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Co. 조명광 대표가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번 더 소개합니다.

시장 경제의 근원이자 사물의 가치를 나타내며, 상품의 교환을 매개하고, 재산 축적의 대상으로도 사용하는 물건은? 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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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란 리소스와 마케팅 성공은 비례하지는 않는다> image: gettyimagesbank

마케팅에 있어서 돈이란 매우 중요하다. 돈 없이 마케팅을 할 수 있냐고 질문을 해보자. 할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은 마케팅을 직접 해보지 않았으면서 마케팅 부서를 담당하고 있는 임원이나 이제 막 마케팅 부서에 입사한 새내기 사원뿐일 것이다. 기업이 돈 버는데 도움이 되기는 하지만 돈을 직접 벌지는 않고 돈을 쓰기만 하는 부서가 있는데 그곳이 바로 마케팅 부서다. 결국 마케팅 부서가 하는 모든 일은 돈이다. 그래서 마케팅에 있어서 사실 사람이나 아이디어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돈이다. 하지만 마케팅 원론 책 어디를 뒤져봐도 마케팅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는 리소스인 돈에 대한 얘기를 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필자가 근무했던 기업들은 관리 부분의 권력이 영업이나 마케팅까지도 다 아우르는 곳이었다. 그래서 연간 마케팅 플랜을 세워서 다 승인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매월 마케팅 실행계획을 다시 승인받았어야 했고 일정 금액 이상의 비용이 들어가는 실행안에 있어선 관리 책임자에게 마케팅 계획을 설명하고 일일이 승인을 받았어야 했다. 사실 마케팅 기획을 하고 실행안을 세우고 직접 운영하는 과정보다 더 힘든 과정이 관리 부분과의 합의였다. 물론 마케팅이 돈을 쓰는 분야라고 해서 기업의 손익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던가, 하고 싶은 것을 다 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마케팅 비용이 기업의 판관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은 것도 아니고 최소한의 마케팅 비용을 세워서 승인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마케팅 실행 과정에서 마케터들은 스스로 자아비판을 하고 내가 하는 일에 대한 의구심을 자꾸 되뇌게 만든다. 효율적인 마케팅 실행이 되도록 도와주지는 못할지언정 항상 찜찜한 마음으로 업무를 진행했어야 하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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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간 뿐만 아니라 기업 내에서도 힘의 균형에 따라 갑을 관계가 존재한다.>

마케팅을 하는 데 있어서 선행되어야 할 여러 가지가 있다. 시장 조사 돈이다. 경쟁 분석 돈이다. 채널 선정 돈이다. 콘텐츠 제작 돈이다. 프로모션 돈이다. 커뮤니케이션 돈이다. 마케팅은 돈으로 시작해서 돈으로 끝나는 것이다. 그렇다고 마케팅이 정말 돈이면 다 된다는 것은 아니다. 모든 프로세스에 돈이 들어가는 것이 마케팅의 숙명이긴 하지만 돈으로 당연히 해결되지 않는 것들이 많다. 마케팅 센스, 시장에 대한 인사이트, 협업을 이끌어 내는 리더십과 커뮤니케이션 능력, 빅아이디어(물론 아이디어는 대행사를 통해 살 수도 있다)등이다.

여러 가지 구성 요소 중에 가장 비중을 많이 차지하는 것이 결국 돈이다.

그러면 전폭적인 돈의 지원이 마케팅을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는가? 마케팅에서 돈은 필요조건이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다. 천문학적인 돈의 투입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캠페인이 실패한 사례는 넘쳐난다.

보통 캠페인의 실패는 캠페인 자체의 문제보다는 근원적인 문제가 많다. 브랜드 확장을 잘못했다거나 시장분석 실패로 커뮤니케이션 대상이나 언어를 잘못 선택했거나 경쟁사의 맞불작전이나 시장환경의 급격한 변화 등도 실패의 요인이기 때문에 캠페인 자체만의 실패라고 보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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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최초가 뭐가 중요한가.. 본질을 놓치고 있다 출처 : 디지털데일리>

최근에 가장 실패한 사례라고 생각하는 사례는 실명을 들어 죄송하지만 우리은행의 위비톡이다. 유재석이라는 광고계 블루칩을 등장시키고 엄청난 매체비를 이용해 광고를 하였으나 필자도 최근에야 위비톡이 메신저 앱인지 알았다. 대부분 가입자도 임직원들의 부탁으로 이뤄졌다는 기사를 보기도 했다. 왜 은행은 이 톡 앱을 만들었을까? 물론 위비뱅크를 활성화시키자는 의미였을 것이다.

