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TER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
회사 생활을 하면서 정보의 단절을 많이 겪습니다. 회사 내부 부서와 부서 사이의 단절은 물론이고 회사 내부와 외부와의 단절도 일어납니다. 이런 단절은 정보의 비대칭성을 증가시켜 내부의 효율적인 시너지 효과를 막고 누군가의 정치적 용도로 활용되기도 합니다. 특히 보안과 대외비라는 명목으로 회사는 사람들을 모아둔 것으로부터 비효율을 초래하는 일을 스스로 많이 만들기도 합니다. 웃긴 일이죠.
그 중에서 지금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바로 기술과 실무의 단절입니다. 내용과 형식, 도구와 대상의 단절인 것이죠. 실무에서 필요한 정보와 해결방법을 IT 솔루션은 이미 갖고 있지만 실무는 그게 가능한지조차 모르고 있는 상황. 또는 기술적인 발전이 이루어졌지만 이걸 어디 써 먹는지 몰라서 비지니스 기회를 창출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 말입니다. 이 두가지 경우는 모두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만든 담 때문에 만들어진 현상입니다.
어느 지역에 점포를 입점할지 말지를 고민한다고 가정해 보십시오. 무엇을 하시겠습니까?
대부분의 소매업을 하는 기업에서는 지금까지의 사례들을 바탕으로 일종의 회귀식을 만들려고 할 것입니다. 입점 성공에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하는 변수들을 잔뜩 엑셀 파일에 넣어두고서는 지금까지 케이스들의 값을 다 넣고 실제 매출을 결과 값으로 넣어서 그것이 일정한 모델을 이룬다고 가정할 것입니다. 그 가정은 단번에 맞을 리가 없으므로 필연적으로 연역적인 수식과 일정한 보정을 가하는 상수값이 임의로 들어가서 답에 로직을 맞추려고 할 것입니다. 그러면 지금까지의 일은 대충 설명이 되겠죠. 그리고 실무자가 바뀌면 그 엑셀파일이든 엑세스든 그것은 곧 잊혀지고 말 것입니다.
대부분은 이렇게 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좀 더 나가서 엑셀로 하는 게 보기 싫어서 그대로 어디 서버에 데이터를 모아두고 화면으로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겁니다. 하지만 본질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이 점포 개발 담당자는 실제 세상에서 어떤 데이터의 변화가 이루어지는지 알지 못합니다. 그런 것에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이죠. 심지어 동향도 알지 못합니다. 최근 비지니스에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이 뭐가 나왔으며 해외의 어느 기업에서 이런 방법으로 비슷한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내용을 전혀 알 지 못할 확률이 높습니다. 다만 과거를 어느 정도 설명할 수 있는 회귀식을 만들고 그것으로 사람들을 설득하려고 합니다. 이런 복잡한 엑셀로 만든 수식이 맞으며 그것에서 나온 다음 결과도 맞을 거라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미래를 담보할 수 없습니다. 특히 데이터에서 결과로 이어지는 과정이 복잡하고 임의의 수식과 상수가 범벅이 되어 있다면 그것은 데이터에 기반한 의사결정 모델이라 보기가 희박해집니다. 수식과 상수는 반드시 임의의 가정을 두고 설계 되었는데 이것이 복잡하면 변하는 미래와 현재의 상황을 반영하기에 매우 곤란한 일들이 벌어지기 때문입니다. 만약 지금까지의 점포 입점의 성공 요인을 분석할 때 중국인 관광객이 자주 방문하는 일종의 지표를 회귀식에 넣었는데 그것이 변화를 맞는다면 그 모델도 바뀌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이것이 모델에서 단순하게 적용되면 바꾸면 그만이지만 이것이 다른 데 영향을 미치고 여러 가정과 보정 작업이 로직 내에서 이루어진다면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할지 모르고 정확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찾아 튜닝하는 것이 어려워지기 때문입니다. 즉 원천이 되는 데이터에서 결과까지의 가정이 너무 복잡하면 사실 이 방법이 맞지 않을 확률이 더 높고 적어도 미래 환경에서는 쓸 수 없는 모델을 만들 확률이 높은 것입니다.
