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일 퍼틸레인 고문이 페이스북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
우선 중국은 사드배치 관련해서 ‘심각한 안보위협’으로 생각하고 있다. 대단히 복잡한 정세 이슈가 겹쳐진 것이지만 최대한 짧게 중국 내 정치적인 이슈로만 요약하자면
a. 시진핑 주석은 덩샤오핑 이후 최초로 일인권력 집중에 성공했고
b. 본인 집권이 공식적으로 종료되는 2018년 이후에도 좀 더 장기적인 집권을 하기를 원하고 있으며
c. 그러기 위해서는 좀 더 기록될만한 업적을 만들고 싶어하는데 그 중 외교(혹은 외치)적 업적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고
d. 이번 한국내 사드배치는 시진핑 주석의 계획에 심각한 타격을 주었을 뿐만 아니라 나아가 그의 체면에도 직접적인 손상을 준 셈이 되었다.
중국이 대국이라 주변의 작은 나라에 막 나가는 것 같지만 사실 그들은 ‘명분’이라는 것을 대단히 중요하게 여기는 국가였다. 사드배치에 대한 한국의 일방적 통보 (그것도 하필 국경절때 박근혜 대통령을 천안문에 초청해서 양국간의 우의를 강조하는 퍼포먼스를 보여준지 얼마되지 않은 시점)도 그렇지만 원래 사드배치 시점으로 발표했던 일정(2017년 11월)도 아닌 (아마 탄핵정국 때문이겠지만) ‘후다닥’ 날림 비슷하게 롯데를 압박해서 5월로 배치를 확정한 부분 등은 중국입장에서는 ‘자신들을 호구로 본다’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경제적 보복에 대한 언급은 진작에 나왔음에도 한국의 외교부나 황교안 총리 등이 ‘그런 일이 없을 것이다’ 라고 단언하면서 자극한 부분도 ‘본인들이 무시당한다’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도록 만들었다.
# 2
화장품, 관광, 면세점 등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수 있는 분야들은 이미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이건 당분간 피해갈 수 없을 것이다. 작년 여름까지 끊기지 않던 한류스타에 대한 섭외가 지금은 딱 끊겼다. 때문에 엔터쪽도 당분간 찬바람을 피해 갈수는 없을 것이다. 이 가운데 ‘한국게임의 신규 판호 금지령’에 대한 기사가 3월 초 나왔다.
이후 ‘한국 IP를 기반으로 한 게임도 판호가 금지되었다’는 연합뉴스의 기사도 떴고 모 매체에서는 아예 대놓고 360, 텐센트 등의 실명을 거론해 가며 ‘한국게임 수입을 불허한다’는 입장을 밝혀와서 ‘넥슨과 엔씨소프트, 넷마블 등의 중국사업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 라는 기사도 나왔다. 360측에서는 황당하다는 반응인데 놀랍게도 엔씨 주가는 정말 그 영향을 받고 있다.
일단 중국에서는 ‘어떤 믿어지지 않는 일이 발생한다’ 해도 ‘그럴 수 있다’는 것을 전제에 깔고 지금부터 내 의견을 이야기 하고자 한다. 다시 말하지만 개인의 네트워크를 통한 정보확보를 통한 의견이니 맹신하지는 말고 참고만 하시길 바란다.
작년 하반기와 올 초 중국 퍼블리셔들은 여전히 한국개발사와 계약을 진행했다. 그런데 약속이나 한듯이 묘한 조건을 제시했다.
‘외국산 게임의 판호는 늦어지니 내국산 게임으로 판호신청을 해야 한다’는 명목을 제시하면서 저작권(IP권한)에 대한 부분을 중국측에 넘기는 형태의 계약조건 제시를 하는 것이었다. 물론 계약금도 정상적으로 지불하고 로열티도 정상지불한다. 단지 외주개발용역의 형태로 지불하면서 저작권을 중국에 넘기라는 것이 특이점이다.
혹은 합자회사 설립을 해서 지분을 주겠다는 제안을 하는 경우도 있다. 당연히 경영권은 중국쪽이다. 모든 IP의 권한을 합자회사에 귀속시키는 조건으로 지분도 주고 계약금도 그 합자회사에서 준다는 묘한(?) 제안을 하는 곳도 있었다.
단지 이 경우 게임이 성공하면 한국에서는 완벽하게 털리는 구조가 되는 것이다. IP권한을 넘기고 중국 모바일게임의 특성상 최근에는 아예 소스코드째 넘어가서 SDK작업을 하는데 이는 계약기간 지나면 해지하고 자체 서비스 하면 100% 다 먹는 구조가 되는 것이고 2차 저작권도 100% 중국회사가 먹는 셈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말 급해서 계약금이라도 필요한 회사이거나 혹은 우선 중국에 나가보는 것이 목표일 경우 어쩔수 없이 그 조건을 받지만 그게 아닌 경우라면 사실 받기 어려운 조건이다.
