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파트너스의 유정호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번 더 소개합니다.
최근 몇 년 동안 달려온 국내 스타트업 분야에 대한 투자가 다소 소강상태를 거치는 듯한 느낌이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중국, 일본, 미국 등에서도 나타나는 현상이다. 반면 이제 막 시장 변화를 맞이하고 있는 시장이 있는데, 단연 동남아 시장일 것이다. 인도네시아, 베트남, 태국을 필두로 성장을 견인하고 있으며 그뿐 아니라 지역 낙수 효과로 인하여 필리핀, 미얀마 등 차기 잠재 시장이 다음 성장을 기다리고 있다.
물론 잠재력이 큰 시장이지만 동시에 시장의 구조적인 문제를 무시할 수 없다. 두가지 구조적인 문제가 존재하는데, ‘높은 고객 획득 비용 대비 낮은 인당 매출’과 ‘사회기반 시설의 부재’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그 유명한 Bottom of pyramid에서도 이야기하지 않는가? ‘부족함이 존재하기에 새로운 혁신 방법’이 존재한다고.
우리가 지금까지 시장을 조사하고 기업들에 투자하며 몇 가지 혁신 방법들을 관찰할 수 있었다. 크게 세 가지 특징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이는데, 첫 번째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존과는 아예 다른 방식으로 시장에 접근하는 방법이다. 두 번째는 새로운 기술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시장에서의 비용을 줄여가는 방식이다. 세 번째는 value chain의 동시다발적 확장 전략을 구사하는 경우이다. 각 타입마다 유니크 한 사례를 선별하여 해상 기업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우선 이번 편에서는 첫 번째 사례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베트남의 ‘iCare benefit’이라는 회사와 인도네시아의 ‘Cashtree’, ‘KUDO’라는 스타트업에 대한 사례를 찾아보았는데, 사전에 이야기하자면 Cashtree는 투자한 포트폴리오 회사이기도 하다.
iCare benefit은 ‘부족한 인터넷 인프라, 신용 평가 및 여신 시스템이 부재한 상황에서 어떻게 중산층 노동자들에게 가전 및 기타 생활에 필요한 제품을 가장 효과적으로 판매할 수 있을까’에 대한 문제 제기에서 시작한 회사이다.
회사가 선택한 전략은 ‘제조 업체와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는 회사 그리고 IT 기술을 하나로 연결’하는 것이다.
우선 이 회사는 고용주 기업 (Enterprise client)와 계약을 하여 종업원이 본사가 제공하는 판매 채널 (온라인, 카탈로그, 전화, 모바일 등등)에서 가전제품이나 오토바이 등을 구매할 경우 6개월 무이자 할부로 결제를 할 수 있게 하되 월급에서 자동으로 순차적인 차감을 하도록 하였다.
물론 6개월 할부 기간을 무작정 오픈하는 것은 아니다. 급여 수준, 근속 연수, 직무, 근무 태도 분석을 통하여 독자적인 신용 평가 시스템을 구축하였으며 이 기준에 따라 종업원 별로 차별적인 할부 기간 및 금액을 부여한다. 이러한 신용데이터를 꾸준히 내부 자산 화하는 작업을 하여 노동자 및 중산층 소비자들의 신용 평가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경영진에 따르면 지금까지의 악성 채무율이 1~2% 수준으로 일반적인 은행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한다.
메이커 측에게는 이러한 고객 데이터를 함께 공유할 수 있다는 점, 접근하기 매우 어려운 노동자 및 중산층 소비자들에게 효과적으로 제품을 판매할 수 있다는 이점을 누릴 수 있다. 게다가 추가적으로 신규 소비자들에게 자신들의 브랜드 인지도를 각인시키는 효과도 누릴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iCare benefit에게 기본 도매가격 이하의 좋은 조건으로 제품을 제공하며, iCare benefit은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게 된다.
한편 소비자 입장에서 살펴보면, 베트남의 중산층들은 바쁜 노동시간과 제한적인 리테일 접근성 등으로 충분한 시간을 쇼핑에 할애하기 힘들다. 이런 상황에서 소비자들이 업장에서 신용카드나 은행 론 없이 바로 TV나 오토바이를 살 수 있기 때문에 만족도가 꽤나 높아진다. 실제로 근속 연수가 늘어났다는 보고가 있을 정도이다.
각 이해자를 연결하여 윈-윈 구조를 만든 iCare benefit은 자사의 DB에 누적되고 있는 고객의 신용 및 여신 데이터를 활용하여 더욱 효과적인 이커머스를 구축하고 더 나아가 마이크로 대출 시장으로의 사업 확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두 번째 스타트업은 Cashtree이다. 아마 들어본 사람들도 있겠지만, 던전 앤 파이터 공동 설립자 중 한 명인 김진호 대표가 직접 인도네시아로 넘어가 팀을 꾸리며 달리고 있는 스타트업이다.
Cashtree는 ‘고객들의 제한적인 통신비를 극복하여 어떻게 하면 모든 중산층이 인터넷에 접속하고 데이터를 사용하게 할 수 있을까’라는 문제를 고민하는 기업이다.
