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는 어디에나 있지만, 좋은 콘텐츠는 드뭅니다.
Contents are everywhere, but good contents are rare.
세계적인 미디어 콘텐츠 그룹 비방디(Vivendi)의 ‘Arnaud de Puyfontaine(CEO)’는 올해 MWC 키노트 세션에서 위와 같이 선언했습니다. 이는 모바일 콘텐츠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될 수 있는 표현인데요. 오직 모바일에 의한, 모바일만을 위한 콘텐츠가 점점 늘어나는 추세임에도 진정으로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콘텐츠는 아직도 찾기 힘든 것이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모바일 콘텐츠가 나아가야 할 길은 어디에 있을까요?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올해 MWC에서 ‘콘텐츠 & 미디어’를 주제로 다양한 세션이 진행됐습니다. 이중 모바일 콘텐츠의 현황과 전망에 대한 통찰을 얻을 수 있었던 세션들을 골라 소개합니다.
#Mobile VR: Enhancing the Entertainment Experience – 모바일 VR 콘텐츠의 현재와 미래
가상현실과 관련한 기술은 일반인의 삶 속으로 들어온지 오래이며, 이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용어의 의미나 나타내는 바를 아주 간단하게라도 알고 있습니다. 세션 사회를 맡은 IBB Consulting 소속의 ‘Jefferson Wong’은 게임을 넘어 여행, 쇼핑 등 다양한 분야에서 VR을 활용하는 사례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며, 가상현실을 접목한 콘텐츠의 미래를 고무적으로 평가했습니다.
가장 먼저 등장한 구글(Google)의 ‘Amit Singh(VP)’는 구글 카드보드(Cardboard)와 관련한 어플만 30개에 이를 정도로 VR경험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며, 구글이 지속적으로 해당 분야에 관심을 두고 투자를 이어나갈 계획임을 밝혔습니다. 이어서 약 6개월 전 출시된 새 기기 데이드림(Daydream)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액티브 유저들은 이미 일주일에 40분 이상 VR을 활용한다’며 모바일 VR에 특화된 콘텐츠를 더욱 다양하게 만들어 나가겠다는 전망을 제시했습니다. 특히 ‘Virtual Rabbit’ 등의 소셜 게임을 예시로 들며, 가상 현실을 통한 경험은 유저가 부담스럽게 느끼지 않을 정도, 비유적인 표현으로 ‘한입 크기 분량의 경험(bite-size experience)’이어야 한다는 팁을 공유했습니다.
두번째 연사인 Jaunt의 ‘Arthur van Hoff(CTO)’는 모바일이 VR 시장에서도 이미 대세가 되었다며, 이제는 VR기기 제조사가 아닌 콘텐츠 공급자들이 관련 시장을 선도해야 한다는 견해를 피력했습니다. 시네마틱 VR 카메라나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하는 포스트 프로덕션(post-production) 시스템, 각종 플랫폼을 통해 VR 관련 콘텐츠를 생산하고 관리하는 과정 역시 점차 체계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았습니다. 곧이어 무대에 오른 Verizon의 ‘Raheel Khalid(Chief Engineer VR)’ 역시 AR, VR, 스트리밍을 전부 결합한 콘텐츠가 갈수록 범람하리라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커다란 카우보이 햇을 쓰고 마지막 순서로 등장한 VR 스토리텔링 그룹 Ryot의 ‘Molly Swenson(CMO)’은 언론사로 사업을 시작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콘텐츠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며, 뉴스와 다큐멘터리에 VR 콘텐츠를 접목한 사례를 소개했습니다. 특히 이들은 전세계에서 일어나는 자연재해, 인권 문제 등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고취시키며, 개발 도상국의 청년들이 VR 기기를 통해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캠페인을 진행 중입니다.
허핑턴포스트에 인수된 Ryot은 이들과 함께 어린아이들이 외국에 갈 필요 없이 세계의 명화를 감상할 수 있는 아트 체험 프로그램을 개최하기도 했습니다.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콘텐츠를 넘어 사람들을 행동하게 만드는 콘텐츠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연사의 모습이 특히 인상적이었는데요. 모바일 기기를 활용한 VR 콘텐츠가 사람들의 삶을 어떻게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끄는지 설명하는 모습에 모든 콘텐츠의 본질에는 결국 사람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는 진리를 새삼 되새기게 된 강연이었습니다.
#Keynote 7: The Content Gold Rush – 모바일 콘텐츠라는 금맥을 선점하라
세계적인 미디어 그룹과 콘텐츠 기업들이 참여하는 키노트 세션 중 하나인 ‘The Contents Gold Rush’는 사실 포켓몬 고로 전세계적인 열풍을 일으킨 나이언틱 사의 CEO가 참여하는 점 때문에 가장 듣고 싶었던 세션이었는데요. 다른 연사들의 강연을 통해서도 모바일 콘텐츠 시장 전반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는 유익한 세션이었습니다. 무대에 오른 네 명의 연사는 모두 콘텐츠를 생산하는 주체의 스케일과 단일성을 강조하며, 모바일 시대를 맞아 대대적인 변신을 꾀하고 있음을 피력했습니다.