하지만 기술은 이런 부분을 벌써 상당 부분 대체했을 수 있습니다. 기존의 지역 데이터만 갖고 있었던 것에서 소비자들의 유동과 지불수단에 대한 정보가 확보됨에 따라 상당 부분 더 깨끗한 정보를 획득할 수 있게 된 것이죠. 기존에 단순한 지역적 특성 정도를 반영하던 것에서 더 새로운 정보를 사용할 수 있게됨으로써 보다 심플하지만 강력한 추정 모델들이 나타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실무자들은 이런 기술이 나왔는지 모르고 대부분의 조직에서는 이것을 알려주는 사람도 없습니다. 그래서 늦고 과거 방법을 따르는 것입니다. 회사가 잘 쪼는 회사일수록 더 복잡하게 뭔가를 만들려고 하는 수준에 그칩니다.
기술은 어딘가에서 기존 기술을 대체하는 동시성과 빠른 처리 속도, 비정형 데이터에 대한 처리 등을 이루어 내는 것이 개발되면서 새로운 기회를 맞습니다. 하지만 이것을 만든 사람이 보는 비지니스의 세계와 단순히 갖다 쓰는 사람이 아는 비지니스의 세계는 다릅니다. 만든 사람은 활용 방법에 대해 어느 정도 예견을 하고 그것을 토대로 영업을 하지만 단순히 활용하는 수준에 그치고 그 이상을 생각하지 않으면 기술은 덩그러니 놓여 있는 것에 그칩니다.
어떤 기업집단에서 온라인에 있는 이미지를 처리해서 데이터로 만드는 인프라를 구축했다고 해도 그것이 같은 기업 집단 내에서 어디에 도움이 되는지 모르고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단지 다들 하니까 인프라도 사람도 구해 놓지만 실무의 필요를 모르거나 관심이 없으면 이것은 그저 놓여져 있을 뿐입니다. 찌들지 않은 개발자들은 답답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걸로 뭘 해야 하는지 모르거나 지금 하는 것이 실제로 무슨 도움이 비지니스에 되는지 일의 의미를 찾지 못할 때가 발생합니다. 하지만 중간 관리자들은 이에 무디어져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문제는 실무와 기술을 아우르는 조직이 제 역할을 하고 있지 않을 때 나타납니다. 연구기획, 전략기획, 데이터기획, 마케팅기획, 기술영업 등 이런 분야와 관련된 컨트롤 타워들이 스스로 크레이티브한 생각으로 전사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하고 싶은 거나 과거의 것을 하고 취합받는 수준에 그치기에 이런 문제는 기업 내에서 사라지지 않습니다. 벌써 동종 업계에서 다른 회사들이 몇 년 전에 쓴 방법을 이제야 쓰는 것은, 그나마도 그것을 반대하던 사람들이 이제야 도입하면서 생색을 내고 자신의 회사 내 위치에 활용하는 것은 직무유기 이상의 문제입니다. 이들은 이 다음 단계의 비지니스에 대한 진정한 생각이 전혀 없는 것입니다.
비지니스를 하면서 새로운 수요 창출에 막히는 경우는 소비자를 알 지 못할 경우도 있지만 솔루션을 몰라서 뭘 할 지 모르는 경우에도 발생합니다. 그러므로 기획자는 수요를 해결하는 기술을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합니다. 단순히 제조 기술에 필요한 것만 아는 게 아닌 IT로 해결할 수 있는 사례들을 많이 아는 게 필수적입니다.
국내 기업 중에 고객 관리에 관심이 없는 기업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고객 관리를 잘 하는 기업도 많지는 않습니다. 고객에 대해 강조하고 현장을 말하지만 만약 고객 배송정보에 대한 전산 시스템이 없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만약 대형마트를 하는 기업에서 주변 지역 배달을 갈 때 전산으로 정보가 결제부터 배달원까지 이어지지 않고 펜으로 종이에 쓴 내용이 전달되어 다닌다면 어떤 고객이 어떤 물건을 얼마나 주기적으로 배달을 시키고 그것을 토대로 어떤 프로모션을 해야하는지 알 수 있을까요? 하지만 이런 단순한 부분조차 기록으로 남지 않는 기업이 많습니다. 말은 고객이지만 고객을 위한 기술적 지원은 전혀 없는 것입니다. 기술적 지원이 없는 방향성 모색은 허구이며 정치놀음입니다.
기획자는 수요와 유행도 알아야 하지만 기술적 도구를 알고 있어야 합니다. 사실 기업 내에서 회사의 먹거리와 미래의 구조, 혹은 기업 문화를 고민하는 사람은 경영진과 기획자 정도 밖에 없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생각을 멈추면 기업의 경영 레벨은 딱 지금 수준에 머물든지 서서히 퇴보하는 것 밖에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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