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TER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
최근에 받은 질문, ‘전략 기획자가 가져야 하는 습관’에 대한 대답으로 이 글을 씁니다. 먼저 좋은 질문을 해 주신 독자분께 감사 드립니다. 해답을 점점 내기 쉬운 시대 에 살아가는 우리는 언젠가는 할 질문이 없어서 위기를 맞는 날이 올 모르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브런치 댓글을 통해 질문을 주신 분은 나중에 크게 되실 거라 생각합니다. 결국 질문이 제 글의 모티브가 되고 이렇게 결과로 이어진 것이니까요. 질문이 기획 자체가 된 것이죠.
전략 기획자가 가져야 하는 습관에 대한 고민은 회사에서 후배들을 만날 때마다 많이 나누는 주제여서 사실 너무 뻔하지만 또한 조심스럽습니다. 이전에 전략 기획자는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가에 대해 쓴 글과 같이, 같은 이름의 ‘전략 기획자’ 이지만 회사마다 처해 있는 상황이 다르고 맡는 역할이 다르기 때문에 어떤 습관이 도움이 되는지도 상황에 따라 다소 다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제가 최고의 전략 기획자 근처에도 못 가는 사람이므로 제가 하고 있는 습관을 이런 제목을 들어서 이런 자리에 나눈다는 것 자체가 부끄러운 일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질문 주신 분 같이 이제 기획을 시작하는 분께 무언가라도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몇 자 씁니다.
“데이터와 현상을 연결할 수 있어야 한다”
좋은 기획자와 가짜 기획자의 차이입니다. 전략 기획을 재무로 오인하거나 퍼포먼스 마케팅하는 부서 정도로 오해하는 편견과도 맞설 수 있습니다. 데이터는 발생 지점이 최종 고객인지 여부에 따라 회사 내부의 데이터와 회사 외부, 대부분 고객 기준의 데이터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회사 내부의 데이터는 제품의 설계부터 판매 이후까지의 단계별로 각각 데이터가 존재합니다. 보통은 그 중에서 서비스, 상품의 최소 단위 분석, 이것이 판매되는 채널에 대한 수익성에 대해 많은 데이터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것의 특징은 이미 벌어진 일에 대한 정보로써 사후적이므로 미래를 예측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다만 회사 프로세스의 효율성을 진단하고 전체적인 비지니스 모델의 수익성을 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이것을 하기 위해서는 제품과 서비스가 설계되는 단계부터 마지막 고객의 손에 전달 및 사후 조치까지 모든 과정을 알고 있어야 합니다. 알고 있다는 말은 단순히 타이틀과 부서를 아는 게 아니라 각 단계별로 성과 정의를 하는 KPI를 알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전체적인 비지니스 프로세스를 움직이는 상위의 철학, 기업의 전략 아젠더를 파악하고 있어야 합니다. 같은 업을 영위하는 기업이라도 추구하는 포지셔닝에 따라 운영 방법이 다르고 프로세스가 다르고 지향하는 KPI가 다릅니다. 달라야 하는 게 정상입니다.
처음부터 데이터의 뜻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물론 상식적으로 매출이나 이익 등 큰 단위의 KPI들이 어떻게 변동하고 있고 어디서 주요한 차이가 나오는지는 누구나 알 수 있습니다. 이 정도를 숙지한 후에 회사가 보유하고 있거나 지금 가동 중인 자원의 상태를 알아야 합니다. 절대적인 자원의 양과 증감, 그것이 각각 어디에 투입되는지 데이터에서 사전에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 이해할 수 없습니다. 물어보고 이해할 수 있는 데 까지 알고 나머지는 현상을 보면서 깨닫는 것입니다.
현상을 파악하기 위해 가장 좋은 것은 실무자를 직접 만나보는 것입니다. 실무자 중에서도 정치적인 입장이 덜 한, 그래서 순수하게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을 그대로 말해 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나는 게 중요합니다. 이왕이면 회사 내부 IT 시스템이 어떤 프로세스로 정리되어 있는지 전체적인 흐름, 아카이브를 정리한 것과 함께 보면 도움이 많이 됩니다. 처음에 의도한 아카이브 대비 실제 일어나고 있는 프로세스의 문제를 발견하면 현재의 KPI도 잘못되었고 어떻게 바꾸어야 하는지 귀납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비지니스 프로세스 문제에서 전체적인 전략 아젠더를 아는 것은 내부 데이터만으로는 가능하지 않습니다. 내부 데이터의 최선은 현재의 플랫폼 위에서 개선하는 방법을 찾는 수준이죠. 이런 내용은 해당 산업에 대한 전문 잡지나 구글링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출퇴근 길 스마트폰으로도 알 수 있는 게 많습니다. 사실은 관심의 문제입니다. 부분적으로 정리한 것을 나중에 하나의 큰 프로세스로 스스로 그려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스스로 진단을 해야 합니다. 어디서 어떤 문제가 일어나서 전체적인 이익과 매출을 이 정도로 한계짓고 있는지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대략적으로 정리하면 아래의 정보 소스들이 기획을 시작할 때 보통 도움이 많이 됩니다. 이 출처들을 정리해서 효율이 가장 높은 몇 군데를 선정해 집중적으로 확인하고, 정기적으로 출처가 되는 후보들을 다시 검토합니다. 중요한 것은 선도하는 기업을 보라는 것입니다. 기업이 겉으로는 마케팅이라는 이름의 퍼포먼스에 집중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적인 힘은 그것을 유지 할 수 있는 능력인 기술과 디자인에 달려 있습니다. 그것은 선도적인 기업이 만들어 내는 흐름입니다. 니치 마켓에만 매달릴 게 아니라면 시장 선도 기업과 기관, 연구소의 최신 정보를 잘 알고 있어야 합니다.