사회를 맡은 Bloomberg Television 소속 ‘Caroline Hyde(European Business Correspondet)’의 소개로 첫 포문을 연 비방디(Vivendi)의 ‘Arnaud de Puyfontaine(CEO)’는 자신감 넘치는 태도와 화려한 언변으로 단숨에 청중의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비방디는 세계적인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기업으로 Canal+, 유니버설 뮤직, 게임 로프트 등을 보유했으며, 방송, 음악, 영화, 게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위세를 떨치고 있습니다. 단순한 언론사가 아닌 콘텐츠 공급자로의 변신을 준비중이라는 비방디의 CEO는 모바일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10분짜리 동영상으로 구성된 모바일 전용 미니 시리즈 앱을 소개하기도 했는데요. 아울러 좋은 모바일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서는 통신사, 오퍼레이터, 인터넷 공급자 등 다양한 주체와의 파트너십 역시 중요함을 강조했습니다.
유일하게 중국어로 강연을 펼친 화웨이(Huawei)의 ‘Eric Xu(Deputy Chairman of the Board)’는 비디오가 점점 기본적인 서비스가 되고 있다고 지적하며, 모바일 오퍼레이터들도 콘텐츠를 공급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세상에 존재하는 콘텐츠들은 매번 다른 플랫폼이나 프로바이더 통해 접근해야 하므로 파편적이고 불편하다며, 화웨이가 독자적이고 통합적인 비디오 플랫폼을 내놓을 계획임을 밝혔습니다.
CNN, 넷플릭스 등 유명 미디어의 그룹사 터너(Turner)를 이끄는 ‘John Martin(Chairman & CEO)’은 자사 역시 도매상의 성격을 지닌 평범한 미디어 회사에서 새로운 차원으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CNN은 이미 다양한 모바일 디바이스에 맞춘 콘텐츠를 송출하고 있으며, SNS를 접목한 요소를 활발하게 활용 중인데요. 일례로 스냅챗 플랫폼만의 CNN 뉴스를 제작해 서비스하는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특히 모바일 기기에서는 뉴스, 키즈, 스포츠 장르에서 트래픽이 높으며, ‘모바일 퍼스트(mobile-first)’ 원칙을 중심으로 CNN 조직 역시 내부 인력을 모바일 중심으로 개편 중이라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무대에 오른 나이언틱(Niantic)의 ‘John Hanke(Creator, Pokemon Go, Founder & CEO)’는 자사를 ‘소비자의 경험을 만드는 회사’로 정의했습니다. 예상과는 달리 포켓몬 IP에 대한 내용은 전혀 다루지 않았으며, 강연의 핵심은 포켓몬 고가 이끌어낸 변화에 맞춰져 있었는데요. Hanke는 포켓몬 고의 전신이 된 게임 Ingress를 언급하며, 아이들이 컴퓨터 게임에 빠져 모니터만 들여다보는 모습에 경각심을 느낀 것이 게임을 개발하는 계기로 작용했다고 밝혔습니다. 바로 이러한 점 때문에 나이언틱이 개발하는 게임은 모바일 용 게임으로 탄생했고, 특히 그는 포켓몬 고가 아이들의 협동정신을 키워주고 많이 걷게 만듦으로써 건강하게 만든다는 점에 강한 자부심을 내비쳤습니다. 앞으로도 ‘탐험(exploration), 발견(discovery), 운동(exercise)’에 집중한 게임과 이벤트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공개하며 세션을 마무리했습니다.
#The Fan experience – 모바일, 스포츠, 경험
‘소비자’를 ‘팬’으로, 다시 ‘팬’을 ‘소비자’로 만드는 방법에 대한 내용을 다룬 본 세션은 결국 사람들에게 어떤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이들을 참여(Engage)시킬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사회자로 나선 Disruptive Views의 ‘Tony Poulos(Managing Director)’는 기술 발전에 의해 사람들이 스포츠를 즐기고 경험하는 방식 자체가 변화하고 있다며, 앞으로는 모바일을 중심으로 이러한 경향이 심화할 거라고 전망했습니다.
첫번째 연사인 IBM Interactive Experience의 ‘Jim Rushton(Global Leader&Partner, Sports & Entertainment Practice)’는 각 스포츠 구단이 주도하는 공식 시장보다도 파생 시장, 특히 모바일에 의한 관련 분야 시장이 더 빠른 속도로 성장했음을 지적하며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이어서 콘텐츠를 구성함에 있어 디테일한 요소들 및 이들 간의 상관 관계에 대한 중요성이 거론되었습니다. 연사는 ‘Content is King, Distributor is Queen, Connectivity and Context is Ace’라는 카드게임에 대한 비유로 이를 정리했는데요. 팬들의 경험은 스포츠를 즐기는 바로 그 순간의 분위기, 기온, 음식, 소음 등 아주 작은 요소들이 모여 총체적인 집합을 이루게 된다는 것이 요지였습니다. 결론적으로 그는 더 많은 팬들의 참여를 독려하고 이를 성공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디테일 하나하나에 주목해야 함을 역설했습니다.