마케팅에서 가장 자주 실패하는 사례가 본질에 충실하지 않을 때이다. 사실 가장 이상했던 점은 기획단계에서 걸러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은행이 왜 톡을 해야 하는가? 물론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으로 은행 고객으로 어장관리를 하겠다는 것이었겠지만 툴 선정도 잘못되었고 세부 전략도 잘못되었다. 어장관리를 굳이 위비톡으로 할 필요가 없을 뿐더라 사용자 입장에서 위비톡을 꼭 써야 할 이유가 없다. 위비톡이 최근 등장한 송금 시스템이 당연히 들어갔으리라 생각했으나 그것도 아니란다. 헉. 정말 왜 만들었을까? 또한 광고로 가보면 위비톡이 좋다는데 사실 위비톡이 뭐하는 건지에 대한 키워드 선택도 잘못된 거 같다. 나 같은 마케팅을 오래 했던 사람도 이해가 안 되는데 일반인들이 이해했을까? 저런 치밀하지 못한 사례들이 마케터를 의심받게 만든다.

실패한 사례가 늘어날수록 마케터는 일하기 힘들다. 다른 부문보다 유독 마케팅에 엄한 잣대가 들이대지는 것 같기는 하지만 어설픈 캠페인들은 후유증을 크게 만든다. 치밀한 캠페인 준비가 성공을 꼭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어설픈 준비는 100% 실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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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락맞을 확률로 성공한 바이럴 마케팅이 저비용 고효율의 맹신을 만들었다>

최근 기업 내 기류에 바이럴 마케팅에 대한 맹신이 있다. 그리고 바이럴 마케팅은 돈이 들지 않는다는 이상한 논리도 있다. 물론 바이럴이란 말이 입소문이기 때문에 돈이 들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입소문이라는 게 결국 매체가 있어야 하는 것인데 조직 내 의사결정권자들은 매체 운영이나 콘텐츠 생산이 필요하다는 것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특히 유튜브 좋아하는데 좋은 콘텐츠 하나 만드든 게 그리 쉬운가. 사실 대박 영상 하나 나오기는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는 것이다. 그리고 노출을 높이려면 당근 돈이 들어가야 하는데 이런 프로세스가 다 그냥 입으로 되는 줄 아는 관리자들이 많다. 마케터들은 천문학적 리소스를 원하는 것이 아니다. 적절한 리소스로 자신들의 캠페인이 최소한의 효과를 보장받기를 바란다.

기업의 모든 활동은 돈이 필요하다. 마케팅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유형의 자산이나 시스템적 투자처럼 원인과 결과가 명확하지 않을 때도 있는 것이 마케팅이 가진 숙명이자 묘미다. 우리나라 대표기업 삼성이나 현대자동차도 수많은 캠페인 실패사례를 가지고 있다. 제대로 캠페인을 하려면 이런 대형 기업들은 천문학적인 돈이 든다. 이 말은 돈이 마케팅의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결론이 나온다.

시장 환경과 마케터의 역량, 지원부서의 전폭적 지원, 정확한 타깃, 캠페인 내용의 적절성, 그리고 운 이런 것들이 마케팅 성공의 필요조건들이나 어느 하나가 성공의 충분조건은 아니다.

[조명광의 21일 마케팅]

(6) 마케터는 약간의 사짜 기질이 필요하다고?
(5) 마케팅이 어떻게 변하니?
(4) 아날로그 마인드 디지털 마케팅
(3) 4차 산업혁명과 위기의 마케터
(2) 마케터는 전문가인가?
(1) 트렌드 리포트를 이해하기 위한 키워드: 팝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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