– 전문 잡지: 대형 서점에 가면 잡지 코너 구석에 잘 안보이는 데에 아저씨들이나 읽을 법한 고리타분한 업계 전문지가 있습니다. 여러가지 보면서 최신 산업 동향을 파악하기에 깊이가 어느 정도 있는 책을 정기 구독하기 권합니다. 아니면 인터넷으로 전문 신문을 주기적으로 보는 것도 크게 도움이 됩니다.
– 해당 분야 선도 기업의 블로그나 웹 사이트: 요즘은 선도 기업 자체에서 정보를 흘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SNS에 팔로우만 해도 해당 기업이 어떤 사업을 준비하고 있고 어디에 돈을 쓰는지 정보를 알 수 있습니다. 기업의 웹사이트에 가서 인사말이나 사업을 설명하는 IR자료를 보는 것도 좋습니다.
– 해외 선도 기업 관련 구글링 기사: 대부분의 우수 사례는 해외에 있습니다. 이미 먼저 시작한 산업이 많기에 시행착오와 노하우가 있습니다. 구글링을 통해 읽기 어려운 기사를 먼저 도전하세요. 구글링은 집 구하는 것과 같아서 발품 파는 만큼 고급 정보를 구할 수 있습니다.
회사 내부의 데이터로 회사 내부가 충분히 시끄럽다면 기회의 영역인 회사 외부 데이터를 살피는 데 시간을 쓰는 것도 좋습니다. 고객 데이터와 현상을 비교하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작업입니다. 이것은 비지니스 프로세스와 함께 전략적 아젠더를 함께 알 수 있는 힌트가 많기 때문입니다.
고객 데이터와 현상을 매칭하기 위해서는 데이터에 대한 이해가 먼저 필요합니다. 내가 다니는 회사가 어떤 부류의 고객에게 어떤 선택을 어떤 추세로 받고 있는지를 아는 것은 기획자의 기본입니다. 또한 이것은 기존의 기획한 것이 평가받는 순수한 정보이므로 기획자는 정기적으로 겸허하게 이 데이터를 보면서 자신을 보는 것 같이 해야 합니다. 고객 데이터는 회사가 어디까지 고객의 정보를 갖고 있는지에 따라 알 수 있는 영역이 다릅니다. 중요한 것은 이 중에서도 고객이 일으키는 매출과 향후 고객이 될 가능성이 있는 고객을 얼마나 많이 확보했느냐에 대한 정보를 아는 것입니다. 모든 활동 중에 그것의 촉매가 되는 활동을 알아야 하는 것입니다. 회사 내부에 고객 데이터를 활용한 분석을 하는 부서가 있다면 정기 간행물이나 접촉을 통해 최근 알아야 할 내용이 무엇인지 숙지하는 것이 좋습니다. 물론 이런 부서는 대부분 전략기획이 하고 있거나 전략 기획실 산하에 있는 경우가 많으므로 전략 기획자 스스로가 어느 정도의 통계 분석을 할 수 있어야 차별화 된 목소리를 낼 수 있습니다.
사회적 추세와 흐름은 이미 많은 곳에서 먼저 말하고 있습니다. 새해가 되기 전에 트렌드를 미리 알려주는 책들이 연간 행사처럼 쏟아져 나옵니다. 하지만 이런 트렌드는 현재 내가 있는 회사의 포지셔닝과 택한 전략을 모른 채 쫒아가면 원래 하던 일도 안될 수 있기에 유행이 아닌 철저한 정체성 강화 및 방법론에 대한 산업 흐름을 수용하는 형태로 접근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것이 트렌드만 쫒는 퍼포먼스 마케터와 전략기획자의 근본적인 사고 방식 차이입니다. 방법은 회사 내부 데이터에서 발견한 프로세스의 개선 방안에 대해 선도 기업에서 찾는 것과 같습니다. 고객 데이터에서 말하는 고객의 변화 양상과 사회적 흐름의 변화가 맥을 같이할 때 이것을 활용한 전략을 제안할 수 있습니다.
