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휘 BARK 공동창업자가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번 더 소개합니다.
I’m Coexed!
2014년, 한동안 유행했던 말이었다. “폭망했어요”라는 뜻이다. 저 말이 유행을 탄 이유는 알다시피 우리나라 최대 상권 중 하나였던 코엑스몰이 2014년 대대적인 리모델링 후에 유동인구가 반토막이 나버리고, 롯데월드몰까지 생겨버리는 바람에 그 드넓은 공간이 직장인들 구내식당으로 전락해 버렸기 때문이다. 시사매거진 2580에 의하면 리모델링 전에 하루 최소 10만명 이상 찾던 상권이 촬영당시 5-6만을 밑도는 수준으로 떨어지고, 특히 가장 피크타임이어야 할 금요일 저녁 6시부터 촬영한 영상을 보면 보는 내가 불쌍할 정도로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별로 없다.
나는 2011년부터 약 5년간 저 근처에 있는 회사들을 다녔기 때문에 코엑스몰의 전/후 광경을 모두 목격한 사람 중 한명이다. 코엑스몰이 리모델링된 후 폭망하게 된 이유는 사실 여러가지가 있다. 동선의 복잡함, 롯데월드몰과 경쟁, 중고가 브랜드만 입점, 맛집의 실종 등등 수 많은 이유들을 지적할 수 있지만, 나는 가장 큰 이유로 ‘프리미엄 병’을 꼽는다.
‘프리미엄 병’이란게 뭐냐하면, 대략 다음과 같이 정의내릴 수 있다.
타겟과 타겟행동의 맥락에 대한 명확한 이해 없이
무조건 가격향상, 있어 보이는 디자인 등으로
고급화를 꾀하는 병에 걸린 상황
즉, 프리미엄 병은 기획자가 타겟, 경쟁제품, 본인제품의 철학과의 관계를 총체적으로 보지 못한 채 무조건 “우리 브랜드는 프리미엄이예요. 이정도 가격은 되야죠. 무조건 고급스러운 톤으로 해요” 등의 말들을 외치는 상황을 말한다.
프리미엄 병은 ‘Premium Pricing Strategy’를 잘못 이해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옛날에 학교다니던 시절 내가 가장 존경했던 모 교수님의 브랜딩 강의에서 가장 강조했던 개념 중에 ‘Perception’이란게 있었다. 한국말로는 한번에 해석이 어렵고 대략 ‘사람들의 두뇌 정보처리 상에 입혀지는 이미지’정도로 이해할 수 있겠다. 흔히들 ‘지각’이라고 번역하는 이 개념은 사실 브랜딩에서는 단순히 인간의 오각에 의한 인지활동을 의미한다기 보다는 그 인지활동을 통해 두뇌의 기억 프로세스 상에서 그려지는 상을 더 강조하는 단어이기에 난 개인적으로 ‘지각’이라고 번역하는 걸 좋아하지는 않는다.
얘기가 잠시 샐 뻔했는데, 이 얘기를 왜 하는거냐면, 사실 브랜딩의 거의 모든 개념이 바로 이 ‘Perception’과 관련된 인간의 정보처리 과정을 연구하는 것에서 나온 개념이고, 지금 얘기할 프리미엄 가격 전략 역시 이 Perception이라는 개념을 빼고는 이해할 수 없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프리미엄 가격 전략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Lisa Magloff, Chron)
A premium pricing strategy involves setting the price of a product higher than similar products. This strategy is sometimes also called skim pricing because it is an attempt to “skim the cream” off the top of the market. It is used to maximize profit in areas where customers are happy to pay more, where there are no substitutes for the product, where there are barriers to entering the market or when the seller cannot save on costs by producing at a high volume.
우리말로 심플하게 바꾸면 다음과 같다.
프리미엄 가격 전략이란 사람들한테 비슷한 제품들보다
좀 더 높은 가격으로 뻥카를 잘 쳐서 이게 다른 제품들보다
더 좋아보이게 만드는 전략이다.
여기서 ‘다른 제품들 보다 더 좋아보이게’ 라는 부분을 주목해야 한다. 프리미엄 가격 전략의 코어가 바로 ‘비슷해 보이는’ 비교 제품들 사이에서 차별화 포인트가 마땅치 않은 상황에 순전히 가격으로 뻥카를 잘 쳐서 소비자로 하여금 ‘아, 싼게 비지떡이라고 이게 비싼 이유가 있겠지..’ 하고 믿게 만드는 전략이 바로 프리미엄 가격전략의 정수라고 할 수 있다.