그 접근 방법은 이외로 우리가 알고 있는 방식을 차용하고 있다. 바로 모바일 화면에서 유저들이 광고나 기타 유용한 정보를 접하고 플립 할 때마다 ‘통신비 (우리나라 방식인 Cash back 대신)’를 적립시켜 주는 것이었다. 인도네시아 시장은 90%가 선불 결제 방식이고 Pulsa라는 크레디트를 사용한다. 캐시트리는 광고주의 광고 수익의 일부를 바로 이 Pulsa로 나누어주고 있다.
인도네시아 시장의 경우 텔레콤사가 얻을 수 있는 인당 매출이 $4(한국의 경우 $32)에 불구하기 때문에 보다 많은 데이터 통신 유저가 절실한 상황이다. 그뿐 아니라 인도네시아 시장의 경우 1기가 당 데이터 통신비는 $2이다. 유저가 캐시트리를 한 달 정도 사용하면 충분히 기가 이상의 데이터 통신을 사용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한편 광고주 입장에서도 광고에 대한 충분한 동기가 존재하는데, 그 배경에는 증가하는 인터넷 인구 대비 중산층에 접근할 수 있는 미디어가 없기 때문이다. PC 시대를 뛰어넘어 바로 Mobile 시대로 전환한 시장에서 네이버와 같은 포털도 없을 뿐더러 여러 모바일 미디어는 일부 top tier 계층을 타깃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캐시트리는 중산층 (혹은 그보다 아래 계층) 700만 명 이상의 유저를 확보하고 있는 퍼블리셔로 자리 잡고 있으며 이는 인도네시아 시장에서도 1~2위를 기록하는 실적이다.
한편 캐시트리는 중산층의 인터넷 접속을 위하여 단순한 광고뿐 아니라 게임 채널, 지역 정보 등 생활 속에서 유용한 여러 콘텐츠를 연계해 나가고 있다. 이들의 목표는 유용한 정보와 콘텐츠 소비를 통해 모든 인구가 인터넷에 저렴하게 접속하게 하고 더 나아가 적립된 Pulsa를 실물경제에서 결제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KUDO
마지막으로 KUDO라는 독특한 인도네시아 스타트업이 있다. 이 기업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이커머스 분야에서 ‘인터넷 접근이 힘든 오지’와 ‘섬나라이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높은 물류비용’을 해결하기 위하여 탄생한 스타트업이다.
독특한 접근법을 구사하는데, 오프라인 결제 키오스크(tablet)와 다단계식 오프라인 네트워크를 이커머스와 접목하였다. 좀 더 자세하게 이야기해보자.
인도네시아의 경우 자카르타나 제 2선 도시를 제외하면 인터넷에 접속하기 힘든 사람도 많고 결제는 말할 필요가 없다. 게다가 낮은 유저 당 구매 단가임에도 불구하고 오지에 항공으로 물건을 보내기에는 여간 부담스러운 것이 아니다(거래 당 수익을 올릴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
이를 해결하기 위해 KUDO는 오프라인에서 각 지역의 상점주나 영향력 있는 사람들 (지역 유지)을 에이전트로 모집하고 이 에이전트들이 직접 태블릿을 가져 다니며 동네에서 이커머스 제품을 판매한다. 이 에이전트들이 상품 설명 (물론 가격이 매우 쌀 것이다)을 하고 결제를 대신해 준다. 이때 현금 결제를 하고 에이전트는 사전에 적립한 예치금에서 판매금액에 대한 판매 수수료를 뺀 금액을 공제해 나간다. 또한 판매 실적에 따라 총판매 금액의 일부를 캐시백 포인트로 적립할 수 있고 이를 최종 구매자와 공유한다.
이렇게 할 경우 물류적인 관점에서 한 지역의 주문량을 일정 수준까지 누적시킬 수 있고 그 시점에서 일괄 배송으로 주문할 수 있는 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에 판매 당 물류비용을 가시적으로 떨어뜨릴 수 있게 된다.
현재 100M USD 이상의 거래액을 기록하고 있으며 수만 명 이상의 에이전트가 활동하고 있다. 최근 인도네시아의 최초 유니콘 Go-jek에게 천 만불의 가치(어디까지나 그렇다고 하는데 아직 확인은 안되고 있다)로 매각되었다.
이 밖에도 위에서 말한 Go-jek이라는 유니콘 기업이 있는데, 워낙 유명하니 길게 설명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한마디로 Uber가 자동차라면 Go-jek은 오토바이이다. 이 오토바이로 사람 나르고, 음식 나르고, 마사지사 나르고, 퀵서비스하고 이를 전부 온디멘드 모바일 플랫폼으로 만들었다. 게다가 최근에는 결제 사업도 시작하였다. 사고 나면 어쩌나, 보험은? 일단 좀 더 지켜보자, 여긴 동남아시아 시장이다…
1편에서는 한국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시장 접근 전략을 선택하고 있는 스타트업을 살펴보았다. 2편에서는 기술력을 통해 시장을 혁신하고 있는 스타트업 케이스를 소개해 보고자 한다.
[유정호의 기업 투자 이야기] 시리즈
(1) 당신에게 천억을 투자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2) 여러 해외 기업설명회를 다니며 느낀 점
(3) Financing까지 가는 사업 계획서의 5가지 특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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