* 관련링크: 스타벅스는 혼자 놀기 좋아 잘된다, 온라인 시대에 ‘공간’의 재발견
“전략 프레임은 기초 이론을 쌓고 위에 최신 이론을 케이스 스터디 한다”
전략 프레임은 미리 생각의 틀을 정해두고 그 위에 현상을 붙여서 추론을 빠르게 하는 방법입니다. 컨설팅 회사에서 많이 발전된 개념이어서 맥킨지나 BCG 관련된 시중의 책을 몇 개만 보면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사실 이런 책들이 다 비슷해져서 몇 권만 읽으면 나머지는 다 비슷합니다. 전략 프레임은 산업과 취향에 따라 선호하는 분야가 다릅니다. 전략 이론이 워낙 다양하고 이제는 이론이 없는 것을 이론화 하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전통적인 마이클 포터의 책부터 크리스 주크와 짐 콜린스를 지나 최근에는 너무나 많은 전략 쪽 작가들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방금 이름을 나열한 작가의 대표 서적은 한 권 정도 읽는 것이 전략에 대한 이해를 돕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프레임은 관리를 위한 쪽의 기획이라면 ‘BSC’와 관련된 책을 읽고 정확한 전략 관리에 대한 이해를 하는 것이 필수라고 생각합니다. KPI를 중심으로 기업 경영 관리의 개념을 잡는 데 기초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사고의 프레임은 맥킨지 관련 서적 몇 권을 읽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시중에 나온 고전인 ‘맥킨지는 000 방식이 다르다’부터 관련된 ‘로지컬 씽킹’이나 ‘맥킨지식 전략 파워 프로페셔녈’ 같은 책은 적절한 템플릿이 함께 있어 당장 써 먹기에는 나쁘지 않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경제학적 사고입니다. 이런 책은 분명 도움은 되지만 늘 머리에 상주해서 모든 결정의 상황에서 늘 도와주지는 않습니다. 어떤 프로젝트를 착수할 때나 도움이 될 뿐입니다. 전략 기획자가 마주하는 수 많은 돌발 상황에서 등불이 되는 것은 경제학적으로 생각하는 것입니다. 유한한 자원에서 최적의 선택을 하는 것을 기본 전제로 전략적 선택을 하는 것이 필수이기 때문입니다. 기회비용, 매몰비용, 게임이론, 탄력성, 한계효용의 법칙 등 원론 수준의 개념부터 수요와 공급이 시장에서 일어나는 미시적 상황들은 마이클 포터의 이론과 만나 전략적 상상력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 줍니다.
거시 경제에 대한 안목을 기르는 것은 전략 최고위 책임자로 발돋움하기 위한 필수이기도 합니다. 세계 시장의 동향과 전망을 스스로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기획을 이끌어 갈 수 있는 능력이 됩니다. 아무리 다른 미래 전망 보고서를 손에 쥐어줘도 읽을 수 없으면 기획은 절대 할 수 없습니다. 또한 그래프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하는 것, 숫자들의 나열을 계량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것 등 경제학적으로 설명하면 상당 부분의 기업 전략적 갈등의 해결책을 쏟아낼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경제학 원론이나 ‘유시민의 경제학 카페’ 같은 책을 읽으시면 도움이 되실 거라 생각합니다. 이것에 비하면 회계와 재무는 도구일 뿐입니다.
이론적 기초가 든든히 서고 난 다음에는 케이스 스터디를 통해 최신 경영의 동향을 읽는 독서를 해야 합니다. HBR나 DBR을 많이 읽지만 개인적으로는 이것보다는 케이스 스터디가 잘 정리된 책을 읽는 것을 추천 드립니다. 결국 깊이 있는 상황에 대한 이해와 솔루션의 도출 과정, 전사적으로 해결되는 그림은 책을 통해서만 알 수 있습니다. 다양한 기업의 내용을 읽으십시오. 그리고 기존에 알던 전략 프레임에 이것이 어떻게 어디에 해당되는지 판단이 선다면 이제 더 이상 전략 프레임 자체에 연연할 필요가 없는 수준이 됩니다. 특히 최근에 턴어라운드한 기업의 사례를 읽는다면 전략기획은 단순히 페이퍼 작업을 하는 역할이나 재무나 경리 비슷한 일이 아닌 사업의 구조를 만들고 실행까지 담당하는 두뇌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실 것입니다.
답변이 충분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아직 대답드리지 못한 질문은 다음 칼럼에서 말씀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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