두번째로 레알 마드리드 관계자가 무대에 오를 차례였으나, 도착이 늦어지면서 아스날(Arsenal) 구단 미디어 그룹의 Meza Kai phoenix(Mobile Product Manager)가 바통을 이어받았습니다. 서두에는 유소년 팬에 초점을 맞춘 마케팅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소위 ‘제너레이션 Z(Generation Z)’의 팬심을 겨냥한 아스날의 전략을 설명했는데요. 리서치를 통해 제너레이션 Z가 생각보다 큰 집단이며 고유의 목소리를 지니고 있다는 점에 착안한 아스날은 ‘Team Junior Gunners’라는 유소년용 어플을 만들어 어린 팬들을 인게이지시키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유저는 어플을 통해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들 수 있으며, 구단 내 특정 선수의 캐릭터를 골라 트레이닝을 시키고 식단을 짜는 등 직접 선수를 육성하는 게임을 즐길 수 있습니다. 또한 이 어플은 크리스마스나 부활절 중 특정 시즌에 맞춰 새로운 인앱 게임을 선보임으로써 리텐션을 높였으며, 익명 대화가 가능한 공간을 만들어 유저들이 상호 교류를 통해 아스날 팬으로서의 소속감과 집단의식을 느낄 수 있도록 설계했습니다. 영국, 중국, 미국,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인기를 누리고 있다는 이 어플은 스포츠 구단의 모바일을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양상을 보여준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뒤를 이어 무대에 오른 Swisscom Event&Media Solutions Ltd.의 ‘Stefan Rupp(CEO)’는 통신사업자의 관점에서 모바일을 통해 스포츠를 향유할 수 있는 통합적 네트워크를 구축할 것이라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이미 모바일 티켓, 소셜 미디어를 통한 생중계 등 스포츠 이벤트와 관련한 유저 경험이 변화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빅데이터 소스와 클라우드 기술을 결합하여 티켓을 구매하는 시점부터 경기가 끝난 후 그 내용을 공유하고 즐기고 분석하는 방식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연속적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보조하는 회사들이 생겨날 거라는 전망이었습니다. 또한 유저들의 경험을 강화하기 위한 수단 중 하나로 VR의 중요성을 역설한 그는 스위스콤이 2015년 개최한 라이브 VR 콘서트, 2016년 VR 콘서트를 소개하며 청중들의 열렬한 박수를 받았습니다.
Livelike의 ‘Andre Lorenceau(Founder&CEO)’와 Fox Xports의 ‘Michael Davies(SVP)’가 함께 무대에 오른 다음 토크에서는 TV가 아닌 모바일이 사람들이 가장 먼저, 가장 많이 찾는 ‘퍼스트 스크린(First Screen)’ 의 지위를 차지했음을 지적했습니다. 이들은 협업을 통해 AR, VR, 3D 기술을 접목한 새로운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는데요. 이미 VR 기기 등을 통해 실제 스포츠 경기나 스포츠 게임을 다양한 각도에서 즐길 수 있는 방법이 나와있지만 앞으로는 유저가 직접 선수의 관점에서 구장을 뛰어다니며 세계적인 선수들과 경기를 펼칠 수 있는 향유 방식을 지향한다고 합니다.
뒤늦게 도착하여 세션의 마지막 순서를 장식한 레알 마드리드(Real Madrid)의 ‘Rafael de Los Santos(New Media Director)’는 울트라 소닉 테크놀로지 회사 LISNR의 ‘Dori Gurwitz(VP)’와 함께 레알 마드리드 구장이 어떤 변신을 꾀하고 있는지 설명했습니다. 이들은 입을 모아 스포츠 산업이 아직도 너무 보수적인 경향을 띠고 있다며, 구단의 자체 어플리케이션 및 구장 내 각종 최신 기술 설비를 통해 팬들의 경험을 더 높은 차원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보다 구체적인 예로는 LISNR의 음향 기술을 활용해 팬들이 더 생생하게 경기를 즐길 수 있는 점이나 구장 내 사람들의 동선을 실시간으로 관리하고 안내할 수 있는 기술 등을 거론했습니다.
위의 세션들을 들으며 알찬 내용만큼이나 인상적이었던 점은 콘텐츠 관련 세션에 참여한 연사들의 소속이 매우 다양했다는 점입니다. 미디어 그룹이나 콘텐츠 제작사 뿐만 아니라 축구 구단, 통신사, 음향 기술 회사, 게임 개발사 등 여러 주체들이 모여 논의하는 모습을 통해 모바일 콘텐츠가 이미 다양한 분야에 뿌리내려 우리 모두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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