
위의 표에서도 알 수 있듯, 이 플랫폼은 박리다매형 제품 판매 플랫폼이 아닙니다. 커뮤니티에서의 고객 데이터 분석을 통해 이용자의 취향을 분석하고, 이들이 만족할만한 국내외 제품을 큐레이션해주는 C2B(고객이 브랜드에 개입하는 형태) 모델을 갖고 있죠.
#전통 교육업체도 기술을 더한다
중국의 가장 대표적인 교육업체를 논하면 누구나 ‘신동방’을 꼽습니다. 신동방은 2006년 교육 업계 최초로 나스닥에 상장한 중국 대표 교육 기업입니다. 예전 통계에 따르면 학생수만 300만 명에 달합니다.
1993년, 위민훙은 10의 작은 사무실에서 직원 2명과 함께 신동방을 시작했다. 몇 십 명의 학원생을 대상으로 강의한 것이 이들의 출발이었지만 지금 신동방은 재학생이 전국적으로 300만 명이 넘으며 직원 수도 7천명이 될 정도다. 중국에서 영어권으로 유학을 간다고 하면, 그 학생의 70–80%는 신동방을 거쳐간다. – 수강생 300만명, 중국 영어교육은 신동방으로 통한다(인사이드 조선)
이 신동방이 올해 초 한국의 스타트업에 투자했다는 내용을 공식 발표합니다.
신동방이 모블로로 알려진 모션블루에 지분 투자를 체결한 것으로 확인됐다. 구체적인 투자 규모는 아직 협의중이지만 30~50억원 사이가 될 전망이다. 모션블루는 보드판에 블록을 쌓아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는 유아용 코딩교육 콘텐츠 ‘모블로’를 지난해부터 개발해 올해 매출액 80억원이 예상되는 에듀테크 회사다. – 중국 1위 교육업체 신동방, 국내 교육기업 투자 나섰다(서울경제)
모션블루는 하드웨어 블록을 끼워맞추면 스크래치 같이 코드가 완성되는 스마트 블록 ‘모블로’를 만든 회사입니다. 전통 교육업체인 신동방이 애니메이션 ‘시양양’과 같은 육아 콘텐츠에 관심을 기울여왔다는 점은 알려질대로 알려진 내용입니다. 하지만 코딩 교육 관련 스타트업에까지 투자한 배경을 논하기 위해서는 중국의 다음 세대와 엮어서 생각할 필요가 있을 겁니다.
#인공지능 업체의 키워드도 교육
중국 인공지능 기업들이 올해부터 집중하고 있는 영역은 ‘교육용 로봇’입니다. 교육용 로봇은 부모의 역할을 일부 대체해 아이의 학습 및 대화를 할 목적으로 만들어지고 있죠.
현재 육아를 하고 있는 주요 세대는 빠링허우입니다. 맞벌이 형태의 가정 환경으로 인해 이들은 아이와 함께 있을 시간이 부족하죠. 하지만 교육열은 높습니다. 이 간극에서 교육용 로봇의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죠.
베이징 칭화과학원에 입주해 있는 인공지능 로봇 전문 스타트업 깐웨이러보(甘为乐博)는 지난 2016년 ‘베이비톡’이란 아동 전용 로봇을 발표했습니다. 이 로봇은 아이들의 목소리에 반응해 대화를 나눕니다.
핵심 기술은 하드웨어 뿐만 아니라 딥러닝 기술에도 있습니다. 아이들의 목소리 데이터를 퍼블릭 클라우드로 모아서, 로봇이 상황에 맞는 대답을 할 수 있도록 학습을 시키는 것이죠.
정리하면, 이커머스, 교육, 인공지능 등, 영역을 막론하고 떠오르는 신 시장을 향해 뛰어들고 있습니다. 단순히 신흥 영역이어서만은 아닙니다. 빠링허우 부모 집단이 갖고 있는 육아 영역에 대한 충성도와 구매력에 따른 결과겠죠.
분명한 건 수직화된 고객 집군을 타깃화하려는 서비스들이 중국에서 계속 등장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단순히 매력적인 콘텐츠 하나로 승부하는 시기는 끝났고 철저한 데이터 분석에 따른 플랫폼들만이 생존하게 되는 시대가 열렸단 방증이죠.
[유재석의 중국 이모저모] 시리즈
– 샤오청쉬, 알리페이&위챗의 동상이몽
– 위챗지수, 콘텐츠 플랫폼 향한 텐센트의 야심
– 중국, 제너럴리스트 시대는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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