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파트너스의 유정호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번 더 소개합니다.
오늘은 프레젠테이션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한국 Startup들이 해외 기업이나 해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프레젠테이션을 많이 보게 됩니다. 그리고 반대로 해외 스타트업의 프레젠테이션도 볼 기회가 상대적으로 많았습니다. 다양한 투자 설명회를 접하며 국내 스타트업들이 해외 기관을 상대 할 때 약간만 신경 쓰면 어떨까 하는 내용들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1. 먼저 큰 그림과 사용자 맥락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그려줘라– 상세한 서비스 이야기는 알아서 질문이 들어올 것이다
Top-down Approach와 Bottom-up Approach의 차이입니다. 저는 단연코 Top-down approach가 효과적이라고 말씀드립니다. (5~10분 투자 설명회라는 가정)
사람들은 큰 그림 (코끼리 한 마리를 보고 나서)을 보고 나서야 세부적인 구성물 (코끼리 다리)이 각각 어디에 있는 것이며, 왜 필요한 것인지 이해하기 마련입니다.
본 사업은 기존에 존재하는 친숙한 시장이고, 시장 사이즈는 꽤나 크다는 점, 그리고 그 시장에서 자신들이 얻을 수 있는 시장 잠재력 사이즈가 어느 정도 될 수 있다는 것을 머리 속에 각인 시키고 다음 내용을 듣는 것과 그런 것 없이 듣는 사람은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적어도 수익률을 고민해야 하는 투자자 입장에서는)
그리고 그 다음에는 해당 시장 속에 존재하는 중요한 문제점(당신이 해결하고자 하는)을 명확하게 전달해야 합니다. 문제점이 정확하게 전달된다면 시장성을 작게 볼 일도 없을 것이고, 서비스 세부 설명도 상당부분 Q&A로 돌릴 수 있게 됩니다. 사례를 들어 보자면…
‘배달 시장은 약 12조 입니다. 그리고 이 중 80%가 찌라시(그냥 사용하겠습니다 이 단어) 20%가 인터넷/모바일로 주문 /정보 획득하고 있습니다.(큰 그림제공) 그런데 말입니다, 점포주 입장에서 이 찌라시에 월 80만원이나 비용을 들이는데 비교하여 집객 효과는 고작 월 10명 내외입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이 찌라시가 언제 것인지, 이 가게가 좋은 곳인지 추가적인 정보를 얻을 수 없습니다. (맥락/시장 문제점)’
‘저희는 우선 이 찌라시를 모두 모바일로 옮길 생각입니다. 점포들의 월 80만의 비용을 3~10만원으로 줄이고 집객효과도 약 5배 이상 올리겠습니다(서비스 컨셉트). 12조 시장에서 약 2%의 홍보 비용으로 가정한다 하여 2~3천 억 시장을 우선 혁신하도록 하겠습니다. (Market size)
그리고 말입니다, 모바일에서 찌라시를 보는 사람들에게 서서히 직접 결제를 할 수 있도록 한다면 어떨까요? 소비자 입장에서는 전화 주문 – 결제 단계가 사라지고, 점주 입장에서는 평소보다 높은 주문량을 소화하게 되고, 우리는 광고료가 아닌 이 산업의 매출 일부를 얻어갈 수 있게 됩니다(맥락 2/서비스 컨셉트2). 12조의 시장에서 20%의 모바일 채널을 잡는다면 약 2.4조의 시장입니다. 여기서 수수료 5%만 잡아도 1천 2백억의 순 매출을 올릴 수 있습니다. (Market Size)’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위와 같은 Top-line 식으로 큰 그림을 그려줄 때 짧은 시간동안 프레젠테이션 내용을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현 서비스의 전쟁터가 어딘지, 그리고 그 경쟁자가 누군지,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경쟁해야 하는지를 ‘듣는 단계’에서 미리 ‘가늠’ 할 수 있기 때문이죠. 자연스럽게 서비스에 대한 세부사항, 경쟁사에 대한 질문 등을 머리 속에 그리면서 넘어가기 때문에 Q&A 시간에 서비스 자체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를 할 수 있게 됩니다.
제가 본 몇 안 좋은 사례(물론 제가 좀 가공했습니다)가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큰 그림과 서비스가 연결되지 않는 경우입니다. 실제 사례로서 ‘Portable 수력 발전 LED 램프’를 설명하는데, 시작 포인트가 무려..