프리미엄과 프리미엄 가격 전략이 다르다.
위 문단에서 설명한바와 같이, 프리미엄 가격전략은 어디까지나 전술적이고 단기적 개념의 마케팅 툴이지, 프리미엄 그 자체하고는 완전히 다른 영역이다. 프리미엄이란 사실 외국에서는 뭔가 ‘additional bonus’ 같은 느낌으로 더 많이 사용되는 단어이긴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로 한정지어서 뜻을 해석하면 다음과 같다.
타겟에게 타 제품에 비해 exceptional한 가치를 느끼게 함으로써
내가 이 가격을 지불하는게 정당하다고
느끼게 만드는 perception의 하나.
즉, 내 제품의 타겟이 타 제품과 비교했을 때 뭔가 유의미하게 레벨 차이를 느껴서 이 비싼 가격을 내는거에 보람을 느껴야 프리미엄이 형성된다. 자꾸 ‘유의미하게’를 강조하는 이유는, 그 차이가 유의미하게 크지 않으면 프리미엄 perception 형성에 실패하게 되고, 그냥 가격만 비싼 제품으로 전락해 버리기 때문이다. 프리미엄 가격전략이 단기적인 전술이라면, 프리미엄 그 자체는 매우 장기적이고 그 브랜드의 철학과 직결되는 영역이기 때문에 이 두개를 절대로 혼동해서는 안되는데, 생각보다 많은 기획자가 이걸 구분 없이 생각한다.
고급진게 중요한게 아니라 내가 누구인가가 중요하다.
프리미엄병의 가장 핵심이다. 내가 누구인지, 즉 내 브랜드의 정체성, 페르소나, 타겟과의 관계에 대한 고민이 부족한 상태에서 무조건 고급진 인테리어, 고급진 프로모션, 있어보이는 컨텐츠, 비싼 가격등으로 무장하고 싶어한다면, 이건 십중팔구 프리미엄병에 걸렸을 가능성이 크다.
내 브랜드의 정체성, 즉 나는 누구이고 어떤 가치를 가지고 있는 사람인가에 대한 고민이 부족한 채 갑자기 내 정체성과 어울려보이지 않는 비싼 옷, 비싼 가방, 어색한 화장을 칠해버리면 프리미엄 형성은 커녕 비호감이 생겨버리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또한, 내 소비자와 브랜드와의 관계를 무시하는 수준의 프리미엄이라는 옷을 섣불리 입혀버리면 프리미엄이 형성되기는 커녕 그 소비자는 상처받고 나를 떠날 가능성이 커진다.
초창기 코엑스 몰의 엄청난 유동인구를 만들어 준 핵심 타겟은 럭셔리 직장인이 아닌 지갑 사정이 어렵지만, 제법 저렴한 가격에 고퀄의 데이트가 가능한 젊은 대학생, 중고등 학생들이였고, 코엑스몰의 제법 깔끔하고 럭셔리한 분위기 속에서 수 많은 중저가 레스토랑과 액세서리 샵들, 보세 의류매장들이 넘쳐났던 코엑스 몰은 주머니 사정이 넉넉치는 않지만 로맨틱하고 특별한 데이트나 쇼핑을 원하던 젊은 학생들이 메인 타겟이였던 것이다. 이런 타겟과의 관계는 무시한 채 갑자기 고급 브랜드, 비싼 레스토랑, 나와는 어색한 부티끄스러운 인테리어로 무장해서 갑자기 그들 앞에 나타났으니 기존 타겟들이 다 떠나버려 지금같은 썰렁한 고급 쇼핑몰이 되어버린 것이다.
꼭 기억하도록 하자. ‘프리미엄’이란 것은 소비자의 perception에 형성되는 것이지 내가 만드는게 아니라는 것을…
[조영휘의 스타트업 고군분투기] 이전 글
– (11) 초기 스타트업의 무료 마케팅 채널
– (10) 인스타 마케팅의 헛수고를 줄이는 10가지 마케팅 방법론
– (9) 문돌이의 이메일 마케팅 방법론
– (8) 바이럴루프…중요한건 알겠는데 어떻게 적용할래?
– (7) 홍보영상 직접 제작해서 수백만 원 절약해보자
[fbcomments url=”http://www.mobiinside.com/kr/2017/04/07/marketing-premium/” width=”100%” count=”off” num=”5″ countmsg=”wonderful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