냇가에서도 잡히는 초고속 와이파이, 20여 개에 달하는 IT기업의 위성 사무소가 위치한 곳, 방적공장을 리모델링한 코워킹 스페이스, 예술가들을 위한 Artist In Residence 프로그램으로 예술가들과 디지털 노마드들의 시선을 이끌고 있는 곳.
일본의 작은 시골 마을, ‘카미야마’에 대한 내용입니다. 지난 4월 28일 금요일 오후에는 코워킹 스페이스 ‘하이브 아레나’에 특별한 손님, ‘Takahiro Yoshida’가 방문했습니다. Takahiro Yoshida는 웹 디자이너이자 그래픽 디자이너로 한 나라에서 한 달씩 머물며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는 디지털 노마드인데요, 그가 IT인들이 사는 마을 ‘카미야마’에 머물었던 경험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 시골마을이 성장하게 된데는 몇 가지 배경이 있습니다. 2011년 일어났던 동일본 대지진과 더불어 잦은 지진들은 기업이 한 곳에 몰려 있으면 위험하다는 경각심을 일본인들에게 심어주었습니다. 또한 한국의 청년들이 일자리를 위해 서울과 경기도로 가는 것처럼, 일본에서도 많은 청년들이 커리어를 위해 도쿄, 오사카, 후쿠오카로 몰려들면서 일본의 시골 마을들은 젊은 세대를 잃고 있습니다. 카미야마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어지는 인구 전출로 인해 지역 주민은 6,000명밖에 되지 않으며, 주민 50%가 65세 이상인 작은 마을입니다. 하지만 이 마을이 최근 IT인들과 예술가들의 주목을 받으며, 변화들이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위의 사진을 보고 어떤게 떠오르시나요? 이 사진은 카미야마가 어떻게 IT인들을 끌여들었는지 단번에 설명해 줄 수 있는 사진입니다. 2005년부터 카미야마의 모든 장소에서 광대역 망이 설치되어 냇가에서도 빠른 속도의 와이파이가 가능합니다. 수려한 자연환경과 더불어 심지어 도심보다 빠른 인터넷 인프라로 어디에서든 랩탑만 있으면 작업을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프로그래머들이나 미디어 회사도 이곳에 들어와 작업하고 있는데요, 카미야마는 뛰어난 인터넷외에도 다양한 시설과 프로그램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WEEK Kamiyama
한적한 시골 풍경을 즐기며 일할 수 있는 WEEK Kamiyama입니다. 8개의 방이 준비되어 있으며, 하루에 7~8만원에 머무룰 수 있습니다. WEEK Kamiyama에 머무르면 Green Valley가 운영하는 코워킹 스페이스인 Kamiyama Valley Statellite Office Complex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지역주민과 네트워킹할 수 있는 저녁시간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상시로 열렸다가 현재는 이벤트성으로 바뀌어 웹페이지 통해 행사 스케쥴을 확인해야 합니다.)
Engawa office
Green Valley사는 카미야마의 빈 전통가옥들을 오피스로 사용할 수 있도록 수리하여 렌트하고 있습니다. 2010년 일본의 유명 IT회사인 Sansan이 카미야마에 위성 사무소를 내면서 많은 IT회사들이 카미야마에 관심을 기울이게 되어, 현재는 20개 IT회사들의 위성 사무소가 카미야마에 들어섰습니다. 위성 사무소 중에서 제일 유명한 곳은 2013년 오픈한 Engawa office라고 하는데요, 현재 일본의 방송회사 Plat Ease가 이 오피스를 사용중입니다. 실시간 방송과 빅데이터를 전송해야하는 방송사인만큼 카미야마의 인프라가 뛰어나다는 걸 입증해주고 있습니다.
이날 발표를 맡았던 Takahiro가 Plat Ease 회장을 만나 카미야마에 입주하게 된 계기를 물었을 때, 아래와 같이 대답했다고 합니다.