‘여러분 아프리카의 많은 사람들이 빛이 없습니다. … … 미국은 아직도 전력 공급량이 부족하지만 사방에 강이 있습니다 … …’
이렇게 우주를 그리는 식으로 시작하면 논점이 사라집니다. 저 같으면, 수요 단위로 떨어뜨려서 표현하겠습니다.
‘전체 LED 시장이 180조입니다. 가정용 시장이 80조 산업용 시장이 80조로 가장 큰 시장입니다.이 중 이동성을 요구하는 레저&탐색용 portable 시장이 2조입니다. 적지 않은 시장입니다. 이 중 20%의 점유율을 차지할 경우 4천억의 매출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말입니다(그것이 알고 싶다의 오마쥬), 수력발전 기술을 시간 당 XXW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면 오지에 분포해 있는 산업용 시장의 상당 부분까지도 진출할 수 있는 잠재력이 매우 높은 사업입니다.’
이정도면, 청중 입장에서 ‘Portable 수력 발전이 도대체 뭐야, 어디다 쓰이는 거야? ‘, ‘시장이 없는거 아냐?’라는 질문을 한 번에 다 해결할 수 있습니다.
또 한가지는 갑자기 저희 서비스는요…… 구체적인 기능이나 강점은요, 차별화 포인트는요 등의 내용을 먼저 깔고 시작하는 사례입니다.
‘우리 게임은 일종의 언어 학습 알고리즘을 적용한 게임입니다. 이것이 경쟁사보다 좋은 이유와 … … 약 3분 설명’
이러면 쉽지 않습니다.
‘현재 영어 교육 시장의 큰 트렌드가 있다면 게이미피케이션입니다. 그 배경에는 … …, 그리고 저희는 이러한 트렌드에 맞춰 최적의 알고리즘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였습니다.’
정도만 적어도 언어 학습 알고리즘이 어떤 맥락에서 중요한지 알 수 있습니다. 위 사례는 자주 있는 사례를 가공한 것들입니다. 생각보다 자주 볼 수 있는 일들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Top-line이 중요하긴 하지만, 산업에 대한 숫자에 너무 집중하는 경우는 피하길 바랍니다. 스타트업은 컨설팅 회사가 아니기 때문에 산업의 구조나 숫자는 어디까지나 듣는 사람들에게 효과적으로 자신의 사업 잠재력을 설명하기 위한 용도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2. 제발 Demo 영상을 사용해라. 동영상이 주는 효과는 생각보다 매우 크다
백 번 듣는 것 보다 한 번 보는 것이 낫다는 말을 백 번이라도 말 하겠습니다!
해외 (국내도 마찬가지고) 투자자들을 상대할 때 반드시 Demo 영상을 사용할 것을 제안합니다. 제가 통역을 하는 경우가 자주 있는데, ‘구전에 의한 서비스 설명’이 얼마나 ‘비효과적인 방법’인지 매번 통감합니다. 항상 생각하는 것이 ‘설명 전에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을 한 번만 보여주면 얼마나 쉬워질까’입니다.
큰 그림과 맥락을 전달하였다면, 이어서 동영상으로 서비스의 명확한 상(像)을 보여주시길 바랍니다. 후반부에서 서비스에 대한 설명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고, 보다 심도 있는 회의를 이끌어나 갈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3. IR은 설명이 아니라 마케팅이다
가끔 드는 생각이 한국(혹은 아시아) 발표자들은 프레젠테이션시 강세가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아시아 사람들은 아무래도 순차적인 혹은 틀에 맞는 스토리텔링이 익숙해서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프레젠테이션은 청중이 듣고 싶은 내용만을 반영해야하는 마케팅입니다. 전달자는 듣고 싶어 하는 부분을 가장 효과적인 형태로 강조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거 잘 해야 5~10분 안에 PT 끝낼 수 있습니다.