이때만 해도 ‘외국회사는 판호를 받기 힘들다’라는 것이 중국회사의 주장이었는데 갑자기 사드정국이 한중간의 관계를 냉랭하게 만든 최근 시점에 와서 ‘한국게임은 판호를 받기 힘들다’가 되어 버린 것이다. 그냥 내 관점에서는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신규 판호가 나올지 말지 모르겠지만 중국에서는 탐나는 한국게임이 있다면 (그래서 계약을 하고 싶으면) 이 상황을 최대한 이용할 것은 분명해 보인다. 사실 이미 그런 제안을 하는 회사들도 있다.
# 4
현재 중국 퍼블리셔와 플랫폼들에서 한국 관련한 업무 혹은 외국게임 관련한 업무를 보고 있는 부서의 부문장 혹은 담당자 10여명과 어제 급하게 이야기를 나눠 보았는데 ‘한국게임의 신규판호 금지령’에 대해서는 통보 받은 일도 없고 구두로 전해 받은 일도 없다고 했다. ‘누구 장사 망칠 려고 하는 일 같은데 출처가 어디냐?’고 묻는 곳도 있었다.
안타깝게도 어제 모 개발사의 경우 ‘계약이 중단 되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그리고 실제 홀드가 되거나 늘어지는 곳도 있다고 하니 좀 더 다양한 표본의 사실 확인을 해 보긴 해야 할 것이다.
다만 빅 퍼블리셔 한 곳의 관계자 말에 따르면 ‘빈익빈 부익부가 중국모바일게임 시장에서도 대단히 심각한 상황이라 신규 투자나 퍼블리싱 계약에 대단히 보수적이다’라는 말을 했다. 이는 지금 시점에 진행되는 협상을 중단하기에도 ‘적절한 명분을 얻을 수 있다’는 것도 유추해 볼 수는 있다. ‘울고 싶은데 뺨 때려 주는 격’이라는 의미이다.
연합뉴스에서 기사의 출처로 거론한 一遊網(일유망)이라는 곳은 나도 처음 듣는 곳이라 들어가 보았다. 음, 그냥 전형적인 다운로드 플랫폼이었다. 다운로드 플랫폼이란 웹게임과 모바일게임 다운로드를 유도해서 해당 퍼블리셔 등에게 광고비나 혹은 수익쉐어를 받는 곳이다. 때문에 트래픽을 필요로 하고 주로 자극적인 사진과 뉴스, 유머글들이 올라오는 곳이다. 한 마디로 공신력은 없는 곳이다.그 一遊網(일유망)에 올라온 ‘한국 게임과 IP는 모조리 불허한다’는 내용도 그 자체의 콘텐츠가 아니라 또 다른 출처가 있었는데 www.sootoo.com 이라는 곳이었다. 거기도 가보니 역시 그만 그만한 곳이었다. 왠지 거기서도 다른 출처가 있을 것 같아 읽기를 포기했다. 뺑뺑이를 도는 느낌이 들었다. 대부분 돌고 있는 내용들은 다 그렇다. 한국 카톡에서 돌고 있는 괴담수준의 내용이 워낙 많아 사실 일일이 체크를 하기도 어렵지만 그럴 필요성을 느끼기 힘든 내용도 많다. 문제는 한국의 매체가 그것을 가져다가 기사로 인용한다는 것은 조금 심각해 보인다.일단 연합뉴스가 한국에서 기사를 쓰면 파급력이 상당하고 타 매체도 그것을 바탕으로 기사를 쓰는 일이 많을텐데 정확한 팩트체크도 없이 그저 다운로드 플랫폼에 나온 이야기 (아마 기자가 거기에 직접 들어가서 읽고 썼을 일은 없을 것 같고 그 내용을 발췌한 위챗의 떠도는 이야기를 가지고 기사화 한 것 같다)를 가지고 기사를 쓴 것은 유감스럽다.특히 최근 중국에서 좋은 성과가 나오고 있는 <드레곤네스트>와 <라그나로크> IP를 소재로 한 모바일게임이 ‘최근 판호를 받았다면 못 받았을 것이다’라고 언급한 대목은 솔직히 실소가 나올 지경이었다. 이건 한국을 싫어하는 혐한 중국 네티즌의 악플 수준이다.
IP 로열티는 생각보다 얼마되지 않는다. 대부분 중국회사가 돈을 벌어가는 구조인데 전체 매출에서 그리 큰 구조가 아닌 한국 로열티를 막기 위해 그것을 통째로 막는다면 원성은 한국회사보다 중국회사에서 더 크게 나올 것이다. 무엇보다 내가 자폭을 해서 저쪽을 한대 때리는 것은 중국식은 아니다.