“카미야마에 위성 사무실을 열게 된 첫번째 이유는 빠른 인터넷 때문입니다. Plat Ease의 본사가 있는 도쿄도 인터넷이 빠르긴 하지만, 많은 사람이 쓰게 되면 느려질 때가 종종 있었습니다. 하지만 카미야마는 많은 사람이 있지 않기에 항상 빠른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두번째 이유로는 이 지역에 리서치하러 왔었을 때, 흥미로운 창업가들, 친절한 직원들 그리고 주민들과의 만남이 재미있고 독특한 경험이었기에 이곳에 오기로 결심했습니다.”
Kamiyama Valley Satellite Office Complex
Kamiyama Valley Statellite Office Complex는 방적공장을 수리한 코워킹 스페이스입니다. 하루 이용료는 1,000엔(한화로 약 10,000원), 한달 이용료는 7500엔(한화 약 75,000원)이며 라커, 미팅룸과 같은 시설을 이용하려면 10,000엔(한화 10만원)인 멤버쉽에 가입하면 됩니다. 이 곳에는 3D 프린터와 레이저 커팅 도구도 갖추어져 있습니다.
Takahiro가 직접 방문했던 시설들을 설명해준 뒤, 이후에는 지역주민과 새로 유입된 IT인들과 연결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카미야마 마을의 커뮤니티 매니저, Satoko Toizume와 스카이프로 Q&A 세션을 가졌습니다. 카미야마 마을은 원래 라임으로 유명했으며, 새로 유입된 인원은 카미야마 마을의 5%를 차지하며, 싱글도 오지만 가족단위로도 이사해온다는 소소한 내용들을 전달받았습니다.
‘Creative people attract creative people’
카미야마는 초기에 커뮤니티 형성에 신경을 많이 썼다고 합니다. 사람을 이끄는 건 결국 좋은 사람이기 때문이죠. 전통가옥을 오피스로 개조한 뒤 기업가들을 선별해 초청하고, 아티스트를 초대해 무료로 카미야마에 머물 수 있게 지원해주어, 마을에 예술작품을 설치하게 했습니다. 퀄리티있는 커뮤니티를 조성함으로써 모두가 멤버가 되고 싶어할 만한 공간을 만든 셈입니다.
한국보다 심한 대기업 위주의 정책들과 예의범절, 룰을 더 중요시하는 곳이 바로 일본입니다. 노동에 관한 한 일본은 사실 한국보다 더 보수적인 나라라, 원거리 근무를 도입한 회사가 거의 없습니다. 그렇기에 도큐시마 현의 카미야마라는 작은 시골 마을에서 이런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 자체가 놀라운 혁신입니다.
사실 이 카미야마 마을의 프로젝트가 인정받기에는 20여년이란 긴 시간이 걸렸습니다. Kamiyama 출신이었던 Shinya Ominami가 젊은이들이 도시로만 가는 상황에 안타까움을 느껴 1992년 Kamiyama International Exchange Association을 만들고, 그 후 자잘한 프로젝트를 거치며 2010년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인정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장기간의 노력이 필요했던 이 프로젝트를 성공시킬 수 있었던 것의 배경에는 Shinya Ominami의 ‘Just Do It’이라는 신념이 있었습니다. 목표를 위해 다양한 시도를 계속해보고, 피드백을 받은 뒤, 새로운 룰을 적용하여 다시 시도를 해보며 마을을 진짜 살릴 수 있는 프로젝트로 만들어나갔습니다.
카미야마 마을의 사례는 한국에도 의미있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습니다. 일과 삶의 밸런스, 일을 하는데 물리적 공간의 필요성의 감소, 시골 마을의 고령화는 한국도 똑같이 밟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카미야마 마을의 현재 목표는 50년 뒤 초등학생이 20명이 되는 마을로 만드는 것입니다. 현재는 반 이상이 65세 이상이며 냇가에는 일을 하는 청장년 층이 있을 뿐이지만, 50년 뒤에는 냇가에서 초등학생이 뛰노는 풍경이 만들어질 수도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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