컨설턴트 시절 우연히 맥킨지의 한 생명 보험사 프로젝트의 중간 발표를 들을 기회가 있었습니다. 좀 창피한 이야기이지만, 저희는 시장 분석 -> 경쟁사 현황 등등 정확히 틀에 갖춰진 요소들을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맥킨지 프레젠터가 앞으로 나와 발표를 시작하면서 한대 얻어맞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PT 첫 페이지를 이렇게 시작하더군요
‘지금 X사는 죽느냐 사느냐의 기로에 놓여있습니다. 이 연금보험 시장에 따라 귀사가 생존 할 것인지 퇴보할 것인지 운명이 결정될 수 있다고 판단됩니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왜 기로에 놓여있는지 저희의 분석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전략 과제 중 하나가 이 시장의 공략이었고, 맥킨지는 아예 시작을 이렇게 하더군요. 대기업 사장단과 임원진들을 놓고 저렇게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 매우 신선했지만, 또 반대로 과연 핵심 청중은 이 전략 프로젝트를 통해 무엇을 듣고 싶을지 생각했기 때문에 저렇게 칼을 갈고 시작하는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성장 전략은 연금보험 잘하는 것이라는 점을 극단적으로 강조하는 것이었습니다. 해당 프레젠테이션의 초점은 맥킨지의 의도대로 좁혀지게 되었고 집중력 있는 시간을 만들어 낼 수 있었습니다(삼천포, 딴지 걸기, 너무 큰 이야기라 질문도 많아지는 현상 등등을 방지하는 것).
IR 프레젠터이션도 마찬가지입니다. 위에서 이야기했지만 일반적인 프레임에 따라 설명하려고 하기 보다는, 과감하게 강조해야 할 곳과 생략해야 할 곳을 구분해서 진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일단 5~10분동안 뭔가를 전달하려면 임팩트가 강해야 합니다).
시장을 이야기 할 때는 잠재성 보다는 현재의 숫자를 강조하거나, 서비스를 설명할 때 기능이나 디테일을 강조하거나 혹은 유사 서비스를 강조하는 경우(혹은 이를 모두 동등한 톤으로 전달하거나)를 자주 보게 됩니다.(생각보다 많은 오류입니다)
그것보다는 큰 시장 잠재력을 직관적으로 보여주도록 신경을 쓰고 (아래 내용 참고), 기능이나 디테일보다는 우리가 직면해 있는 불편한 문제점에 초점을 두고, 유사 서비스보다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강력한 자사의 역량 등에만 강세를 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시장 – 서비스 – 자사 역량 – 프로젝션’을 ‘같은 강도와 톤, 시간 분배’로 발표를 진행합니다. 발표 흐름을 분절해서 듣는 사람 입장에서 다시 분배하거나 시간 배분을 수정하는 등 최종 작업에 신경을 써 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짧은 발표일수록 더욱 중요한 작업)
여담이지만 스티브잡스의 프레젠테이션 중 저는 딱 하나만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그 한 마디는 아직도 아이폰에 대한 ‘정의’입니다만…
이것은 핸드폰이 아닙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 이것은 핸드폰이 아닙니다.
정량적인 것을 이야기 할 때, 투자자들에게 비교할 수 있는 ‘준거점’을 제공하는 것도 중요한 전략입니다. 예를 들어
‘X라는 시장에서 Y의 수익을 예상합니다’ 와
‘X라는 시장에서 저희가 얻을 수 있는 수익은 Y억원입니다. 이 Y억원은 적도 우리가 친숙한시장인 ABC 산업의 절반규모에 해당합니다.’
는 투자자들에게 보다 피부로 와 닿게 됩니다. 이런 준거점이 생기면 나머지는 ‘첨부자료를 확인 부탁 드리겠습니다’로 퉁치면 됩니다.
요약하자면 큰 그림과 맥락->서비스라는 발표의 큰 틀은 유지하면서도 직관적으로 알 수 있는 멀티미디어를 도입하고, 발표 자료 다 만든 후 듣는 사람 입장에서 가장 궁금한 위치를 강조하는 버전으로 IR 자료를 다시 만들자! 그리고 계속해서 자신의 언어로 말할 수 있는 수준으로 거울보고 연습하자! 입니다.
참고로 이런 분야에서 저에게 가장 큰 영감(?)을 준 책 한 권을 소개 드리고 싶네요. Stick 1초 만에 착 달라붙는 메시지 그 안에 숨은 6가지 법칙 (저자: 댄 히스, 칩 히스)입니다. 읽고 나시면 분명 큰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제가 보증합니다(보상도 합니다ㅋㅋ).
[유정호의 기업 투자 이야기]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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