어떤 게임이 신규로 판급발급이 되는지 관련 기관 사이트에 들어가 보면 볼 수 있다.
하나하나 다 뒤져 보기엔 중국어도 약하고 노안도 있어 대충 훓어 보았데 2017년도에는 <던파 모바일>과 <별에서 온 그대> 등이 신규 판호를 발급받은 것으로 나왔다.
지난번 <한한령과 도깨비>라는 글에서 언급했듯 현재 상황에서 엔터업계쪽에서 더 답답한 것은 중국쪽이었다. 일단 중국자체 콘텐츠로는 시청률이 안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화권 스타들의 몸값이 너무 올라가 (가령 3억 위안짜리 드라마 제작을 하면 2억 위안을 요구하는 식) 퀄리티 있는 제작도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꾸준하게 스타성 있고 퀄리티 있는 한국드라마는 그들에게는 정말 훌륭한 대안이자 가성비 좋은 콘텐츠인데 막혀 버리니 ‘우리들이 더 죽을 맛이다’라는 언급을 사석에서 하는 것이다. ‘빨리 이 사드정국이 해결되었으면 좋겠다’고 그들이 더 간절하게 외친다.
게임은 좀 상황이 다른데 지금 중국 모바일 게임이 한국시장에서 벌어 들이는 이익은 한국시장 점유율 20%를 넘어갈 정도로 커지고 있지만 한국의 신규 게임은 판호문제를 떠나 중국에서 돈을 버는 게임이 거의 없다. 던파와 크로스파이어를 중단시켜 버린다면 모를까 당장 한국게임업계에 받는 피해는 솔직히 미비하다. 하지만 던파와 크로스파이어를 셧다운 시키면 텐센트가 가장 큰 피해자가 된다. 이것도 내가 자폭을 해서 저 쪽을 때리는 격이니 실효성이 별로 없다.
‘앞으로 중국에 가서 벌 수 있는 돈이 막힐 것이다’ 라는 기회소득에 대한 박탈때문에 심리적으로 불안한 부분이 현재 업계에서 느끼는 주요한 요소인데 이것도 조금 설득력이 떨어진다. ‘<리니지 레볼루션>이 중국에서 얼마나 벌 수 있을 것인가?’ 를 고민하는 넷마블 관계자나 증권사 애널리스트 말고는 딱히 직접적인 피해를 받을 곳이 확 떠오르지는 않는다.
# 8
하지만 서두에 이야기 했듯 중국은 ‘까라면 까는 나라’이고 사드문제로 인한 양국간의 긴장이 지속되면 더 강력한 조치들은 얼마든지 내려올 것이다. 어쩌면 정말 구두상으로 문화부 혹은 광전총국 관계자가 한마디 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사실 텐센트하고 넷이즈 같은 탑티어 회사의 초고위층 두 사람만 불러서 이야기해도 되니 내가 모를 수도 있다 생각한다. 하지만 그러기엔 너무 소문이 하루만에 신속하게 퍼지지 않는가?
그리고 더 강력한 조치는 사실 게임업계 뿐만 아니라 중국과 연관된 모든 산업군 자체가 피해를 입는 (사실은 함께 죽는) 상황인지라 이런 분석이 어쩌면 필요없을 수도 있겠다. 결국은 국가가 이 문제에 대해 얼마나 고민하고 해결의 의지가 있는지가 가장 큰 열쇠가 될 테니까 말이다.
# 9
다만 우리 스스로 공포감을 만들어 가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미디어에서 생산되는 기사들중에서 가령 ‘한국게임산업에 대한 걱정’을 토대로 쓴 글인지 혹은 ‘공포심을 자극해서 조회수를 올리려고 하는 글’인지는 읽어보면 논조는 금방 나오고 팩트 체크도 조그만 해 보면 대강 보인다. 문제는 대체로 후자의 자극적인 글들이 네이버 등을 통해 일반 커뮤니티에 퍼지고 있고 그에 대한 반응이 ‘이런 장궤놈들.. 불법어선 때려잡고 조선족 추방시켜야지’식의 악플을 유발하는 것이다.명동이 한산해 졌다고 박수치는 악플들을 보니 정말 한숨이 나오는 것과 유사한 기분인데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3/6 이후 판호가 금지된다고 하니 이후 추이를 지켜보면 될 것 같다. 작년 말 (혹은 올초)에 계약한 (개인적으로 친한) 모 회사의 게임판호가 신청에 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게 제대로 나오는지 보면 될 것 같다. 혹은 거액의 계약금으로 수출된 <리니지 레드나이츠>가 제대로 판호가 나오는지 보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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