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바에 입사한 최초의 한국인, 김상훈 UX 디자이너는 입사 6년이 지난 지금 디자인 팀에서 유일한 한국인으로 일하고 있다. [스타트업으로 하는 세계여행] 시리즈의 두번째로, 한국인들의 알리바바 진출 토대를 닦은 현 알리페이 UX 수석 디자이너 김상훈을 만났다.
김상훈 디자이너는 현재 알리페이에서 디자인 아키텍쳐와 브랜드 운영 팀장을 맡고 있다. 이전에는 타오바오 시각디자인 고문으로 타오바오 메인페이지, 글로벌 타오바오 수입상품 직구 쇼핑 플랫폼 메인 디자인, 타오바오 경매 플랫폼 메인 디자인을 전두지휘했다. 또한 싱디엔, 아이광지에, 타오뉘랑, 이타오 닷컴 쇼핑 검색 플랫폼 메인 디자인을 맡기도 했다.
알리페이 일일 이용 횟수는 2억1000만 건이다. 알리페이에서는 단순히 돈을 충전하고 지불하는 것에서부터 할인 쿠폰, 각종 프로모션 이벤트 진행, 공과금 납부, 택시 호출, 각종 예약/예매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에 사용자 경험의 질을 높이는 것이 핵심이다. 특히 4.5억 실명사용자를 바탕으로한 빅데이터는 알리페이의 핵심 경쟁력이다. 상훈 디자이너가 운영하고 있는 디자인 아키텍쳐팀이란 어마어마한 트래픽을 자랑하는 알리페이 APP의 모든 정보구조 및 디자인 가이드라인, 디자인 언어 등 서비스 전체의 디자인을 관리하는 부서다.
그가 이끄는 또 다른 팀인 브랜딩 팀에서는 알리페이의 브랜딩 부서와 마케팅과의 협업이 주이다. 알리페이는 온/오프라인 모두에서 많은 수요가 일어나고 있는데, 이 온/오프라인 브랜드 경험을 통합시키고 확장하는 업무를 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웹사이트 시대부터 지금의 모바일 환경 역시 한 화면 내에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작은 화면 안에 많은 내용을 담아야하기에 그에 따른 많은 고민이 필요합니다. 실제 사용자의 수요와 비지니스 수요의 균형을 잡는 것, 다양하게 흩어져있는 사업과 그 규모가 사용자 경험을 해치지 않게 디자인을 하는게 관점이죠. 작은 편리함, 작은 습관의 변화로 사용을 편리하게 해야 합니다. UX 디자인할 때 서비스 기획단계부터 참여하여 사용자 경험이 균형을 잡을 수 있도록 하려해요. 이로써, 알리페이가 주도하는 결제의 혁신은 많은 서비스의 잠재력을 높여 줄 수 있겠죠.”
알리바바 입사 6년차, 그가 말하는 알리페이의 최대의 장점은 CEO와 디자이너가 다이렉트로 일할 수 있는 것, 그리고 그것으로부터 오는 속도의 차이다.
“CEO와 디자이너가 접점해서 일하더라구요. 첫 입사했을 때 거기서 오는 업무 추진력과 순발력에 압도당했습니다. 또한 600명이라는 인원이 투입되는 거대 프로젝트가 있었지만, 많은 트래픽을 끌어오거나 높은 매출을 내는 게 목적이 아닌 경우가 있었어요. 그런 점들이 굉장히 신선하게 다가왔어요.”
중국의 스케일과 빠른 변화 환경에 매료되어 중국회사에서 일하는 게 막연한 목표였던 김상훈 디자이너는 독특한 채용 스토리를 지녔다. 중국에 있는 한국회사로 파견나갔다가 헤드헌터를 통해 알리바바 스카웃 제안이 온 것이다. 현장 면접을 갔을 땐, 학교 캠퍼스처럼 유쾌한 분위기로 일하는 알리바바 직원들이 매우 즐거워 보였다고 한다.
헤드헌팅을 통했지만, 이 채용 절차를 끝내는데는 반년이나 소요됐다. 해외 외국인 채용은 심사를 더 꼼꼼하게 하기 때문이다. 그는 ‘이메일로 컨택, 포트폴리오 제출 – 이메일 면접 – 전화면접 2~3차 – 현장면접 (실무자, HR, 팀장급, CEO와 )’라는 단계를 거쳐 알리바바의 디자이너가 됐다. 그가 채용 절차를 거치며 느낀 점은 알리바바에서는 문제 해결능력을 중요하게 여길뿐더러 협업능력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입사 당시 저 혼자 한국인이었지만, 차별 같은 건 받아보지 못했어요. 알리바바 친구들은 서로에게 배우려는 의지가 강하기 때문에 대부분 호감을 가지고 관계를 형성해 나가요. 서로 존중하면서 의견을 교류하구요.”
또한 당시 김상훈 디자이너를 중국어를 할 줄 모르는 토종 한국인이었다. 하지만 그 때는 한국 디자이너에 대한 강한 수요가 있었기에 면접을 볼 때나 채용 후에도 통역관이 지원됐다. (현재는 그 수요가 예전처럼 강하지 않기에 중국에 진출하기 위해선 기본 언어 실력은 갖춰 놓아야한다.)
중국에 파견갔다가 알리바바로 정착하게 된, 김상훈 디자이너. 스스로 자신은 비전공자에다가 공부와는 거리가 멀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세계 굴지의 기업에서 근무할 수 있었던 비결로 ‘재미있는 걸 해라’를 꼽았다. 실제로 그는 어렸을 때부터 컴퓨터 디자인이 재미로 하는 ‘취미’였다. 그렇기에 비전공자지만 졸업 후에도 프리랜스 디자이너로 지냈다.
“너무 진부한 애기겠죠. 하지만 좋아하는 걸 꾸준히 해야해요. 저는 공부보다는 스노우보드, 스케이트 보드, 스트릿 문화에 빠져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래픽 툴을 만지는 걸 좋아했기에, 같이 스트릿 문화에 빠져있던 당시 크루들의 웹사이트를 만들면서 다양한 아트웍 작업들을 진행했습니다. Grunge와 minimal한 스타일을 동시에 좋아해서 재미있는 작업들을 했던것 같아요, 돈은 못벌었지만 제가 즐길 수 있는 계속 하다보니 자연스레 직업이 되었고, 중국과 인연이 생긴 후로 막연하게 생각했던 중국기업에서 일해보기가 현실로 다가왔습니다.”
알리바바에서 현재도 해외 디자이너를 채용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용감하게 이력서를 보낸다면 그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거라고 조언했다.
“중국은 저희같은 IT혹은 디자이너 종사자에게 매우 매력적인 시장입니다. 빠르게 변하는 환경과 업계를 지켜볼 수 있을 뿐더러 엄청난 스케일에서 오는 압도감이 있습니다. 디자이너라면 이 어마어마한 트래픽으로 인해 자신의 디자인으로 더 많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기대와 성취감도 큽니다. 중국으로 진출하려는 디자이너분들, 될까 안될까 고민할 시간에 도전해보세요. 한국 디자이너의 실력은 이미 매우 훌륭합니다. 단지 필요한건 과감한 도전정신이죠. 도전해보면 생각보다 쉽게 기회가 생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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